내가 향한 곳은 진원포 주변에 있 는 작은 폐건물이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에어 워크를 이용해 건물의 높은 지점에 올라섰다.
전투를 하는 수많은 사람의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대충 보는데도 100명은 가볍게 넘
어 보인다.
신기한 광경이다. 이렇게 많은 수 의 마법사가 모여 전투를 하는 모습 은 원작에서도 쉽게 볼 수 없었으니 까.
“……그나저나 어디 있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혜성 길 드의 길드장, ‘정태찬’의 위치를 찾 아내는 것이다.
저번 백은성의 대화를 들었을 때, 생명의 잔은 그에게 있다고 했으니 까.
하지만 얼굴을 모르니 찾아낼 방법 이 없었다.
그렇다면 백은성은…….
“으핫!”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자 전투를 하 는 백은성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백은성은 S등급의 창, 방천화극을 휘두르며 수많은 마법사를 학살하고 있었다.
과연 S등급의 마법사. 하지만 지금 저 전투도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힘을 숨긴 거겠지.
그 괴물 같은 모습에 자운의 무서 움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꿀꺽. 한번 침을 삼키곤 다시 전투 상황을 지켜봤다.
아무래도 빨리 정태찬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지금 백은성의 모습을 보아하니 그 가 정태찬을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 였다.
정태찬의 얼굴은 모르지만 찾아낼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나는 인물 간파를 발동했다.
조금 무식한 방법이지만 인물 간파 를 이용해 한 명 한 명 모든 사람 의 정보를 확인했다.
그렇게 30초가량의 시간이 지났을 때.
“……찾았다.”
나는 정태찬의 정보를 가진 자를 찾아냈다.
멀리 한 폐건물 안에서 불안한 얼 굴로 주변을 살피며 전투를 이어나 가는 40대 남성.
이름 : 정태찬
나이 : 46 종족 : 인간
상태 : 불안 마력 등급 : A 관심도 : 0
과연 한 길드의 수장은 맞는지 마력 등급은 A다.
나는 아공간에서 옷을 꺼내 빠르게 갈아입었다.
내가 입은 옷은 평소 김진우로 활 동할 때 입는 검은색 자켓이었다.
마지막으로 모자와 안경, 그리고 인조 수염을 입에 붙였다.
다행히 나와 비슷한 스타일을 한 녀석들이 많아 눈에 띌 일은 없을 것이다.
준비는 끝났다. 마지막으로 엘릭서 를 벌컥벌컥 마셨다.
이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10 분.
그 안에 생명의 잔을 회수하고 도 망까지 쳐야 한다.
“후.”
나는 마력으로 하체를 강화해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다.
한번 주변을 살피고는 정태찬이 있 는 건물 방향으로 빠르게 내달렸다.
중간중간 골드윈인지 혜성 길드인 지 모르는 놈들이 내게 공격을 시도 했다. 하지만 나는 깔끔한 움직임으 로 녀석들의 공격을 홀려냈다.
사실 이곳에 있는 놈들은 대다수가 C급 마법사였다.
내 힘으로도 아주 손쉽게 쓰러트릴 수 있는 자들이었다.
“비켜!”
그렇게 눈앞의 상대를 한 명씩 쓰 러트리며 앞으로 나아갈 때였다.
멀리 큰 부상을 입은 정태찬의 모 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신에 피가 가득하고 다리를 절뚝대고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골드윈의 길드원 으로 보이는 2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나는 마법을 구현해 그 둘에게 쏘 아냈다.
콰아앙!
“끄아아악!”
갑작스러운 지원에 정태찬이 밝아 진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를 아군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새롭게 마법을 구현하 며 다가가자 정태찬의 낯빛이 다시 어두워졌다.
“큭! 아군이 아니었나?”
정태찬은 경계 어린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내게 화염의 창을 방출 했다. 나는 상체를 옆으로 꺾어 가 까스로 공격을 피해냈다.
부상을 입었음에도 마법의 위력이 살벌했다.
“정태찬. 생명의 잔을 넘겨.”
“……역시 네놈들 목적은 그거였 나?!”
정태찬은 생명의 잔을 넘길 생각이 없는 듯 악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 봤다.
어쩔 수 없지.
힘으로라도 땟는 수밖에.
나는 손을 뻗어 구현된 마법을 녀 석에게 조준했다. 상대가 A급의 마법사라고 하나, 큰 부상을 입은 상 태.
지금이라면 녀석을 충분히 쓰러트 릴 수 있다.
나는 구현한 마법을 녀석을 향해 쏘아냈다.
콰아아앙!
“끄아아악r
마법이 녀석의 어깨에 적중하자 끔 찍한 비명이 터졌다.
몸을 웅크리며 부르르 떨었다. 고 통에 괴로워하는 모습이다.
나는 다시 한번 마력을 끌어모아 새로운 마법을 구현했다.
우우우웅……
그리고 녀석에게 다가가 구현된 마 법을 조준했다.
“생명의 잔을 넘겨.”
정태찬은 괴로움의 신음을 내지르
며 공포에 찬 시선으로 날 바라봤 다.
“이런 씨바알……
바닥을 구르며 혼자 욕지거리를 하 더니 실성한 듯 웃기 시작했다.
“흐흐. 주면 될 거 아니야…… 그 니까 살려줘…… 크흐혹……
정태찬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품 안에서 작은 금빛의 잔을 꺼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잔을 집었다.
[생명의 잔(유물)]
분류 . 잔
설명 : 신성한 힘이 깃든 잔.
[지속 효과]
►정화
생명의 잔에 물을 담아 정화합니다. 정화된 물을 섭취하면 몸이 빠 른 속도로 회복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3일
*정화된 물은 10분 뒤에 효과가 사라집니다.
내구 : SSS
드디어 얻었다.
성배의 재료 중 하나라 불리는 생 명의 잔.
완성품이 아니라 성배만큼 괴랄한 효과를 지닌 건 아니었지만 지금 자 체로도 꽤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었다.
정태찬은 억울한 눈으로 나를 바라 보더니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제 목적은 완수했다.
그럼 백은성이 오기 전에 빠르게 도망쳐볼까.
그때 였다.
“오. 찾았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피가 가 득 묻은 거대한 장창을 쥔 남성이 나를 바라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백은성.’
백은성은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느린 발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꽤 거리가 있음에도 강력한 위압감 이 느껴졌다. 나는 얼굴이 보이지
않게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 썼다.
“수고했어요. 골드윈 소속 맞죠?”
아무래도 내가 정태찬을 공격한 모 습을 보고는 나를 골드윈 소속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정말 운이 좋았다.
만약 나를 적으로 알고 있었더라면 눈치채지도 못하고 죽어버렸을 테니 까.
그럼에도 지금 상황은 좋지 않다.
백은성을 눈앞에서 마주친 순간 내 게 선택지는 얼마 없으니까.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대로 골드윈 소속의 마법사인 척하고 생명의 잔올 넘기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도망.
……그러나 과연 내가 백은성을 상 대로 도망을 칠 수 있을까.
백은성은 강화계 마법사답게 육체 능력은 자운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특히 달리기나 그의 유연한 움직임 같은 경우는 마법사 세계 전체를 봐
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이다.
그런 녀석을 상대로 도망을 친다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 역시 무작정 도망을 칠 생각은 없었다.
이 세계에서 극소수의 사람만이 알 고 있는 백은성의 치명적인 ‘약점’ 을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슬쩍 눈동자를 굴려 도주 경 로를 살펴봤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계산했다.
지금 나와 백은성의 거리는 약 25m.
만약 도망친다면 몇 초 안에 잡힐
까.
4초? 아니면, 3초?
3초면 애매하다. 하지만 도박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
그래, 해보자.
“후우.”
두근!
심장이 크게 뛰었다. 대자연의 심 장이 발동된 것이다.
“하하. 덕분에 수고를 덜었으니 그 쪽에게 큰 포상을 드리죠. 제가 지 금 기분이 매우 좋거든요. 원하는 거 있으세요? 간단하게 돈?”
나는 마력을 끌어모았다. 엘릭서와 대자연의 심장의 효과가 중첩되며 엄청난 양의 마력이 내 하체에 집중 되었다.
그리고 내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백은성은 살짝 표정이 굳었다.
“너……
이내 마력을 끌어모으는가 싶더니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의 빠른 속도 로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도 뒤를 돌아 바닥을 박 차며 뛰었다.
파앗!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속 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필요 이상의 마력을 하체에 집중했 더니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 만 나는 이를 악물고 달렸다.
쿵쿵쿵쿵!
뒤에서 내게 달려오는 백은성의 발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 공포감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흐 o o음|”
나는 계속해서 달렸다.
1초…… 2초…… 그리고 3초.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가장 길게 느
껴진 3초였다. 그리고 나는 바닥을
박차고 크게 점프했다.
내 등 뒤로 백은성의 창이 찔려오 는 게 느껴졌다.
푸욱!
“끄윽!”
창의 거리는 닿지 않았지만, 창끝
에서 뻗어지는 날카로운 마력의 창
날이 내 등을 푹 찔렀다. 하지만 다 행히 창 본체에 찔린 것은 아니었기 에 잡히진 않았다.
0.1 초의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 니다. 그리고 나는 아래로 빠르게 추락했다.
풍덩!
차가운 바닷물이 내 몸을 감싸 안 았다. 동시에 공기가 사라지며 푸른 세상이 눈앞에 보였다.
찔린 등에서 피가 흘러나와 주변을 살짝 붉게 물들였다.
나는 고통을 참아내고는 바닷속에서 계속 헤엄쳤다.
그렇게 한 1분가량을 헤엄치고는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푸핫!”
멀리서 망연자실한 얼굴로 나를 바 라보는 백은성의 얼굴이 보였다.
“야, 야이…… 야이 미친놈아! 거 기서 안 나와?!”
내가 미쳤다고 나오겠냐.
나는 창에 찔린 둥 부위를 어루만 졌다. 상처가 바닷물에 닿자 끔찍한 고통이 이어졌다.
이대로 놔두다간 과다출혈로 죽을 지도 모른다. 세균에 감염될지도 모 르고.
빨리 육지 밖으로 나와서 치료해야 겠는데.
“야! 나와! 비겁한 새끼야! 야!”
백은성은 계속해서 내게 소리를 지 르고 있었다.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귀가 아플 지경이다.
“엿이나 까잡숴.”
나는 백은성을 향해 가운뎃손가락 을 들어 올렸다. 그것을 보자 백은 성의 눈이 뒤집혔다.
“이, 이 미친 새끼가!”
나는 그를 무시하고 뒤돌아 다시 헤엄을 쳤다. 나를 향한 비난의 목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지만 전부 무 시했다.
“야! 어디가?! 이리 안 와?! 가지 마아!”
신창(神槍) 백은성.
마법사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육체파 강화계 마법사.
그는 물을 무서워한다.
“허억...... 허억......
해안에 떠밀리듯 모래사장으로 터 벅터벅 걸어 나왔다.
엘릭서의 부작용과 너무 많은 피를 쏟아낸 탓에 몸에 힘이 없다.
“끄으윽!”
나는 그대로 모래사장에 쓰러지둣 엎어졌다.
“……죽는 줄 알았네.”
나는 멍하니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 았다. 긴 사투 끝에 찾아온 평화로 움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축낼 순 없다.
다시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주변에 사람이 없나 둘러본 뒤 조심스럽게 아공간에 넣어뒀던 생명의 잔을 꺼냈다.
금빛으로 빛나는 황금 잔.
나는 잔 안에 바닷물을 가득 담갔 다.
이내 잔에 담긴 바닷물에 환한 빛 이 번쩍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바
닷물이 아주 맑고 투명한 빛으로 변 화했다.
“……신기하네. 이대로 마시면 되 려나?”
나는 잔을 요리조리 살펴보다가 그 대로 들이켰다.
바닷물을 마셨음에도 ‘정화’의 효 과인지 짠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 다.
[‘정화의 물 섭취’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후.”
몸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몽롱 했던 정신도 조금씩 맑아졌다. 등의 피도 빠르게 멎어가고 있었다.
완전체의 모습인 성배의 힘까지는 아니었지만, 역시 유물은 유물. 엄청 난 회복력이다.
“……대단하네.”
나는 생명의 잔을 다시 아공간 안 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거즈를 꺼냈다. 비상용품은 언제나 아공간에 넣고
다니고 있다.
상의를 벗고 거즈를 넓게 펼쳐 등 에 둘렀다.
약간의 고통이 느껴졌지만, 생명의 잔의 효과인지 고통은 조금 덜해졌다.
“휴.”
아공간에서 옷가지 꺼내 갈아입은 나는 다시 원래 장소로 돌아갈 준비 를 했다.
삐용 삐용!
밖에는 큰 소란이 일고 있었다. 사
이렌 소리가 울리며 이동하는 특무 팀의 차량들이 보였다.
이쯤 되면 사건도 슬슬 끝났겠네.
백은성은 잘 도망쳤으려나.
혹시 나 때문에 열 받아서 특무팀 과 혼자 싸우고 있는 건 또 아니겠 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지웠다.
백은성은 가끔 급발진하는 성격을 갖고 있긴 했지만 멍청한 녀석은 아 니었다.
아마 누구보다 빠르게 자신의 상황 이 망했음을 깨닫고 어디론가 도망
쳤을 거다.
“흐으음!”
뻐근해진 몸을 가볍게 풀었다.
그럼 슬슬 사건 현장으로 다시 돌 아가 볼까.
진원포 길드 전쟁 사건은 특무팀 요원이 대거 투입되며 금세 진압되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