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9화 (79/535)

강경찰은 우리를 알아본듯 신기해 하는 반응을 보였다.

혹시 아는 이름일까 싶어 강경찰이 라는 이름을 되뇌어봤는데 딱히 기 억에 남는 이름은 아니었다.

“아, 그리고 제가 오늘 여러분들을 인솔할 담당자입니다. 3일간 함께 다닐 테니 알아두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따라오시죠.”

그렇게 우리는 강경찰의 안내에 따 라 특무팀 실내를 돌아다니며 간단 한 설명을 들었다.

“자자, 이 안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강경찰은 ‘다목적실’이라고 적힌 장소에 우리를 안내했다.

“편히 앉아들 계세요. 간단한 소양 교육을 진행할 거라서요.”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슬쩍 내 옆에 앉은 유아라를 보았 다. 양 뺨이 살짝 상기되어 있는 게 조금 들뜬 느낌이다.

이런 모습은 또 처음이라 신기했다. 아무래도 그녀의 장래 희망이 특무팀 활동이다 보니 그런 게 아닐 까.

“멋지네.”

유아라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러더 니 나를 봤다.

“멋지지 않아?”

“……어. 멋지네.”

“나도 졸업 후에 이런 곳에서 활동 하고 싶어.”

짧은 말에 그녀의 굳은 신념이 느 껴졌다. 이렇게까지 특무 활동을 하 고 싶은 거구나. 그때 최서윤이 유 아라에게 말했다.

“선배님 성적이면 특무팀 서울 본 사도 프리패스일 걸요?”

최서윤의 말에 유아라가 씁쓸한 미 소를 지었다.

“내 의지대로 전부 되는 게 아니라 서.”

유아라의 말에 최서윤이 궁금증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그래서 넌 졸업 후에 뭐 할지 생각했어?”

유아라가 내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 눈빛이 사뭇 진지해 장난식 으로 대답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 후라…….

아직 정확히 정하진 않았다. 대략 적인 생각만 해두었을 뿐.

“……확실히 정하진 않았는데. 나 도 특무 쪽에 관심이 많긴 해.”

졸업 후, 이서준을 포함한 원작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대거 특무팀 소 속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리고 이 세계에 터지는 수많은 사건 역시 특무팀 활동 중에 터지기 도 하고.

원작 전개의 개입을 생각한다면 특 무팀에서 활동하는 것도 괜찮은 방 법이다.

물론 내가 말하는 특무팀은 이런

도시의 한 구역을 지키는 특무팀이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대테러 특무팀을 말한다.

“역시. 너라면 그럴 줄 알았어.”

유아라가 내 눈을 바라보더니 그렇 게 말했다.

나라면 그럴 줄 알았다니.

얘는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그렇게 의아함을 느끼고 있을 때 준비를 끝낸 강경찰이 손뼉을 가볍 게 치며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아주 짧게 소 양 교육을 하겠습니다.”

짝짝짝짝.

약 1시간가량의 소양 교육이 끝났 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시민의 안전, 인명구조 법. 그리고 각종 범죄와 테러리스트 상대로 어떻게 대웅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우리는 짧게 휴식을 취하고 배정된 대기실 빈자리에 앉았다.

여기 앉아서 따분하게 기다리고 있 다가 어디선가 신고가 들어오면 출 동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순찰도 하긴 하지만 순찰은 오후부터 한다고 한다.

“흐으음.”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원작에서 묘사된 인천의 모습 때문에 사건 이 자주 터질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선배님.”

그때 최서윤이 나를 불렀다.

“어, 왜?”

“궁금한 게 있는데 뭐 물어봐도 돼 요?”

나한테 궁금한 거?

“뭔데‘?”

“다큐는 왜 찍으신 거예요?”

최서윤의 말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냥 별생각 없이 찍었는데.”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요?”

“어, 왜?”

“……아뇨. 그냥 너무 뜬금없어서 요. 혹시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닐

까 싶어서.”

“그런 거 없어.”

내 대답에 최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수긍하진 못한 모양이다. 뭔가 더 캐묻고 싶은데 간신히 참는 표정.

그러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보나마나 쓸데없는 상상이겠지.

그때 옆에서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이번엔 유아라가 의문에 찬 눈 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넌 또 왜?”

“생각해보니 이상해서.”

“뭐가.”

“넌 좀 겉으로 드러내는 거 싫어하 잖아. 숨기는 것도 많고.”

얘는 또 뭔 소리야.

“흐으음.”

유아라가 가늘게 뜬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무슨 이점이 있길래.”

내가 황당해하는 시선으로 바라보 자 유아라가 말했다.

“아, 미안. 너라면 뭔가 다른 의도 가 있지 않을까 해서.”

뭐라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나 혼자 다른 세계에 사는 기분이 다.

그렇게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며 대 기할 때였다. 갑작스럽게 천장의 스 피커에서 강렬한 알림음이 울렸다.

-사건 발생, 사건 발생.

강경찰을 따라 우리는 사건 발생

지역에 도착했다.

도시 구석 어딘가에 있는 작은 폐 공장.

그 주변에 강한 마력의 폭발이 일 어났다. 보아하니 몬스터나 마인은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상대는 인간 이라는 거다.

“혹시 모르니 끼어들지 마시고 일 단 뒤에서 지켜보세요. 그리고 주변 시민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주시 고요.”

강경찰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 였다.

“네!”

강경찰은 동료 특무팀 마법사를 이 끌고 폐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들은 시민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입 구 쪽에서 있었다.

“설마 진짜 현장에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니까 긴장 해.”

쿠우우웅!

폐공장에서 강한 마력의 폭발음이 터졌다.

전투가 일어난 모양이다. 느껴지는 마력의 숫자를 보아하니 상대도 한 둘이 아니다.

콰아아아앙!

마력 폭발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이내 폐공장 2충에서 눈이 부실둣한 환한 불덩이가 퍼지더니 그곳에서 한 남성이 밖으로 뛰어내렸다.

쿵!

남자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더니 입구에 있는 우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비켜!”

남자가 신체를 마력으로 강화하며 우리에게 돌진했다.

상당히 빠른 속도.

움직임만 보면 최소 B등급 이상의 강화계 마법사였다.

그때 유아라가 화염 구체를 구현하 며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남자는 당황하지 않고 오히 려 유아라의 앞까지 빠르게 다가왔다.

나는 그 순간 마력으로 신체를 강 화해 남자를 밀쳐냈다.

“큭! 넌 뭐야!”

남자가 나를 보더니 소리쳤다. 나 는 대답 대신 마법을 구현해 남자를 향해 쏘아냈다.

콰앙!

마법은 적중했지만 큰 피해는 입히 지 못했다.

남자가 호신강기를 이용해 마법 공 격의 피해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반응 속도도 제법이다.

“이것들이!”

남자는 분노한 얼굴로 우리를 향해 다시 돌진했다. 뒤에서 유아라의 화 염 구체가 남자에게 쏘아졌다.

남자는 여유로운 움직임으로 공격 을 피해냈다. 그다음은 최서윤의 공 격이었다.

바닥에서 얼음이 솟아오르더니 남 자의 다리를 묶었다.

“잡았어요!”

“귀찮게!”

남자는 망설임 없는 움직임으로 다 리의 얼음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동시에 얼음이 와장창 깨지며 다시 자유의 몸이 되었다.

눈앞의 남자는 내 생각 이상으로 강했다. 수많은 추격전을 겪으며 전 투 경험이 상당한 듯싶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계속되는 전투 로 지쳤는지 움직임이 아까보다 느

려져 있었다.

나는 신체를 강화하며 앞으로 내달 렸다.

마법사들의 합동 전투에서 강화계 마법사가 없다면 누구 하나가 강화 계 마법사 역할을 대신 해주는 것이 좋다.

쿵!

육체가 부딪히는 강한 충격음이 크 게 울렸다.

남자가 빠르게 주먹을 휘둘렀지만 금선과로 인해 순발력이 크게 상숭 한 덕에 남자의 주먹을 눈으로 보며 피할 수 있었다.

남자는 내 빠른 회피에 살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이 새끼가!”

남자의 외침을 무시하며 나는 허리 춤의 마비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 남자의 허벅지를 푹 찔렀다.

“끄아아악!”

남자가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이어서 나는 남자의 뒤로 돌아 그 를 밀쳐 바닥에 깔아뭉갰다.

허리춤에서 특무팀에 미리 지급받 은 마금속 수갑을 꺼내 남자의 손목

에 채웠다.

찰칵.

“휴……

이것으로 한 명을 제압했다.

최서윤과 유아라가 내게 다가왔다.

“선배님 괜찮아요?”

“어, 괜찮아.”

“와. 근데 선배님 무슨 움직임 이……

고개를 들자 유아라와 최서윤이 꽤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금선과 섭취 이후로 육체 능력이

크게 상승했으니 놀랄 만도 하다.

“체력 단련을 꾸준히 했으니까.”

“……그런 것 치고는 거의 강화계 마법사 수준이던데요.”

그때 였다.

다시 한번 폐공장에서 강한 굉음이 울렸다.

두 명의 남자가 또다시 뛰어내렸다.

“크윽! 끈질긴 놈들!”

“어서 튀어!”

새로운 적이다. 그것도 이번엔 두 명.

나는 마력을 끌어모으며 자세를 잡 았다.

[빌런, ‘양철민 외 2명’을 성공적으 로 체포했습니다.]

[인과율이 0.1 상승합니다.]

[‘첫 특무 활동’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사건 종료.

범죄자들은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전부 어디론가 끌려갔다.

아마 이들은 태평양 어딘가에 숨겨 진 특수 마법사 교도소에 갇히게 될 것이다.

이 교도소와 관련해 아주 커다란 에피소드가 하나 있지만, 아직 그날 이 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

강경찰은 머리를 긁적이며 우리에 게 감사를 표했다.

“아이고. 체험 나온 학생들에게 이

렇게 큰 도움을 받을 줄은 생각 못 했는데. 덕분에 한 명도 놓치지 않 고 전부 체포했네요. 고마워요.”

“아뇨.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요. 근데 방금 사람들은 무슨 잘못 을 저지른 거예요?”

“아, 그 사람들 현상 수배범이에요. 강도, 폭행, 살인, 절도 둥의 범죄를 저지른.”

“아하.”

“덕분에 수배범들을 잡았으니 학생 들에게도 포상금이 지급될 거에요/

포상금이 라.

그렇게 강한 마법사는 아니었으니

아마 600만 원쯤 들어오려나. 이걸 셋이서 나누면 200…….

조금 아쉽긴 하지만 공짜 돈이니 그러려니 해야겠다.

그나저나 나도 돈이 많아지긴 했구 나. 200만 원이라는 돈이 적다고 느 껴질 정도면.

“아 참, 김선우 학생. 다친 곳은 없어요?”

“네, 전 괜찮습니다.”

“아까 어깨에 통중 좀 있으신 것 같던데.”

“이 정도쯤은 괜찮습니다.”

아까 전투 중에 다친 어깨 부위를 문지르며 말했다.

내 대답에 강경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행이네요. 혹시 문제 있으 면 바로 말해주세요. 그럼 이제 슬 슬 본부로 돌아갈까요?”

“넵.”

그렇게 우리는 강경찰의 차를 타고 다시 본부로 돌아왔다.

오늘 한 건 했다는 이유로 특무팀 요원들의 칭찬을 받으며 휴식 시간 이 주어졌다.

그렇게 우리는 간단한 간식과 잡담 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 실내 어디선가에서 작은 소 란이 일었다. 괜히 시선이 끌려 그 쪽을 바라봤다.

“야. 골드윈 소식 들었어?”

“어, 요즘 움직임이 조금 수상하다 더만.”

“뭔가 꾸미고 있는 거 같던데.”

익숙한 이름이 들려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골드윈?

골드윈이라면 저번에 마주쳤던 도

굴꾼 길드 이름인데.

“김선우 얘 좀 특이하네. 최근 성 적 보니까 장난 아니야. 1학년 때랑 너무 딴판인데.”

서울 어딘가에 숨어져 있는 자운의 아지트.

베르트와 진은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럴 수도 있지. 뒤늦게 실력이 확 늘어나는 케이스는 흔하니까.”

“아니, 얘는 그 수준을 넘어섰다니

까? 솔직히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야.”

베르트의 말에 진이 한숨을 푹 내 쉬었다.

“그래, 네 말대로 김선우가 마인의 몸통을 날려버린 녀석이 맞다고 쳐. 그래서 뭐 어쩔 건데.”

“조사해 봐야지. 이서준 주변 인물 이면서도 수상한 게 한둘이 아니니 까. 그리고 과거 기록이 깨끗한 것 도 이상하고.”

“흐음.”

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김선우의 정체가 뭐라고 생각하는

데?”

“특무팀. 혹은 여명의 칼날.”

“……김선우가 이서준을 감시하기 위해 몰래 심어둔 마법사라는 거 야?”

황당해하는 진의 말에 베르트가 고 개를 끄덕였다.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 그리고 김진철 회장, 그 노인네가 얼마나 치밀하고 무서운지 너도 알잖아.”

“……네 말을 들어보니까 뭔가 그 럴둣하게 들리긴 하네.”

“일단 생각은 해둬. 혹시 내 예상 이 맞을 지도 모르잖아.”

“어어, 알았어.”

그때 아지트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남성이 들어왔다.

잘생긴 외모의 동양인.

백은성이었다.

백은성은 어디 외출이라도 나가는 지 깔끔하게 정장 셔츠를 매만지며 말했다.

“나 지금 인천 간다.”

“아, 골드윈인가 골드킹 윙인가 뭔 가 하는 걔들 관리하러?”

진이 방금 생각났다는 둣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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