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효과가 올 때 됐는데.”
그 순간, 몸 안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몸 안에 뜨거운 열 기 같은 게 스멀스멀 올라왔다.
“읏?”
그 뜨거운 열기는 점차 강해졌다. 어느 순간 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 의 뜨거움이 느껴졌다.
“흐윽!”
나는 자세를 잡고 정신을 집중했
다. 마치 무협지의 운기조식을 하는 무인처럼 내 몸 안에 날뛰는 뜨거운 기운을 마나를 이용해 천천히 휘어 잡았다.
“흡!”
하지만 쉽지 않았다.
금선과의 기운이 마치 살아있는 뱀 처럼 내 몸 구석구석을 휘저었기 때 문이다.
나는 이를 악물고 내 안의 모든 마나를 끌어 올렸다. 자칫하다간 정 말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금선과의 기운과의 사투.
그리고 10분의 시간이 흘렀다.
금선과의 뜨거운 기운은 점차 가라 앉았다. 내 신체의 에너지와 융화되 는 과정이었다.
[‘최고급 영약 섭취’ 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초인의 발걸음’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적웅형 특성, ‘약물 적응’이 진화 합니다!]
[능력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체 력, 근력, 순발력이 3 상승했습니다.]
“♦.....휴우.”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자 안도 의 한숨이 나왔다.
기운도 어느덧 안정화 되었다. 평 소와 다르게 신체의 기운이 넘쳐 흐
르는 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하마터면 죽는 줄 알았 다.
일정 이상의 영약은 잘못 섭취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 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만큼의 끔찍한 시간이었다.
[능력치]
체력 : 67.7
근력 : 55.6
마력 : 38.5
속도 : 31.9
순발력 : 51.1
손재주 : 28.3
“......오오.”
그래도 눈에 띄게 상승한 체력과 근력, 순발력을 보자 방금 겪었던 모든 괴로움과 인내의 시간이 보람 차게 느껴졌다.
이 정도면 웬만한 프로 강화계 마법사들만큼의 신체 조건을 갖고 있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청난 성장이었다. 발현계 마법사 인 내가 갖기엔 너무나도 사치스러 울 만큼.
“진짜 대박이네.”
거기다 적응형 특성, ‘약물 적응’이 진화했다.
나는 곧바로 특성을 확인했다.
[약성 중폭(B)]
분류 : 특성
설명 : 섭취하는 약의 효능을 중폭 합니다.
[지속효과]
►약빨
약의 지속효과가 20% 상승합니다.
약의 효능이 20% 상승합니다.
약의 부작용이 30% 감소합니다.
마력이 2 상승합니다.
이름이 약성 증폭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속 효과에 약의 효능
20% 상승이 추가됐다.
“흐흐.”
완전 대박이다.
이번 유적지 보상 하나로 너무나도 많은 포인트와 능력치, 그리고 특성 을 얻어냈다.
행복함에 나는 그대로 바닥에 드러 누웠다.
마법사관학교의 인공 유적지에서 가까운 필드.
범죄 길드, 골드윈 소속의 두 남자
가 황당해하는 얼굴로 바닥에 앉아 통화를 하고 있었다.
힘들게 도착한 유적지에 유물은 없 고 수호자만 날뛰고 있어 무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전투를 치러 야 했다.
“다 털렸습니다.”
-뭐? 어떻게 털려?
“아주 간발의 차이로 다른 누군가 가 보상을 갖고 튀었습니다.”
통화를 하는 남자, 이철희가 조심 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골드윈의 부 길드장이 분개한 목소리를 터트렸다.
—이 새끼가! 야! 그게 말이 돼?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찾은 건데 그 걸 놓쳐? 너, 일회용 유적 감지기 가격이 얼만지는 알아?!
“죄송합니다……
-됐고, 누가 훔쳐 갔는지는 봤어?
“자세히는 못 봤고 잠깐 소리가 나 서 뒷모습만 살짝 봤습니다.”
- 뒷모습? 뒷모습을 봤으면 가서 잡았어야지!
크게 울리는 목소리에 이철희가 전 화기에서 귀를 살짝 떼었다.
“죄송합니다. 수호자가 하도 날뛰
는 바람에……
-에휴. 뒷모습만 봤으면 누군지도 모르지?
“……네, 그렇습니다. 교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밖에는.”
-한심한 것들. 보상을 빼앗겨도 어떻게 학생한테 뺏겨? 일단 인천으 로 복귀해!
뚝
전화가 끊겼다.
이철희와 김장원은 망연자실한 얼 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망했다.”
밤 10시라는 늦은 시간에 나는 기 숙사 밖으로 나왔다.
다름 아니라 금선과를 섭취한 이후 부터 몸에 들끓는 기운을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어서였다.
이 에너지를 어디다 풀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운동장으로 향했다. 달 리기만큼 쉽게 체력을 소모할 수 있 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운동장에 도착한 나는 천천히 주변 을 둘러보았다.
밤 10시라는 늦은 시간에 운동장 을 달리고 있으면 누군가가 이상하 게 볼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곳엔 아 무도 없었다.
쌀쌀한 밤공기를 느끼며 심호흡을 했다. 가볍게 점프하며 몸의 긴장을 풀어냈다.
어느 정도 준비는 끝났다. 자세를 잡고 마력을 끌어모아 하체를 강화 했다.
근력 능력치의 상승 덕분인지 신체 강화의 효율이 더욱 상승한 것이 느
껴졌다.
“하앗!”
나는 바닥을 박차며 앞으로 뛰어나 갔다.
평소보다 딸라진 움직임이었다. 시 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피부를 스쳤 다.
눈에 띄게 상승한 신체 능력에 감 탄하면서 앞으로 쭉쭉 내달렸다.
그렇게 20분가량 계속 뛰었다. 솔 직히 총 몇 바퀴를 뛰었는지도 모르 겠다.
다만 체력 능력치의 상승으로 20 분이나 뛰었음에도 내 신체는 지치
지 않았다.
“후우.…”
잠시 달리기를 멈추고 숨을 골랐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 아냈다.
“와. 이거 장난 아니네.”
아직도 몸에 활력이 넘친다. 영약 의 힘이 이렇게 대단했나.
그때 였다.
“김선우!”
옆에서 나를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 리가 들렸다. 화들짝 고개를 돌리니 이서준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네가 왜 여깄어?”
“잠깐 지나가다가 누가 뛰고 있길 래 봤는데 아는 얼굴이더라고.”
“ 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서준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아까 달리는 거 지켜봤 는데 너 엄청 빠르네.”
확실히 이번 신체 능력의 향상으로 아마 전교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빨라지긴 했다.
물론 이서준의 속도에는 아직 미치
지 못하겠지만.
그리고 지금의 내 달리기 속도는 영약에 의한 증진.
시간이 지나면 선천적으로 신체 능 력이 타고난 이서준과 금방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
“그래봤자 너보다 느린데 뭘.”
“느리긴. 나랑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준인 거 같던데.”
그러곤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조 용히 뒷말을 이었다.
“심지어 발현계면서……
이내 이서준이 어색한 미소를 홀렸
다.
“아무튼, 요즘 네 덕에 나도 자극 되고 열심히 하게 되네.”
“……그러냐.”
“후. 오늘은 이만 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좀더 훈련을 하고 들어가 야겠어. 너도 힘내라.”
그 말을 끝으로 이서준은 체력 훈 련장 방향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 다.
훈련을 마친 나는 기숙사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 주 수요일부터 2차 체험 학 습이 있다. 무엇을 할지 선택해야 한다.
“흐음.”
내 생각에는 앞으로의 전개를 생각 해 봤을 때 역시 ‘특무’ 체험이 가 장 좋을 것 같긴 하다.
특무란 테러나 마법 범죄를 예방하 는 치안 유지 활동이라고 보면 된 다.
소위 말하는 경찰이나 특수부대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마법사협회 특무팀의 ‘특무’ 역시 이것과 같은 의미였다.
그때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정말 의외의 인물에 게 날아온 메시지라 조금 놀랐다.
[너 이번 선택 활동 뭐 선택했어?]
다름 아닌 유아라였다.
예전 1차 중간시험 때 감사 메시 지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은데.
[난 특무 체험. 왜?]
[나랑 같네. 그럼 같은 조 할래?]
얘가 웬일로 같은 조를 하자고 하 지?
나는 눈을 깜빡이며 메시지를 멍하 니 보다가 답장을 입력했다.
[상관없어. 그럼 다른 멤버는? 특 무 체험은 3인 1조잖아.]
[이제 찾아봐야지. 생각나는 사람 있어?]
“……없는데.”
사실 이번에도 이서준과 같은 조를 하고 싶지만, 아마 원작에 따르면 이서준 조는 이미 꽉 찼을 가능성이 높다.
이서준, 신영준, 이현주. 아마 이렇 게 3인 1조겠지.
그렇다면 새로운 애를 찾아야 한다.
누가 좋을까. 이왕 하는 거 주요 등장인물과 함께하고 싶은데.
윤하영은 탑 공략 체험을 한다고
들었고…….
최서윤은 이서준이 아니라면 다른 1학년 애들과 하겠지.
그렇게 고민하던 때, 메시지가 도 착했다.
[선배님! 혹시 특무 체험 선택하셨 어요?]
최서윤이었다.
얘 설마 같이할 애 못 구했나?
[어. 너도 특무 체험이야?]
[넵! 그럼 저랑 같이하실래요?]
유아라에 이어 최서윤까지 같이하 자고 하다니.
이런 전개는 예상 못 했는데.
뭔가 신기함을 느끼다가 답장을 입 력했다.
[나 이미 한 명 구했는데. 너 혼자 면 상관없어.]
[저 혼자에요. 제 주변 1학년은 다 들 특무 체험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
고요...]
마침 혼자라고 하니 딱 좋긴 하다. 주요 등장인물이기도 하니 운 좋게 추가 포인트를 획득할 여지도 있고.
“근데 얘를 껴도 되려나.”
원작에서 유아라와 최서윤의 만남 은 좀 더 나중의 일이었다.
사실 원작에서 이 둘의 사이는 그 렇게 좋진 않았다.
재능이나 명문가 출신, 노력가라는 점에서 닮은 구석이 많았기에 은근 히 서로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일단 유아라의 의견을 묻는 게 우 선이기에 메시지를 새로 작성했다.
[1 학년 최서윤 알지? 얘 어때?]
메시지를 전송하자 답장은 빠르게 왔다.
[상관없어.]
다음 날.
인공 유적지에 숨겨진 비밀의 공간 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 지기 시작했다.
이서준을 포함한다른 몇몇 학생이 유적지에서 성인 남성들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다는 증언으로 인해 도굴 꾼의 소행으로 조용히 끝이 났다.
조금 싱거운 결말이었지만 나한테 는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다만 학교에서는 교내에 무단 침입 한 도굴꾼의 정체를 찾아내기 위해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원작에 의하면 철저한 조사
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도굴꾼의 정체를 알아낼 순 없을 것이다.
이들은 빌런의 모습으로 좀 더 나 중에 등장할 예정이니까.
그리고 수요일 이른 아침.
3일간 진행되는 선택 체험 활동이 다시 시작되었다.
특무 체험을 선택한 학생들은 집합 장소인 학교 앞 운동장에 모여 대기 하고 있었다.
나는 같은 조원인 유아라와 최서윤 과 함께 있었다.
“흐 ”
T그- .
가만히 서 있는데 뭔가 어색한 기 류가 흘렀다.
나와 얘들 사이에서 생기는 어색함 이 아니라, 저 둘에게서 생기는 어 색한 기류다.
친화력만큼은 그 누구보다 뛰어난 최서윤도 유아라가 어려운 모양이 다.
생각해보니 둘이 사용하는 속성도 얼음과 불로 상극이다.
설마 3일 내내 이런 분위기인 건 아니겠지?
그때 주변에서 우리를 향해 떠드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유아라랑 최서윤이다. 둘이 같은 조라던데.”
“와. 신기하네. 그런데 둘이 친했 나? 같이 있는 거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김선우 때문에 모인 거 아니야? 김선우 은근 발 넓잖아.”
“그런 거 같긴 하더라. 이서준이랑 도 꽤 친해 보이던데.”
나는 그들에게서 신경을 끄고 스마 트 폰으로 인터넷을 했다.
“어느 지역으로 배정될 거 같아?”
그때 유아라가 옆에서 내게 물었
다. 하지만 나도 모른다.
이서준이 서울 지역에 배정됐다는 건 원작을 통해 알고 있지만.
“글쎄. 너무 멀지만 않으면 좋겠는 데.”
내가 대답하자 최서윤이 끼어들었다.
“저 이번 특무 활동 어느 지역으로 배정되는지 알아요.”
“네가 어떻게 알아?”
“학교 커뮤니티에 정보가 유출됐거 든요.”
“그래? 어딘데?”
최서윤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인천 서구요.”
최서윤의 말대로 우리는 특무 활동 지역으로 인천 서구를 배정받았다.
교사의 발표가 끝나자 우리는 버스 를 타고 인천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어느덧 마법사 협회 특무팀, 인천 지부의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울 본사도 아닌데 생각보다 크 네요.”
“인천은 은근 마법 범죄 사건이 자
주 터지는 지역이니까.”
우리는 특무팀 건물 안으로 들어갔 다. 실내는 사무실처럼 되어 있었다.
사실 저번에 보았던 용병단 건물의 모습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그때 한 손에 커피를 든 남성이 우리를 알아보고는 말을 걸었다.
“혹시 이번에 특무 체험 활동하는 마법사관학교 학생?’’
“네, 맞습니다.”
“어우. 이거 꽤 유명한 학생들이 오셨네요? 반갑습니다. 인천 특무팀 소속 2팀장 강경찰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