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7화 (77/535)

“야, 여기야?”

“여기 맞아. 기계가 반응하고 있 네.”

누구지?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학생의 목소리라고 하기엔 좀 나이 대가 느껴졌다.

“조용히 말해. 들키겠어.”

“알았어.”

대화의 내용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학생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외부인? 대체 누굴까.

이서준은 호기심에 계단을 타고 내 려갔다.

그렇게 한 10초 정도 지났을까. 떠 들던 목소리가 사라졌다.

“뭐야.”

이서준은 호기심에 계속 계단을 내 려갔다. 그때 그의 앞에 익숙한 뒷 모습이 보였다.

“김선우?”

“어? 어, 또 만났네.”

김선우가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말 했다.

“여기서 뭐해?”

“……유적 찾고 있었는데.”

“유적‘?”

“아니, 유물. 잘 못 말했네.”

말끝을 흐리는 게 뭔가 수상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맞다. 너 유물 몇 개 찾았어?”

“나? 13개.”

“……뭐? 몇 개?”

이서준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방금 잘못 들은 건가?

“13개.”

“……여기 유물 네가 다 가져갔구 나.”

“다는 아니고 절반 정도?”

이서준은 황당한 시선으로 김선우 를 바라봤다.

김선우는 안절부절한 눈으로 주변 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바쁘니 이만 가본다."

김선우는 급한 발걸음으로 어디론 가 사라졌다.

이서준은 멍한 눈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13개면 지금도 1둥이 거의 확정일 텐데 뭐가 그리 바쁜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다.

“맞다. 13개면, 여기 다 털린 거잖 아.”

아씨. 망했다.

이서준은 서둘러 계단을 다시 올랐다.

지하 8충에 도착한 나는 앞으로 쭉 걸었다. 괜히 이서준과 마주쳐서 시간이 끌렸다.

도굴꾼들보다 빠르게 유물을 획득 해야 하는데 보아하니 도굴꾼들은 이미 지하 8층에 도착한 모양이다.

물론 내가 도굴꾼과 싸워 이길 수 있다면 유물 획득이고 뭐고, 싸워서 땟으면 되겠지만 도굴꾼의 수는 두 명이다.

거기다 두 명 모두가 최소 B등급 이상의 마법사일 확률이 높기 때문

에 나 혼자서 그들과 전투를 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어디로 가지.”

유적지는 미로로 되어있다.

길은 여러 군데.

숨겨진 공간의 입구 또한 여러 개 다.

오른쪽 길에서 도굴꾼들의 목소리 가 들리는 걸 보아하니 나는 왼쪽 길로 가는 게 맞는 판단인 것 같다.

그렇게 왼쪽 길을 이용해 쭉 걸었다.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하며 다른 변화가 없을까 계속 주변을 둘러보 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

그때 멀리 벽에 물감으로 난도질 된 난해한 그림이 눈에 보였다.

“이건가?”

한눈에 봐도 수상함이 느껴지는 그 림. 하지만 따로 마법진이 눈에 보 이거나 하진 않았다.

이런 경우 마법진이 다른 것에 덮 여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벽의 그림을 문지르니 그림이 사라 지며 숨겨져 있던 마법진이 눈에 들 어왔다.

“찾았다.”

나는 손바닥으로 벽을 쭉쭉 문질렀다. 이내 벽에 그려진 모든 그림이 지워졌다.

완벽한 마법진의 형태이다.

보는 눈이 있나 슬쩍 주변을 살피 다가 마법진을 해제했다.

우우우우웅…….

벽이 진동하며 새로운 공간이 생겨 났다.

“좋아. 좋아.”

나는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

운 유적지.

이끼가 잔뜩 낀 돌덩어리가 사방에 깔려 있었다.

마치 영화나 게임 속에서 보던 고 대 유적지의 이미지와 흡사했다.

[‘비밀 유적지 발견’ 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고고한 탐험가’ 업적을 달성했습

니다.]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다행히 아직 다른 사람이 출입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도굴꾼들보다 내가 빨리 도착한 모 양이다.

“근데 제단은 어디 있지?”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유적지의 보상이 있어야 할 제단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유적지 중앙에서 있는 거대 한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홀린 둣 나무에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 나뭇가지를 올려보 니 황금빛의 복숭아 하나가 달려있었다.

[금선과 (S)]

분류 : 영약

설명 : 복용 시, 체력과 근력, 순 발력이 영구적으로 최대 15까지 상 승합니다.

“와 미친.”

보자마자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무려 S등급의 영약.

게다가 체력, 근력, 순발력을 15나 상승시켜주는 엄청난 효능까지 가지 고 있었다.

“대박. 대박. 대박.”

나는 연신 대박을 외치며 금선과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직 금선과를 따지 않았 다. 유적지는 보상을 획득하는 순간 유적지의 ‘수호자’가 움직이기 때문 이다.

수호자의 강함은 유적지마다 다르 지만, 기본적으로 웬만한 던전의 보 스보다 강하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 이었다.

물론 이것에 대한 대처도 준비했다.

그때 였다.

쿠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 이 진동을 울렸다.

“이야. 여기네. 겨우 찾았다.”

“와. 웅장한 것 봐. 엄청 멋지네. 사진 찍어둬야지.”

나는 재빨리 나무 뒤로 몸을 숨겼

다.

도굴꾼들이 생각보다 빨리 유적지 를 찾아냈다.

“음. 제단이 안 보이네.”

“그러게. 어디에 있지?”

나는 슬쩍 인물 간파를 사용해 그 들의 정보를 확인했다.

이름 : 이철희

나이 : 32

종족 : 인간

상태 : 즐거움 마력 등급 : B+ 관심도 : 0

이름 : 김장원

나이 : 31

종족 : 인간 상태 : 긴장 마력 등급 : B+

관심도 : 0

이철희, 김장원.

저 둘은 범죄 조직 중 하나인 ‘골 드윈’ 길드 소속의 마법사다.

골드윈 길드는 이 세계에 숨겨진 수많은 마법 범죄 조직 길드 중 하 나인데, 자운의 멤버 ‘백은성’이 자 신의 유흥을 위해 정체를 숨기고 만 든 조직이었다.

“수호자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 지?”

“상대야 할 순 있는데 고생을 엄청 해야겠지.”

나는 침착하게 타이밍을 기다렸다. 저 둘이 입구에서 멀어지는 타이밍.

‘지금이다!’

나는 나무 위의 금선과를 따내었다.

동시에 유적지 전체에 강한 진동이 울렸다.

“어어? 뭐야?”

“왜 이래?”

도굴꾼들이 놀라서 주변을 둘러봤 다.

그리고 유적지의 구석 어둠 속에서 푸른 안광을 빛내는 거대한 동상이 걸어 나왔다.

“수, 수호자?”

“뭐야? 보상 아이템도 안 가져갔는 데 수호자가 왜 먼저 움직여?”

“아씨! 몰라! 전투 준비해!”

도굴꾼들은 서둘러 각자의 무기를 꺼내며 전투를 준비했다.

시선은 확실히 끌렸다. 도망치려면 지금뿐이다.

수호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10초 내로 유적지의 문이 잠기니까.

나는 에어워크를 이용해 빠르게 문 을 향해 달려갔다.

“어? 어? 뭐야? 저거 누구야!”

내가 뒤도 안 돌아보고 달리자 뒤 에서 나를 향한 도굴꾼들의 목소리 가 들렸다.

나를 쫓아가려 했지만 이내 수호자 가 그들을 막아섰다.

‘그럼 수고해라.’

그렇게 나는 유유히 유적지의 밖으 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유적 지의 문이 다시 닫혔다.

“휴.”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아까와 같은 긴 미로가 보였다.

나는 손에 쥔 금선과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흐흐.”

설마 S등급의 영약을 획득하게 될 줄이야.

이런 최고급 영약은 시장에 나오지 도 않을뿐더러, 거래가 된다고 하더 라도 돈으로 값을 환산할 수 없어 다른 아이템과의 거래로만 획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역시 유적지. 보상 하나는 끝내준 다.

나는 조용히 웃고는 금선과를 아공 간 안에 집어넣었다.

지금 당장 복용하고 싶지만, 이런 최고급 영약을 멋대로 섭취하면 들 끓는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하니 나중을 기약 하기로 하고…….

“일단 딸리 돌아가야지.”

나는 기지개를 쭉 켜다가 스마트 학생 수첩을 바라봤다.

지금 시간이 오후 4시 22분이니 까…….

약 8분의 시간이 남았다.

“잠깐.”

이번 유적 수업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제시간 안에 복귀하 는 것.

제시간 안에 복귀하지 못하면 얻은 유물의 개수와 상관없이 0점 처리된 다.

“아씨. 망했다.”

나는 서둘러 미로의 복도를 쭉 달 렸다.

그렇게 쉬지도 않고 계속 달렸더니 제시간 안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남은 시간은 겨우 1분.

정말 아슬아슬했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이번 훈련 성적은 0점이 되었겠지.

내가 도착하자 교사가 나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

“김선우, 아슬아슬했군.”

“……휴.”

나는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꼴찌로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게 마 음에 안 드는지 주변 학생들의 눈총 이 따가웠다.

“그럼, 김선우. 획득한 마석을 제출 해라.”

나는 품 안에서 마석 13개를 꺼내 장안철에게 내밀었다.

동시에 학생들이 경악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와. 저게 몇 개냐? 10개는 넘어 보이는데?”

“얘 혼자 유적지 하나 싹 쓸어갔 네.”

“아씨! 내가 간 유적지, 누가 싹 털어 갔던데 쟤가 범인이었어?!”

놀란 반웅은 장안철 역시 마찬가지 였다.

“……13개. 압도적이구나. 또 이렇 게 나를 놀래키다니.”

장안철은 조용히 중얼거리더니 다 시 입을 열었다.

“칭찬해주마. 네가 1등이다. 그것 도 압도적으로.”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기에 기쁘 거나 놀라지는 않았다.

“다음 훈련도 기대하도록 하겠다.

그럼 자리로 돌아가라.”

“네.”

나는 학생들이 모인 곳으로 돌아갔 다. 자리로 돌아가자 윤하영이 기다 렸다는 듯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와. 선우야 어떻게 13개나 찾았 어? 난 3개 밖에 못 찾았는데.”

“뭐야. 3개밖에 못 찾았어?”

“웅. 난 뭘 찾는 걸 잘 못하겠더라 고. 근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뺄리 찾을 수 있어?”

“어…… 이게 관찰력이 중요한 분 야라.”

라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관찰력보 다는 외부자의 혜택빨이다.

아마 외부자의 혜택이 없었더라면 고작해야 6개 정도의 마석을 찾았겠 지.

그렇게 윤하영과 대화를 하는데 어 디선가 시선이 느껴졌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이서준이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번에 13둥 했거든. 네가 유 물을 휩쓸어간 덕에.”

이서준이 허탈해하는 표정으로 내

게 말했다. 표정도 평소보다 멍한 게 충격을 꽤나 받은 모양이다.

하긴, 이서준에겐 조금 충격적일 수도 있겠다.

살면서 5등 밖의 점수를 받는 건 그에겐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그러냐.”

하지만 따로 위로해줄 생각은 없었다.

60위 앞에서 성적 한탄하는 1위의 모습이 좋게 보일 리 없었으니까.

월요일의 모든 수업을 마치고 기숙 사로 돌아왔다.

오늘은 의외의 득템이 있었기에 훈 련까지 스킵했다.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는 소파에 앉아 아공간에서 금선 과를 꺼냈다.

“너무 아름답네.”

황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복숭아.

그 아름다운 자태를 보자 가슴이 웅장해진다.

내가 과연 이렇게 비싼 영약을 섭 취해도 되는 걸까.

나에게 근력과 체력은 크게 의미 있는 능력치는 아닌데 강화계인 이서준에게 양보하는 게 좋지 않을까.

별생각이 다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역시 내가 먹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기본 능력치가 높은 이서준이 먹는 다면 고작 20% 정도의 능력 향상 밖에 되지 않겠지만, 내가 섭취하면

거의 30% 가까운 성장을 할 수 있 으니까.

그렇다면 효율을 따졌을 때 내가 섭취하는 게 좋겠지.

……라는 자기최면을 하며 금선과 를 쥐었다.

“이거 근데 이대로 먹어도 되려 나.”

소문에 의하면 귀한 영약을 함부로 복용하다가 날뛰는 힘을 다스리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고 들었다.

나에게도 그런 일이 생기면 상당히 곤란했다.

“괜찮겠지?”

그래도 나름 B등급 이상의 마력을 다룰 수 있는 나니까 괜찮지 않을 까.

마법을 전혀 못 다루는 일반인도 아니고.

나는 금선과를 적당히 물로 씻겨내 고는 입으로 크게 한입 베어 먹었다.

“으으음..

맛은 평범한 복숭아와 비숫했다. 은근히 씹는 맛이 좋아서 계속 입으 로 베어 먹었다.

얼마 안 가, 나는 금선과를 전부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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