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진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백은성의 말이 맞다면 김선우의 마 법은 A등급 이상의 강함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때 흥미를 느낀 베르트가 백은성 에게 다가갔다.
“그거 자세히 말해봐. 혹시 그 마 법 무속성이었어?”
목요일 오전 9시.
포탈 게이트 앞에 450명 이상의 학생이 모였다.
무슨 시험을 전 학년이 동시에 같 이 보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 만, 시험장소인 무인도는 면적이 상 당히 넓다.
학년별로 따로 시험을 치르게 된다 면 그 넓은 섬에 고작 150명의 학 생이 남아 있게 되어 경쟁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런 이유로 최대한 많은 인원을 끌어모으기 위해 전 학년이 함께 시 험을 보게 됐다.
물론 전 학년이 함께 보는 시험은 몬스터 헌터 시험만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시험에도 또다시 등장한다.
그렇게 혼자 대기하고 있는데 멀리 서 이서준과 신영준, 최서윤이 나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했다.
“선우야.”
“선배님, 안녕하세요!”
“어, 안녕.”
나는 대충 인사를 받아주고는 오늘 의 내 목표, 장예의 위치를 찾았다.
어디 있을까.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멀리 다른 3학년들과 즐겁게 웃고 있는 장 예를 찾아냈다.
그녀 역시 오늘 이서준을 노리고 있을 텐데 나와는 다르게 아주 태연 함을 연기하고 있었다.
하긴 평생을 연기하며 살아온 마인 인데 저 정도 연기쯤은 쉽게 할 수 있겠지.
혹시나 해서 인물 간파를 다시 사 용해보았다.
이름 : 장예
나이 : 19
종족 : 마인 상태 : 초긴장 마력 등급 : A 관심도 : 0
뭐야.
마력 등급이 A?
이전에 봤을 땐 분명 A-였는데 또 다시 한 단계 상승했다. 정상적인 속도가 아니다. 아무래도 십마회에서 그녀를 제대로 지원한 모양이다.
이거 생각보다 난이도가 더 높아진 거 같은데…….
과연 내가 잘 해결할 수 있을까.
“선배님?”
“웅?”
최서윤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시 선을 돌렸다. 그녀는 의미심장하게
나를 보더니 이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왜. 뭐. 왜 그러는데.”
“아니에요. 이제 시험인데 집중하 셔야죠.”
“……어. 그래.”
그렇게 잠시 시험이 시작하기를 기 다리는데 문득 이서준에게 물어야 할 것이 떠올랐다.
“이서준.”
“어, 왜?”
“너 혹시 이번 시험에서 누구랑 협 동하냐?”
내 질문에 이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솔플할거야. 룰 들어보니까 협동의 필요성을 못 느끼겠더라고. 근데 왜? 혹시 나랑 협동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
이서준이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그냥 궁금해서.”
이건 희소식이다. 혹시 이서준이 장예와 협동을 하게 된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었으니까.
“자! 모두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때 단상 위에서 있던 한 교사 의 외침이 들렸다.
동시에 시끄럽던 분위기가 한순간 에 고요해졌다.
“지금부터 1박 2일간 몬스터 헌터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협동은 자 유지만 협동 점수가 따로 주어진다 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오직 몬스터 의 심장에 있는 마석을 채취해, 그 크기와, 담긴 마력. 그리고 개수에 따라 점수가 부여됩니다.”
학생들은 귀를 기울이며 교사의 말 을 들었다.
중간중간 학생들의 떠드는 목소리
가 들리기도 했다.
“뭐야. 마석을 꺼내야 하는 거면 직접 손으로 해부해야겠네.”
“아, 몬스터 해부학 수업 제대로 안 들었는데. 귀찮게 됐네.”
학생들 사이에서 걱정 어린 목소리 가 하나둘씩 들렸지만 나는 크게 신 경 쓰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내 목표는 몬스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시험에서 내 목표는 장예. 오직 하나뿐이다.
오히려 이번 시험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몬스터가 아니라 영상 기록용 특수 드론이다.
각 드론이 시험장을 실시간으로 촬 영하고 있어 내가 장예를 노리는 것 을 들킬 수도 있었다.
물론 드론에 대한 대처는 미리 준 비해 놨다.
“학생끼리의 전투는 절대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석의 도난이나 강탈 역시 절대 허용하지 않습니다. 적발 시 바로 최하점 처리를 하겠습니다. 시험 종료는 다음 날 오전 10 시까지. 이상입니다.”
포탈 게이트를 타고 무인도에 도착 한 우리는 각자 지정된 위치에 배정 되었다. 그.리고 약 20분간의 대기시 간을 가졌다. 시간이 지나자 내 옆 에서 날고 있는 드론에서 기계음이 울렸다.
[자, 지금부터 중간시험. 몬스터 헌 터 시험을 시작합니다!]
“이제 시작인가.”
나는 시간올 확인하기 위해 주머니 에서 스마트 학생 수첩을 꺼냈다. 무인도 특성상 통신 전파가 차단되
어 있지만, 시간 정도는 충분히 확 인할 수 있었다.
시간은 오전 10시.
시험 종료까지 너무나도 많은 시간 이 남았다.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 러보며 지형부터 확인했다.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나무들. 마 치 거대한 숲 속에 있는 둣했다.
위이이잉!
아 시끄럽네.”
내 옆에서 자꾸 울려대는 드론을
째려보았다. 드론에 달린 카메라가 찌잉 찌잉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물론 카메라가 움직이고 있다고 해 서 누군가가 실시간으로 나를 감시 중인 건 아니다.
그냥 초점의 변화를 위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흠……
그나저나 장예를 찾아야 할 텐데.
이 넓은 곳에서 장예를 무슨 수로 찾지.
“역시 그걸 사용해야 하는 건가.”
뭔가 해결 방법이 없을 때 이것만
큼 해결하기 쉬운 방법이 없다.
나는 포인트 상점을 열었다. 그리 고 검색창을 이용해 ‘나침반’을 검 색했다.
[마인 탐지 나침반(???)]
분류 : 특수 아이템
설명 : 2시간 동안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마인을 탐지할 수 있는 나침반 입니다.
[지속 효과]
►마인 탐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마인의 위치를 추적합니다. 2시간의 사용 시간이 끝나면 아이템은 자동으로 효력을 잃습니다.
가격 : 10,000
고작 2시간의 시간뿐이지만 가까이 에 있는 마인을 탐색할 수 있는 특 수 아이템이었다.
가격이 좀 비싸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장예를 찾는 게 나에겐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
[마인 탐지 나침반으???)을 구매했 습니다.]
허공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내 손 위로 떠 올랐다.
참고로 포인트 상점을 이용한 특수 아이템은 남들의 시선에 보이지 않 는다. 아마 내 손에 있는 나침반은 드론에 보이지 않을 테지.
그럼 찾아볼까.
오후 5시.
장예는 몬스터를 찾아 숲을 돌아다 니고 있었다.
이제는 조금 지치기 시작했다. 몬 스터가 생각보다 쉽게 발견되지도 않을뿐더러 주변에 벌레가 많아 스 트레스만 쌓였다.
“후.”
그래도 다행인 점은 숙식을 핑계로 이서준과 밤에 만나기로 미리 약속
해늏은 것이다.
시간과 장소는 오후 9시에 무인도 중앙에 있는 거대한 산의 꼭대기.
몬스터 헌터 시험이 치러지는 무인 도에 대한 정보는 전교생 사이에서 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기에 미리 약속 장소를 정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 몬스터나 사냥하며 시간 을 축내다가 이서준올 만나 그가 방 심하는 타이밍을 노려 기습 공격해 죽이면 된다.
“좋아.”
그렇게 혼자 자신의 계획을 머릿속 으로 떠올릴 때였다.
우우웅……
가까운 곳에서 강력한 마력이 느껴 졌다.
이 정도의 마력이면 학생들 사이에서도 최상위권.
혹시 이서준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마력이 느껴지는 곳으로 달려갔다.
“흐아아앗!”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 달리 그곳엔 다른 익숙한 얼굴의 남성이 있었다. 남자의 정체는 이서준의 절친인 신 영준.
거대한 장창을 휘두르며 거대 괴물
곰과 겨루고 있었다.
과연 2학년 3위의 실력은 맞는지 C급 몬스터인 거대 괴물 곰을 아주 깔끔한 움직임으로 처리하며 전투에서 숭리했다.
“휴우.”
신영준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장예는 이때다 싶어 신영준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영준 후배.”
장예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 갔다.
신영준은 장예를 발견하곤 반갑게 고개를 숙였다.
“아, 선배님. 안녕하세요.”
“실력이 훌륭한데요? 정말 깔끔한 마무리 였어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신영준이 머리를 긁으며 밝게 웃었다.
“선배님은 몬스터 좀 잡으셨어요?”
“아뇨. 아쉽게도 아직 몬스터를 4 마리밖에 못 만나봤네요.”
“이런.”
신영준의 아쉬워하는 말에 장예는
쓸쓸해하는 표정을 연기했다.
“그런데 영준 후배는 흔자 다니는 거예요?”
“네, 우선은 그러고 있어요. 혼자서 도 충분히 다 해결할 자신이 있어서 요. 하하하.”
그렇게 장예는 신영준과 3분가량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궁금한 것을 넌지시 물었다.
“혹시 저번 1차 중간시험 기억하세 요?”
“1차 중간시험이요? 그건 갑자기 왜요?”
“그때 큰 사건이 있었잖아요. 마인
습격이라던가.”
“아, 그랬죠.”
신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그때 결계에 갇혀있었거든 요.”
“아, 선배님도 3학년이니 그렇겠네 요. 그때 안에서준이도 있었다던 데.”
그 말에 장예는 눈을 반짝였다.
어쩌면 대결계 안에 있던 이서준을 제외한다른 인물에 대한 정보를 그 가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혹시 그때 이서준 말고 다른 2학
년 학생도 있었나요?”
장예는 돌직구로 물었다.
어차피 오늘 이서준은 자신의 손에 죽을 운명.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으 니까.
신영준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었어요.”
역시!
장예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누군데요?”
“김 선우요.”
“……네?”
오후 7시.
신영준과 헤어진 장예는 심각한 얼 굴로 이서준과의 약속 장소인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신영준과 헤어 지기 전에 들었던 말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김선우요.
김선우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지난번 김선우에
게 물었을 땐 그는 분명 당시 대결
계에 있던 사람을 모른다고 했다.
그 말은 즉, 김선우가 거짓말을 했
다는 이야기였다.
“어째서 거짓말을 한 거지?”
거짓말.
아무 이유 없이 그가 거짓말을 하
진 않았을 거다. 다른 이유가 있었
을 터.
결계 안에 있었다는 걸 숨겨야 하 는 이유…….
“……김선우였어.”
장예의 목소리가 떨렸다. 퍼즐이 하나둘씩 풀리기 시작했다.
“그 애가 예언의 아이였어.”
그날 김선우가 결계 안에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더라면 우연으로 넘어 갈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거짓말을 했다는 건 그에게도 찔리는 무언가 가 있다는 중거였다.
그리고 그 찔림의 원인은 아마 그 가 가진 멸마의 힘일 것이고.
“찾았다. 드디어……
임무 하나를 완수했다. 이제 남은 임무인 이서준 암살만 마치면 십마 회에서 큰 포상이 내려올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버지의 원수인 김 진우에게 복수할 기회가 생기겠지.
그렇게 임무 하나를 완수했다는 기 쁨에 가득 차 있던 순간.
가까운 어딘가에서 특수한 에너지 의 파장이 퍼지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웅!
“......뭐야?”
갑작스럽게 벌어진 의문의 상황에
장예는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 다.
에너지의 파장은 드론을 휩쓸었고, 드론의 몸체는 휘청거리며 불안하게 떨더니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는 당황한 시선으로 주변을 둘 러보았다. 대체 어디서 이런 에너지 가 쏘아진 것인지 그녀로서는 알 수 가 없었다.
본능적으로 상황의 심각함을 감지 하곤 빠르게 주변의 변화를 찾았다.
그 순간.
그녀의 눈앞에 환한 빛이 번쩍였
다. 눈이 멀 것 같은 섬광.
그 빛은 빠른 속도로 그녀를 향해 나아갔고, 이내 그녀의 몸을 꿰뚫으 며 거대한 굉음을 울렸다.
오후 6시 30분.
나는 무인도 중앙에 있는 바위산 절벽 위에서 장예를 보고 있었다.
장예는 신영준과 대화 이후 계속 산 위를 오르고 있었다.
신영준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는 정확히 모르지만, 그녀의 표정에 담긴 심각함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 지 않았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붉게
노을이 지며 밤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슬슬 때가 됐나.”
나는 주변의 드론을 살폈다. 다행 히 산 위에선 드론의 양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었고 이곳은 시야의 사각지대였다.
아공간을 열어 새하얀 막대기를 꺼 냈다.
이 막대기의 이름은 ‘통신 마비 키 트’.
다른 이름으로는 소형 EMP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포인트 상점에서 무 려 2만 포인트를 주고 구매한 S등
급의 1회용 특수 아이템이었다.
막대의 끝에 달린 붉은 버튼을 누 르면 특수한 전자기파가 넓게 퍼지 며 일시적으로 모든 통신 장비를 마 비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후우.”
이제 시간이 된 것 같다.
나는 한번 심호흡을 하고 통신 마 비 키트의 버튼을 눌렀다.
딸깍.
버튼을 누르자 특수한 에너지가 넓 게 퍼지더니 이 주변 일대를 휩쓸었다.
인간에게 무해하기 때문에 내 몸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었다.
지직. 지지직.
그리고 소형 EMP라고 불리는 이 름답게 효과는 확실했다.
주변에 보이는 모든 드론이 휘청거 리더니 모조리 바닥에 떨어지기 시 작했다.
아마 갑작스럽게 통신이 끊기자 학 교 측에서는 꽤나 당황했을 테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