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봐도 뭔가 수상하게 생겼잖아. 그리고 내가 좀 의심이 많거든.”
“아니 그래도 그렇지……
유아라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유아라 입장에서는 놀랄 만 도 하다. 이 정도면 거의 정답을 알 고 행동하는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이번에 획 득한 마법진의 일부를 출구에 새겼 다.
우우우웅
마법진의 일부가 다시 채워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는 모든
단서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게 마지막이야.”
“바로 해보자.”
나는 단서를 이용해 마법진의 남은 부분을 채워 넣었다.
완벽한 모형의 마법진이 완성됐다. 동시에 강한 빛이 뿜어지더니 벽이 열리기 시작했다.
“됐다.”
이제 다음 스테이지다.
미친듯한 속도로 우리는 마지막 스 테이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지막 스테이지는 첫 번째 스테이 지와 같이 새하얀 방이었다.
그리고 이전 스테이지와 같이 빠르 게 단서를 찾아 마법진을 완성 시켰 다.
“……너 뒤에서 무슨 짓 했지?”
한참 단서 찾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아까부터 놀람을 감추지 못하던 유 아라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말했다.
“무슨 소리야.”
“아니 적당히 빨라야지. 무슨 정답 을 다 아는 것처럼 움직이는데. 뭔 가 불법 행위 저지른 거 아니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내가 대꾸할 필요도 없다는 듯 굴 었지만, 유아라는 의심을 풀지 않았 다.
“ 흐음......
“그리고 나 이론 1위잖아. 호기심 많아서 이것저것 다 공부해봐서 알 고 있는 거야.”
솔직히 말이 안 되는 핑계지만 대 충 지어내서 말했다.
다행히 유아라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를 향한 의심의 시선은 끝까지 거두지 않았다.
번쩍!
강한 빛이 눈 앞을 가리더니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대기실이었다.
『압도적 1등’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시험 신기록’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4,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2조. 아주 압도적이었다. 23 분 24초 만에 탈출하다니.”
교사, 장안철이 유아라와 내 앞에서서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마법사관학교 역사상 최고 신기록 이다. 이전 신기록은 37분 52초였 지. 무려 14분이나 단축했다. 축하
한다.”
장안철의 말에 유아라가 놀란 표정 을 지었다.
“그렇게 차이가 커요?”
“그래. 나조차 믿기 힘든 기록이 다.”
“……자, 그럼 자리에 돌아가 대기 해라.”
나와 유아라는 텅 빈 대기실 의자 에 앉았다. 빠르게 시험을 끝낸 이 상, 아마 오랜 시간 앉아있어야 할 것 같다.
남은 시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괜히 유아라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으로 이서준 이겼는데 소감이 어때?”
유아라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기뻐할 것 같아?”
“왜. 나름 압도적으로 이겼는데.”
“솔직히 이번 시험 네가 혼자 다 푼 거나 다름없잖아. 이런 식으로 이겨봤자 의미 없어. 이건 무효야.”
역시 자존심 하나는 강하다. 자신 의 손으로 이룬 게 아니면 절대 인
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물론 그게 유아라의 매력이긴 하지만.
“그러던가.”
그렇게 말하곤 스마트 학생 수첩을 꺼냈다. 솔직히 유아라가 어떤 생각 을 하든 크게 관심은 없다.
시간도 많은데 인터넷이나 봐야지.
유아라는 대기실에서 턱을 괸 채 혼자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무래도 생각해도 김선우에겐 수
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물론 김선우 덕에 시험의 결과가 아주 좋 긴 했지만, 시험 결과가 좋았다는 이유로 넘어가기엔 미심쩍음이 그녀 에게 남았다.
“흐음.”
유아라는 슬쩍 김선우를 바라보았 다. 그는 인터넷으로 뉴스 기사를 살펴보고 있었다. 시력 2.5인 그녀 가 보았을 때 인터넷으로 국제 정세 에 대해 찾아보고 있는 것 같았다.
18세 학생의 관심사라고 하기엔 꽤 따분했지만, 사람의 취향은 다양 하니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갔다.
그러다 문득 올해 개학식에서의 일 이 떠올랐다.
—진로 관련으로 요즘 트러블이 많 지?
분명 김선우가 그런 말을 했었다. 정말 뜬금없이 내뱉은 말이었기에 꽤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단순히 김선우가 자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운 좋게 맞춘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 김선우가 했던 말은 우연히 때 려 맞춘 말이 아닌 듯했다.
‘진로…… 트러블……
사실 김선우의 말대로 그녀는 진로 관련으로 트러블이 있었다.
다름 아닌 그녀의 언니인 유아연과 의 트러블이었다.
자운에 증오심을 갖고 있는 유아라 는 졸업 후 특무팀이나, 여명의 칼 날에서 활동하기를 희망했다. 하지 만 그녀의 언니인 유아연은 그것을 극구 반대했다.
당연하겠지만 단순한 몬스터가 아
닌 테러 단체와 마인올 상대하는 일 은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아연은 이미 자운의 테러 로 한번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었다.
유아연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자신 의 동생, 유아라까지 잃고 싶지 않 았기에 반대한 것이다.
그럼 김선우는 그것을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김선우는 감이 좋아서 알고 있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김선우에게 일어 난 괴상한 일들은 모두 그의 감이라
고 퉁치기에는 수상한 점이 많았다.
게다가 자신이 유아연의 동생인 것 은 아직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작정하고 조사한다면 모를까, 언니 와의 트러블을 김선우가 예측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혹시 김선우가 자신에 대해 조사를 한 걸까?
어쩌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예측한 대로 그가 정말 자운의 피해자라면 자운 에 대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유씨
가문과 생존자인 나에 대한 정보를 얻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김선우…… 진짜 뭐하는 애지?’
모든 시험이 끝나고 결과가 발표됐 다.
[최종 순위]
1등-2조. 유아라, 김선우(23분 24
초)
2둥-1조. 이서준, 정태훈(45분 21 초)
3등-3조. 박인환, 신기훈(50분 10 초)
말 그대로 압도적인 결과.
다른 학생들은 놀란 시선으로 나와 유아라를 바라봤다.
장안철이 역대 최고 신기록이라는 말을 하자 반응은 더욱 커졌다.
“와! 대박이네.”
“유아라 이번에 1등 하는 거 아니 야?”
“김선우 쟤도 근데 꽤 해. 다른 시 험 보니까 잘하더만.”
[주요 등장인물 5명이 당신에게 감 탄합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자! 오늘 시험은 여기서 끝이다. 내일은 가장 중요한 시험인 몬스터 헌터 시험이 있으니 모두 푹 쉬길 바란다. 모두 해산해라!”
장안철의 외침에 학생들은 각자 자 기의 위치로 흩어졌다.
나도 슬슬 피곤하기도 하니 돌아가 야지.
“야 김선우!”
그때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이서준과 신 영준이 걸어오고 있었다.
“신기록이라며. 축하한다.”
“네가 푼 거 맞지?”
이서준과 신영준이 놀란 눈으로 내 게 말을 걸었다.
“나랑 유아라가 같이 했지.”
내 대답에 이서준이 의심에 찬 눈 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푼 거야?”
이서준의 말에 신영준이 피식 웃었다.
“야. 지금 서준이 1둥 처음 빼앗겨 서 살짝 예민한 상태야.”
“……아니거든.”
살짝 목소리 톤이 낮아진 걸 보니
신영준의 말이 맞는 모양이다.
이서준이 성적 때문에 예민한 모습 을 보인 적이 지금까지 없던 것 같 은데. 처음 보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야. 그래도 2등 했잖아. 욕심이 많네.”
신영준이 살살 이서준을 긁었다. 이서준은 억지로 미소를 짓더니 내 게 시선을 돌렸다.
“아 근데 좀 충격적이긴 하다. 너 랑 유아라가 같은 조가 됐을 때 뭔 가 느낌이 쌔 하긴 했는데. 설마 이 렇게 압도적인 차이로 질 줄 생각도 못 했어.”
이서준이 직접 이렇게 말할 정도면 확실히 충격을 받긴 했나 보다.
나는 위로 차원에서 말했다.
“다음 시험 잘 보면 되지. 어차피 가장 중요한 시험은 내일 시험이잖 아.”
“……그렇긴 하지.”
“넌 내일 어떻게 할지 계획 같은 건 짰어?”
“아니. 여기저기서 같이 동맹 맺고 활동하지 않겠냐고 제안이 들어오긴 했는데 고민 중이라서.”
몬스터 헌터 시험은 외딴섬에서 서
바이벌처럼 진행하는 만큼 암묵적으 로 동맹도 허용한다. 물론 동맹으로 인한 손해도 자신이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누구?”
“음…… 서윤이랑 박민예 선배님이 랑 또 다른 학생들도 몇 있어.”
“ 흐음......
이것 역시 원작의 전개와 같았다.
“넌 어쩔 생각인데?”
“모르지. 아, 맞다. 선우야. 너 혹 시 나랑 팀 짤 생각은 있냐?”
이서준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려 1둥의 제안이다. 엄청나게 솔 깃하다. 하지만……
“......아니.”
이번 몬스터 헌터 시험에서 높은 성적은 이미 포기했다. 내 목표는 오직 장예의 죽음뿐이다.
“그러냐.”
이서준은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 였다. 신영준은 의외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야? 진짜 거절한 거야? 왜? 와 이? 어째서?”
“나도 내 나름의 계획이 짜여있어 서.”
“그 계획이 이서준이랑 팀 먹는 것 보다 중요하다고?”
“어.”
“흐음…… 그래? 뭐 잘하겠지. 오 늘도 압도적이었으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던 신영준은 피식 웃었다.
“기대되네. 또 1둥 땟기지 않게 너 도 긴장 좀 해야겠고.”
신영준이 쿡쿡 이서준의 옆구리를 찔렀다.
이서준은 어색한 미소를 홀렸다.
“그러게 어떤 계획인지 몰라도 좀
무섭네.”
[등장인물 ‘이서준’이 당신에게 경 쟁심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9시라는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기 숙사로 돌아왔다.
평소라면 좀 더 훈련장에서 시간을 보냈겠지만, 내일부터 야외 몬스터
헌터라는 힘든 시험이 있기에 에너 지를 보존하려는 차원에서 대충 끝 내고 왔다.
“흐음.”
나는 스마트 학생 수첩을 열었다.
인터넷을 켜고 기사를 확인했다.
[한국 마법사관학교, 2학년 2위 ‘유아라’. 스테이지 탈출 시험 역대 최고 신기록 갱신]
기사엔 유아라에 관한 이야기가 나 와 있다. 내 이야기도 조금씩 적혀
있지만 아쉽게도 비중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쩝.”
이런 일은 워낙 자주 겪어봐서 괜 찮긴 하지만 포인트 벌이를 못 하는 게 다시 생각해도 아쉽다.
나는 괜히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
kswl23 : 유아라 흔자 한 게 아니 라, 김선우라는 사람도 같이했다고 하네요.
입력.
한 곳에만 적기 아까워서 다른 곳 에도 댓글을 달았다.
kswl23 : 유아라랑 같은 조에 있 는 학생이 김선우라는 학생인데 이 론 성적 1위라고 합니다. 그 학생의 역할도 컸을 듯 거거
kswl23 : 이서준이랑 함께 히든 스테이지에 떨어졌던 학생도 김선우 던데 저 학생 요즘 자주 보이는 듯 킈 긔
그렇게 몇 개의 댓글을 달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아 왜 자괴감이 들지.”
그때 스마트 학생 수첩이 알람을 울렸다.
csy555 : 이분 아까부터 여기저기 에 똑같은 댓글 다시던데 혹시 본인 이셈?긔 긔
“……뭐야. 어떻게 알았어?”
순간 괜히 찔려 스마트 학생 수첩 을 내려놨다.
그리고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이게 무슨 소용이냐.”
“얘들아 나왔어!”
대한민국 어딘가에 숨겨진 자운의 아지트.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동양인의 한 남자가 손을 흔들며 등장했다.
“수고했어.”
진이 소파에 앉은 채로 손을 흔들 었다.
“어우, 이주일 내내 이서준만 따라 다녔더니 피곤해 죽겠어.”
“그래도 내일은 쉬잖아. 걔네 무슨 서바이벌 비슷한 거 한다며?”
“응, 무슨 외딴섬에서 몬스터 사냥 하는 시험 본다던데? 거기까진 내가 따라갈 수 없으니 쉬어야지.”
남자의 이름은 백은성.
자운의 멤버 중 몇 안 되는 한국 인으로 이주간 이서준을 지켜보다가 내일 시험이 시작되자 아지트로 돌 아왔다.
“뭐 특이사항은 없었어?”
“어어. 음. 글쎄?”
“그래? 전투라던가 그런 건?”
“뭐 특별히 보고할만한 일은 없었 어.”
“그래?”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하품을 하는 베르트가 나왔다.
“뭐냐. 백은성 왔냐?”
“베르트 안녕.”
“왜 왔어? 아, 내일 쉬는 날이라 온 거구나.”
“응. 근데 다음 주 이서준 담당은 누구냐?”
“스카.”
“그래‘?”
백은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누웠다. 그렇게 스마트폰을 쥐어 게 임을 하려는 순간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맞다. 그러고 보니까 진이 준 자 료에 잘못된 부분이 하나 있던데.”
“잘못된 부분?”
“여기 자료에 보면 김선우라는 애 있잖아.”
백은성이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품 안에서 종이 하나를 꺼냈다.
“아아. 웅. 김선우. 요즘 부쩍 이서
준이랑 친하게 지내는 애. 근데 걔 가 왜?”
“여기 보면 72위라고 적혀있는데 이거 오류인 것 같아.”
백은성의 말에 진이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얘 72위 맞아.”
“그래? 실력 보니까 아니던데?”
“걔 실력이 어떤데 그래?”
진의 물음에 백은성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실력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음…… 아!”
그때 백은성은 이전에 있었던 사건 하나를 떠올렸다.
“거대 검은 돌 도마뱀의 등을 단 한 방에 뚫었어.”
“검은 돌 도마뱀의 둥을?”
검은 돌 도마뱀의 등이라면 못해도 A등급 이상의 마법이 아니면 뚫리 지 않을 만큼 단단함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가죽이 최소 5 천만 원이라는 시장가에 팔리는 것 도 그만큼 단단함을 지니고 있어서 니까.
“확실해?”
“어. 확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