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9화 (69/535)

물론 완벽한 선명도를 가진 마법을 만들어내기란 S등급 최정상의 마법사에게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얼마 나 최선을 다해 선명도를 살리느냐. 그게 중요한 것이다.

우우우웅!

내 상상력에 반응하며 마력이 회전 했다.

마력이 한 곳에 응집되면서 구체의 빛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심호흡했다. 이렇게 구현의 디테일 에 신경 쓰는 건 마법을 처음 익혔 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게 어색했다.

우우웅!

상상력이 이렇게 힘든 것이었나? 잠시 머리에 두통을 느꼈다. 이를

악물고 다시 구현에 집중했다.

선명하게 빛나는 동그란 마법 구 체.

나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봤다.

“……됐다.”

[‘마법의 깨달음’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마력 제어술(B)의 수련치가 20% 상승합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내 안 을 가득 채웠다.

만족스러움에 미소를 짓다가 다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다음 목표는 선명도 높은 마법의 구현과 압축 구현술이다.

스으으으!

방금의 연습으로 선명도 높은 마법 구체는 빠르게 구현되었다.

이제 그다음으로 마력 압축을 시작 했다. 동시에 선명한 마법 구체에 많은 마력이 응축되기 시작했다.

압축 시간은 약 5초.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손을 뻗 어 목표를 향해 마법을 방출했다.

파아앙-!

강한 굉음과 함께 마법 구체가 내 손을 떠났다. 강력한 마력의 파동이 퍼지며 훈련장 건물을 울렸다.

마법은 목표를 향해 빠르게 치달렸 고.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표적을 완전히 박살내 버렸다.

나는 멍한 눈으로 박살 난 표적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마법을 압축한 것이 아닌데도 파괴력이 엄청나게 상승했다.

압축 시간은 그대로 가져가되, 마 법 구체의 선명도 차이로 위력이 훨 씬 강화된 것이었다.

개인 훈련을 끝낸 나는 기숙사로 돌아왔다.

몸을 깨끗이 씻고 소파에 몸을 던 졌다.

“..흐흐.”

웃음이 나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성장의 기쁨이었다.

한번 큰 성장을 이뤘으니 아마 당 분간은 다시 정체될 것이다. 그래도 꾸준히 훈련하게 된다면 언젠간 마 법 등급도 오르겠지.

“A등급은 언제 달성하려나.”

나의 마력 제어술은 현재 B등급.

어제와 오늘 일로 숙련도가 꽤나 상승했다. 역시 깨달음만큼 수련치 가 잘 오르는 게 없다.

[마력 제어술(B)][수련치 : 63%]

“63%……

이제야 절반을 넘어섰다.

이 정도 속도라면 1, 2년 내로 A

등급에 도달하는 것도 꿈은 아니다.

이런 깨달음을 다시 얻을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발 그런 일이 있기를 빌어야지.

“후.”

나는 냉장고에서 맥주캔을 꺼내 단 숨에 들이켰다.

행복의 충만감이 차오른다.

성장의 행복과 음주의 행복이 중첩 되니 천국이 따로 없다.

“빛 속성 숙련도도 올려야 하는 데.”

정말이지 할 일이 태산이다.

지금 하는 훈련 종류만 체력 단련, 마법 훈련, 마나 연공, 속성 훈 련……

이것 말고도 앞으로의 사건과 빌런 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아주 죽을 맛 이다.

“에휴.”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곤 리모콘으로 텔레비전을 켰다.

r최근 마인 습격 사건이 다시 급 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권에서 이번 달에만 16회의 홉혈 사건이 발견되었습니다. 마법사 협회에서는

감시를 강화했다고 발표했지만 마인 에 의한 피해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 입니다.」

여기도 저기도 문제가 많네.

그렇게 멍하니 뉴스를 시청하는데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알람이 울렸다.

[선우 후배, 잘 지냈어요?]

뭐야.”

장예다. 얘가 갑자기 왜 나한테 연

락하는 거지?

연락 끊긴 지 좀 됐는데.

[네, 잘 지냈습니다. 선배님은 잘 지내셨나요?]

일단 사무적으로 답장을 보냈다.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냥 소식 궁금해서 연락 보냈어 요..흐 .흐]

“무슨 말 같지도 않은 거짓말

그때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선우 후배, 서준 후배랑 친하죠?]

[그냥 그럭저럭 지냅니다.]

[그래요? 선우 후배 볼 때마다 항 상 같이 있길래 궁금해서 물어봤어 요호호]

그렇게 의미 없는 대화가 진행됐 다. 무언가 나한테 목적이 있는 게

분명한데 신중한 것인지 아니면 겁 을 먹은 것인지 말을 계속 빙빙 돌 린다.

그렇게 한 10분쯤 메시지를 계속 주고받았을 때였을까.

[거거긔 그래서 중간시험 때 너무 놀랐잖아요. 하필 제가 시험 보는 3 학년 시험장에 이상한 결계가 쳐져 서요.]

장예의 뜬금없는 중간시험 관련 메 시지가 도착했다.

“……이게 목적이었구만.”

성진과 이서준의 대화를 통해 마인 들이 시험장의 결계를 해제한 자를 멸마의 아이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 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마 마인 놈들은 지금 결계 안에 있던 18세 학생을 찾기 위해 혈안 이 되어 있겠지.

[근데 재밌는 게 그때 결계 안에서준 후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긔긔 정말 우연이라 신기하지 않아요?]

[긔 긔 긔신기하네요.]

신기하긴 개뿔.

그렇게 짧게 답장하자 곧바로 메시 지가 도착했다.

[그런데 혹시 결계 안에 있던 다른 학생 누가 있는지 알고 있는 거 있 나요?]

본색을 드러낸 메시지.

곧바로 메시지를 입력했다.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경기도 어딘가에 소재한 자운의 임 시 아지트에 4명의 사람이 모였다. 이들은 모두 자운의 핵심 멤버로, 휴가도 귀찮다는 이유로 남아있는 자들이었다.

남은 자운 멤버들은 휴가를 즐긴다 며 연락도 없이 사라졌고, 남은 1명 은 멀리서 이서준을 감시하고 있었다.

“와 근데 휴가 간 애들 전화기 다 꺼놓은 거 실화냐?”

“쯧. 인정머리 없는 놈들. 휴가를 즐기는 건 좋은데 전화기는 켜놔야 지.”

소파에 앉은 나타샤가 투덜거렸다. 그러다가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진 에게 말했다.

“그래서, 물건을 다 도둑맞았다 고?”

“어.”

“결계가 안 풀려 있었는데도?”

“그렇다니까? 하도 어이가 없어서 계속 조사하는데 뭐 다른 혼적이 있 겠냐고.”

진이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는 듯 투덜거렸다.

“누가 홈친 거지? 협회? 아니면 여명의 칼날인가?”

“둘 중 하나가 아니겠어? 여기 내 부에서 훔쳤을 리는 없잖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 야. 진. 너 설마 네가 빼돌려 놓고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건 아니지?”

“진짜 죽을래?”

진이 정색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베르트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표정엔 어딘가 지

친 기색이 역력했다.

“어휴. 진짜 모르겠다.”

“조사해도 안 나와?”

“어. 마인 녀석들이 대체 무슨 이 유로 이서준을 공격한 건지 모르겠 어.”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던 베르트가 진을 바라봤다.

“너는 두 달 내내 이서= 쫓아다 녔으면서 어떻게 마인이 습격할 거 라는 걸 몰랐냐?”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학 교에 직접 잠입한 것도 아닌데.”

“쯧…… 일 대충대충 하지? 우리가 세계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동안 아 주 놀았지?”

“아 진짜. 왜 시비냐?”

열 받은 진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 났다. 베르트는 가늘게 뜬 눈으로 진을 올려다보았다. 이내 피식 눈웃 음을 지었다.

“농담이야. 화 풀어.”

“말 가려서 해.”

“알았어. 알았어.”

베르트는 소파에 등을 기대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일 이 많아진 건 사실이야. 보물의 도 난, 마인의 습격, 그리고……

베르트는 강원도 아지트에서의 일 을 떠올렸다.

“S등급 마인의 몸 반쪽을 날려버렸 던 의문의 마법.”

그 마법은 대체 누구의 마법이었을 까.

자신의 기억에 의하면 여명의 칼날 멤버들을 제외하곤 그 정도의 마법 을 사용할 수 있는 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당시 보았던 마법의 위력은 아

무리 낮게 봐도 A등급 이상의 마법 이었으니까. 단순히 파괴력만 봤을 땐, S등급에 가까워 보였고.

무엇보다 이상했던 건, 마력이 전 혀 감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 o w

M....

하지만 그 마법의 주인은 여명의 칼날도 마인도 자운도 아니다.

그렇다는 건, 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제3의 세력’이 이서준을 지켜보 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대체 누굴까.”

어느새 시간은 홀러 일요일이 되었다.

나와 이서준은 몬스터 생물학 과제 를 위해 강원도에서 만났다. 이미 지난주에 함께 과제를 하며 어느 정 도 진행이 되었기에 오늘은 간단한 영상 촬영과 약점에 대한 조사만 마 치면 된다.

“여긴 다시 와도 길을 모르겠네.”

강원도의 몬스터 필드는 지형이 험 하다. 기본적으로 산지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면도 있지만, 애초에

내가 살던 현실의 강원도와는 지형 이 달랐다.

그렇게 우리는 약 30분간 산을 넘 고, 나무와 바위를 뛰어넘어가며 한 절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깄다.”

이서준이 손으로 우리들의 조사 대 상인 ‘거대 검은 돌 도마뱀’을 가리 켰다.

마치 골렘처럼 몸이 돌로 되어 있 는 이 도마뱀은 몬스터 필드의 꽃이 라 불리는 강원도에서도 쉽게 발견 할 수 없는 희귀종 몬스터이다.

조사한 몬스터의 희귀도에 따라 높

은 점수를 주겠다는 교사의 말에 일 부러 희귀한 몬스터를 선택했다.

“근데 다시 생각해도 신기하네. 이 곳에 검은 돌 도마뱀이 있는 건 어떻게 안 거야?”

이서준이 신기하다는 듯 내게 물었다.

희귀종 몬스터의 서식 위치를 정확 히 알고 있는 것이 신기한 거겠지. 물론 회귀 전 이곳을 다녀온 경험이 있었기에 알고 있었다.

“예전에 우연히 봤거든.”

“예전‘?”

이서준은 의심에 찬 눈으로 나를

보았다.

“어, 그런 게 있어.”

내 단호한 대답에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생태랑 습성은 전부 조사 했지?”

이서준이 내게 물었다.

“어. 이제 대충 영상 찍고 약점 조 사하면 돼.”

“금방 끝나겠네.”

“그럼 찍는다.”

“어어. 시선 안 끌리게 조심해.”

나는 스마트 학생 수첩의 동영상 기능을 켰다. 그리고 먼저 공격당하 지 않게 멀찍이 떨어져서 도마뱀을 찍었다.

단단한 돌덩이로 몸을 이루고 있는 도마뱀이 느릿느릿 움직였다.

거대 검은 돌 도마뱀의 몬스터 등 급은 A.

나와 이서준이 힘을 합쳐도 쉽게 쓰러트리기 힘든 녀석인 만큼 녀석 의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었다.

그렇게 태평하게 녀석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때였다.

내 발밑 바위가 후두둑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 어어?”

후두둑

쿵!

동시에 도마뱀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아. 망했다.

분명 단단해 보이는 바위였는데.

무슨 이런 악운이…….

그리고 예상대로 검은 돌 도마뱀은 나를 보더니 눈이 반쯤 뒤집혔다. 거대 검은 돌 도마뱀의 몬스터 특성 인 ‘인간 혐오’가 발동한 것이다.

“아씨.”

쿵쿵쿵쿵!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마뱀은 바닥을 크게 울리며 내게 돌진했다.

“조심해!”

상황을 파악한 이서준이 멀리서 뛰 어왔다.

“씁

도마뱀은 빠른 속도로 나와 가까워 졌다. 나는 신발에 마나를 주입하며 에어워크를 발동했다. 내 몸이 공중 에 떠오르며 현묘한 움직임으로 녀 석의 공격을 피했다.

멀리서 이서준이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감탄하지 말고 도와!”

“어, 기다려!”

이서준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

었다. 그의 검에서 강한 마력이 담 긴 검기가 뿜어졌다.

이내 눈으로 따라가기 힘든 빠른 속도로 도마뱀에게 다가가더니 녀석 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캉!

하지만 상대는 무려 A등급의 몬스 터.

그것도 몸이 돌로 이루어져 단단한 방어력으로 소문난 녀석이었다.

예상대로 녀석은 이서준의 검을 맞

고도 그렇게 큰 상처를 입지 않았 다.

“조심해!”

내 말에 이서준이 잠시 후퇴했다. 나는 황급히 손 위로 마법을 구현했다. 최근 훈련으로 강력해진 마법 구체가 떠올랐다.

“후……

하지만 부족하다. 녀석의 단단함을 뚫기 위해서는 좀 더 강한 힘이 필 요하다. 마나 엘릭서가 있다면 좋았 겠지만 최근 훈련으로 전부 소모해 버렸다.

결국, 나에게 남은 건 대자연의 심

장뿐이다.

두근!

대자연의 심장이 발동되며 마나가 폭발적으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동 시에 내 손 위에 떠 오른 마법 구 체 역시 점차 강해졌다.

부우우웅-

손올 뻗고 도마뱀을 향해 조준했다. 외부자의 혜택이 발동되며 녀석

의 약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몸통과 꼬리를 잇는 중간 부 분.

마력을 끌어모아 그곳을 향해 쏘아 냈다.

파아앙!

마법은 새하얀 잔상을 뿌리며 녀석 을 향해 나아갔다. 이내 녀석의 약 점에 정확히 적중하며 거대한 굉음 을 울렸다.

-!!

거대 검은 돌 도마뱀의 꼬리와 이 어지는 등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과연 약점이 맞았는지 도마뱀은 괴 로워하는 움직임을 취했다.

하지만 녀석은 질기게도 괴로워할 뿐 죽지는 않았다.

그때 이서준이 몸을 날렸다. 구멍 이 뚫려 보이는 살덩이 부분을 정확 히 찌르더니 그대로 길게 베었다.

-i|

그렇게 짧은 5초의 시간.

단단한 피부를 지녔지만, 나와 이서준의 공격을 막지 못한 도마뱀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 부분 사진 찍자. 약점이야.”

길었던 전투가 끝나고.

나와 이서준은 도마뱀의 사체를 해 부하고 있었다.

아쉽게 영상을 길게 찍지 못했지만 그래도 A등급의 몬스터를 직접 잡 아 해부할 수 있다면 큰 점수를 얻 을 테니 오히려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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