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8화 (68/535)

지금 나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갈 림길에서 있었다.

내 마법적 정체의 원인을 알게 된 다면 내 마법 능력 성장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게 부족한 것……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부족한 마 나였다.

지금 나에겐 가장 큰 약점이라 할 수 있었고, 실제로 내 전투엔 마나 엘릭서와 대자연의 심장 비중이 너 무나도 컸다.

하지만 단순히 마나의 부족 때문이 라 콕 집어 말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대자연의 심장과 마나 엘릭서의 효 과를 이용한다 해도, A등급 이상의 파괴력을 갖기 위해서는 1분 이상의

압축 구현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 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법사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대 체 뭘까.

나는 뭐가 부족해서 A등급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속도인가.”

지금의 나는 A등급 이상의 위력을 가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 럼에도 나는 A등급의 마법사가 되 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A등급의 마법을 구현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야 슬슬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나는 손 위로 마법을 구현했다. 평 소보다 빠른 속도로 마법을 압축했다. 하지만 너무 급해서 그런 걸까. 구현되던 마법은 형태를 잃으며 사 라졌다.

“쓰읍......

실패다. 성급하게 마법을 구현하려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난다.

“좀 더 능숙하고, 침착하게.”

나는 다시 마법올 구현했다.

새벽 3시.

나는 긴 훈련을 마치고 잠시 휴식 을 취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훈련이 길어졌다.

오랜만에 마법 능력의 성장을 이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에 정줄 놓고 훈련을 진행한 한 탓이었다.

결국, 오늘 훈련한답시고, 보유한 마나 엘릭서를 대부분 소모해 버렸다.

마법 능력의 성장이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성장이라고 할 만한 진전도 없었다.

아, 그래도 건진 게 아예 없는 건 또 아니다.

『약물 중독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당신의 육체가 약물에 적응합니

[적응형 특성, ‘약물 적응(C)’이 추 가됩니다.]

마나 엘릭서를 하도 들이마셨더니 이런 기괴한 업적과 특성을 얻게 되 었다.

[약물 적응(C)]

분류 : 특성

설명 : 당신의 육체가 약물에 적응 합니다.

[지속효과]

►약빨

약의 지속효과가 20% 상승합니다.

약의 부작용이 30% 감소합니다.

마력이 1 상승합니다.

웃긴 건 특성의 성능이 꽤 나쁘지 않다는 거다.

약물의 지속효과를 늘려주고, 부작 용은 오히려 감소시켜준다.

평소 마나 엘릭서를 자주 마시는

나에겐 상당히 좋은 특성이었다.

쯧.”

시간도 늦었으니 기숙사로 돌아갈 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개인 훈련실 의 문을 열었다.

당연하겠지만 훈련장은 텅 비어 있었다.

하긴 새벽 3시니 아무리 그 애라 도 지금까지 남아있진 않겠지.

그렇게 훈련장 밖으로 나가려는 순 간이었다.

“김선우?”

내 예상과 다르게 뒤에서 나를 부 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까지 훈련장에 남아있을 사 람은 전교생 중에 단 한 사람밖에 없다.

나는 뒤를 돌아보고는 질렸다는 둣 말했다.

“……너 설마 여태까지 훈련한 거 야?”

내 앞에는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유아라가 서 있었다.

유아라는 내 물음에 눈살을 찌푸렸다.

“지는......

“야, 나랑 너랑 같냐? 나는 가끔인 데. 너는 매일이잖아.”

“……시끄러. 그리고 나도 이 시간 까지 훈련하는 건 흔치 않아.”

그렇게 투덜거리던 유아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오늘 뭔가 성장은 있었 어‘?”

유아라가 흥미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대충 길이 보이기 시작했 어.”

“잘됐네. 축하해.”

유아라의 축하에 나는 머쓱한 미소 를 지었다.

“너는? 진전이 있었어?”

“응. 확실히 있었어. 네 덕이야. 생각해보니까 내가 훈련을 편식하는 부분이 많았더라고. 특히 구현의 디 테일 부분에서.”

“잘됐네. 너도 축하해.”

진심이었다. 주요 등장인물의 성장 은 곧 앞으로의 전개에 큰 안정감을

줄 테니까.

특히 이서준의 생존 같은 부분에서 는 더더욱 말이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가 ‘인물 간파’를 사용했다.

이름 : 유아라

나이 : 18

종족 : 인간

상태 : 매우 피곤

마력 등급 : B+

관심도 : 1

‘대단하긴 하네.’

방금 성장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 면 원래 마력 둥급이 저런 건지, 무 려 B+의 높은 등급을 갖고 있었다.

이서준만큼은 아니지만, 그녀의 나 이를 생각하면 믿기 힘들 만큼 높은 수치였다.

이 정도면 프로 마법사를 기준으로 도 잡아도 상위권.

다만 아직 실전 경험이 부족해 저

강한 마력을 100% 효율로 다루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마 실제 B등급 마법사와 싸우게 된다면 패배할 확률이 높겠지.

이 세계에서는 마력 등급보다 중요 한 것이 바로 노련함과 경험이니까.

그래도 타고난 체급이 있으니 시간 만 있다면 그녀는 괴물로 성장할 것이다.

‘나도 힘내야지.’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더듬더듬 침대 옆의 스마트폰을 찾았다.

“으…… 머리야.”

어제 거의 4시에 잠들었더니 아직 도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그나마 오르골의 효과 덕에 조금 덜 피로한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부족했다.

“흐아암……

기지개를 쭉 켜고 상체를 일으켰 다.

멍한 눈으로 메시지를 작성했다.

[한세연 씨 지금 연락됩니까?]

전송.

역시 한세연답게 답장은 금방 도착 했다.

[네,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세 요‘?]

[부탁할 게 있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잠시 메시지 답장이 끊겼다.

“……바쁜가 보네.”

나는 침대에서 나와 가볍게 스트레 칭을 했다. 그 후 샤워실로 들어가 간단히 몸을 씻었다.

씻고 나와 옷을 갈아입으니 답장이 와 있었다.

[부탁할 거요? 뭔데요?]

[마나 엘릭서가 필요합니다. 그런 데 이번엔 전보다 더 많이 필요합니다. 괜찮을까요?]

곧바로 답장이 왔다.

[그 정도야 어렵지 않죠. 필요한데요?]

나는 메시지를 입력했다.

[100 병이요.]

얼마나

금요일 첫 수업인 주특기 수업 시 간.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주특기에 맞 는 교실을 찾아갔다. 주특기 수업이 되면 학생들의 발걸음은 가벼워진 다.

아무래도 따분한 이론 수업보다는 자신 있는 실전 수업을 선호하는 경 향이 크기 때문이다.

발현계 마법 훈련장에 도착한 나는

평소와 같이 교사, 이희영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곤 내 자리로 이 동했다.

“흐아앗!”

“하앗!”

그나저나 오늘따라 학생들의 열정 이 대단하다. 2차 중간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 걸까.

다들 기합이 들어간 모습이다.

“안녕.”

자리에 도착하자 내 옆자리의 유아 라가 내게 인사했다.

“어, 안녕.”

유아라는 나를 힐끔 바라보더니 다 시 정면을 바라보며 훈련을 시작했다.

화르륵.

그녀의 손 위에 화염 구체가 떠올 랐다.

무시무시한 눈으로 그것을 노려보 더니 화염 구체의 마력이 점차 강해 지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엄청난 집념이 느껴진다.

하긴, 저런 광기가 있어야 천재 소 리도 듣는 거겠지.

“홈……

그나저나 평소 같았으면 거대한 화 염 구체를 구현해 펑펑 날렸을 텐데 오늘따라 디테일하게 마법을 구현하 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저번 특별반 수업 때 구현 훈련에 집중하라는 내 조언을 그대로 따르 는 모양이었다.

‘나도 훈련이나 해야지.’

적당히 몸을 풀어주고는 훈련을 시 작했다.

훈련 방향은 정해졌기 때문에 구현 의 속도를 늘리는 방향으로 했다. 물론 이곳에선 마나 엘릭서를 사용 할 수 없으니 적당히 마나를 조절하 는 방향으로 훈련했다.

“잘 안 되네.”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발현계 교사, 이희영이 나와 유아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학생 모두 오늘따라 구현 훈련 에 집중하고 있네요.”

이희영은 예전부터 파괴력을 담당 하는 구현보다는 방출과 조작 훈련

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 그녀가 구현 훈련에 집중한다 는 말을 하자 괜히 뭔가 찔린 기분 이다.

옆의 유아라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 녀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모 양.

“어머. 표정이 왜 그래요? 잘하고 있어요. 매번 방출과 조작 훈련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밸런스죠.”

이희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두 학생은 이미 방출과 조 작에 능숙하잖아요? 당분간 구현 훈

련에 집중하는 것도 괜찮다고 봐 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갑자기 구현 훈련에 집중 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이희영이 흥미로워하는 얼굴로 물 었다. 유아라는 나를 힐끔 바라보더 니 말했다.

“김선우가 조언해줬어요.”

“으음…… 역시.”

이희영이 묘한 감정이 담긴 시선으 로 나를 바라봤다.

“좋은 조언이에요. 발현계 마법은

단계를 밟으며 성장하는 게 중요한 데 그걸 놓치는 사람이 많거든요. 구현, 방출, 조작. 순서대로 능숙해 질 때까지 훈련하는 게 가장 좋죠.”

나와 유아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한 명씩 봐 드릴게요. 아라 학생부터 구현을 시작해보세요.”

그녀의 말에 유아라가 구현을 시작 했다. 뜨겁게 타오르는 화염 구체가 그녀의 손 위로 떠 올랐다.

과거 그녀의 마법은 단순히 거대한 마력 덩어리를 만들어 마구잡이로 뿌려대는 느낌이었으면 지금은 정교 함이 느껴졌다.

“잘했어요. 구현 훈련에 집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부터 이 전과 다르다는 게 느껴져요.”

나 역시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그녀의 손 위로 떠 오른 화염 구 체는 크기가 작았지만, 응축된 강력 한 마력이 느껴졌다.

굳이 마력을 압축하지 않아도 마법 자체가 강하다는 게 이런 게 아닐 까.

“그럼 이번엔 김선우 학생.”

내 차례가 오자 마법을 구현했다. 물론 평소대로 압축 구현을 했고,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마

법을 구현했다.

내 손 위로 떠 오른 마법 구체를 보더니 유아라와 이희영이 조금 놀 란 표정을 지었다.

“훌륭해요. 압축 구현술 같은 고난 도 기술도 사용하고 아주 좋아요. 그런데.…””

이희영이 말끝을 흐렸다.

“선우 학생의 구현에는 뭔가 다급 함이 느껴지네요.”

“네?”

순간 정곡에 찔렸다. 이희영은 내 손 위의 마법 구체를 바라보더니 내 게 물었다.

“선우 학생, 혹시 구현의 속도를 늘리려는 의도로 구현했나요?”

“네, 지금 제 상태에서 가장 빠르 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 서요.”

« Q.«

..

이희영은 내 말을 듣고는 입을 열 었다.

“구현의 속도를 늘린다는 건 꽤나 어려운 작업이에요. 특히 압축 구현 같은 경우는 더더욱이요. 단순히 재 능만 필요한 게 아니라 노력이 어마 어마하게 들어가거든요.”

이건 맞는 말이다. 강한 마법의 구

현 속도를 늘리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 다.

“이건 어때요?”

“네?”

“압축하지 말고 구현의 디테일을 살리는 거예요.”

“디테일이요?”

내 말에 이희영이 유아라를 바라보 았다.

“유아라 학생. 마법을 구현해보세 요.”

“네.”

유아라는 손 위로 마법을 구현했다.

화염 구체가 그녀의 손 위로 떠 올랐다.

한눈에 봐도 강한 힘이 느껴졌다.

“자 봐요. 유아라 학생은 압축하지 않아도 강한 마력이 담겨 있었죠?”

“네.”

“그 차이가 어디서 나오는 것 같아 요?”

“구현의 디테일이요. ……아!”

머리가 번쩍했다.

기교에 의지한 나머지 가장 기초적 인 것을 놓치고 있었다.

구현의 디테일.

얼마나 진짜 같은 마법을 만들어내 냐에 따라 마법의 파괴력이 달라진 다.

예를 들면 얼음의 창을 만든다고 할 때, 창끝의 날카로움, 얼음의 선 명도와 같은 디테일을 어떻게 구현 하느냐에 따라 마법의 위력이 강해 지는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마법은 단순한 구체 였다.

창이나 화살, 가시, 검. 이런 것과 달리 단순한 원형으로 구현하면 되 기 때문에 디테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했다.

“……진짜 바보였네.”

모든 수업이 끝난 지금.

나는 마법 훈련장으로 직행했다. 아공간을 열어 몇 개 남지 않은 마 나 엘릭서 하나를 꺼내 쭈욱 들이켰 다.

차오르는 마나를 느낄 새도 없이 바로 마법을 구현했다.

▲ o o o o.

평소와 같은 동그란 마법 구체.

디테일하게 모형을 변경한다거나 할 수는 없지만, 선명도를 살리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나는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했다.

선명한 동그라미. 선명한 원.

마법의 빛에 의한 흐릿한 구체가 아닌 진짜 공을 보는 둣한 선명한 구체.

시간이 지나가자 마법 구체는 점차

뚜렷한 모형을 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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