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7화 (67/535)

2차 중간시험.

말 그대로 두 번째 중간시험을 말 한다.

마법사관학교의 시험은 1차 중간시 험, 2차 중간시험. 이렇게 두 번의 시험을 치르고 학기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7월에 기말시험을 보게 된다.

“너네도 알다시피 1차 중간시험 때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2차 중간시험은 외부 참관 없 이 진행하기로 했다.”

“선생님! 그럼 기말시험 때도 참관 없이 진행하나요?”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며 질문했다.

“그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 부분에 관해선 결정 나면 공지하겠 다.”

장안철의 말에 한 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2차 중간시험은 2주 뒤에 치

러진다. 그러니 다들 미리미리 대비 하길 바란다. 공지는 여기까지다.”

“네에.”

그렇게 아침 조회가 끝났다. 나는 혼자 생각에 잠겼다.

2차 중간시험.

성적이 걸린 만큼 열심히 해야 했다. 그리고 어떤 시험이 둥장할지도 대충은 알고 있었다.

그중에는 전 학년이 함께 진행하는 특수한 시험도 존재했다.

바로 시험용 몬스터 필드에서 1박 2일로 진행되는 사냥 시험이다.

생각해보니 원작에서도 이때 장예 가 이서준을 암살 시도했었다.

어쩌면 이번에도 원작과 같은 사건 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몬스터 필드에서는 안전에 취약할 뿐더러 어떤 사고가 터질지도 모르 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용히 범행을 저지르기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건이 터지기 전에 역으로 이날을 이용해서 장예 를 처리하려 한다.

특히 몬스터 사냥 시험 같은 경우, 무인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자운이 나 여명의 칼날 같은 다른 세력의 감시에서도 피할 수도 있었다.

물론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 생 길 수도 있으니 철저히 계획을 세워 야겠지.

늦은 밤.

인기척이 없는 어두운 골목길에 장 예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내 시간이 흐르더니 어둠 속에서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해님.”

“오랜만이다. 장예.”

장예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천해 는 그녀를 바라보더니 품속에서 무 언가를 꺼내 건넸다.

“왕께서 하사하신 물건이다.”

장예는 물건을 받았다. 붉게 빛나 는 보석이었다.

“혈석인가요?”

“그래, 그것도 A등급 마법사 인간 의 피로 만들어낸 혈석이다.”

장예는 혈석을 받고는 그것을 멍하 니 바라보았다.

천해의 말대로 이 혈석에는 응축되 어있는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조금씩 천천히 흡수해라. 네 수준 으로는 아직 한 번에 소화하기에 아 직 벅찰 거다.”

혈석은 고위급 마인들이 힘을 키우 기 위해서 만들어진 인간의 피로 만 든 돌이었다. 하지만 이런 A등급 마법사의 피로 만들어진 혈석은 아 주 귀했다.

섭취하는 것만으로 엄청난 마력을 증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물건을 장예에게 넘긴다는 건, 그녀의 임무가 그만큼 막중하다 는 의미였다.

“……감사합니다.”

“이것도 받아라.”

천해는 다른 물건을 그녀에게 건넸 다. 처음 보는 투박한 모형의 푸른 보석이었다.

“이게 뭐죠?”

“일정 범위 내에 있는 모든 기계를 마비시키는 특수한 유물이다. 못해 도 30분간 주변 모든 기계를 마비 가 시킬 수 있지.”

“유물?”

설마 유물까지 지원받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기계를 마비시킨다고 하니 아마 시 험 중에 기록되는 모든 영상 기기의 작동을 막아내려는 목적일 것이다.

장예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을 품 안에 집어넣었다.

“아 참, 대결계 속에 있던 18세 인 간에 대한 조사는 잘 진행되고 있 나?”

“아뇨. 영상 증거가 없어 소문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그리고 벌써 한 달도 더 지난 일이

잖아요.”

“그런가.”

천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포 기하지 말고 계속 찾아보도록.”

“네.”

[빛 속성 제어술][등급 : 0(1.8%)]

“더럽게 안 오르네

토, 일, 월. 이렇게 3일간 고생해서 빛 속성 마법을 훈련했지만, 겨우 1.8%의 숙련도밖에 올리지 못했다.

심지어 토요일에는 1%였는데 일요 일과 월요일 이틀 동안 0.8%가 상 숭했다.

이래서 100%를 달성할 수 있기는 할지.

“에휴.”

배부른 욕심이다. 애초에 아무나 획득할 수 없는 특정 속성을 다룰 수 있게 된다는 것만으로 나에겐 충 분한 사치인데.

“그래, 만족해야지.”

홈친 물건에 불만을 품는 건 양심 이 없는 짓이니까.

나는 그렇게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 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주식이나 확인해볼까.”

최근 여러 기업에 분산투자를 많이 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과 길드를 잘 알고 있었기에 내 주식 계좌의 금액은 나날이 늘어나는 중이다.

어느덧 내 보유 주식의 가치가 70 억을 넘어섰다. 이 정도 돈이면 비 주류 S등급 아이템도 하나 구매할 수 있을 정도다.

“돈 벌기 쉽네.”

정보의 힘은 역시 위대하다.

“홈.”

그나저나 어째 최근 들어 피로가 쌓이는 기분이다.

이 시간만 되면 기절할 것처럼 정 신이 무거워진다.

너무 몸을 굴려서 그런가.

“맞다.”

나는 품 안에서 오늘 선물 받은 오르골을 꺼냈다.

고풍스러운 느낌의 오르골을 침대 옆 책상에 두자 제법 분위기가 괜찮

다.

원래라면 이서준이 받아야 할 물건 을 내가 받았다는 생각에 조금 찝찝 한 기분이 들었지만, 오르골 선물은 어디까지나 작은 이벤트 중 하나였 으니까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 겠지.

그렇게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곤 오 르골의 상자를 열었다. 동시에 몽환 적인 느낌의 음악이 홀러나왔다.

솔직히 말해서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래도 치유 효과가 있다고 하 니 일단 계속 들었다.

부우웅.

그때 책상 위의 스마트 학생 수첩 에서 알람이 울렸다.

[특별반 공지입니다.]

[이번 주 수요일 특별반 수업은 실 내 강의로 진행합니다. 오후 7시까 지 본관 503호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귀찮네.”

안 그래도 요즘 바빠 죽겠는데 특

별반 수업까지 해야 한다니.

진짜 죽을 맛이다. 휴식의 필요성 이 확실히 느껴진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번엔 실내 강 의라는 거다.

“ 에휴.”

그렇게 한숨을 푹 내쉬는데 다시 진동이 울렸다.

[선배님, 이번엔 조별 수업이 아니 네요거거 커]

최서윤이었다.

뭐라 답장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짤 막하게 답장했다.

[그러게.]

[단답 노잼 (째려보는 이모티콘)]

[아, 그리고 오늘 제가 드린 오르 골 꼭 끝까지 들으시고 주무셔야 해 요! 알았죠?]

나는 힐끔 침대 옆의 오르골을 바 라보았다.

[이미 듣는 중.]

그렇게 답장을 보내자 탁! 하는 소 리와 함께 오르골의 음악이 끝났다.

“이대로 잠들면 되나?”

스마트 학생 수첩을 오르골 옆에 내려놨다. 다시 메시지 알람이 울렸 지만 무시했다.

오르골의 뚜껑을 닫아 두고는 전등 스위치를 눌러 불을 껐다.

가볍게 침대에 누웠다. 멍하니 천 장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동시에 나는 잠들었다.

알람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 다.

“흐아아암……

상체를 일으키고 기지개를 쭉 켰 다.

어째 평소보다 훨씬 깊게 잠든 기 분이다. 피로가 확 풀리는 기분이라

고 해야 할까.

방금 일어났는데도 정신이 맑은 기 분이다.

나는 잠시 멍하니 벽을 바라보다가 슬쩍 침대 옆의 오르골을 보았다.

“……와 이거 효과 엄청 좋네.”

해가 저무는 오후 7시.

오늘은 특별반 수업이 있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본관 503호로 향했다.

문을 열자 의자에 앉은 수많은 학 생이 보였다. 그 사이에서 2학년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자리에 앉자 이서준과 신영준이 나 를 반갑게 맞이했고, 내 옆자리에 앉은 유아라는 나를 힐끔 보더니 안

녕. 이라며 짧게 인사했다.

나는 자리에 앉아 수업이 시작하기 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멀리 3학년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문득 그녀의 정보가 궁금해 인물 간 파를 사용했다.

이름 : 장예

나이 : 19

종족 : 마인

상태 : 긴장 마력 등급 : A-관심도 : 0

그렇게 생각 없이 장예의 정보를 읽다가 한 부분에서 의문이 생겼다.

‘마력 등급이 A-?’

나는 잠시 눈을 찌푸리고 다시 보 았다.

다시 봐도 분명한 A-.

B등급 수준의 마인이라고 묘사되

었던 원작과는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원작의 묘사가 틀렸을 리는 없다.

그렇다는 건, 전개가 바뀌었다는 거다.

‘십마회에서 무언가 수를 쓴 건 가?’

가능성이 있다.

마인은 인간의 피를 홉수하여 힘을 키운다. 십마회에서 강한 마력을 가 진 마법사의 피를 제공했다면 그녀 가 A-등급의 마력을 얻는 것도 불 가능한 건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역시 마인들의 최우선 목표가 이서준이라는 게 거의 확실 하다는 것이었다.

“흠……

“무슨 생각해?”

내가 심각한 표정을 짓자 내 옆에 앉은 유아라가 물었다.

“아니, 아무 생각도 안 해.”

내가 고개를 젓자 유아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입을 꾹 다무는 모습이다.

“뭔가 고민 있으면 말해.”

목소리가 진지하다. 원래 진지한 녀석이기는 한데 더 진지하다.

“그런 거 없어.”

“……아님 말고.”

유아라가 획 고개를 돌렸다. 그때 앞문이 드르륵 열리며 교사, 박정완 이 안으로 들어왔다.

“자, 모두 모인 것 같군요. 그럼 오늘은 이론 수업인 마력의 제어와 흐름에 대해 강의를 하겠습니다.”

수업은 계속 진행됐다.

처음에는 이론 위주로 수업을 진행 하다가 실전 수업까지 진행했다.

“자, 그럼 마법의 형태 변화에 대 해 연습할 겁니다. 모두 손 위로 각 자의 방법으로 마법을 구현하세요.”

박정완의 말에 모두가 손 위로 마 법을 구현했다.

굳이 발현계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다들 기초적으로 마법의 구현은 다 룰 수 있기 때문에 실패한 사람은 없었다.

“이제 여러분들은 ‘상상력’의 유연 함을 키울 겁니다.”

박정완이 손 위로 마법을 구현했다. 처음엔 구체의 모형이었다가 얇 은 반원의 모양이 되더니 별 모양으 로 변하는 등 마법의 형태가 계속 변화했다.

“와……

몇몇 학생들 사이에서 감탄이 터졌다. 나 역시 그것을 보며 멍해졌다.

이미 구현된 마법의 형태를 변화시 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 의 말대로 상상력의 유연함이 상당 히 필요했다.

“홈……

나는 손 위의 마법 구체를 최대한

움직이게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잘되지 않았다.

슬쩍 옆을 바라보니 유아라가 말도 안 되는 형태로 마법 구체를 다양한 모양으로 바꾸고 있었다.

“......대박.”

내 중얼거림에 유아라가 힐끔 나를 바라봤다.

“너 이거 못해?”

“어, 못하는데.”

“거짓말.”

“……진짠데.”

유아라가 인상을 썼다.

“네 나이에 압축 구현술도 다루면 서 이걸 못 한다고?”

뭐지? 신종 기만질인가?

“야. 압축 구현술이랑 형태 변화는 전혀 다른 분야야.”

“……무슨 말이야 그게?”

유아라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 었다.

“그러니까 압축 구현은 마력 제어 능력의 체급으로 찍어 누르는 게 가 능하다고 하면, 형태의 변화는 상상 력에 더 의존하는 분야라고.”

횡설수설해서 말을 잘 못 하겠네.

그때 유아라가 내 말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쉽게 말해서 압축 구현술은 노련 함의 분야고, 형태의 변화는 타고난 상상력의 분야라는 거지?”

“어? 어어. 맞아. 정리 잘하네.”

칭찬으로 들었는지 유아라가 어깨 를 으쓱였다. 그러더니 잠시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근데 너는 어떻게 압축 구현술을 다루는 거야? 노련함의 분야라며.”

“어? 그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대답했다.

“내가 노력을 많이 해서?”

잠시 내 눈을 빤히 바라보던 유아 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것 말고는 설명할 방법 이 없긴 하지.”

“어, 어. 응.”

“……나도 어디서 노력으로는 밀리 지 않았던 거 같은데.”

그렇게 조용히 중얼거리던 유아라 는 다시 형태의 변화를 연습했다. 나는 멍하니 그녀의 손 위로 유연하 게 변화하는 마법 구체를 보았다.

사실 유아라에게 저런 형태 변화 훈련은 불필요한데.

“유아라.”

내 부름에 유아라가 훈련을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형태 변화나 조작 같은 훈련보다 는 구현이나 방출 훈련에 집중하는 게 어때?”

“그게 무슨 소리야?”

“다른 분야는 이미 거의 완성되어 있으니까.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내 말에 유아라가 잠시 눈을 찌푸 리더니 이내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입을 벌렸다.

“……그러네. 일리가 있어. 잠깐,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

잠시 생각에 잠기던 유아라가 나를 바라봤다.

“너, 눈썰미가 좋네.”

“딱 보면 티가 나니까.”

그리고 대부분 마법사는 자신의 눙 력을 객관화하지 못하기도 하고.

“하영이가 그러더라. 마법에서 막 힌 부분이 있으면 네가 말 한마디로 시원하게 뚫어준다고.”

“그 말이 맞았어. 뭔가 막힌 게 뚫 린 기분이야.”

유아라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덕분에 훈련 방향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네.”

“……그럼 다행이고.”

“아 참. 궁금한 게 있는데.”

유아라의 곧은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래서 너는 어디서 막힌 거야?”

‘너는 어디서 막힌 거야?’

그 말이 계속 머릿속을 울렸다. 망 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 는 어디에 막혀서 지금 실력에 정체 되어있는 걸까.

“홈……

밤 9시의 마법 훈련장.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