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4화 (64/535)

그때 한참 저택을 조사하던 유아연 이 다시 돌아왔다.

자운 일행을 놓친 것에 기분이 안 좋은지 그녀의 표정은 어두웠다.

“불의 마녀?”

“와아. 신기하다.”

최서윤과 이현주는 유아연을 보더 니 신기해하는 반웅을 보였다.

“유아라 선배님이랑 엄청 닮았네.”

유아라라는 이름이 들리자 유아연 의 몸이 홈칫 반응했다. 이내 그들 을 무시하고는 정제원에게 말했다.

“저택 뒤져봤는데 특별히 나오는 건 없어.”

“그래? 어쩔 수 없지.”

유아연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이서준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내게 시선 을 돌렸다.

아주 묘한 눈빛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읽을 수 없어 그냥 생각을 접었다.

그러고 보니 유아연이 나에게 의구 심을 가진다는 메시지가 떠올랐었는 데.

그때 유아연이 말했다.

“시간도 늦었는데 내려가시죠.”

지금 시간은 오전 1시.

이곳에서 잠들 수도 없으니 여기서

이러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맞는 말이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려가자.”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우리는 기숙 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처음엔 흑염 용병단 근처의 호텔로 가야 하나 했지만, 어차피 모든 의 뢰를 마쳤으니 굳이 안 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모두 기숙사로 돌아

갔다.

“아…… 피곤해.”

나는 샤워로 몸을 깨끗이 씻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바로 잠이나 잘까. 고민하다가 확 인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걸 깨달았 다.

[‘S등급 마인에게 유효타 성공’ 업 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S등급 마인 간접 토벌’ 업적을 달 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S급 빌런, ‘성진’ 토벌에 약간의 기여를 했습니다.]

[스토리의 큰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1.2 상승합니다.]

“홈……

과연 S둥급의 마인.

포인트와 인과율의 수입이 상당히 짭짤하다.

거기다 내 손으로 직접 처리한 것 도 아니고, 약간의 유효타를 입힌 수준인데도 이 정도다.

만약 s등급의 마인을 나 혼자서 단독 토벌을 하게 되면 과연 얼마나 오르게 될까.

“……궁금하네.”

그나저나 스토리가 갑작스럽게 크 게 변화했다.

심지어 메시지 창에서도 스토리의 큰 변화를 알려줄 정도였다.

‘스토리의 큰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이제는 겁이 나는 수준이다. 마치 나보고 ‘이제 어쩔래?’라고 경고하 는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 스토리의 변화는 꾸 준히 있었다. 하지만 그게 이서준에 게 직접 영향을 준 적은 없었다.

오히려 빌런과 이서준과의 접점이 사라지며 내가 대신 처치하게 되는 그런 귀찮은 상황만 있었으니까. 그 러나 이번엔 달랐다.

마인들은 이서준을 멸마의 아이로 착각했고, 내가 조금만 더 늦었다면

이서준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왔었다.

다행히 자운이 개입되며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되었지만 자운이 이서준에게 호의를 보이는 것도 잠시다.

그들은 언젠간 이서준의 강력한 적 이 되어 그를 위기에 몰아넣을 것이다.

“후……

하루라도 빨리 더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서준이 죽지 않게 안전장치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것이 조력자가 됐든, 그의 힘을

강화해줄 특별한 무구가 됐든…….

내가 깽판 쳐서 기연을 획득하고 빌런을 처치하며 엔딩에 가까워지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이서준이 죽지 않을 상황을 만드는 게 나에겐 가장 중요했다.

“아, 맞다.”

이번에 훔친 자운의 아이템이 있었 는데.

나는 아공간을 열어 이번에 획득한 아이템들을 책상 위로 올렸다.

12개의 아이템. 그리고 마인을 처 치하고 얻은 검 하나.

이미 사용해 본 ‘마수 소환서’는

아공간 안으로 다시 집어넣었다.

“……홈. 쓸만해 보이는 게 없네.”

검이나 창 같은 무기는 나한테 필 요 없으니 대충 팔거나 어디 교환하 기로 하고.

무엇을 먼저 확인해볼까 고민하다 가 투명하게 빛나는 유리 반지를 쥐 었다.

[형태 없는 정령의 유산(유물)]

설명 : 마법에 속성을 부여할 수 있다.

[사용 효과]

►속성 저장

반지에 속성 에너지를 저장합니다.

►속성 변환

반지에 저장된 속성을 마법에 부여 합니다. 속성 부여에 성공하면 저장 된 속성 에너지는 사라집니다.

내구 : B

“뭐야......

아이템 둥급이 무려 유물이다.

유물이라 하면 신비의 힘이 담겨 있지만, 그 성능이 ‘성유물’에 미치 지 못한 아이템을 말한다.

“속성 부여라......

회귀 전 처음 마법을 익힐 때 속 성 적웅 훈련할 시간이 없어 무속성 를 다루던 나에게는 조금 솔깃한 아 이템이 었다.

물론 속성을 다루게 된다고 하더라 도 마법이 더 강해진다거나 하는 건 없다. 각 속성에도 장단점이 있으니 까.

나는 반지를 손가락에 끼었다.

[‘유물 장착’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포인트를 얻었다는 기쁨은 뒤로하 고 반지에 마나를 주입했다. 동시에 반지에서 빛이 났다.

그렇게 5초간 빛이 뿜어지더니 이 내 다시 사라졌다.

“속성은 어떻게 저장하는 거지.”

혼자 고민하던 중, 대충 어떻게 사 용할지 감이 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돗물을 틀 었다.

반지에 마력을 주입한 상태로 물에 담그자 투명했던 유리 반지가 푸른 색으로 변했다.

“이거네.”

신기함을 느끼다가 손위로 작게 마 법을 구현했다.

수우우웅……

손위로 떠오르는 새하얀 마법 구 체. 평소와 같은 무속성이었다.

“이게 아닌가.”

이번엔 반지에 마나를 주입한 상태 로 마법을 구현했다.

“대박.”

내 손 위에 액체로 이루어진 마법 구체가 구현되어 있었다.

이렇게 간단히 마법에 속성을 부여 할 수 있다니.

잘만 사용하면 속성의 상성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유물치고는 성능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면 감지덕지다.

거기다 공짜로 얻은 거기도 하고.

반지를 어루만지곤 다시 책상 앞으 로 돌아가 남은 아이템을 확인했다.

“책은 뭐지?”

두 개의 낡은 고서.

하나는 제목이 흐려 보이지 않고 다른 하나는 '일월약학서J 라는 이 름이 적혀 있다.

“ 일월약학서......

뭔가 알 것 같은데.

대충 내용을 훑어보니 약 제조법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다.

일월…….

“이거 그거네.”

50년 전, 제약 명가라 불렸던 일월 가의 비급서.

학교 역사 시간에 배운 적이 있어 서 알고 있었다.

“신기하네.”

이 약학서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감이 왔다. 내 주변에 약학하면 떠 오르는 인물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바로 한세연.

그녀에게 최근 받기만 해서 조금 미안했는데 이거면 충분한 보답이 되겠지.

“이건 뭐지?”

제목이 흐려 보이지 않는 책을 쥐 었다.

[천일의 세

설명 : 천일 일족의 비전서

“……와. 얘네 이것도 훔쳤었네.” 천일 일족.

이것 역시 원작에서 아주 잠깐 언

급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멸족과 함께 보물도 사라졌다는 내 용이 있었다.

나는 책을 펼치고 내용을 살폈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천일 일족 의 피가 흐르는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마나 사용법이 적혀 있었다.

이래서는 나에겐 전혀 쓸모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이 가치가 없는 건 아니다.

이런 사연 많은 골동품에 환장하는 한 인물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보관.”

나는 천일의 서를 아공간에 집어넣

었다.

이것을 잘만 이용하면 괜찮은 거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은 6개의 아이템들도 확인해보는 데 천일의 서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골동품들이 었다.

미얀 족의 석판, 사율 족의 항아 리, 샤칸의 황금상…… 둥둥.

“쩝.”

남은 아이템들이 조금 아쉽지만 그 래도 ‘마수 소환서’와 ‘변화하는 정 령의 반지’를 건졌으니 이것으로 만 족해야겠다.

“흐아아암……

반지를 제외한 모든 아이템을 아공 간에 집어넣었다.

슬슬 육체가 한계다. 피로함에 정 신을 잃을 것 같다. 나는 그대로 침 대에 몸을 던지듯 누웠다.

예상했던 대로 어제 있었던 자운과 마인 습격에 관한 이야기는 세상 밖 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마법사 협회에서 자체적으로 외부 로 퍼지지 않게 막은 모양이었다.

어떤 이유로 어제 사건의 소문을 막았는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마법사 협회장인 김진철이 이서준과 자운의 관계에 대한 의문 제기를 우 려한 거겠지.

이것 역시 원작과 같은 흐름이었다.

“홈……

스토리가 급변하는 지금.

나는 새로운 특성을 하나 구매하려 한다.

몇 주간 포인트도 꽤 쌓였고, 이서준의 안전을 위해 변수를 최대한 차 단하는 게 중요할 테니까.

[외부자의 혜택 인물 간파(???)]

분류 : 특수

설명 : 외부자의 혜택에 인물 간파 능력을 추가합니다.

[사용 효과]

►인물 간파

대상의 간단한 정보를 확인합니다.

가격 : 30,000

“3만 포인트……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나에겐

꼭 필요한 특성이다.

악역들이 언제 또 정체를 숨기고 이서준 주변에 나타날지 모르기 때 문이다.

특히 이번 성진의 죽음으로 이서준 주변에 새로운 마인들이 투입될지 모르는 일.

[외부자의 혜택 인물 간파(으??)를 구매했습니다.]

빌런을 구분할 수단이 거의 없는 지금, 이 특성은 분명 도움이 될 거 라 믿는다.

“그럼 시험하러 가볼까.”

어차피 아침 식사도 해야 하니 식 당가는 김에 사용해봐야지.

그렇게 나는 대충 모자를 눌러쓰고 밖으로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사람이 거의 보 이지 않았다.

원래 이 시간대에 식당 가려는 사 람이 한두 명쯤은 보여야 할 텐데.

“……아, 맞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용병 체험을 하던 나와 이서준 일행은 불미스러 운 일로 하루딸리 학교로 돌아왔지

만 다른 학생들은 아니다. 2박 3일 의 수업이니 다른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을 터.

사람을 마주치려면 결국 야외로 나 가야 한다.

“홈……

그렇게 아쉬움을 느끼고 있을 때, 옆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김 선우?”

이서준이었다. 옷차림을 보아하니 나처럼 단순히 식당이나 가려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어디 외출하려는 거 같은데.

“어디 가냐?”

“집에 잠깐 호출을 받아서.”

“아.”

이서준의 집이라면 김진철 회장의 집을 말한다. 어릴 적부터 김진철 회장의 손에 자란 이서준은 그와 함 께 살고 있다

아무래도 어제 사건 때문에 김진철 회장이 부른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냐.”

“너는 식당가?”

“어. 어젯밤에 고생해서 그런지 엄 청 배고프네.”

내 말에 이서준이 조용히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을 보다가 방금 획득 한 특성인 ‘인물 간파’를 시험해보 기로 했다.

[고유 특성, ‘외부자의 혜택’을 발 동합니다.]

[대상의 정보를 간파합니다.]

이름 : 이서준

나이 : 18세

종족 : 인간 상태 : 평온 마력 등급 : A-관심도 : 2

정말 간단한 정보만 떠오른다.

이름, 나이, 종족, 상태, 마력 둥급 그리고 관심도.

마력 등급은 마법사 협회의 기준인 마력 등급을 말하는 것 같고, 관심 도는 아마 나에 대한 관심 레벨을 말하는 거겠지.

뭐, 크게 불만은 없다.

사실 이름과 종족, 마력 등급만 알 고 있어도 웬만한 빌런의 위장은 전 부 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18살에 마력 등급이 A-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수준이다.

역사상 천재라 불렀던 다른 마법사 들도 보통 21살은 되어야 A등급에 도달할 수 있었으니까.

“김선우?”

내가 잠시 멍하니 정보창을 보고 있자 이서준이 나를 불렀다.

“어? 어. 왜.”

“갑자기 멍하니 있길래.”

“아, 잠깐 딴생각하느라.”

이서준은 나를 힐끔 바라보더니 별 생각 없이 넘겼다.

“맞다. 몬스터 생물학 과제는 언제 할래?”

잠시 잊고 있었다. 2주 안에 제출 해야 하는데.

“일요일 어때?”

오늘은 이서준이 안 되고 토요일은 윤하영과 멸마의 힘 훈련 때문에 내 가 불가능하다.

이서준은 잠시 고민을 하는가 싶더 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일요일에 하자. 뭐 연 구할지는 이따 메시지 보낼게.”

“어. 그래.”

“……아, 맞다. 나 너한테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

이서준은 잠시 나를 바라봤다. 무 언가 혼자 곰곰이 생각하는가 싶더 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다음에 얘기하자.”

이서준은 그렇게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더니 정문 방향으로 걸어갔다.

“뭐야?”

그렇게 멍하니 이서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또다시 익숙한 얼굴과 마주쳤다.

“선배님?”

최서윤이었다.

“어디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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