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3화 (63/535)

동시에 빛이 번쩍이더니 이서준의 몸이 사라졌다. 잠시 후, 이서준은 성진의 코앞에 나타나더니 빠른 속 도로 성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수우우웅!

흠칫 놀란 성진은 마력의 장막을

펼치며 이서준의 공격을 튕겨냈다. 그러나 완벽한 방어는 아니었다.

성진의 가슴에 기다란 상처가 생기 며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어이가 없군. 공격을 막아낼 뿐만이 아니라 내게 상처까지 입힌 다고?”

성진은 황당함의 웃음을 흘렸다.

세상에 이런 괴물이 있나.

“천만다행이군. 만약 2년만 지났어 도 네 녀석을 막을 마인은 이 세상 에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

성진은 그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래서 아까부터 궁금한 건데, 멸 마의 힘은 왜 사용하지 않는 거지?”

이서준은 성진의 말을 듣고는 멈칫 했다.

“멸마의 힘? ……그게 뭐지?”

“시치미 떼는군. 마법사관학교 중 간 시험날, 3학년 시험장의 대결계 를 해제한 건 분명 이서준 네놈이었 을 텐데?”

“......뭐?”

뜬금없는 말에 이서준은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결계라면 김선우가 풀었던 그 결

계를 말하는 건가?

“그게 무슨 소리야?”

“정곡에 찔린 표정이군. 숨기려 해 도 소용없다.”

“똑바로 설명해. 혹시 네놈은 그때 대결계 해제한 자를 찾는 건가?”

이서준의 물음에 성진은 눈을 가늘 게 떴다. 지금 이서준의 모습은 정 말 아무것도 모르는 듯했다.

“……정말 모르는 건가?”

“내 질문에 대답해!”

“정말 모르는 모양이군. 그럼 결계 해제는 누가 한 거지?”

이서준은 멸마의 아이가 아니다. 잘못짚어도 단단히 잘못짚었다. 그 렇다면 멸마의 아이는 대체 누구인가? 대체 누가 마의 대결계를……

성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 다 번뜩 무언가를 떠올리며 이서준 을 바라봤다.

“너는 마의 대결계를 해제한 자를 알고 있군?”

“……그런 거 내가 알 거 같나?”

성진은 마력을 끌어모으며 이서준 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기세였다. 지금까지 성 진은 단 한 번도 살초를 사용하지

않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내, 성진의 몸이 사라지더니 이서준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서준은 놀라 빠르게 뒤로 물러서 려 했지만, 상황은 이미 늦은 뒤였다.

이서준은 성진에게 목을 잡히며 공 중에 떠올랐다.

“끄으윽!”

이서준이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대답해라. 결계는 누가 해제했 지?”

“나, 나는…… 모른다고!”

“대답해라.”

“크으으윽!”

“……대답할 생각이 없군. 그렇다 면 죽는 수밖에.”

성진은 이서준의 숨통을 강하게 조 였다.

이서준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가며 고통에 괴로워했다.

그때 였다.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환한 빛 이 번쩍이더니 가공할 만한 마력 에 너지가 성진을 향해 쏘아졌다.

어떠한 마력도 느끼지 못했기에 성 진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스 O O.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끄아아아아악!”

이서준의 목을 움켜쥔, 성진의 어 깨와 상체의 절반이 한순간에 사라 졌다. 검은 피가 뿜어져 나왔고 신 체는 불타올랐다.

성진이 고통의 비명을 내질렀다.

이서준은 그대로 바닥으로 쿵 떨어 졌다.

“크헉……

막혀있던 숨통이 트이자 이서준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방금 지원이 있었던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희 미해진 시야에 한 남자가 보였다. 하지만 산소가 부족한 탓일까. 얼굴 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O O O 으I”

—-—.—- ―I ;

성진은 고통에 괴로워하다가 신체 의 마력을 재생력으로 전환했다.

사라진 성진의 신체 일부가 징그럽

게 꿈틀거리더니 서서히 형태를 갖 추기 시작했다.

“끄으윽! 누구야아악!”

성진은 핏발선 눈으로 의문의 기습 이 날라온 방향을 노려보았다.

멀리 인간 남성이 혼자 서 있었다. 방금의 마법을 사용한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앳된 외모였다.

그러나 성진은 이상함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의 머릿속엔 방금 기습으 로 인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죽여주마!”

그렇게 성진이 신체의 마력을 끌어 모으며 뛰어가려는 때였다.

쿠우우웅!

마치 천둥소리와 같은 거대한 소리 가 하늘을 울렸다. 이내 마력의 폭 풍이 하늘 위에서 휘몰아치더니 강 렬한 번개가 성진을 향해 내리쳤다.

콰강-!

“크아아아악!”

번개는 정확히 성진의 가슴을 꿰뚫 었다. 검은 피가 다시 한번 뿜어지

며 바닥을 적셨다.

콰강-!

다시 한번 번개가 내리쳤다. 이번 엔 성진의 배를 뚫었다. 이어서 한 번, 또다시 한번. 번개는 멈추지 않 았다. 그 후로도 계속해서 성진을 향해 내리쳤다.

“끄아아아악!”

파지직. 파지직

바닥이 뇌기로 울렸다. 그 사이에서 한 여성이 성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흐트러진 긴 금발이 폭풍 에 홀날렸다.

샬롯, 아니 베르트는 성진을 내려 다보았다.

“넌 누구냐? 왜 저 아이를 노리는 거지?”

네놈은 또 뭐야!”

성진의 말에 베르트는 손을 하늘 위로 뻗었다.

그녀의 손 위로 강한 마력을 품은 전류가 흐르더니 뇌기를 머금은 장 창이 구현되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마인. 이서준 을 왜 공격했지?”

“흐흐..흐흐흐흐..

실성한 듯 성진이 웃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금 이 상황은 좋지 않다. 눈앞에 보이는 저자는 S등급 이상의 마법사 다.

이미 재생력에 많은 마력을 소모한 지금, 눈앞의 상대를 상대할 수 없다…….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검게 물든 그의 눈가를 중심으로

얼굴 전체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망가졌던 성진의 몸은 아까보다 훨 씬 빠르게 재생됐다. 그의 몸이 점 차 크게 부풀어 올랐다.

마인의 폭주화가 시작된 것이다.

“휴……

다행히 상황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베르트가 움직였으니 자운의 다른 인물들도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성진은 금방 토벌되 겠지.

그나저나 방금 상황은 다시 생각해 도 아찔하고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서준이 아니라 내가.

내가 쏟아낸 마법은 무려 5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마나를 웅축해 만 든 회심의 공격이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공격이라 할 수 있었다.

다행히 내 공격은 녀석에게 유효타 를 먹였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S등급의 마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녀석은 괴물 같은 재생력으로 빠르 게 몸을 회복시켰기 때문이다.

다행히 딱 알맞게 베르트가 개입하 면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진짜 큰일 날 뻔했다.

아까 보니까 엄청 열 받은 것 같 던데.

A O O.

내 몸이 축 처지는 게 느껴졌다.

마나 엘릭서의 지속 효과가 끝나며 마력 탈진 현상에 빠진 것이다.

만약 이 상태에서 다른 마인과 마 주치게 된다면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죽게 되겠지.

……아무래도 어디 숨어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숨을 곳을 찾다가 문득 마력으로 청력을 강화해 엿들었던 이서준과 성진의 대화가 떠올랐다.

“근데 진짜 어이가 없네.”

다시 생각해도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

“멸마의 아이라고? 이서준이?”

이게 대체 뭔 개소리일까.

설마 마인들이 이서준을 멸마의 아 이로 착각하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게다가 성진이 이서준을 멸마의 아 이로 착각하는 이유가 중간시험 때 해제되었던 마의 대결계 때문이었다.

나비효과.

결국 이 모든 사건은 내가 저지른 행동 때문에 생겨난 나비효과였다.

그러니까 이 상황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었다.

내 행동이 이서준을 위기에 몰아넣 었다.

“후…… 이걸 어쩌냐.”

아무래도 오늘 성진이 토벌된다고 하더라도 마인들은 이서준을 포기하 지 않을 것이다.

특히 마인의 왕 같은 경우에는 멸 마의 힘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었 으니까.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겠는 데.”

나는 멀리 베르트와 성진의 대결을 지켜보았다.

S등급 괴물들의 싸움.

이 둘의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 지 않았다.

원작에서 별다른 접점이 없던 이 둘이 싸우는 걸 보니 복잡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베르트의 뒤로 5명의 인간이 등장했다.

나는 한눈에 이들이 누구인지 눈치 챘다.

자운의 다른 멤버들이었다.

이들은 이내 베르트에 밀리지 않은 강한 마력을 과시하며 성진을 공격 했다.

전투는 한순간에 6대 1이 되었다. 이제야 길었던 이 전투도 끝이 보이 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작의 흐름과 변화가 없다 면 곧 다른 세력이 개입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이곳에서의 내 역할은 이제 모두 끝났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은 안전한 곳에 숨어 저들에게 일어날 일들을 지켜 보는 것이다.

“크으윽!”

성진은 자운의 6명을 상대로 끈질 기게 버티었다. 하지만 성진이 S둥 급의 최상급 마인이라고 하여도, 상 대는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최 상급 마법사들의 단체였다.

성진 혼자서 이들을 상대로 버티는 건 불가능했다.

“슬슬 대답이나 하지? 왜 이서준을 공격했지?”

베르트는 바닥에 꿇어앉은 성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성진은 폭주 상태에서 원래의 모습 으로 돌아왔다.

보통 마인의 폭주는 한번 시작하는 순간 쉽게 풀리지 않는다. 하지만 성진은 s등급의 마인이었기에 가능 했다.

“……닥치고 죽여라.”

“웃기는군. 대답하기 전까지는 넌 절대 죽을 수 없다.”

베르트의 말에 성진은 입술을 깨물 었다. 죽이지 않겠다는 건 여차하면 고문하겠다는 이야기기도 했으니까.

“그렇다고 자폭할 생각은 하지 않 는 게 좋을 거다. 그런 낌새가 보이 는 즉시 네 놈의 사지를 잘라 주 마.”

“네 녀석……

그렇게 성진과 베르트가 대화를 나 누는 사이.

거대한 마력의 흐름이 공간을 울렸다.

“뭐, 뭐야‘?”

수우우웅

깜깜했던 하늘이 갑자기 붉게 물들 었다. 이상함을 느낀 성진과 자운 일당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뜨겁게 타오르는 거대한 원형 구체 가 하늘에 떠 있었다.

마치 태양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화 염 구체의 위엄에 모두가 입을 벌리 며 당황해했다.

“마, 막아!”

거대한 화염 구체는 그들을 향해 빠르게 떨어졌다.

자운 일당은 뒤늦게 마법의 장막을 펼쳐냈지만 엄청난 마력이 응축된 화염 구체를 완전히 막아내기엔 역

부족이었다.

쿠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아앙— !

“크아아악!”

강렬한 충격파가 넓게 퍼지며 주변 일대의 지형이 무너져 내렸다.

구체가 떨어진 곳에 거대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바닥은 한순간에 불바 다가 되었다.

연기가 모습을 감추자 형태를 알아 볼 수 없는 시체가 되어버린 성진과

마법의 장막 속에서 긴장된 표정을 지은 자운 일당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 하면서도 본능적으로 자신들을 기습 한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이런 고밀도의 화염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전 세계에 단 한 명밖 에 없으니까.

그리고 이내, 그들의 예상대로 검 은 머리를 흩날리는 한 여성이 모습 을 드러냈다.

베르트는 그녀를 보며 조용히 중얼 거렸다.

“……불의 마녀.”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 다고 알려진 마법사, 유아연은 분노 에 찬 얼굴로 그들 앞에서 있었다.

후우우우웅!

그리고 그녀의 머리 위에는 방금 그들을 공격했던 그 거대한 화염 구 체가 다시 떠올라 있었다.

상황은 빠르게 종료되었다.

원작의 흐름과 같이 ‘다른 세력’, 여명의 칼날이 개입되며 난장판이 되었다.

자운은 6명, 여명의 칼날은 고작 2 명이었지만 유아연은 전 세계에 다 섯 손가락에 꼽히는 최강의 마법사 였다. 숫자에 밀려도 어느 정도 상 대가 가능할 만큼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이후는 원작의 전개와 똑같이 진행 되었다.

이 의미 없는 싸움에서 승리해봤자 득 볼 것이 없다고 판단한 자운은 끝내 도망쳤고, 그들을 놓친 유아연

은 분노했다.

“ 괜찮냐?”

모든 상황이 끝난 뒤.

나는 이서준의 몸을 일으켜 줬다. 이서준은 내 부축을 받더니 절뚝거 리는 몸으로 이현주에게 다가갔다.

이현주도 어느새 정신을 차렸다.

“괜찮으세요?!”

멀리서 뒤늦게 최서윤이 등장했다. 기특하게도 혼자서 마인을 잘 쓰러 트린 모양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그러게.”

“아까 멀리서 엄청 강한 마력이 여 러 번 느껴졌었는데. 뭐예요 대체?”

“나도 잘 모르겠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서준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 그리고 오는 길에 마인이 둘이 나 쓰러져 있던데 그거 혹시 선배님 이 쓰러트린 거예요?”

최서윤이 내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어, 나 맞아.”

“정말요?”

최서윤이 나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

을 지었다. 그 옆에 이서준도 나를 묘한 눈으로 바라봤다.

“왜, 너도 하나 쓰러트렸잖아.”

“그렇긴 한데 하나랑 둘은 너무 다른데요.”

최서윤이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운이 좋았어.”

그때 우리에게 잘생긴 남성이 다가 왔다. 나는 한눈에 그가 누구인지 알아봤다.

정제원. 여명의 칼날 소속으로 유 아연의 옆에 항상 붙어 다니는 남자 였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아, 참고로 저는 여명의 칼날 길 드 소속 마법사입니다.”

“……여명의 칼날?”

우리는 정제원에게 방금 상황에 대 한 설명을 들었다.

사실 의뢰인은 자운의 멤버였고 이 모든 건 함정이었다- 라는 사실에 다들 놀란 반응을 보였다.

“자운? 그 13년 전 테러 단체?”

“자운이 왜 우리를?”

그렇게 다들 궁금증에 차오를 때쯤

이서준이 정제원에게 날카로운 질문 을 던졌다.

“근데 여명의 칼날은 어떻게 알고 이곳에 오신 거예요?”

“네? 어, 어……

당연하겠지만 정제원은 당황한 표 정을 지으며 대답하지 못했다.

그야 당연한 게, ‘자운에게 중요한 존재인 이서준 널 미행했다.’라고 솔직하게 대답할 수도 없는 노릇이 니까.

“홈홈…… 그런 방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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