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2화 (62/535)

대충 둘러보는데도 평범해 보이지 않는 여러 아이템이 있었다.

이 아이템들이 나에게 쓸모가 있을 지는 알 순 없지만 그래도 자운이 훔쳐 온 아이템들인 만큼 무언가 특 별한 가치가 있을 확률이 높겠지.

“뭔가 많은데.”

어떤 아이템이 있는지 하나하나 살 펴보고 싶지만, 슬슬 약속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대충 몇 개의 아이템 정보만 확인 하기로 했다.

“이건 뭐지?”

신기한 물건들 사이에서 뱀이 그려 진 종이가 있었다.

[마수 소환서 (A)]

분류 : 소환서

설명 : 지옥의 마수를 소환합니다.

[사용 효과]

►소환

당신에게 충성하는 강력한 지옥의

뱀을 소환합니다.

* 지속시간 : 3분

*재사용 대기시간 : 10일

내구 : D

“오호.”

효과를 살펴보는데 무언가를 소환 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이것과 비슷한 아이템을 원작에서 도 본 적이 있어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왔다.

아쉬운 건 소환 재사용 대기시간이 10일이나 된다는 점이다.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지만 10일 내로 사용할 만큼 자주 쓸 상황은 없을 것 같으니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아이템들을 차곡차곡 아공간 안에 집어넣었다.

[‘괴도’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별 업적이 다 있네.

시간이 흘러 황금 상자에 걸린 결 계와 봉인술이 다시 재생되었다.

이렇게 보면 상자의 내용물이 사라 졌다는 건 그들도 알지 못할 것이다.

“후.”

그럼 나가볼까.

나는 천천히 왔던 길로 되돌아갔 다. 복도의 끝에서 결계를 해제하고 괘종시계 밖으로 나왔다.

시간을 보아하니 9시 30분이다.

가짜 도난 사건의 시작까지 아직

30분가량의 시간이 남았다.

“……도난이 라.”

원작대로라면 이번 사건으로 이서준에게 뭔가 위험한 일이 생기진 않 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서준 주변에 있는 게 좋겠지.

스토리의 전개가 바뀌는 지금, 나 도 모르는 사건이 언제 터질지 모르 니까.

그렇게 저택의 복도를 쭉 걷고 있 던 때였다.

번쩍!

창밖에서 눈부실 정도로 환한 빛이 뿜어졌다.

이내 강력한 마력의 기운이 느껴지 더니 거대한 마력의 폭발이 터졌다.

콰아아아앙!

창문이 와르르 깨져나갔다. 나는 몸을 숙여 쏟아지는 유리 파편을 막 아냈다.

“뭐야?!”

너무나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당황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설마 자운의 자작극이 벌써 시작된 건가?

하지만 방금 있었던 마력 폭발의 위력은 내 예상 범주를 훨씬 뛰어넘 어 있었다.

단순히 이서준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한 자운의 자작극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강한 마력 폭발이었다.

마치 살기를 가지고 공격한 마법같 이……

‘설마 자운의 자작극이 아닌가?’

나는 불안감을 느끼며 깨진 창문을 너머를 바라보았다.

저 멀리 상처를 입은 이서준의 모 습이 보였다. 그의 뒤에는 마력 폭 발의 충격파로 인해 정신을 잃은 이

현주의 모습이 보였다.

혹시 죽은 건가 싶었지만 미세하게 몸을 떨고 있는 걸 보아하니 다행히 목숨은 부지한 듯 보였다.

아무래도 이현주에게 공격이 닿기 전, 이서준이 대신 막아준 모양이다.

나는 이서준의 앞에서 있는 장신 의 남성을 바라보았다.

검은 불길한 마력. 그리고 어딘가 본 것 같은 얼굴.

“......성진?”

성진이다. S등급의 마인이자 왕의 충신. 회귀 전 뉴스에서 보았던 얼 굴이기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쟤가 왜 여깄어?”

성진은 이번 사건에서 등장하면 안 되는 인물이다.

이번 사건에 다른 세력이 끼어들긴 하지만, 그 세력이 마인은 아니었다.

온갖 의문이 머릿속에 떠오르다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창문을 넘어 밖으로 뛰쳐나갔 다.

스 O O.

그때 성진의 몸에서 강력한 마력이

뿜어졌다.

위험하다. 지금의 이서준은 성진을 상대할 수 없다.

그렇게 이서준을 돕기 위해 달려가 려는 순간 누군가가 내 앞길을 막아 섰다. 성진과 같이 검은 마력이 온 몸에서 뿜어지고 있었다.

“어딜 가려 하지? 네 상대는 나 다.”

나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풍기는 마력을 보았을 때 제법 강한 힘이 느껴졌다. 최소 B등급 이상.

거기다 눈이 살짝 검게 물든 것을 보아하니 폭주 상태에 가까워져 있

“너네 뭐야? 마인이 어째서 우리를 공격하는 거지?”

나는 녀석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 다.

마인들은 보통 단체 활동을 하지 않는다. 확실한 근거가 있을 때만 움직이는 족속들이었다.

대체 무슨 이유로 마인이 움직인 걸까. 게다가 성진 같은 최상급 마인이 등장할 정도라니.

스토리가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가

없었다.

마인은 내 질문에 피식 웃더니 허 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그건 네 녀석의 숨통이 끊어지기 직전에 알려주지.”

마인의 검에 검은빛을 내뿜는 날카 로운 검기가 생겨났다.

이내 녀석의 검이 10개로 분리되 더니 공중에 떠오르며 빠른 속도로 돌기 시작했다.

가끔 저렇게 마력을 주입하면 특이 한 효과가 발동되는 무기가 있다.

저런 무기들은 어떤 식으로 공격해 올지도 알 수 없어 대처하기도 상당

히 까다로웠다.

물론 사용자의 능력과 숙련을 많이 타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무기는 아니었지만, 아쉽게도 눈앞의 상대는 무기 숙련도가 높은 모양이었다.

스스스스슥!

빠르게 회전하던 10개의 검날이 날카로운 빛을 내며 나에게 날아들 었다.

슈웅!

나는 곧바로 신체를 강화해 공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 었다. 곧바로 다른 방향에서 또 다른 검날이 나에게 날아들었다.

“큭!”

공격은 계속되었다. 10개의 검날이 다양한 방향에서 날아오기 때문에 전부 피하기는 쉽지 않았다.

“쳇!”

마나 엘릭서라도 마실 수 있다면 뭔가 방법이라도 생길 것 같은데 놈 은 나에게 그럴 여유조차 주지 않았 다.

이렇게 피하기만 하다간 끝이 없

다.

역시 이런 상황엔 본체를 노려야 한다.

나는 녀석의 공격을 피하는 도중, 손 위로 작은 마법 구체를 구현했다. 그리고 검날을 피하는 찰나의 순간에 구체를 녀석에게 방출했다.

피융!

콰아앙!

“크아악!”

마법이 녀석의 머리를 정확히 맞추 며 폭발을 일으켰다.

마나 분배를 위해 그리 강한 마법 구체를 쏘아낸 게 아니었기에 치명 타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덕분에 작은 틈이 생겼다. 허공을 부유하는 검날들의 움직임이 살짝 느려졌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 게 아공간을 열어 자운의 비밀창고 에서 얻은 ‘마수 소환서’를 꺼냈다.

종이를 펼치고 마나를 주입했다. 동시에 종이가 빠르게 마나를 집어 삼키더니 그 안에서 거대한 흑색 뱀

이 튀어 나왔다.

— 치이이이익!

뱀은 녀석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 아들었다.

“이, 이건 뭐야?!”

마인은 당황해하며 나를 향하던 검 날을 뱀에게 돌렸다. 하지만 뱀은 유연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해내더 니 마인의 목을 콰직 물었다.

“끄아아악!”

마인이 비명을 지르며 뱀을 떼어내

려 했다. 그러나 뱀은 오히려 녀석 의 몸을 동그랗게 말아 쥐더니 강하 게 압박했다.

탕! 탕! 탕! 탕!

허공에 떠오른 10개의 검날이 뱀 을 베어내기 위해 계속해서 공격했다. 하지만 뱀의 단단한 가죽을 뚫 지 못하며 튕겨 나갔다.

“......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아이템의 효과가 생각 이상으로 대 단했다.

설마 저렇게 거대한 뱀이 나올 줄 은 몰랐는데.

지속시간은 고작 3분.

전투용으로 사용하기엔 꽤나 짧은 시간이라 단순히 시선을 끌어줄 용 도로 이용하려 했는데 예상외의 성 능이었다.

“대박이네.”

뱀은 집요하게 녀석의 목을 물어뜯 더니 3분의 시간이 지나자 먼지처럼

몸이 흩어졌다.

먼지는 바람에 홑날리듯 허공을 떠 돌다가 내 손에 쥔 종이 속으로 빨 려 들어갔다.

“크으윽……

마인은 목에 피를 철철 홀리며 괴 로워했다.

눈이 찌푸려질 정도로 목이 거의 다 뜯어졌는데 어떻게 살아있는지 의문이다.

역시 마인의 생존력인가.

나는 녀석에게 한 발자국 다가갔 다. 그리고 손 위로 마나를 최대한 끌어모아 마법 구체를 구현했다.

“크윽......

마인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마주하다가 물었다.

“대답해. 왜 우리를 공격한 거지?”

“..흐, 흐흐.”

마인은 대답 대신 실실 웃었다. 대 답하지 않겠다는 녀석 나름의 의지 였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마인이 어떤 이유로 우리를 공격했 는지 알아야 바뀐 미래를 미리 대처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알 방법 이 없었다.

“당장 대답해!”

“흐흐…… 내가 알려줄 것 같아?”

콰아아앙!

그때 이서준의 방향에서 다시 거대 한 굉음이 울렸다.

황급히 고개를 들고 이서준을 바라 보았다.

이서준은 환하게 빛나는 검을 휘두 르며 성진의 공격을 힘겹게 막아내 고 있었다.

마인들의 정확한 목표는 알 수 없

었지만, 성진이 이서준에게 붙었다 는 건 아무래도 이들의 목표는 이서준인 듯했다.

“쓰읍.”

자운 녀석들은 대체 어디서 뭘 하 는 거야.

분명 녀석들이라면 이서준의 위기 를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 텐데.

“쳇.”

시간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콰앙—!

나는 마법으로 녀석의 머리를 터트 리고는 다시 이서준을 향해 뛰었다.

거대한 굉음이 다른 곳에서 계속해 서 울렸다.

여기가 아닌 곳에서도 전투가 일어 난 둣 보였다. 하지만 다른 곳에 신 경 쓸 여유가 없었다.

위기에 맞은 이서준을 도와줘야 하 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서준에게 다가가는 도중, 어디선가 살기가 느껴졌다.

동시에 하늘 위에서 환한 빛의 에

너지가 쏘아지더니 내 앞에 바닥과 충돌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큭!”

새로운 마인이 내 앞에 등장했다.

역시 이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지.

“방금 전투는 잘 보았다. 특이한 기술을 사용하더군. 아까 그 뱀은 뭐냐? 아이템인가?”

새로운 마인은 나를 보며 신기하다 는 듯 말을 걸었다. 하지만 이서준 이 위험한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한 가롭게 떠들 시간은 없었다.

나는 녀석이 공격하기 전에 아공간 에서 마나 엘릭서를 꺼내 그대로 단

숨에 들이마셨다.

언제 마셔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상 한 맛.

나는 입에 물기를 닦아내고는 병을 바닥에 던졌다.

“방금 뭘 마신 거지?”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마인은 의문 을 가졌다.

마법사들은 보통 자기 수준에 맞는 마나를 지니고 있다.

마나를 억지로 늘린다고 해서 마법 을 더 잘 다룰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마신 포션이 무엇인지 는 전혀 예상 못 하는 눈치였다.

“후우.”

마나 엘릭서의 효과를 느끼다가 마 나를 손위로 모조리 끌어모았다.

동시에 환하게 빛나는 압축된 마법 구체가 떠올랐다.

마인은 그것을 보더니 당황한 표정 을 지었다.

“……네놈.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런 마법을?”

대답할 여유는 없었다. 이서준을 돕기 위해서는 녀석을 빠르게 쓰러 트려야 한다.

나는 그대로 마인의 머리를 향해 마법을 방출했다.

콰아아앙-!

내 손을 떠난 마법 구체가 녀석의 머리에 직격 되며 강한 폭발을 일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머 리가 사라진 마인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후……

정말이지 끝이 없네.

“하아아아앗!”

그때 멀리서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 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니 거대한 얼음 창을 휘두르며 마인과 전투를 하는 최서 윤이 보였다.

1학년 1위다운 뛰어난 실력으로 마인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다행히 상대 마인이 그렇게 강한 녀석은 아닌 모양이다.

저 기세로 싸운다면 내가 굳이 도 와주지 않아도 충분히 승기를 잡을 수 있겠지.

나는 이서준과 전투를 하는 성진을 바라봤다.

이서준은 아슬아슬한 움직임으로 성진의 공격을 겨우 버텨내고 있었다.

성진은 내가 끼어든다고 해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내 수준으로 이서준을 가장 효과적 으로 도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떠오르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나는 포인트 상점을 열어 ‘상급 마력 은폐’의 비약을 구매했다.

2만 포인트라는 거금을 지불했지

만, 이서준을 구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나는 포션을 들이키고는 대자연의 심장을 발동했다.

마나 엘릭서와 대자연의 심장의 마 나 회복 능력이 중첩되며 강력한 마 나의 흐름이 내 몸 안에서 휘몰아쳤 다.

나는 그 마나를 내 손 위로 끌어 모았다.

내 손 위에서 은빛을 머금은 마법 구체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크으윽!”

이서준은 한쪽 팔을 부여잡으며 고 통스러워했다.

힘겹게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 었지만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상대 와의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서준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눈앞의 마인은 지금까지 만나본 자 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강하다고.

“설마 나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버 티다니. 소문만큼 대단하구나.”

마인, 성진은 이서준을 보며 순수 하게 감탄했다.

이서준이 가진 멸마의 힘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살초는 사용 하진 않았지만, 그의 순수한 자질은 믿기 힘들 정도로 뛰어났다.

“......끄윽!”

성진은 성큼성큼 이서준에게 다가 갔다. 이서준의 검에서 전보다 강한 빛 속성의 마력이 뿜어졌다.

빛 속성의 마력은 마인을 상대로 강한 힘을 발휘한다.

보통의 마인이라면 이서준의 검에서 뿜어지는 강렬한 빛 속성의 마력

을 보고 긴장했겠지만, S등급의 마인인 성진에게는 아니었다.

“흐아아압!”

이서준이 몸을 박차며 성진에게 달 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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