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제가 작품 활동을 오래 하 느라 잘 몰라서 그러는데 몇 가지 여쭈어봐도 괜찮을까요?”
“네, 물어보세요.”
“다들 마법사관학교에서 순위가 어떻게 되시나요?”
베르트의 질문에 각자 대답을 했
다.
“저는 1학년 1위에요.”
“전 2학년 6위요.”
“우와. 다들 순위가 엄청 높으시구
나.”
베르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72위요.”
“……엘리트 학교에서 중간도 대단
한 거죠!”
“……예.”
그러다가 그녀의 시선이 마지막으
로 이서준을 향했다.
“서준 학생은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어요. 1위죠?”
“네, 맞습니다.”
“어머〜 가족분들이 좋아하시겠어 요.”
베르트의 말에 이서준이 씁쓸한 미 소를 지었다. 나는 잠시 식사를 멈 추고 베르트를 바라봤다.
베르트는 이서준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서준 학생은 형제나 남매가 있나 요?”
“아뇨.”
“아, 그럼 외동?”
“아마 그럴 거예요.”
이서준의 대답에 베르트가 조응히 웃었다.
“아마라뇨? 신기한 대답이시네요. 후후.”
“제가 가족이 없거든요.”
“아…… 죄송해요.”
전부 알고 말한 것이 분명함에도 베르트는 뻔뻔하게 사과의 말을 전 했다. 그러더니 안쓰러움이 담긴 시 선으로 이서준올 바라보더니 말을 덧붙였다.
“혹시 가족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 나요?”
“네, 아쉽게도 그러네요.”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요?”
“그렇죠.”
흐음. 베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랑 처지가 비슷하시네요. 저도 고아로 자랐거든요.”
“그런가요?”
이서준이 흥미를 가졌다.
“네, 그래서 저는 서준 학생의 기 분 이해해요. 가족이 없는 건 정말 쓸쓸하고 외롭죠. 함께 힘내봐요.”
“감사합니다.”
베르트의 위로가 담긴 말에 이서준 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같은 시각, 베르트의 주택지에서 약 1km가량 떨어진 작은 산장에서 달콤한 고기 향이 풍겼다.
이곳에서 5명의 사람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바비큐를 즐기고 있었다.
이들은 자운의 멤버들로 베르트의 명령을 받고 음식을 먹으며 대기하
는 중이었다.
“으허허. 맛있다. 맛있어. 얘들아 너네도 많이 먹어.”
“돼지 새끼. 그만 좀 먹어라. 살 언제 뺄래?”
“아씨. 너 왜 또 시비냐? 진짜 죽 을래? 내가 시비 걸지 말랬지?”
젊은 여성, 나타샤의 시비에 거대 한 덩치의 남자, 스카가 입의 음식 을 튀기며 화를 냈다.
“아이, 미친놈이 진짜…… 다 튀었 잖아!”
“야. 너희 다 닥치고 처먹어.”
진의 말에 나타샤와 스카는 서로를 노려보더니 입에 고기를 집어넣었다.
“아, 근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8시 20분이니까 한 1시간 40분 정도 남았네.”
“아 근데 이거 꼭 해야 해?”
“베르트가 이서준 실력을 꼭 테스 트해보고 싶다는데 어쩌냐?”
“그래도 좀도둑 흉내는 아니지!”
스카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손에 쥔 검은색 복면을 가리켰다.
이들은 오늘 미술가, 샬럿의 작품
을 훔친 도둑을 연기해 이서준의 실 력을 테스트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우스운 방법이었지만 자신들의 정 체를 숨기고 이서준과 직접 겨루기 위해선 이만한 방법이 없었다.
물론 정체를 숨기고 좀도둑을 연기 한다는 개인적인 유홍의 이유도 포 함되어 있었다.
“베르트가 하라잖냐. 그리고 난 재 밌을 거 같은데.”
진의 말에 스카는 한숨을 푹 내쉬 더니 불판 위의 고기 8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더니 방긋 웃었다.
“으허허. 맛있다. 맛있어.”
“근데 가서 이서준 빼고 다 죽여도 돼?”
“미쳤냐? 그냥 적당히 싸워주다가 도망치는 역할이나 해.”
“홈, 힘 조절 자신 없는데……
나타샤가 머리를 긁적였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자유시간이 생 겼다.
현재 시각은 밤 9시.
사건이 터지는 10시까지 약 1시간 의 시간이 남았다.
베르트 역시 도난 사건은 10시 이 후에 터질 가능성이 높으니 그전까 지는 자유롭게 행동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이서준과 이현주는 아까 전 함께 밖으로 나갔다.
슬쩍 창밖을 보아하니 분위기 좋은 언덕 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 과거 추억에 관한 이야기나 미래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겠지.
그리고 최서윤은…….
잘 모르겠다. 뭐, 저택을 둘러보며 작품 구경을 하고 있지 않을까.
“홈…… 분명 이곳 어딘가에 있을 텐데.”
나는 30분가량 복도를 거닐며 주 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저택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비밀의 공간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나저나 진짜 넓네.”
저택의 높이는 약 4층 정도였다. 각 층의 평수만 따져도 500평은 될 것 같다.
잠적한 13년간 비싼 걸 많이도 훔
치고 다녔는지 돈도 꽤나 많은 모양 이다.
그렇게 계속 앞을 걷는데 복도의 끝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괘 종시계가 눈에 보였다.
“와. 전부 황금이네.”
과장하는 게 아니라 시계 전체가 황금이다.
이런 건 대체 돈으로 얼마나 할 까?
이 정도 크기면 사람 세 명도 들 어가겠는데.
그렇게 괘종시계를 보며 감탄하던 때였다.
갑작스럽게 외부자의 혜택이 발동 되며 괘종시계에 걸린 복잡한 마법 수식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결계?”
분명 결계다.
은폐 마법, 환영 마법, 잠금 마법 등 다양한 마법의 수식이 눈에 보였다.
“……찾았다.”
이곳이다. 자운의 보물이 숨겨진 비밀의 방.
자운은 테러를 통해 얻은 보물이나 아이템 일부분을 자신들의 아지트에
보관해 놓는다.
물론 자운의 아지트는 원작에서 밝 혀진 것만 해도 13군데에 달하기 때문에 밝혀지지 않은 장소까지 포 함한다면 아마 더 있겠지.
나는 슬쩍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밝게 빛나는 조명 아래 의자에서 차를 마시는 베르트의 모습이 보였다.
이 저택 안에서 나를 감시하는 사 람은 없다.
지금 몰래 결계를 해제한다 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거기다 약속된 시간인 10시까지 1 시간 가까이 남아있으니 결계를 해 제하고 보물을 몰래 빼 오기에 최적 의타이밍…….
“홈.”
하지만 지금 결계를 해제하자니 조 금 거슬리는 게 있다.
결계 해제 시 필요한 마력의 방출 중 베르트가 마력을 감지할 수 있다 는 것이다.
물론 해결 방법은 있다.
이 세계에서 오직 나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다. 바로 포 인트 상점을 이용하는 것.
[포인트 상점에 입장합니다.]
[‘마력 은폐’를 검색합니다.]
►[아이템] 하급 마력 은폐의 비약
(C)
►[아이템] 중급 마력 은폐의 비약
(B)
►[아이템] 상급 마력 은폐의 비약
(A)
►[아이템] 최상급 마력 은폐의 비 약 (S)
►[특수] 마력 은폐장(SS)
검색 결과가 수두룩 나왔다.
나는 거기서 ‘하급 마력 은폐의 비 약’을 선택했다.
[하급 마력 은폐의 비약(C)]
분류 : 아이템 (1회 용 소모성 아 이 템)
설명 : 복용 시, c등급 이하의 마
력 흐름을 은폐합니다.
* 지속시간 10분
가격 : 5,000
마력 은폐의 비약.
짧은 시간 마력의 흐름을 은폐해주 는 1회용 특수 아이템이다.
결계 해제에는 그렇게 많은 마력이 필요하지 않으니 하급 비약이면 충 분하겠지.
[구매하시 겠습니까?]
‘구매’
수우우웅-
눈앞에 새하얀 빛이 뿜어졌다.
빛은 점차 형태를 이루더니 투명한 물이 담긴 병이 되었다.
나는 그것을 살펴보다가 입을 벌리 고 한 번에 들이켰다.
“......으음.”
마나 엘릭서와 달리 이 포션은 아 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맹 물을 마신 기분이다.
[‘하급 마력 은폐의 비약’의 효과로 10분간, C등급 이하의 마력이 은폐 됩니다.]
이걸로 된 건가?
나는 천천히 괘종시계 앞으로 다가 갔다. 손에 마력을 끌어모아 괘종시 계에 주입했다.
푸른 빛의 마나가 뿜어지며 괘종시
계에 그려진 마법 수식이 빛을 뿜어 냈다.
결계를 완전히 해제하는 건 안 된 다.
내가 결계를 해제하고 보물을 홈쳤 다는 것을 저들이 최대한 늦게 알아 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히, 눈앞에 결계는 잠 금 마법의 수식만 조금 건들어도 결 계가 열리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다.
수우웅
마나가 뿜어지며 괘종시계의 형태 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내 통로를 감추던 환영 마법이 풀리고 새로운 공간이 생겨났다.
“......됐다.”
나는 천천히 공간 안으로 들어섰 다.
O O 으....
공간 안으로 들어서자 내 뒤의 결 계가 원상 복귀되며 입구가 사라졌다.
내 앞에는 길게 늘어선 복도가 있었다.
심장의 두근거림을 진정시키고 터 벅터벅 앞으로 걸어 나갔다.
저 멀리 작은 방이 보인다. 내 예 상이 맞다면 저 방에 보물이 있을 것이다.
“이건가?"
환하게 빛나는 황금 상자.
이 안에 담긴 물건이 훗날 스토리 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성유물’ 이면 좋겠지만 아마 그럴 확률은 거 의 없을 것이다.
원작에 의하면 그들은 성유물을 더 특별하고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 있 으니까.
나는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해 황금 상자를 바라보았다.
“……흠.”
역시 예상대로 이 상자에도 복잡한 결계가 걸려있었다.
그리고 이 결계는 아까 괘종시계에 걸려있었던 것보다 몇 배는 복잡한 마법 수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문제는 결계만 걸린 게 아니다. 마 도구를 이용한 봉인술도 함께 걸려 있었다.
“쯧.”
봉인술을 해제하는 거야 크게 어렵 진 않지만, 봉인술을 깨트리지 않고 물건만 빼 오는 작업이 꽤나 귀찮 다.
만약 봉인술을 완전히 해제해 버린 다면 자운 일행은 보물이 도난당했 다는 것을 눈치챌 것이고, 우리에게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기 때 문이다.
“……시간 좀 걸리겠네.”
한 20분 정도 걸리려나?
뭐, 크게 상관은 없다.
아직 시간 여유는 있으니까.
나는 포인트 상점을 이용해 마나 은폐의 비약을 몇 개 더 구매했다.
한순간에 1만 포인트 이상을 소모 했지만 그래도 여기에 숨겨진 아이 템들의 가치는 1만 포인트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으니 크게 상관은 없다.
이제 모든 준비는 완료됐다.
그럼 봉인을 풀어볼까.
강원도의 산속 어딘가.
이서준 일행을 미행하던 유아연과 정제원은 1시간가량을 산속에서 헤 매고 있었다.
이서준을 따라 포탈 게이트를 타고 강원도에 도착한 건 좋았지만 그 이 후가 문제였다.
미행을 걸리지 않게 조심하는 과정 에서 이서준 일행의 위치를 완전히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아, 큰일 났네. 우리 완전히 길 잃었어.”
심지어 길까지 잃었다. 강원도의 산은 몬스터 필드로도 유명하다.
특히 이런 늦은 밤이면 필드의 몬 스터들도 흉포해지기 때문에 아무리 노련한 마법사라고 해도 야밤의 등 산은 피할 만큼 위험했다.
_크르르……
“아이고. 슬슬 몬스터들 깨어난다.”
“어쩔 수 없지.”
“누나. 우리 이러다 밤새 몬스터랑 싸우겠어……
정제원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유아 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산을 걸 었다.
“맞다. 근데 누나, 어젯밤에 어디 갔었어?”
어젯밤 조사를 한다며 뛰쳐나가던 유아연을 떠올리며 물었다.
“말 그대로 뭐 조사할 게 있어서 나갔다 왔어.”
“조사 결과는 잘 나왔고?”
유아연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
녀는 어제 밤새 김선우에 대해서 조 사했다.
김선우의 행적과 가족 관계, 태어 난 곳. 등 그의 신상에 대해 조사했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김선우에 대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애매해. 그리고 이상해.”
“뭘 조사한 건데?”
“김선우.”
“흐음…… 김선우가 어떻길래?”
“정보가 아예 없어. 가족 관계라던 가 태어난 곳이라던가…… 그런 기 본적인 정보까지.”
유아연의 말에 정제원이 고개를 갸 웃했다.
“엥? 그럴 수가 있어?”
“나도 신기해. 사람의 정보가 이렇 게 없을 수 있나 싶어.”
다시 생각해도 신기했다. 정보가 이렇게 없을 수 있다니.
처음엔 김선우의 신상 정보를 보고 는 마법사관학교에 투입된 자운의 멤버가 맞구나. 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생각하보니 뭔가 이상했다.
만약 김선우가 자운의 멤버였다면 위조 신분인 것올 저렇게 알아차리
기 쉽게 만들었을까? 자운이라면 좀 더 확실하고 티나지 않게 신분을 위 조했을 텐데.
“그래서 누나는 김선우가 자운 일 행이라고 의심하는 거야?”
“일단 보류. 하지만 의심스러운 면 이 있으니 계속 조사는 해봐야
그때 였다.
쿠우우우우웅……!
멀리서 강한 마력의 폭발이 느껴졌
다. 느껴지는 마력의 등급은 최소 A등급 이상.
유아연과 정제원의 시선이 그곳으 로 향했다.
“가자!”
“됐다!”
시간이 흘러 나는 결계와 봉인의 일부를 해제할 수 있었다. 상자를 열자 안에 담긴 여러 아이템이 눈에 들어왔다.
“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