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9화 (59/535)

그때 어디서 전화 통화를 하던 이서준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지금 협회의 조사원들이 오고 있 대.”

“그래‘?”

슬쩍 박진수를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박진수는 강했다.

아마 녀석의 마법사 등급은 못 해 도 B 등급.

최서윤의 전투 능력이 내 예상보다 더 뛰어났기 때문에 대자연의 심장 이 끝나기 전에 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물론 마나 엘릭서를 함께 복용했으 면 손쉽게 녀석을 쓰러트렸을 수도 있겠지만, 당시 상황을 복기하자면 녀석의 공격이 끊이질 않아 엘릭서 를 복용할 타이밍을 잡을 수 없었

다.

“흐음.”

원작과는 조금 전개가 틀어졌지만 빌런을 처치하고 사건도 해결했으니 만족스럽다.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다면, 내가 사건에 개입함으로써 이서준이 최서 윤이라는 강한 조력자를 잃게 되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이다.

조력자와 나누었어야 할 부담을 이서준이 혼자 짊어지게 되면서 죽게 되는 상황은 오지 않아야 할 텐데.

내가 너무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걸지도 모르고.

남은 시간 무엇을 할까. 혼자 고민 하다가 방금 전투로 얻은 결과를 확 인했다.

[B급 빌런, 박진수를 쓰러트렸습니다.]

[인과율이 0.8 상승합니다.]

[주요 등장인물과 합동으로 빌런을 쓰러트렸습니다.]

[인과율을 0.2 추가 획득합니다.]

[등장인물 ‘최서윤’이 당신에게 고

마움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등장인물 ‘이서준’이 당신에게 강 한 의구심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인과율 1과 2,000포인트.

포인트 벌이는 조금 아쉬웠지만, 무려 1의 인과율을 획득했다.

조금 의아한 점이 있다면 상대가

그렇게 강하지 않았는데 무려 1의 인과율을 얻었다는 점이다. 나 혼자 서 단독 토벌했던 조성훈 때보다 0.2나 많은 양이었다.

의문이 든다. 인과율을 주는 기준 점은 대체 무엇일까.

개입도와 스토리의 변화에 따라 획 득할 수 있는 양이 달라진다고 하던 데 그렇다는 건 이번 사건으로 스토 리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일까.

“저, 선배님.”

그렇게 흔자 생각을 하는데 나를 부르는 최서윤의 음성이 들렸다.

“웅?”

“이번에도 도움을 받았네요. 고마 워요.”

“……어, 그래.”

내 대답에 최서윤은 희미하게 미소 를 지었다. 그.러곤 한참 동안 내 얼 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다시 말했다.

“다친 곳은 없어요?”

“없어. 너는?”

“저도 다친 곳은 없어요. 발목이 살짝 삐끗한 거 같긴 한데.”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아니야. 네가 왜 사과해.”

이 사건에 최서윤은 잘못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최서윤도 그녀의 아버지인 최재형의 일에 휘말린 것 뿐이다.

“아니긴요. 하마터면 저랑 선배님 둘 다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위험하긴 했다. 나도 이렇게 다짜 고짜 공격부터 할 줄은 생각 못 했 으니까.

다시 생각해도 살기감지 특성을 구 매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이것으로 목숨을 여러 번 건졌으니 까.

-냐앙.

그때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슬쩍 시선을 돌리니 의뢰인이 찾는 새하얀 고양이가 우리에게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살벌한 전투 속에서 어딘가 잘 숨어 있던 모양이다.

“너무 이쁘다.”

최서윤은 고양이를 품에 안았다. 생각보다 인간의 손을 잘 타는지 고 양이는 눈을 감으며 최서윤의 품에 안겼다.

밤 9시 30분.

마법사 협회의 조사를 마치고 밖으 로 나왔다.

조사가 생각보다 길어졌다.

협회 측에서 나와 최서윤이 다친 곳 하나 없이 B등급 마법사인 박진 수를 쓰러트렸다는 것에 의구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조사 끝에 모든 이야기를 마쳤고 나와 최서윤은 현상금

1,000만 원을 받으며 조사실에서 나 올 수 있었다.

“후우.”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밤공기가 느 껴졌다. 최서윤은 스마트 학생 수첩 의 메시지를 읽더니 중얼거렸다.

“용병 의뢰는 잘 마쳤대요. 의뢰인 이 엄청 기뻐했다는데요.”

의뢰가 잘 해결됐다니 다행이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길 게 늘어진 인도를 쭉 걸었다.

“시간이 늦었네.”

“그러게요. 무슨 조사를 그리 길게

하는지.”

“뭐 어때. 덕분에 천만 원 받았잖 아.”

“그렇긴 하죠. 킥킥.”

우리가 가는 방향은 흑염 용병단 사옥에서 그리 멀지 않은 호텔이었다.

용병 체험은 3일간 진행하니 호텔 에서 이틀간 지내야 했다.

이서준과 이현주는 그곳에서 기다 리고 있을 것이다.

“선배님.”

“응.”

“궁금한 게 있는데요, 선배님 학교 순위는 왜 그런 거예요?”

최서윤이 궁금중이 가득 담긴 시선 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마 오늘 보인 내 실력과 학교에서의 순위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말 한 거겠지.

“왜겠어. 시험을 못 봤으니 그러 지.”

“에이, 그런 것 치고는 마력 제어 능력이 너무 뛰어나시던데요.”

“시끄러. 나도 모르니까 묻지마.”

“……예전부터 느꼈는데 참 비밀이

많으시네.”

최서윤이 투덜거렸다.

그때 최서윤의 스마트 학생 수첩이 알람을 울렸다. 최서윤은 메시지를 확인하다가 잠시 표정이 굳었다.

“왜. 무슨 일 있어?”

내 물음에 최서윤이 긴장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아버지가 오셨……

“서윤아.”

뒤에서 들리는 남성의 목소리에 우리는 뒤를 돌아보았다.

큰 키와 잘생긴 외모의 40대 남성

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5대 명문가 중 하나인 최씨가문의 가주, 최재형이었다.

“아, 아빠?”

“몸은 괜찮니? 어디 다치지는 않았 고?”

최재형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최서 윤에게 다가갔다. 최서윤은 이 상황 이 민망한 듯 내 눈치를 살폈다.

“전 괜찮아요.”

“……그러니? 다행이구나.”

최재형이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혹여나 자신의 잘못 때문에 자

신의 딸이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에 대한 미안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그들을 지켜보는데 최재형 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학생은?”

“2학년 김선우라고 합니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김 선우?”

최재형이 내 이름을 말하더니 혼자 생각했다.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으음…… 기억이 나는 이름은 아 닌데. 혹시 학생 순위가 어떻게 되

죠?”

“72위입니다.”

“흠……

최재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 티는 내지는 않지만 내심 실망한 모 양이다.

뭐, 크게 상관은 없지만.

“아무튼, 학생 덕에 딸이 크게 다 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고마워요.”

엄격한 이미지와 달리 최재형의 말 투는 부드러웠고 정중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이는 모

습이지 그의 실제 모습은 냉혹하다.

“아닙니다.”

내 대답에 최재형은 고개를 끄덕이 더니 나를 바라봤다. 무언가 말을 하기 망설이는 모습이다. 나는 눈치 채고 그에게 말했다.

“자리 비켜드릴까요?”

내 말에 최재형이 빙긋 웃었다.

최서윤과 헤어지고 나는 학교에서 잡아준 호텔에 도착했다. 체험 활동

지원비를 그렇게 크게 지원해주지는 않았기에 이서준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김선우. 왔어?”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서준이 나 를 반겼다. 나는 적당히 받아주다가 방안을 둘러보았다.

적당한 넓이의 공간에 넓은 침대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방 괜찮네.”

“나름 마법사 전용 호텔이니까.”

나는 안으로 들어가 털썩 침대에 앉았다. 오늘 여러 가지 일을 겪었 더니 피로가 몰려왔다. 이서준은 이

미 깨끗하게 씻은 듯 머리가 촉촉했다.

“나도 씻을까……

“씻고 와.”

“그래야겠다.”

몸의 찝찝함을 쉽게 참아내지 못하 는 성격이라 곧바로 샤워실로 직행 했다.

가볍게 몸을 씻은 후 다시 나왔다. 이서준은 스마트 학생 수첩을 들여 다보고 있었다.

“뭐 보냐?”

“인터넷 기사. 최근 마법 범죄가

급중하고 있다나 뭐라나.”

“몇 주 사이에 엄청 늘어나긴 했 지.”

마법 범죄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것이 꼭 자운이나 마인이 아니더 라도 오늘의 박진수나 저번 인천 테 러 사건의 조성훈 같은 빌런들이 아 직 세계에 많이 숨어 있으니까.

“……근데 너.”

스마트 학생 수첩을 바라보던 이서준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마법은 어디서 배웠냐?”

“마법?”

그건 왜 묻는 거지. 오늘 전투 때 문에 그런가.

“어디서 익히긴. 학교에서 배웠지.”

“스승이 따로 있는 거야?”

마법사관학교의 학생 중 일부는 학 교 수업을 제외하고도 따로 스승을 두어 가르침을 받기도 한다.

이서준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의 스승은 무려 세계 최강의 마법사라 불리는 김진철 회장이다.

“아니, 없는데.”

“......그래?”

“왜?”

“아니야. 아무것도.”

이서준은 그렇게 말하더니 침대에 반쯤 누웠다.

그러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혼자 중얼거렸다.

“재능인가……

……뭐라는 거야?

나는 잠시 이서준을 바라보다가 그 를 따라 침대에 반쯤 누웠다.

그리고 의미 없이 스마트 학생 수 첩의 인터넷 화면을 바라보며 혼자 생각했다.

내일은 무슨 일이 생길까……

오늘 일로 또 어떤 나비효과가 일 어나는 건 아닐까……

“김선우.”

이서준의 부름에 상념에서 깨어났 다.

“어, 왜?”

“진짜 이해 안 돼서 그러는데 뭐 하나 물어봐도 되냐?”

“ 뭔데?”

이서준은 사뭇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너 왜 평소엔 마나 부족한 척하 냐?”

“뭐?”

예상치 못한 말에 눈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야?”

“저번 던전 공략 때부터 이상하다 고 느끼긴 했는데 오늘 네 전투를 보니까 확신이 들더라고.”

“무슨 확신?”

“네가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걸.”

“......뭐래.”

나는 실력을 숨긴 게 아니다. 정말 타고난 마나량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약한 모습을 자주 보인 것이다.

나도 마음 같아선 순위권에 올라 포인트를 쪽쪽 빨아먹고 싶다고.

“발뺌하기는…… 너 마나량 많으면 서 학교에선 부족한 척하는 거 맞잖 아.”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뭔데?”

“아무튼 오해야.”

이서준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김진우.”

“왜.”

“김진우?”

“아, 왜? ……가 아니지.”

나는 순간 당황해서 이서준을 바라 봤다. 이서준 역시 눈이 휘둥그레져 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뭐냐? 왜 김진우라는 이름에 대답하냐?”

“어……? 이름이 비슷하잖아. 잠깐 헷갈렸어.”

이서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멀뚱히 나를 바라본 다. 이내 생각의 정리가 끝난 둣 고 개를 저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얘가 무섭게 왜 이러지? 김진우라 는 이름이 갑자기 왜 나와?

“근데 너 진짜 김진우라는 사람 몰 라‘?”

“몰라.”

“정말로?”

“어.”

이서준이 내 눈을 웅시했다. 그러 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더니 더 물을 게 없는지 침대 에 드러누웠다.

“슬슬 자자. 내일 일찍 나가야 하

잖아.”

“어? 어어. 그래.”

“잘자.”

“어, 너도.”

나도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삑.

불이 꺼졌다. 방 안에 새까만 어둠 이 드리웠다.

멍하니 어두운 천장을 바라봤다. 그렇게 천천히 눈을 감으려는 순간 이었다.

[등장인물 ‘이서준’이 당신에게 약 간의 경쟁심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등장인물 ‘이서준’에게 당신에 대 한 관심도가 상승합니다.]

[등장인물 ‘이서준’의 당신에 대한 관심도 Lv : 2]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눈앞에 떠오른 밝은 메시지창.

나는 그것을 보고 잠시 정신이 멍 해졌다.

‘이서준이 나에게 경쟁심을 느낀다 고?’

경쟁심.

남에게 이기려는 마음. 경쟁심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쉽게 생길 수 있 는 흔한 감정 중 하나이다.

하지만 원작을 읽으며 이서준에 대 해 잘 알고 있는 나에게는 조금 다 르게 들렸다.

이서준은 작중 내내 경쟁심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거의 없는 인물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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