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봐도 돈 많은 부자라는 느 낌이 다.
“으음…… 어린 학생들인데 제 의 뢰를 잘 해내실 수 있을지 조금 걱 정이 드네요.”
여성이 우아한 몸짓으로 다리를 꼬 더니 조용히 중얼거렸다. 정하준은 허허 웃었다.
“믿고 맡겨주셔도 됩니다. 유명한 엘리트 학생들이니까요.”
“그렇다면야.”
“그럼 맡기시려는 일을 학생들에게 설명해주시죠.”
여성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걱정스 러워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리 아이를 찾아줬으면 해요. 얼 마 전에 갑자기 집을 나가서 걱정이 많거든요.”
“아이요?”
최서윤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말 을 이었다.
“음…… 간단한 개인정보나 인상착 의에 대해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 요‘?”
“우리 애의 이름은 루시에요. 그리 고 아주 이쁘고 착하게 생겼어요.”
의뢰인의 두루뭉술한 대답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루시요? 혹시 아이가 외국 아이인가요?”
최서윤의 물음에 여성은 고개를 저 었다.
“루시는 사람이 아니에요. 고양이 에요.”
그렇게 우리의 첫 의뢰인 ‘고양이 찾기’가 시작되었다.
다만 의뢰가 시작되고 작은 문제가 생겼다. 원작대로라면 모두 함께 고 양이를 찾아야 할 상황이 내가 개입 하면서 두 명씩 나누어 고양이를 찾 게 되었다.
이건 뒤에 있을 사건에 영향을 끼 치는 일이었다. 그래서 함께 찾는 게 어떠냐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서준은 비효율적이라며 바로 일축했
다.
결국 이서준은 이현주와 짝이 되고 나와 최서윤이 짝이 되었다.
“흠.”
나는 갑작스럽게 변한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고민했다.
원래라면 오늘 최서윤에게 생기는 사건을 이서준을 포함해 모두 함께 해결하는 게 베스트였다.
최서윤과 이서준의 접점이 늘어날 수록 이서준의 생존에 안정감이 생 길 테니까. 그러나 나의 개입으로 또다시 전개에 변화가 생겼다.
내가 고민에 찬 표정을 짓자, 최서
윤이 걱정이 담긴 시선으로 내게 물 었다.
“선배님, 표정이 왜 그래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혹시 저랑 짝 된 게 마음에 안 들 어서 그런 건 아니죠?”
최서윤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장난 스레 말했다.
“아니야. 잠깐 딴생각하느라.”
“ 흐음......
뭔가 의심스러운 듯 최서윤이 나를 홀겨봤다.
대체 누가 누굴 의심하는 건지.
“솔직히 이렇게 짝 된 게 마음에 안 드는 건 너잖아.”
“네? 아닌데요.”
마치 금시초문이라는 듯한 표정이 다.
“너 이서준이랑 짝 되고 싶었던 거 아니야?”
“아뇨. 선배님이랑 짝도 저는 괜찮 아요.”
최서윤이 씨익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나 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냐.”
딱히 할 말은 없기에 고개를 끄덕 였다.
“됐고. 고양이나 찾자.”
“네에.”
“루시야~ 어딨니~?”
고양이를 찾기 시작한 지 30분가 량의 시간이 흘렀다.
최서윤은 아까부터 저렇게 말을 하
며 고양이를 찾고 있었다.
저런다고 고양이가 사람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명색에 첫 용병 의뢰인데 고 양이 찾기라니.”
최서윤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그 의뢰인도 대단하지 않아요? 얼 마나 돈이 많으면 고양이 찾기에 용 병 의뢰를 맞길까요?”
그렇긴 하다. 아무리 F등급 의뢰라 고 하지만 용병 의뢰에는 최소 500 만 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니까.
그만큼 돈이 넘쳐 흐른다는 거겠
지.
“이래서 오늘 안에 찾을 순 있으려 나.”
원작에서 고양이는 해가 질 때쯤이 되어서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원작처럼 하루종일 시간을 낭 비하며 찾을 생각은 없었다.
원작의 내용을 알고 있으니까 고양 이쯤이야 금방 찾을 수 있다.
문제는 고양이를 찾음과 동시에 시 작되는 작은 사건의 시작이다.
이미 스토리는 틀어졌고, 억지로 맞추는 것도 미련한 짓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사건은 내가
해결하는 게 낫겠다.
애초에 이번 빌런은 그렇게 강한 상대도 아니라 나와 최서윤 둘이서 충분히 상대할 수 있기도 하고.
“따라와.”
“네?”
내가 앞장서서 어디론가 걷자 최서 윤이 물었다.
“잠깐만요. 지금 어디 가시는 거예 요‘?”
“고양이 찾아야지.”
내 자신감 있는 행동에 최서윤이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어딨는지 알아요?”
“예상가는 곳이 있어.”
“예상가는 곳이요?”
최서윤은 의심에 찬 눈으로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뒤따라왔다.
내가 향한 곳은 용병단 사옥에서 살짝 떨어진 작은 폐공장.
주변을 홅어보는데 원작의 묘사와 완전히 같았다. 원작 전개와 변화가 없다면 아마 이곳에 고양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용병 체험의 첫 번째 사건 역시 이곳에서 터진다.
“여기에요?”
“웅. 아마 그럴 거야.”
최서윤은 믿기 힘들어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라 내게 한마디 하고 싶어 하는데 참는 얼굴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폐공장 안으 로 들어섰다.
폐공장 안은 어두웠다.
마치 흉가 안에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이곳보다 더 음침한 던전도 여러 번 다녀왔기 때문에 무섭다거 나 하지는 않았다.
그때 였다.
-냐앙.
폐공장 안에서 고양이의 울음소리 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최서윤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를 내 려 했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 쉿.”
최서윤이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천 천히 끄덕였다.
“발소리도 내지 말고 조용히 움직
여.”
나는 천천히 고양이의 소리가 들렸 던 방향으로 걸어갔다. 고양이의 울 음소리는 중간중간 계속 들려왔다.
“저깄다.”
윤기가 넘치는 흰색 털의 고양이가 도도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양이에게 다가가 뒷 덜미를 잡았다.
- 냐아앙!
“잡았다 요놈.”
나는 고양이를 잡자마자 목을 확인 했다. 푸른빛의 보석이 박혀있는 목 걸이가 걸려있었다. 의뢰인이 말한 목걸이와 같았다.
“와. 대박! 선배님 여기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최서윤은 이 상황이 신기한지 놀란 반웅을 보였다.
그러다 이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의심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설마 의뢰인이랑 짠 거 아니에 요?”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마.”
나는 고양이를 최서윤에게 넘겼다. 고양이를 품에 안은 최서윤은 꺅! 거리며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고양이 를 쳐다봤다.
이걸로 오늘 의뢰는 해결…….
하지만 아직 원작의 사건이 남아있 다.
슬슬 나타날 때 됐는데.
그때였다. 온몸에 닭살이 돋으며 오싹한 기운이 느껴졌다.
저번에도 느껴보았던 그 기운이다.
살의.
목숨의 위협이 생길 때 발동하는
살의감지 특성이 발동했다.
그리고 나는 가까운 어딘가에서 강 하게 응축되는 마력의 기운을 느꼈 다.
“조심해!”
내 외침과 동시에 강력한 마법 에 너지가 어디선가 뿜어졌다.
나는 곧바로 최서윤의 앞으로 나서 며 합금 팔찌의 주문 방어막을 발동 했다.
콰아아앙!
갑작스러운 공격에 최서윤이 몸을 살짝 떨었다.
“뭐, 뭐야. 이게 무슨 일이에요?”
“집중해. 적이야.”
나는 마법이 날아온 방향을 노려보 았다.
시간이 지나자 어둠 속에서 한 남성이 걸어왔다.
모자를 눌러쓰고 있는 30대 남성이었다.
“……뭐야. 학생 맞아? 설마 이걸 막아낼 줄은 몰랐는데.”
남성이 나를 바라보며 감탄한 표정
을 지었다.
최서윤은 남성을 보더니 얼굴이 바 싹 굳었다.
“당신은……
“오랜만이구나. 서윤아.”
“박진수 아저씨?”
박진수.
원작에서 최씨가문에 원한을 가진 수많은 인물 중 하나였다. 그는 최 서윤의 아버지인 최재형에 의해 동 생을 잃었다.
내 예상대로 이번 용병 활동의 첫 빌런인 박진수는 오늘 하루 최서윤
을 미행하고 있었다.
원작과 같이 최서윤이 인적없는 폐 공장에 도착하자 박진수는 지금만한 타이밍이 없다고 판단하고 암살을 시도한 것이다.
그때 박진수는 나와 최서윤은 번갈 아 보더니 자신만만한 태도로 피식 웃었다.
“계획이 조금 꼬였지만, 상관없겠 지.”
그러더니 박진수의 손 위로 뜨겁게 타오르는 불 속성 가시가 구현됐다.
이서준과 이현주는 고양이를 찾아 계속 길을 걷고 있었다.
정신없이 찾다 보니 이제는 지나가 는 비둘기만 봐도 고양이로 보일 지 경이었다.
“으. 이래서 언제 찾냐?”
“……그러게.”
시간은 어느덧 3시가 되었다. 이현주는 슬슬 지루함도 느껴지고 피곤 함도 몰려왔다.
고양이의 시선을 맞추겠다고 계속 허리를 숙이고 다녔더니 허리까지
통증이 몰려왔다.
“맞다. 근데 너 요즘 김선우랑 자 주 같이 다니더라?”
갑자기 생각난 의문에 이현주가 이서준에게 물었다.
이서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들어서 김선우랑 자주 엮이 긴 했지.”
“자주라고 할 수준이 아닌 것 같은 데.”
이현주의 말에 이서준은 살짝 웃었다.
“걔 보면 뭔가 신기해서 일부러 같 이 다니는 것도 있어. 생각보다 엄 청 다재다능하더라고. 전투 능력도 꽤 뛰어나고.”
이서준의 말에 이현주는 그의 얼굴 을 바라봤다.
이현주가 이서준과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었다. 어릴 적부터 쭉 함 께 지냈기에 그가 평소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눈감고도 알 수 있었다.
“너 설마 김선우한테 경쟁심 느 껴?”
“옹?”
이현주의 말에 순간 이서준은 당황
하는 반웅을 보였다.
그의 반응을 본 이현주는 눈을 가 늘게 떴다.
“……뭐야. 진짜인가 보네. 1학년 초에 유아라랑 기 싸움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하.”
이서준은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역시 이현주 앞에서는 속마음을 숨 길 수 없었다.
“그런 면도 없잖아 있기는 하지.”
“신기하네. 아무리 그래도 네가 경 쟁심을 느낄 정도는 아닌 거 같은 데.”
이현주의 중얼거림에 이서준은 조 용히 웃었다.
“아! 이론 성적 때문에 그런 거구 나? 걔 만점이잖아.”
“그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고.”
예를 들면 믿기 힘들 정도의 빠른 결계 해제 속도라던가. 아니면 노련 한 마법사들이나 다룰 수 있는 압축 구현술이라던가.
김선우는 자신이 부족하거나 할 수 없는 것들을 아주 능숙하게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김선우에게 느끼는 감정은 정확히 말하면 경쟁심은 아
니었다.
경쟁심보다는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김선우가 유틸적인 부분이 아닌 마법 전투 능력 쪽에서도 자신 만큼의 실력을 보인다면 부러움의 감정이 경쟁심으로 변하겠지만 말이 다.
“아무튼, 그런 게 있……
쿠우웅……
그때였다. 어딘가에서 강력한 마력 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서준과 이현주는 동시에 마력이 느껴졌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저 방향은 김선우와 최서윤이 갔던 방 향이었다.
“가자!”
둘은 빠르게 마력이 느껴졌던 장소 로 뛰어갔다.
그 과정에서 몇 번의 마력 폭발이 다시 일었다.
분명 어디선가 사건이 일어난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선 다른 성질 의 마력 여러 개가 동시다발적으로 느껴질 수 없을 테니까.
그렇게 1분가량을 뛰자 그들은 마력 폭발이 일어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작은 폐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김선우와 최서윤 이 어떤 한 남자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게 보였다.
왜 갑자기 전투가 일어난 거지. 라 는 의문이 들기 전에 이서준은 먼저 그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허리춤 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렇게 그들을 도우려는 순간.
“어?”
이서준은 눈앞의 전투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김선우가 학생이라고 믿기 힘들 정 도의 뛰어난 마법 실력을 보이며 의 문의 남자를 상대하고 있었기 때문 이다.
마치 마나가 무한한 것처럼 계속해 서 강력한 마법 구체를 쏘아냈고, 남자는 폭격과도 같은 마법 공격에 당황한 듯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
그 전투를 보자 이서준은 순간 멍 해졌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던 이현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야. 저거.”
김선우의 마법 실력이 저 정도였
나?
물론 김선우가 생각보다 많은 마나 량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저번 던전 공략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김선우의 마법들을 보면, 그때 의 마력량을 한참 넘어선 것 같았 다.
아니, 그전에.
그의 전투를 보고 있으니 이상하게 데자뷰가 느껴졌다.
대체 뭘까.
……분명 과거에 이것과 비슷한 전 투를 보았었는데.
- 끄아아악!
그렇게 멍한 눈으로 전투를 지켜보 던 사이.
남자가 김선우와 최서윤의 합동 공 격에 피해를 입으며 비명을 질렀다.
남자는 힘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승부는 결정 났다. 남자는 고통에 괴로워하더니 정신을 잃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전투를 지켜보던 이현주는 서둘러 그들에게 달려갔다.
혼자 남은 이서준은 멍하니 그들을 지켜봤다.
그리고.
이서준은 데자뷰의 정체를 깨달았 다.
약 두 달 전이다.
한강 마인 사건.
방금 보인 김선우의 전투는, 마법사 김진우의 전투와 매우 홉사했다.
“후…… 다행히 쉽게 해결됐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내고는 벽에 등을 기대 휴식을 했다.
맞은편 바닥에 앉은 최서윤은 한참 동안 바닥에 쓰러진 박진수를 바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