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7화 (57/535)

학생들은 각자 자신들의 방법으로 쉬기 시작했다.

나 역시 쉬는 시간 동안 쉬고 싶 었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서준에게 다가갔다.

“이서준.”

내가 그를 부르자 이서준이 나를

올려봤다.

“왜‘?”

“과제는 언제 할 거야?”

“음. 주말? 이번 주 바쁘잖아. 특 별 선택 활동 때문에.”

이서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그러곤 방금 생각난 것처럼 본론을 말했다.

“맞다. 너 특별 선택 활동 뭐로 했 어?”

“난 용병 체험. 너는?”

“나도 용병 체험이야.”

“그래? 이야. 우리 뭔가 선택이 자 주 겹치네.”

이서준이 신기하다는 둣 중얼거렸다. 나는 괜히 그 말이 뜨끔해서 어 색한 미소를 홀렸다.

“어? 어. 그러게. 참 신기하네. 하 하. 아, 그럼 너 나랑 같은 조 할 래?”

특별 선택 활동은 늘 그렇듯 조별 로 진행한다.

이번 용병 체험 활동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학교 공지에 의하면 이번 체험 활 동의 조원 수는 3인에서 최대 4인.

원작 사건에 개입하기 위해선 이서준과 같은 조가 되어야 한다.

“음. 같이 하기로 한 애들이 있어 서. 근데 우리 3명이라 한 자리 비 긴 하거든. 너 여기에 낄래?”

“누구 있는데?"

“나, 최서윤, 이현주. 아마 얘들도 괜찮다고 할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 역시 원작의 흐름과 같았다.

원작에서도 이서준의 조 멤버에 최

서윤과 이현주가 있었으니까.

“그래, 그럼 넷이 같은 조 하는 거 다?”

“알았어. 애들한테 말해둘게.”

특별 체험 활동이 있는 목요일 오 전 10시.

나는 용병 체험 활동의 집합 장소 인 학교 버스 정류장 앞에 도착했다.

전교생이 함께하는 활동임에도 주 변을 둘러보니 겨우 70명 정도의 학생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다른 사람의 심부름을 하는 용병일

보다는 단순한 괴수 사냥이나 던전 공략이 더 선호되기 때문이다.

“어, 김선우 왔네.”

주변을 둘러보며 이서준을 찾는데 멀리서 이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리 느긋하게 와.”

“느긋하기는. 딱 맞춰 왔구만.”

나는 손목시계의 10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1초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10시였다. 이서준은 질렸다는 얼굴 로 나를 바라봤다.

“안녕.”

그때 이서준의 뒤에서 이현주가 내 게 인사했다.

얘랑 대화하는 건 뭔가 오랜만인 거 같은데.

이현주는 이서준과 신영준을 제외 한다른 사람과는 대화를 잘 하지 않는다.

유아라처럼 사교성이 나빠서 그렇 다기보다는 자신의 주변 사람을 더 챙기는 타입이라 그렇다.

“어, 안녕.”

“선배님, 안녕하세요!”

이번엔 최서윤이 평소의 가짜 미소

를 가득 머금으며 내게 인사했다. 주변에 보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미소가 평소보다 더욱 밝았다.

“안녕.”

“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다들 알 다시피 이번 특별 선택 활동은 3일 에 걸쳐 진행합니다. 3일간 여러분 들은 현장에 투입되어 용병 일을 체 험하게 될 겁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한 교사가 등장했다.

동시에 주변의 분위기가 단숨에 고 요해지며 모두가 교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물론 나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 하품이나 하고 있었다.

“자, 그럼 각 조별로 배정받게 될 용병단을 발표하겠습니다. 2학년 김 태훈 조. 혹사자 용병단…… 3학년 정진훈 조. 화이트 독스 용병단

발표는 계속되었다.

“……2학년 이서준 조. 혹염 용병 단.”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거대 용병 단, ‘혹염’.

원작의 전개와 같이 나를 포함한 이서준 일행은 혹염 용병단에서 3일 간 일을 하게 됐다.

“생각보다 크네.”

혹염의 사옥은 평수가 넓은 6층 건물로 되어 있다.

정문에서 일을 의뢰하려는 일반 시 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이 의뢰하는 일은 보통 사람을 찾거나 강한 힘이 필요한 경호나,

전투 용병을 의뢰한다.

간혹 누군가는 큰돈을 지불하며 비 밀리에 암살을 의뢰하기도 한다.

“들어가 볼까.”

우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 다. 안으로 들어서서 주변을 둘러보 자 용병 복장을 한 남성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 요?”

“용병 체험을 위해 한국 마법사관 학교에서 왔습니다.”

우리들의 대답에 남성이 입을 벌리 며 아는 체를 했다.

“아! 이야기 들었습니다.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남성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2층의 어느 방에 들어갔다.

잠시 의자에 앉아 기다리자 문이 열리며 30대의 한 남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마법사관학교 학생분 들. 혹염 용병단의 6팀장, 정하준입 니다.”

정하준.

그렇게 특별한 배경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기억에도 잘 남지 않는 걸 보아하 니 원작에서도 비중은 아마 거의 없다시피 하겠지.

“안녕하세요.”

우리는 정하준에게 꾸벅 인사를 건 넸다.

정하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훑어봤다.

그러다 이서준의 얼굴을 알아본 듯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혹시 이서준 학생?”

“네, 맞습니다.”

“오…… 반갑습니다. 설마 이렇게

유명한 분이 올 줄은 몰랐는데. 그 러고 보니 다른 분들도 유명하신 분 들이네요.”

정하준이 이현주와 최서윤을 번갈 아 보며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서준의 명성을 따라가지 못할 뿐 이지, 이들 역시 마법사관학교의 역 대급 유망주로 꼽히는 이들이니까.

특히 이현주 같은 경우는 소환계를 주특기로 삼고 있는데 소환계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소환계의 희망이라 는 낯간지러운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때 정하준이 나를 바라봤다. 그

의 시선엔 기대감이 가득했다.

“그쪽은……?”

“저는 김선우라고 합니다.”

“김선우? 순위가 어떻게 되죠?”

“72위입니다.”

“아, 네.”

기대감은 한순간에 실망감으로 변 했다.

뭐, 이서준이나 유아라같은 유명인 들 주변을 서성이다 보면 이런 일은 자주 겪는다. 이제는 무덤덤하다.

“홈홈. 자, 그럼 잡담은 그만하고 설명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오늘부 터 3일 간 용병 체험을 하게 될 겁 니다. 그리고 실제 용병분들과 같이 간단한 의뢰를 받을 예정입니다.”

우리는 정하준이 말한 3일간 총 2 개의 의뢰를 받게 된다. 그리고 원 작대로라면 이 2개의 의뢰 도중 2 번의 사건이 터진다.

“여러분들은 D에서 F둥급의 의뢰 를 받게 될 것입니다. 간단한 호위 나 사람을 찾는 일이 되겠죠. 아마 마법사관학교의 우수한 인재인 여러 분들이라면 충분히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용병 의뢰에는 등급이 나뉘어있다. 도등급부터 SSS등급까지.

물론 원작에서도 SSS등급 의뢰는 이름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아마 SSS등급 의뢰가 실제로 일어 난다면 마인의 ‘왕’ 처치라던가, 김 진철 회장의 암살 의뢰 정도가 아닐 까.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일개 용 병단 하나가 저 둘을 암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자, 그럼 첫 의뢰를 받기 전에 용 병으로서의 기본 소양 교육부터 시

작하겠습니다.”

한편, 인천에 위치한 거대한 출입 국 포탈 게이트.

강력한 마력 에너지가 포탈 게이트 에서 뿜어지더니 환한 빛과 함께 게 이트 안에서 6명의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길게 이어진 통로를 따라 쭉 걸었다. 그들의 앞에는 입국 심 사를 보는 사람들이 줄을 서며 기다 리고 있었다.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 권을 확인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그들의 차례가 왔다. 앞장 서 있던 금발의 백인 여성 이 품 안에서 여권을 내밀었다.

여권에 적힌 이름은 ‘샬럿하지만 그 이름은 그녀의 가명이다.

심지어 여권 속 사진과 지금 그녀 의 얼굴 역시 진짜가 아니었다. 하 지만 심사하는 직원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여권에 도장이 찍혔다. 금발의 여 성은 유창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더니 다시 앞으로 걸었다.

뒤에서 한 남자가 그녀에게 말했다.

“베르트, 한국은 오랜만이지?”

“그러게. 한 6년 만인가?”

“이제 뭐 할 거야? 진짜로 당분간 휴식?”

“웅, 공식적인 활동은 당분간 휴 식.”

뒤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심사를 마친 다른 일행들이 걸어왔다.

“휴. 무슨 질문이 이렇게 많은지. 순간 여권 위조한 거 걸린 줄 알았 어.”

“멍청아. 항상 쓸데없이 긴장을 많 이 해서 그런 거잖아. 그리고 심사 볼 때 말 좀 더듬지 마.”

“알았어. 알았어.”

“흐흐. 그나저나 쉰다고 하니까 좋 네.”

베르트는 뒤를 돌아 자신의 일행을 쭉 둘러봤다.

“모두 왔지?”

“웅.”

“가자.”

그들은 쭉 앞으로 걸었다. 입국장 밖으로 나오자 금발의 잘생긴 남성, 진이 그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여기야! 여기!”

진의 부름에 그들은 피식 웃으며 다가갔다.

“이야. 다들 오랜만이네. 베르트 너 살 좀 쪘다?”

“시끄러.”

“그런데 왜 6명 밖에 없어? 다른 애들은?”

진이 일행을 둘러보며 물었다. 베 르트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각자 고향에서 휴식 중.”

“그래?”

“진! 오랜만이야! 맞다. 너 내가 신기한 거 보여줄게. 이거 로마에서 가져온 유물이거든?”

거대한 체형의 남자가 품 안에서 마력을 주입하더니 무언가를 꺼내려 했다.

그 순간 뒤에서 한 여성이 남자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빠악!

“야이 멍청아! 사람 많은데 뭐 하 는 거야?”

“맞다. 미안.”

“아오. 이 빡 대가리.”

“빡 대가리라니. 나타샤. 너 말이 좀 심하다?”

그들 사이에서 잠시 싸움이 일려 하자, 베르트가 그들을 말렸다.

“너희 모두 그만해.”

싸움은 한순간에 멈춰졌다.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부르르 떨며 말했다.

“너 한 번만 봐준다.”

“시끄러워. 입에서 냄새나.”

“야!”

“너네 그만하라고 했다.”

베르트는 한숨을 내쉬더니 진에게 말했다.

“이서준은?”

“오늘 마법사관학교에서 무슨 체험

활동이 있나 봐. 보니까 어디 용병 단에서 용병 체험하는 거 같던데?”

“용병 체험? 그게 뭐지?”

베르트가 물었다.

“뭐, 학교에서 하는 직업 체험 같 은 거야. 실제 용병들처럼 의뢰를 받기도 하고.”

“으음. 별 걸 다하네.”

베르트가 신기하다는 둣 중얼거렸다.

“그런데 실제 용병들처럼 의뢰를 받는다면, 우리 의뢰도 받을 수 있 나?”

“아마 그럴걸‘?”

“그래? 흥미가 생기네.”

베르트는 잠시 고민하는 둣싶더니 입을 열었다.

“일단 이서준한테 가보자. 오랜만 에 얼굴이나 봐야지.”

“으아아……

2시간가량의 길었던 소양 교육이 끝나고 20분의 쉬는 시간이 생겼다.

일자로 길게 늘어진 책상에서 꾸벅 꾸벅 졸던 최서윤이 책상 위로 엎어 졌다.

“으, 졸려 죽는 줄 알았네.”

최서윤의 행동에 이서준이 조용히 웃었다.

“그런데 선배님, 의뢰는 몇 시부터 한 대요?”

“음, 곧 하지 않을까.”

이서준의 옆자리에 앉은 이현주가 대신 대답했다.

“무슨 의뢰를 하게 되려나.”

“D등급이나 F등급 의뢰면 사람 찾

는 거나 호위 같은 거겠지.”

“으음. 그래도 이왕 하는 거 보람 찬 일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던 최서윤이 나를 향해 획 시선을 돌렸다.

“맞다. 선배님.”

“웅?”

“선배님은 나중에 용병일 하실 생각이에요?”

용병일?

“아니.”

“근데 왜 용병 체험을 선택한 거예 요‘?”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걸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나는 그냥 이서준이 걱정돼서 따라 왔을 뿐인데.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을 하고 싶 어서. 던전 탐험이나 마수 사냥은 몬스터를 상대해야 하잖아.”

사실 이건 이서준이 용병 체험 활 동을 선택한 이유이다. 꽤 괜찮은 변명거리인 것 같아서 똑같이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이야기를 엿듣던 이서준이 묘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

다.

“으음…… 그렇구나.’’

최서윤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 덕였다.

그때 문이 열리고 정하준이 들어왔다.

“자, 학생들. 일어나세요. 학생분들 의 첫 의뢰가 들어왔어요.”

“와아!”

드디어 첫 의뢰의 시작이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따라 갔다.

“이번 의뢰는 첫 의뢰인 만큼 간단

한 일을 준비했어요. F급 용병도 혼 자서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아마 네 분이 힘을 합치면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그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의뢰실’ 이라고 적힌 방 안에 들어갔다.

안에는 40대로 보이는 우아한 여 성이 앉아 있었다. 정하준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의뢰를 맡게 될 마법사관학교 학생들입니다.”

우리는 동시에 의뢰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어머, 잘생기고 이쁜 친구들이네 요.”

의뢰인은 이서준과 최서윤, 이현주 를 번갈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다 가 나를 바라봤다.

“성실하게 생긴 친구도 있고.”

우리는 그녀의 맞은편에 놓인 의자 에 앉았다.

가까이에서 보니 원작에서 언급되 었던 그 의뢰인과 비슷한 느낌이 들 었다.

40대 여성, 그리고 온몸을 치장한,

값비싸 보이는 보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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