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있어 역대 최고의 재능을 지닌 자라고 알려져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내 왕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하하. 하하하하. 드디어 찾았 다……
전대 왕의 예언이자 저주.
왕은 늘 그것을 두려워했다. 아직 도 전대 왕이 죽기 전에 자신에게 했던 유언 같은 말이 잊혀지지 않았 다.
—내년에 마(魔)의 천적인 멸마의 힘을 가진 인간이 이 땅에 태어날 것이다. 그 인간은 네놈을 파멸로 이끌 것이니. 네놈은 평생 언제 죽 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다가
죽을 것이다
‘웃기는 소리!’
전대 왕은 멸마의 힘을 가진 인간 에 의해 자신이 파멸될 것이라 했지 만 오랜 조사 끝에 멸마의 힘을 가 진 인간을 찾아냈다.
전대 왕의 예언은 틀렸다.
이서준이 아무리 소문난 천재라고 한들, 18세의 어린 인간을 죽이는 건 숨 쉬는 것보다 쉬었다.
‘……내가 이겼다.’
이서준.
녀석만 죽이면 나는 영원할 것이다.
—진, 이서준은 어때?
“뭐, 늘 잘 지내지.”
—다행이네. 잘 감시하고 있는 건 맞지?
“그럼. 걱정하지마.”
마법사관학교에 가까운 고급 아파
트.
진이라고 불린 남성은 소파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근데 베르트, 너 사진 엄청 잘 나 왔더라. 뉴스 봤어.”
-무슨 소리야. 한쪽 눈 찡그린 채 찍혀서 짜증나 죽겠구만.
베르트의 불평 섞인 목소리에 진이 소리 내며 웃었다.
“큭큭. 맞다. 기사 반웅은 봤어?”
-웅. 자운이 전만큼 위협적이지
않을 거라나 뭐라나. 웃긴 얘기들만 있던데.
“싹 다 죽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안 그래?”
진이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맞다. 우리 곧 한국에 들어갈 거 야.
“엥? 벌써?”
-웅. 내 사진 찍히고 나서 마법사 협회에서 난리가 아니거든. 우리를 찾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어. 그 래서 당분간 이서준이나 지켜보면서 휴식 좀 갖게.
흐음.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휴식. 나쁘지 않다. 굳이 무리하게 일정을 진행할 필요는 없으니까.
과거 13년 전에 자운은 한번 실패 를 맞보았다.
우리의 유일한 신을 잃었고 다른 멤버들은 죽거나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한 번의 실패로 자운은 성 장했다. 다시는 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근데 너 밥 사주기로 한 거 잊지 않았지?”
—돈도 많은 녀석이 왜 이리 밥에 집착할까?
“얻어먹을 건 확실히 얻어먹어야 지. 대게 먹자. 나 요즘 갑각류가 끌리더라.”
-에휴. 그래, 알겠다. 제일 큰 놈 으로다가 사줄게.
“흐흐. 기대한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2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포인트도 획 득하고. 또 체력 훈련과 마력 훈련 을 계속하는 등 평소와 같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2주라는 시간이 흐른 오늘. 두 가지 수확이 있었다.
[마나 친화력 (C)]
[지속 효과]
►마나의 친구
마력이 3 상승합니다.
마나 회복 속도가 50% 상승합니다.
마나 소모량이 10% 감소합니다.
마법의 위력이 5% 상승합니다.
첫 번째는 오랜 마법 훈련 끝에 진화와 적응의 비법의 마력 관련 특 성을 획득한 것이다.
고생한 것 치고는 대단한 효과를 가진 특성을 얻은 건 아니었지만, 기초적인 능력치의 상승을 얻어냈다 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다음은……
[대자연의 가호〈A)[등급 : 3(0%)
[지속 효과]
►대자연의 축복
마나 연공 시, 마력을 추가로 획득 합니다. 주변 환경에 따라 최대 170%까지 추가로 획득합니다.
►대자연의 휴식
마나 회복 속도가 65% 중가합니다.
[사용 효과]
►대자연의 심장
1분간 마력 회복 속도가 1000% 증가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23시간
대자연의 가호 등급이 3둥급으로 올랐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지만, 전체적 으로 특성의 효과 상승을 얻어냈기 에 만족스럽다.
이것으로 전투 중 작은 마법 구체 하나는 더 날릴 수 있게 되겠지.
아니면 신체 강화 쪽에 좀 더 힘 을 실을 수 있다던가.
“……4등급은 얼마나 걸리려나.”
3등급 달성까지 꽤 시간이 걸린
걸 보면 못해도 2달에서 3달 이상 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흐음.…"
능력치나 확인해 볼까.
[능력치]
체력 : 49.02
근력 : 37
마력 : 37.2
속도 : 31.7
순발력 : 33
손재주 : 28.3
진화와 적웅의 비법으로 얻은 특성 의 효과로 인해 전체적으로 능력치 가 꽤 상승했다.
체력은 50에 가까운 49가 되었고, 마력은 어느덧 37이 되었다.
내 기억에 의하면 회귀 첫날 마력 이 21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벌 써 37이라니.
이 정도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성장이 아닌가.
“확실히 포인트가 잘 벌리니 성장 이 빠르긴 하네.”
물론 이런 성장도 포인트 획득 루 트가 다양한 회귀 초기라 가능한 속 도이기는 했다.
업적과 명성을 하나하나 달성하다 보면 언젠간 포인트 획득의 방법에 도 한계에 부딪히게 되겠지.
“그 전에 최대한 성장을 해야 할 텐데.”
역시 앞으로 더 열심히 구르는 게 답이다.
부우웅.
그렇게 상승한 내 능력치를 감상하 던 때였다.
책상 위에 올려둔 스마트 학생 수 첩이 진동이 울렸다.
[다음 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 차 선택 체험 활동을 진행합니다.]
[학생 여러분들은 화요일까지 각자 원하는 체험 활동을 선택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제 시작인가.”
선택 체험 활동.
매주 한 번씩 하는 특별 선택 활 동의 심화형으로 전 학년이 모여 3 일간 진행하는 직업 체험 활동을 말 한다.
각자 원하는 체험을 선택해 3일간 조를 짜서 체험하는 수업인데 한 주 에 3일씩 나눠서 1학기 동안 총 두 개의 직업을 체험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단순한 체험 활동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원작의 내용을 알 고 있는 나에게는 단순한 체험 수업 이 아니었다.
원작에 따르면 이 특별 선택 활동
때 두 번의 사건이 터지기 때문이 다.
바로 최씨가문에게 악감정을 가진 한 인물이 최서윤을 노리는 사건과 이서준에게 관심을 갖는 테러 단체, 자운의 위장 의뢰이다.
특히 두 번째 사건인 자운 에피소 드 같은 경우는 다른 세력이 개입하 며 복잡하면서도 심각한 상황이 일 어나기도 한다.
“흠……
원작처럼 이서준이 이 두 사건을 멋지게 해결해주면 좋겠지만, 이서준에게 모든 것을 맡기자니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비효과로 원작 전개와 달라지는 지금. 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 르기 때문이다.
나는 스마트 학생 수첩을 켜서 종 합 정보 시스템에 접속했다.
메인 화면에 특별 선택 활동을 선 택하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선택지는 용병 활동, 마수 사냥, 던전 공략. 이렇게 총 3개다.
이번 사건이 터지는 체험 활동은 ‘용병 활동’.
그리고 원작의 흐름대로라면 이서준과 최서윤은 용병 활동을 선택하
게 되겠지.
혹시 모를 이서준의 안전을 위해 나도 따라가는 게 맞는 선택이다.
[용병 활동]
[선택 완료됐습니다.]
“됐다.”
이것으로 선택이 완료됐다. 나는 그저 원작의 흐름대로 이서준이 용 병 활동을 선택했기를 빌 뿐이다.
서울 어딘가에 소재한 길드 본부.
길드 본부라고 하기엔 꽤나 협소하 지만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공간이 없어 실용적이라는 느낌이 들게 했다.
이곳은 바로 불의 마녀라고 불리는 유아연이 이끄는 길드, ‘여명의 칼 날’의 본부이다.
지금 이곳에서 7명의 여명의 칼날 길드 간부가 모여 심각한 회의를 하 고 있었다.
“자운 녀석들 그 이후로 완전히 자 취를 감춰버렸어.”
“그러게. 저번 로마 테러 사건 이 후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더라.”
여명의 칼날 멤버는 하나하나가 A 등급과 S등급의 마법사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 있는 이들 모두가 자운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었는데 다들 과거 에 자운에게 피해를 입은 자들이었 기 때문이다.
“유아연, 이제 어쩔 거야? 이렇게 녀석들이 활동할 때까지 가만히 있 을 거야?”
30대의 한 남성이 유아연에게 물 었다.
이곳 모두의 시선이 그들의 리더인 유아연에게 향했다. 하지만 유아연 은 아까부터 입을 다문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때 다른 여성이 말했다.
“특무팀과 협력하는 게 어때?”
“싫어.”
“나도 싫어.”
“그 꽉 막힌 녀석들이랑 할 바엔 나 혼자 활동하고 말지.”
특무팀의 이야기가 나오자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다들 입을 모아 반대 의견을 내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들 중 절반이 자운을 잡기 위해 특무팀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었지만, 마법사 협회 특유의 답답한 일 처리를 버티 지 못하고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특무팀은 안돼.”
그리고 그들과 함께 특무팀 소속으 로 활동했었던 유아연 역시 반대 의 견을 내었다.
“특무팀은 지금 마인 사건에 정신 이 팔려있어. 아마 자운까지 크게 신경 쓰진 못할 거야. 그리고 다들
알고 있겠지만 자운이 숨어버린 지 금 우리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아.”
모두가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선택지가 몇 개 없다면 그중에 가 장 확률이 높은 선택지를 선택하는 게 답이겠지. 그렇다면 자운이 숨어 버린 지금, 그들이 앞으로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곳은 어디일까.”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각자 머릿속 에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유아연은 그들을 둘러보다가 말했다.
“그래, 이서준이야. 이서준을 감시 해.”
“……괴물의 서식지입니다. 자, 그 럼 수업은 여기까지 하고 과제를 내 드리겠습니다.”
50명의 학생이 모인 2학년 A반 교 실에서 따분하게 수업을 듣고 있었다.
오늘 수업은 이론 수업인 ‘몬스터 생물학’ 수업.
쓸데없이 과제를 많이 내주기로 유 명한 수업이었다.
“아. 또 과제야?”
“진짜 싫다.”
학생들 사이에서 원성이 터졌다. 하지만 몬스터 생물학, 줄여서 ‘몬 생’ 교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번 과제는 조별 과제입니다. 2 인으로 조를 꾸려 각 조마다 몬스터 하나를 정해 서식지와 습성. 행동 양식에 대해 조사하시면 됩니다.”
아 _
몬생 교사의 말에 다시 원성이 터 져 나왔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교사의 말을 듣자 자동으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사실 과제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조별 과제라는 거다.
차라리 혼자가 편하지 조별 활동은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 아서 상당히 피곤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2인 1조라는 것.
“함께할 조원은 학생 여러분들 마 음대로 꾸리시면 됩니다. 과제 제출 일은 다다음 주 화요일까지고, 과제 의 퀄리티와 선정 몬스터의 희귀도
에 따라 점수가 책정됩니다.”
몬생 교사는 한번 학생들을 홀어보 더니 방긋 미소를 지었다.
“자, 수업 종료까지 10분가량 남았 으니 자유롭게 2인 조를 꾸미세요!”
우르르.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를 꾸 미기 시작했다.
나는 멍하니 자리에 앉아 누구와 조를 짜야 할지 고민했다.
이번 몬스터 생물학 수업은 단순히 이론 과제가 아니었다.
몬스터를 직접 관찰해야 하는 만큼
조원의 전투능력도 고려해야 했다.
뛰어난 전투능력과 이론 과목의 이 해도라.
……역시 그 녀석만 한 인재가 없 겠지.
“김선우!”
그렇게 혼자 생각하던 사이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누군지 잘 모르는 한 남학생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나랑 조 할래?”
……누구지?
내가 모르는 얼굴이면 완전 아무것
도 없는 엑스트라인데.
“야. 비켜. 나랑 하자. 나 43위인데 특별히 같이해줄게.”
그때 옆에서 또 누군지도 잘 모르 는 녀석이 와서 내게 말을 걸었다.
‘......뭐야.’
겨우 둘 뿐이지만 나와 같은 조를 하고 싶어 하는 애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이론 성적 1위를 달리고 있어서 그런 걸까.
몇 달 전 학교에서 받던 내 평가 를 생각하면 황당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때 그들 사이에서 한 익숙한 얼 굴의 여성이 등장했다.
“김선우, 나랑 하자.”
긴 혹발의 여학생, 유아라였다.
“아, 뭐야. 유아라네. 다른 애랑 짜 야겠다.”
“ 에휴.”
유아라가 등장하자 내 앞에 모인 두 학생은 나와 같은 조를 짜는 것 을 포기하고 우르르 사라졌다.
자신들이 유아라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거겠지.
한순간에 나와 유아라만이 남았다.
«으..”
M...
유아라라…….
조원으로 괜찮은 자원이다. 마법 실력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이론 성적 자체도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분명 같은 조가 된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
하지만 나는 그녀의 제안에 망설였다.
그녀의 성적이 2위인 만큼 희망 조원 순위에서도 2순위기 때문이다.
고민되네. 이걸 거절해야 하나 말 아야 하나……
“김선우.”
때마침 기다렸다는 듯, 모든 학생 의 1순위인 그 녀석이 모습을 드러 냈다.
“이서준.”
이서준의 등장에 유아라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서준은 그녀를 신경 쓰지 않는 둣 자신 있 는 말투로 내게 말했다.
“나랑 같은 조 하자.”
나는 씨익 웃었다.
이서준과 함께라면 고민할 것도 없 지.
“그래.”
내 대답에 이서준은 만족스럽게 미 소를 지었다.
그 옆의 유아라는 황당해하는 얼굴 로 나와 이서준을 번갈아 바라봤다.
모든 조가 꾸려졌다.
교사가 조원을 꾸리는 시간을 그리 많이 주지 않았기에 다들 알아서 자 기 성적에 맞는 사람과 조를 꾸렸다.
그렇게 조원 명단 제출까지 끝나자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으. 드디어 끝났네.”
“다음 수업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