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4화 (54/535)

녀석은 잠시 괴로워하더니 나를 쏘 아보며 달려들었다.

—카아아앙!

나는 단검을 쥐고 자세를 낮췄다.

녀석이 날카로운 손톱으로 나를 찌 르려는 순간 나는 빠르게 몸을 숙이 며 단검으로 녀석의 어깨를 찔렀다.

- 크아앙!

동굴 악귀의 고통 섞인 소리가 동 굴 안을 울렸다.

전투를 지켜보던 윤하영이 뒤에서 다시 외쳤다.

“선우야! 정말 안 도와줘도 돼?”

“웅, 기다려!”

나는 녀석이 괴로워하는 틈을 노려 다시 녀석을 공격을 시도했다. 녀석 은 뒤늦게 공격을 피하려 했지만, 마력으로 강화된 내 움직임을 피하

기에는 이미 늦었다.

푸욱!

-크아아앙!

단검에 찔린 동굴 하며 잠시 내게서 부위에서 푸른빛의 졌다.

악귀가 날갯짓을 떨어졌다. 상처 피가 뚝뚝 떨어

“후우.”

이 정도 찔렀으면 슬슬 반웅이 올 텐데…….

나는 잠시 녀석에게 떨어져 상태를 지켜봤다. 동굴 악귀는 괴로움에 소 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고통에 적응한 듯 내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

그때 였다.

—크엑?

녀석이 가만히 멈춰 섰다. 몸을 움

직이려는 듯 얼굴을 이리저리 움직 이지만, 녀석의 몸은 조금의 떨림만 있을 뿐이었다.

“......됐나?”

나는 전투 자세를 풀고 허리를 폈 다.

근접 무기를 이용한 전투는 경험이 적어 불안했지만, 다행히 원하던 목 표를 이뤄낸 모양이다.

[‘상태 이상 공격 성공’ 업적을 달 성했습니다.]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녀석은 지금 마비 단검의 효과에 의해 전신이 마비되었다. 아마 못해 도 10분간은 아무런 움직임도 취할 수 없겠지.

“어우 힘들다.”

나는 단검을 허리춤에 걸고는 녀석 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내가 무방비한 상태로 녀석에게 다 가가자 등 뒤에서 윤하영이 걱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선우야?”

“괜찮아. 걱정 마.”

나는 동굴 악귀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녀석은 키엑? 키에엑! 소리만 낼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어? 왜 가만히 있지?”

윤하영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의문을 표했다.

나는 녀석의 뿔을 잡고는 바닥에 질질 끌며 윤하영 쪽으로 끌고 갔 다.

— 끼엑? 끼엑! 끼엑!

이것으로 윤하영의 훈련용 악마족

실험체가 준비됐다. 이제 이 녀석을 이용해 마음껏 멸마의 힘을 연습하 면 된다.

윤하영은 떨리는 동공으로 나와 동 굴 악귀를 바라봤다.

“자, 이제 훈련을 시작해볼까?”

— 끼엑! 끼엑! 끼에에에에엑엑!!

— 키엑! 키엑! 키에에엑!

나는 동굴 악귀를 미리 챙겨온 밧 줄로 묶어 놨다.

녀석은 아까부터 공포에 질려 계속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윤하영은 질린 눈으로 나를 바라봤 다.

“……지금 뭐 하는 거야?”

“훈련해야지.”

“아니, 훈련을 하긴 하는데 이건 좀……

나는 슬쩍 벽에 묶인 동굴 악귀를 바라봤다. 솔직히 나도 좀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한다.

아무리 상대가 몬스터라고는 하지 만 이건 좀 잔인한 방법이었으니까.

하지만 어쩌겠는가.

윤하영은 이 세계에서 중요한 인물 이고, 끝을 보기 위해선 그녀가 가 진 멸마의 힘이 꼭 필요한걸.

거기다 나비효과로 미래가 뒤죽박

죽 바뀐 이상 나조차 마인 녀석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전혀 모르겠고 말이다.

“흠흠. 미안한데 나도 이거 말고는 다른 훈련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서.”

[등장인물 ‘윤하영’이 당신에게 약 간의 무서움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끼엑! 끼에엑!

동굴 악귀는 아까부터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저 소리를 들으니 괜히 마음이 약 해진다.

나는 주먹에 마력을 집중해 녀석의 머리를 강하게 가격했다.

콰악!

후우.”

이제야 좀 조용해졌네.

윤하영이 안타까워하는 눈으로 동 굴 악귀를 바라봤다.

“자자. 마음 약해지지 말고 슬슬 훈련하자.”

“대체 무슨 훈련인데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이제 알려줄게.”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 다.

“우선 너에게는 숨겨진 힘이 있 어.”

“……뭐야. 아까 나한테 숨겨진 힘 이 있다는 그 말 진심이었어?”

윤하영이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나 를 바라봤다.

“응. 진심이야. 너에겐 남들에게 없는 특별한 힘이 있어. 오늘 그 힘을 깨우치는 훈련을 할 거야.”

“그게 뭔데?”

“멸마의 힘.”

“……멸마의 힘?”

윤하영은 이해하지 못한 듯 혼자 중얼거렸다.

“저번 마인 습격 사건 때 기억나?

그때 네가 마인에게 마법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힘을 사용해서 피해를 입혔었잖아.”

“아……

윤하영이 무언가를 떠오른 둣 입을 벌렸다.

“웅. 생각났어.”

“바로 그거야. 그게 바로 멸마의 힘. 말 그대로 마(魔)를 무찌르는 힘이지.”

“뭐야…… 나한테 그런 힘이 있다 고?”

윤하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 거렸다.

“못 믿겠어?”

내 말에 윤하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네 말이 틀린 적은 없으니 까 믿을 수 있어. 그런데 뭔가 신기 해서.”

그 대답에 나를 향한 신뢰가 느껴 져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전에 명심해야 할 게 있어. 멸 마의 힘은 마인들의 천적과도 같은 힘이지만 그만큼 마인의 표적이 되 기 쉬워. 아마 네가 이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마인들은 너를 죽이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 할 거야.”

표적이 되기 쉽다는 말에 윤하영의 몸이 살짝 떨렸다. 하지만 이내 진 지한 눈빛으로 돌아왔다.

“내가 가진 힘이 마인들 상대로 강 하다는 거지?”

« Q «

흐*

“그럼 전부 내가 무찌르면 되겠 네.”

윤하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위축되 지 않고 오히려 자신감을 표출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그래도 항상 조심해야 해. 네가

멸마의 힘을 갖고 있다는 건 그 누 구에게도 말하면 안 돼. 알겠어?”

“알았어, 선우 너 말고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그런데 선우야. 너는 그런 것들을 어떻게 아는 거야?”

윤하영이 의문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다 아는 방법이 있어.”

“쳇. 왜 이리 비밀이 많아? 너 정 말 18살은 맞는 거야? 혹시 나이도 속였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어? 어…… 아닌데.”

내 신체 나이는 18살이 맞으니까 거짓말은 아니지만 정신 연령은 그

보다 높으니 뭔가 찔렸다.

“뭐야. 왜 말을 더듬어? 진짜 나이 속인 거야?”

“속이긴 뭘 속여.”

“……수상한데. 생각해보니 일부러 실력을 숨기는 것도 그렇고. 이상하 게 어른스럽단 말이지. 설마 학교에 잠입한 특수 요원?”

“특수 요원은 무슨.”

어이없어하는 내 대답에도 윤하영 은 나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았다.

“흐으음……

“됐고 훈련이나 하자. 자자. 집중 해.”

그제서야 윤하영이 고개를 끄덕이 더니 의심의 눈초리를 풀었다.

“우선 네가 그때 마인에게 멸마의 힘으로 공격했을 때 기억해?”

“웅. 대충은 기억해.”

“그럼 그때 어떻게 그 힘을 사용했 는지는 기억나?”

“아니, 그건 기억 안 나.”

“잘 생각해봐. 특성을 각성하면 보 통 자동으로 몸이 그 힘을 기억하게 되거든.”

윤하영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 다.

“몸의 기억……

윤하영의 손 위로 마법을 구현했다. 그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차 가운 얼음 화살이 구현됐다. 하지만 이건 멸마의 힘이 아니다.

“음…… 잘 모르겠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내가 멸마의 힘을 다뤄본 적이 있 는 것도 아니라서 섣불리 조언할 수 가 없었다. 일단 내가 아는 특성에 대한 지식을 전부 풀었다.

“아니면 머릿속으로 생각을 해봐. 악마를 처치해야 한다. 마인을 처치 해야 한다. 이런 구체적인 생각과 의지.”

“의지......

특성의 힘은 보통 몸이 알아서 그 사용법을 깨닫지만, 가끔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발동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 그것을 ‘의지력’이 라고 하는데 윤하영의 특성은 의지 로 발동되는 케이스일지도 모른다.

수우우웅-

그리고 내 예상이 적중했는지 윤하

영의 손 위에서 특수한 성질의 마력 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점차 형태를 이루더니 얼음 화살의 모형을 띄었다.

그 안에 담긴 극소량의 멸마의 힘 이 느껴졌다.

“좋아. 계속해봐.”

“ 으음......

나는 그녀에게 멸마의 힘을 사용하 려는 의지를 계속 북돋았다.

“계속 생각해. 마인과 악마를 무찔 러야 한다. 그런 생각. 눈앞의 동굴 악귀를 쓰러트려야 한다는 생각.”

수우우웅-

얼음 화살이 은은하게 신비한 빛을 뿜어냈다. 그러나 멸마의 힘은 여기 서 더 늘어나지 않았다.

아직 그녀의 의지력이 부족한 이유 였다.

의지력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상 상력보다 다루기 어려운 힘이다.

상상은 훈련을 통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떤 행동에 관한 강한 의지 는 특별한 목적이 없으면 만들어내 기 힘들기 때문이다.

“으으..

나는 슬쩍 윤하영을 바라봤다. 강 제된 의지력의 사용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거기다 멸마의 힘을 다루니 그만큼 몸이 느끼는 부담도 작지 않 겠지.

역시 여기서 멈추는 게 좋겠네.

“이제 앞의 동굴 악귀한테 마법을 쏴.”

내 말에 윤하영은 동굴 악귀를 향 해 손을 뻗었다.

그때 였다.

그녀의 손 위로 구현되어 있던 얼

음 화살에서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얼음 화살이 새하얀 빛을 강하게 내뿜더니 그 안에 담긴 멸마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

동시에 얼음 화살이 파앙-! 하며 녀석을 향해 쏘아졌다.

수우우웅-

콰아앙!

동시에 울리는 거대한 굉음.

“오……

던전 안에 피어오르는 먼지가 사라 지고 그녀의 마법에 몸이 꿰뚫린 동 굴 악귀가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의 가슴엔 멸마의 힘 특유의 타오르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아직 미숙한 점이 있지만, 이 정도면 충 분히 합격점을 줄 만했다.

“잘했어. 바로 그거야.”

윤하영은 멍한 얼굴로 동굴 악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현기증을 느낀 듯 몸을 휘청이더니 바닥에 주저앉 았다.

“……선우야. 나 몸에 힘이 안 들

어가.”

멸마의 힘을 다루는 첫 훈련은 그 렇게 끝이 났다.

짧은 시간이라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아직 멸마의 힘에 익숙하 지 않아 모든 힘이 빠진 상태라 여 기서 더 훈련을 진행할 순 없었다.

그래도 윤하영이 멸마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만족하기 로 했다.

던전 공략은 아직 계획에 없기에 거기서 멈추고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평소와 같은 평화로운 시간 이 흘렀다. 월요일과 화요일이 지나 수요일.

드디어 특별반 첫 수업 당일이 되 었다.

모든 수업을 마친 나는 집합 장소 인 학교 정문 앞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선배님!”

멀리서 최서윤이 밝은 미소로 내게 다가왔다.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쏟으며 예의 바르게 고개를 꾸벅 숙 였다.

“안녕하세요.”

“어, 안녕.”

특별반 수업은 개인 수업과 조별 수업이 있다.

오늘은 조별 수업을 진행한다. 아 마 원작의 전개와 같다면 강화도에 소재한 ‘몬스터 필드’에서 실전 사 냥을 한다.

“오늘 무슨 수업할 거 같아요? 조 별 수업이던데.”

“몬스터 사냥하는 거겠지.”

“몬스터요?”

“실전 수업 위주로 진행한다고 했 었잖아.”

“아. 맞다.”

최서윤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론 시험 만점다운 추리 력.”

이론 만점의 추리력은 무슨.

내가 원작의 내용을 알고 확신하듯 말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누구나 추리할 수 있는 수준인데.

……잠깐.

“뭐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이론 시험 1둥인 건 알려지 긴 했지만, 만점인 건 아직 사람들 은 모를 텐데.

“뭘 알아요?”

“내가 이론 만점인거.”

“그거 이미 소문 쫙 났는데요.”

“소문?”

“네. 한 이틀 전쯤인가 아마 전교 에 모르는 사람 없을걸요?”

뭐야. 언제 또 소문이 퍼진 거야?

그러고 보니 이틀 전에 의문의 3,000포인트를 획득하긴 했었는

데…… 이것 때문이었나.

‘홈.’

포인트를 얻었으니 나쁘진 않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소문낼 걸 그랬다.

그렇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특 별반 담당 교사, 박정완의 목소리가 울렸다.

“모두 모인 것 같군요. 그럼 준비 된 버스를 타고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나 특별반 수업 장소인 강화도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캠핑장과 같은 공 간이 눈에 들어왔다. 이 모든 게 몬 스터 필드에서 사냥을 주업으로 삼 는 마법사들이 설치한 것들이었다.

“와. 멋지다.”

내 옆에서 최서윤이 눈을 빛냈다. 다른 학생들도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이런 마법사 캠프는 회귀 전에 자 주 봐왔던 것이기에 나는 크게 신기 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것보다는 이서준의 옆에 있는 장 예가 더 신경 쓰였다.

괜히 이들에게 뭔가 사건이 터지는 건 아닐까. 그런 걱정.

“ 흐음......

“왜 그래요?”

내가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짓자 최 서윤이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내 말에 최서윤이 이서준 방향을 흘겨보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신경 쓰여요?”

“뭐가.”

“박민예 선배님이요.”

얘는 또 저 소리네.

“하긴, 그럴 수도 있죠. 상대가 하 필 또 이서준 선배님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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