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화 (49/535)

“여기가 실제 던전이라는 거야?”

“웅.”

“아니, 그게 무슨……

이서준이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 었다. 나는 이서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알겠지만 히든 스테이지에

떨어지면 탈출하는 방법은 하나뿐이 야. 던전을 공략해 마지막 방의 보 스를 잡아야만 해”

이서준과 김선우가 사라지고.

마법사관학교는 발칵 뒤집혔다. 던 전 탐험 수업은 바로 중단되었고, 학생들은 모두 교실로 돌아가 자습 시간을 가졌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인공 던전 개조 책임자 불러와!”

던전 통제실에 수많은 교사가 몰려 들었다. 사라진 두 학생을 어떻게 구출해야 하나에 대한 회의가 시작 되었다.

“진짜 큰일 났네.”

“설마 공략된 지 10년이 넘은 던 전에 히든 스테이지가 아직도 발견 되지 않았을 줄이야.”

“사라진 학생들은 어쩌죠?”

하지만 회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 았다. 다들 혼란스러운 상태로 각자 자기가 할 말만 하고 있었다.

당연할 만했다. 그들에게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으니까.

“아니, 왜 하필 이서준이냐……

“김선우는 어쩌고요.”

“뭘 어째요. 던전 개조한 사람이 책임져야지. 히든 스테이지. 그거 한 번 들어가면 공략 전까지는 못 나오 는 거 알잖아요.”

그렇게 침울한 분위기는 계속되었다.

히든 스테이지에 떨어진 이상 학생 들이 자력으로 던전을 공략해 탈출 하는 것이 아니면 나갈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작 학생인 이서준과 김선우, 단둘이서 히든 스테

이지에서 탈출하기란 가능성이 낮았 다.

“그래도 이서준이라면 가능하지 않 을까요?”

“이서준이 역대 최고의 천재라고는 하지만 아직 학생인데요.”

“에휴. 기사 터지면 아주 난리가 나겠네. 쪽팔려서 어떡하냐.”

“지금 체면 생각할 때에요? 학생들 이 큰 위기에 빠졌는데.”

한 교사의 투덜거림에 이희영이 버 럭 소리를 질렀다.

그때 한 교사가 말했다.

“그, 이서준이라는 학생이랑 같이 떨어진 김선우라는 학생. 그 학생은 어때요?”

“최근에 성적이 꽤 좋기는 했는 데…… 이서준의 도움이 되기엔 많 이 부족하죠.”

그때 조용히 지켜보던 장안철이 말 했다.

“이서준, 김선우. 두 학생 모두 제 가 유심히 지켜본 학생들입니다. 둘 다 학생답지 않게 똑똑하고 능력도 좋은 애들이에요. 분명 탈출할 수 있을 겁니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당신을 걱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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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내가 눈앞에 떠오른 창을 보며 가 만히 있자 이서준이 나를 돌아봤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이서준은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 보더니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히든 스테이지는 몬스터의 강함, 설치된 함정 둥 모든 면에서 일반 던전보다 강화되어 있다.

안 그래도 마력이 약해서 일반 던 전도 공략하기 힘든 우리에게 히든 스테이지는 조금 어려울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원작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 이 던전이 어떤 패턴을 갖 고 있는지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기 에 큰 불안감은 없었다.

“그나저나 앞이 안 보이네.”

이서준이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확실히 이서준의 말대로 동굴 안은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어두 껌껌 했다.

[당신의 눈이 어둠에 적응합니다!]

하지만 나에겐 진화와 적웅의 비법 특성이 있어 어느 정도 앞이 보였다. 뭔가 위험한 일이 생기면 그때 내가 빠르게 알리면 된다.

그때 였다.

— 끼에에엑!

멀리서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서준은 곧바로 전투태세에 돌 입했다. 이내 멀리서 거대한 박쥐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동굴 괴물 박쥐야.”

“그걸 어떻게 알아?”

“일단 집중해!”

놈은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우리에 게 달려들었다.

기괴한 모습에 조금 당황하다가 나 는 마력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마법 을 쏘아내려는 순간. 이서준이 재빠

른 움직임으로 녀석의 몸뚱어리를 반으로 베어냈다.

—끼엑!

반으로 갈라진 괴물 박쥐가 바닥에 떨어졌다.

“오. 역시 이서준.”

하도 어두워서 제대로 싸우지 못할 줄 알았는데 감각에 의존해 녀석을 벤 모양이다.

하긴. 이서준은 충분히 그럴 능력 이 있는 녀석이다. 괜히 역대급 천 재라 불리는 게 아니지.

원작에서는 완전히 시야가 차단된 상태에서도 감각만으로 B등급 괴물 과 싸워 승리한 적도 있었으니까.

이서준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앞을 보며 말했다.

“또 온다.”

—끼에에엑!

— 끼에엑!

—께에에엑!

다시 동굴 괴물 박쥐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이번엔 하나가 아니었다. 느 껴지는 모습으로는 최소 다섯.

수가 많으니 이서준에게 모든 걸 맡길 순 없다. 나 역시 신체의 마력 을 끌어모으며 마법을 구현했다.

새하얀 마법 구체가 빛을 내뿜자, 어두웠던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다.

동시에 끔찍한 외형의 괴물 박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서준은 주변이 환해지자 아까보 다 자신감 있는 움직임으로 녀석들 을 베어냈다.

전투는 정말 한순간이었다. 모든 몬스터들이 이서준의 검에 쓰러졌다. 나는 마법을 구현해놓고 한 발 도 방출하지 못했다.

“......오우.”

나는 손 위의 마력을 풀어냈다.

이건 뭐, 굳이 내가 마법을 방출하 지 않아도 마법으로 시야만 밝혀주 면 이서준이 알아서 전부 처리하겠 는데.

이서준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더 니 말했다.

“시야가 환해지니 편하네. 지금처 럼 시야 좀 밝혀줘.”

“알았어.”

“그럼 갈까.”

“그래.”

나와 이서준은 다시 앞으로 걸었다.

히든 스테이지에 떨어진 지 3시간 이 지났다.

이서준의 활약으로 우리는 막힘없 이 나아갔다. 나는 가끔 중요한 전 투 때마다 마법을 구현해 주변을 밝

혀주는 시야 셔틀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후…… 끝이 없네. 얼마나 더 가 야 해?”

이서준이 땀을 홈치며 중얼거렸다.

“히든 스테이지 공략시간이 보통 이틀은 걸리니까 우리도 그쯤 걸리 지 않을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이곳에서 이틀이나 보낼 생각은 전혀 없다. 나는 내가 가진 던전 공략 지식을 이용해 최소 하루 이상의 시간을 단 축할 예정이다.

“ 흐음......

내 대답에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슬쩍 이서준에게 말했다.

“근데 배 안 고프냐?”

던전에 떨어진 지 3시간이나 지났 다. 슬슬 허기가 느껴질 때가 됐는 데.

“배는 고프지. 근데 먹을 게 없잖 아.”

나는 허리춤의 작은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는 척하면서 아공간에서 육포를 꺼 내 내밀었다.

«..<7 휴

이서준이 황당해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뭘 이런 걸 들고 다니냐는 듯한 표정이다.

“먹어. 배고프잖아.”

이미 내 입에는 하나 물려있다. 어 제 매점에서 미리 구매해둔 육포다. 살짝 질기지만 잘 녹여서 먹으면 맛 있다.

“어…… 잘 먹을게.”

이서준은 육포를 입에 넣었다. 우 물우물 조용히 먹는다. 원작에서의 이서준은 이때 몬스터를 잡아먹었는 데 몬스터를 잡아먹는 것보다는 훨

씬 나을 것이다.

“맛있네.”

“조금 더 먹어.”

슬쩍 내가 먹던 걸 반으로 잘라서 챙겨줬다. 그러자 이서준이 손사래 를 쳤다.

“야, 됐어. 너 먹어.”

“아니야. 힘쓸 녀석이 더 먹어야지. 그리고 먹을 거 많이 남았어.”

“......그래?”

그제서야 내가 건낸 육포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미안한지 중간중간 내 눈

치를 살핀다. 괜히 나까지 불편해진 다.

“그냥 먹어. 그거 말고도 먹을 거 많으니까.”

“알았어.”

나는 아공간에서 뺑 하나를 꺼내 또 넘겨줬다.

“이것도 먹어라.”

“가방에 무슨 음식을 이렇게 담아 놨어.”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항상 대비하는 거지.”

[등장인물 ‘이서준’이 당신에게 황 당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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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잘 먹을게.”

그렇게 10분가량의 짧은 식사 시 간을 마치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 다.

나는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어우 질린다. 빨리 공략하고 돌아 가자.”

긴장감 없는 내 말에 이서준이 웃

었다.

“여기 실제 던전인 건 알고 있지?”

“실제 던전 뭐 있냐? 네 실력이면 충분히 공략 가능해.”

“매번 느끼는 건데 뭘 믿고 그렇게 항상 나를 신뢰하는 거냐.”

“당연히 네가 그만한 능력이 되는 녀석이니까. 어, 저기 길 있네. 저기 로 가자.”

내가 적극적으로 앞장서자 이서준 도 말없이 내 뒤를 따라왔다.

던전이 깊어지다 보니 점점 난해한 패턴이 등장했다.

단순히 몬스터만 등장하는 게 아니 라, 결계라던가 함정이라던가 여러 가지 복잡한 장치가 등장하며 우리 의 앞길을 막았다.

물론 나에겐 원작을 읽고 알게 된 던전의 패턴과 외부자의 혜택이 있 었기에 던전의 방해 장치는 손쉽게 파훼할 수 있었다.

“볼 때마다 신기하네. 어떻게 저렇 게 빠르게 함정을 풀어내는 거 지……

내 앞에서 함정 하나가 또다시 해 제되는 것을 보며 이서준이 중얼거 렸다. 막혀있던 새로운 길이 열렸다.

나는 눈앞의 공간을 손으로 가리켰 다.

“다음 방이다.”

이번 방은 다른 특별한 패턴을 암 시하는 둣 복도의 양옆에 몬스터 군 단이 그려진 그림이 걸려있었다. 방 의 중앙에는 소환 마법진으로 보이 는 문양이 바닥에 깔려있었다.

대충 어떤 패턴의 방인지 알 것 같았다.

쾅!

방안에 들어서자 방문이 강하게 닫 혔다.

바닥에서 소환진이 빛나면서 그 위 로 몬스터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괴물 박쥐, 괴물 늑대, 거인, 촉 수…… 종류는 끝도 없이 다양했다.

“전투 준비해.”

나는 품 안에서 마나 엘릭서를 꺼 냈다.

솔직히 마나 엘릭서가 없어도 이서준 혼자서 이 방을 깔끔하게 공략할 수 있지만, 문제는 내 생존이다.

이렇게 좁은 방에서 많은 몬스터를

상대하려면 내 안전은 내가 챙겨야 한다.

꿀꺽꿀꺽.

언제 마셔도 적웅되지 않는 맛이 다. 슬쩍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리니 몬스터들을 노려보며 전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평범한 물을 마 셨다고 생각한 둣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온다. 준비해!”

이서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몬스 터 군단이 우리를 덮쳤다.

“허억...... 허억......

약 5분간의 전투가 끝나고.

김선우는 바닥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다.

“무슨 몬스터가 끝도 없이 나오 냐.”

“……그러게.”

그때 김선우가 가방에서 물을 꺼냈 다. 벌컥벌컥 마시더니 이서준에게 넘겼다.

이서준은 멍하니 물을 받았다.

물은 또 어디서 난 것인지…… 신 기하다. 저 작은 가방에 얼마나 많 은 게 들어있는 거지?

“여기서 30분만 쉬자.”

김선우는 지친 듯 벽에 등을 기대 고 눈을 감았다.

“30분이나?”

“나 지금 마나가 바닥났거든.”

“아.”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가 바닥났는데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잠시 휴식을 하고 있는데

방금 있었던 김선우의 전투를 떠올 렸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자 신의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선보이며 많은 몬스터를 쓰러트렸다.

거기다 평소 전투를 벌일 때 보였 던 강화계가 아닌 발현계 마법 위주 로 싸웠음에도 전투를 지속함에 있 어 크게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았 다.

‘마나가 부족한 건 또 아니었나.’ 문득 궁금중이 생겼다.

저 정도 마나를 갖고 있으면서 학

교 첫 공개 테스트 때는 왜 마력 방전이 일어났던 걸까?

“홈……

그러다 문득 저번 유아라와의 대화 가 떠올랐다.

-걔좀 특이하잖아.

분명 유아라는 김선우를 신경 쓰고 있었다.

자신에게도 크게 밀리지 않는 재능 을 가진 그녀가 자신 이외의 사람을 그렇게 신경 쓰는 건 처음 봤었다.

‘유아라가 신경 쓰는 데는 다 이유 가 있었네.’

확실히 방금 보았던 모습은 학교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많이 달랐으니 까.

저번에는 김선우의 실력이 교내에서 15위 정도가 아닐까 추측했었는 데, 아무래도 김선우를 과소평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생각해?”

김선우의 물음에 이서준이 상념에서 깼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툭.

이마 위로 떨어지는 천장의 물방울

을 맞고 잠에서 깨어났다.

“ o 으.”

— w .

얼마나 잠들었지. 슬쩍 시계를 확

인하니 오전 8시다.

동굴 안이라 그런지 낮과 밤의 구

분이 안 된다. 아직도 밤처럼 느껴

진다.

“아이고 허리야.”

그나저나 돌바닥에서 잠들었더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둥과 허리 에서 은은한 통증이 느껴진다.

이거 다음엔 담요라도 챙겨야겠는 데.

생활필수품 목록에 메모…….

그 후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 났다. 기지개를 켜고 슬쩍 옆을 돌 아봤다. 이서준은 세상 편하게 자고 있었다.

“이서준, 일어나.”

“으음……

툭툭 녀석을 흔들자 이서준이 잠에서 깨어났다.

머리에 까치집이 생기고 얼굴도 살 짝 부었다. 그런데도 더럽게 잘생긴 외모는 여전하다.

“뭐야. 여기 어디야?”

얘도 헛소리를 하네.

“던전이잖아.”

“아, 맞다. 흐흐.”

이서준이 바보 같은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더 니 쭈욱 스트레칭을 했다. 헛둘 헛 둘 아침부터 활동적이다.

“잘 잤냐?”

“뭐, 나쁘지 않게 잠든 거 같아. 선우 너는.”

“난 바닥이 불편해서 중간중간 깼 어.”

“아, 불편하긴 하더라.”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스트레칭을 하던 이서준에게 빵을 휙 던졌다.

순간 손목을 삐끗해 이상한 방향으 로 빵이 날아갔다. 하지만 이서준은 특유의 날렵한 몸놀림으로 빵을 캐 치 했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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