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화 (48/535)

그녀가 앞으로 나서자 몇몇 남학생 들의 설레는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자신을 뽑아주기를 기대하는 모습이 다.

“와. 이게 뭐라고 긴장되냐.”

“그러게. 누구랑 되려나.”

그녀는 과연 이서준올 뽑을 수 있 을 것인가.

그때 최서윤은 제비를 뽑았다.

최서윤은 멍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 봤다.

살짝 당황한 표정이다.

분명한 건 저 표정은 기쁨이 아니 었다.

원작의 묘사에 따르면 제비를 뽑는 순간 확 얼굴이 밝아졌다고 했으니 까. 그렇다는 건 이서준이 아닌 다

른 사람을 뽑았다는 거다.

그리고 최서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시간이 지나 모든 조가 꾸려졌다. 조별 구성은 원작과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이서준의 짝이 엄청 골치 아 픈 상대가 걸렸다.

상대가 무려 장예다. 장한의 딸, 장예 말이다.

안 그래도 최근 장예가 무슨 생각 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서 골 치 아파 죽겠는데, 이러다 괜히 이서준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몰라.

“선배님, 아까부터 계속 누구 눈치 를 보는 거예요?”

그리고 아까부터 내 신경이 이서준 에게 쏠려 있는 게 티가 난 모양이 다.

내 옆에 앉은 최서윤이 내 시선을 따라 이서준을 바라보았다.

“아……

최서윤이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고

개를 끄덕였다.

“박민예 선배님이랑 같은 조 되고 싶으셨구나. 죄송해요. 괜히 제가 선 배님 뽑아서……

“뭐래.”

내 대답에 최서윤이 장난스레 킥킥 웃었다.

박정완이 학생들을 둘러보더니 말 했다.

“오늘은 첫날이니 특별반 수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일정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다음 특별반 수업은 화요일 야외에서 진행합니다. 장소는 오후 7시까

지 정문 앞 버스 정류장 앞으로 모 이면 됩니다. 이상입니다.”

특별반 첫 모임이 끝나고.

나는 마나 연공실에서 마나 연공을 한참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4시간가량 마나 연공을 끝 내고 눈을 떴다.

[마력이 0.01 상승했습니다.]

[대자연의 축복 효과로 0.015의 마력을 추가로 획득합니다.]

[대자연의 축복 숙련치가 3% 상숭 합니다.]

“흠…… 잘 안되네.”

최근 마법 훈련과 마나 연공에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아직 ‘진화 와 적응의 비법’의 추가 특성을 획 득하지 못했다.

체력 같은 경우는 몸을 극한으로 굴리면 쉽게 특성을 얻을 수 있었지만, 마력 같은 경우는 그렇게 굴리 기가 쉽지 않아 힘들었다.

하지만 진화와 적응의 특성을 얻는 데에는 지름길이 없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은 벌써 밤 10시.

기숙사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렇게 마나 연공실 문을 열고 나 오자 혼자 훈련을 하는 유아라가 눈 에 보였다.

어째 쟤는 여기 올 때마다 항상 훈련하고 있는 것 같네.

노력만 따지면 마법사관학교 내에서 가장 독보적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유아라 에피소 드가 있었는데.’

바로 서울역 테러 사건에 휘말리는 에피소드.

유아라의 과거사가 등장하고, 이서준과의 친분이 강화되는 나름 중요 한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지난주에 내가 조성훈 일당을 처리하며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전개가 바뀌어도 되나.”

유아라와 최서윤. 이 둘은 뛰어난 재능을 지닌 만큼 이서준에게 꼭 필 요한 조력자였다.

꼭 스토리의 진행 때문이 아니더라

도 이서준의 조력자 수는 곧 그의 생존율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경 쓰 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내가 스토리에 개입하고 악 당들을 쓰러트린다고 해도 이서준이 죽으면 모든 게 끝이니까.

이 둘이 지금보다 이서준과 가깝게 지내면 좋을 텐데.

“ 에휴.”

그렇게 한숨을 푹 쉬는데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알람이 울렸다.

[선배님, 혹시 말씀드리는 건데 다 음 주 늦으시면 안 돼요!!]

최서윤이었다. 앞으로 내게 메시지 를 안 보내겠다고 하더니 오늘 또 보냈다.

이번에도 씹으면 진짜로 삐질 것 같아 답장을 보냈다.

[알았어.]

조금 성의 없어 보일지도 모르겠지 만 씹는 것보단 낫겠지.

그렇게 다시 스마트 학생 수첩을 집어넣으려는 때였다.

다시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얘들아 내일 던전 탐험 수업 있는 거 알지?]

[웅거 긔 오랜만에 하네]

[잘해보자! 흐흐]

“......맞다.”

생각해보니 내일 던전 탐험 수업이 있었지.

저번 주는 시험 때문에 빼먹었으니 까 이번에 4층을 돌 차례인가.

“ 홈.”

인공 던전 4층이라고 하니 원작의 꽤 중요했던 이벤트가 생각난다.

바로 4층에 숨겨진 특수 장치.

그리고 그 장치에 의해 이서준은 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피할 수 있는 사건이긴 하나 나는 이 사건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이 사건을 이용해 이득을 취할 생각이다.

‘그러려면 미리 준비를 해야겠지?’

나는 훈련장 밖으로 나갔다. 내가

향한 곳은 기숙사가 아닌 학교 매점 이었다.

“으 추워.”

다음날 목요일.

약속대로 던전 탐험 수업이 시작됐 다. 4층에 입장하자 매서운 찬 바람 이 불었다.

지하 동굴 주제에 대체 어디서 바 람이 불어오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던전이라는 곳이 원래 충이 깊어질

수록 이런 패턴을 보인다.

엄청 덥거나, 엄청 춥거나. 혹은 너무 어둡거나 너무 밝거나.

“두꺼운 옷을 챙겨올걸.”

“그러게.”

신지혁과 정진태가 몸을 웅크렸다. 내 옆에선 윤하영이 시뻴게진 얼굴 로 코를 훌쩍이고 있었다.

“얘들아 움직이면서 몸에 열을 올 리자.”

희대의 천재인 이서준 역시 인간인 지라 추위를 견딜 순 없었다.

“야, 근데 넌 안 춥냐?”

정진태가 나를 홀겨보더니 말했다.

“난 견딜 만해.”

[당신의 육체가 추위에 적웅합니 다!]

내 특성인 진화와 적웅의 비법이 추위를 막아주고 있거든.

“……으, 신기한 놈이네. 난 얼어 죽을 것 같은데.”

그렇게 우리는 추위를 견디며 던전 에 깊숙이 들어갔다.

바람은 점차 강해졌고 어느덧 바닥

까지 꽁꽁 얼어 미끄러웠다.

슬슬 나도 한기가 느껴지려 할 때 쯤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당신의 육체가 추위에 완전히 적 웅합니다!]

[적응형 특성, ‘냉기 저항(F)’이 추 가됩니다.]

“오.”

새로운 특성이 추가됐다.

이름은 냉기 저항.

특성의 이름처럼 몸의 추위가 다시 사라졌다. 과장해서 지금 겉옷 하나 를 벗어도 견딜 수 있을 정도다.

내가 조용히 감탄하자 윤하영이 나 를 바라봤다.

“왜 그래?”

“어? 아니, 잠깐 헛것을 봐서.”

“뭐야, 가끔 이상하다니까.”

윤하영이 코를 훌쩍이며 웃었다. 나도 멋쩍게 웃다가 새로 얻은 특성 을 확인했다.

[냉기 저항(F)]

분류 : 특성

설명 : 당신의 육체가 냉기에 저항 하는 힘이 강해집니다.

[지속 효과]

►냉동인간

마력이 1 상숭합니다.

추위 내성이 50% 상승합니다.

빙 속성 마법 저항이 10% 상승합니다.

저번에 획득한 ‘극한의 버티기 정 신’과는 다르게 특성의 효과 자체는 빈약했다. 정말 추위만 막아주는 수 준이었다.

하지만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공 짜로 얻었다는 점에서 아주 만족스 럽다.

‘마력 1도 공짜로 얻었고 말이야.’

이런 사소한 특성을 하나하나 모으 다 보면 언젠간 능력치 면에서 큰 변화가 생기겠지.

- 크으으

그때 가까운 어딘가에서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학생들 이 전투태세를 갖췄다. 이내 어둠 속에서 새하얀 털로 뒤덮인 고릴라 가 모습을 드러냈다.

C등급 몬스터, 거대 설인이었다.

—크어어!

거대 설인이 소리를 지르자 이서준 은 허리춤의 검을 뽑았다.

재빠른 속도로 거대 설인에게 다가 가더니 녀석의 몸을 단번에 두 동강 냈다.

“역시 이서준. 엄청 빠르네.”

“……아니야. 지금 추워서 몸이 얼 었어. 바닥도 미끌거리고.”

몬스터를 멋지게 쓰러트렸지만 이서준은 자신의 공격이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그때 다시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 렸다. 이번엔 하나가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다섯 마리의 거대 설인이 등 장했다.

“뭐야. 너무 많은데?”

“뒤에서 서포트 해줘.”

이서준이 검을 쥐며 말했다.

“비켜. 내가 처리할게.”

나는 이서준 앞으로 나서며 마법을 쏘아냈다.

팡!

—크어어!

거대 설인 하나가 머리를 꿰뚫리며 쓰러졌다. 곧바로 다음 마법을 구현 했다. 이어서 한발. 또 한발. 그렇게 마법을 쏘아내다 보니 5마리의 거대

설인을 모두 쓰러트릴 수 있었다.

“......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이서준이 감탄 하고 있었다.

“대단한데? 엄청 깔끔했어.”

이서준의 칭찬에 다른 녀석들도 한 마디씩 했다.

“저번 중간시험 때부터 느꼈는데 어떻게 저렇게 실력이 달라질 수가 있지? 신기하네.”

“선우가 평소 진짜 실력은 잘 안 보여주긴 하지.”

윤하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자.”

던전은 막힘없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서준뿐만 아니라 나와 윤하영 의 활약도 컸기에 이런 속도가 가능 했다.

그렇게 1시간가량 몬스터를 쓰러트 리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였다.

우리는 막다른 길목에 도착했다.

“뭐야, 길이 막혔는데?”

“여기가 어디지?”

“결계같은 건가? 어디 비밀 문이 숨어 있을 거 같은데.”

드디어 도착했다.

이 지점이 바로 오늘 던전 탐험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의 시작 부 분이다.

나는 천천히 벽을 살펴봤다. 외부 자의 혜택이 발동되며 벽에 빛나는 아주 작은 문양을 발견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작은 마법진이 그 려져 있었다.

원작에서는 이 마법진올 이서준의 다른 엑스트라 조원이 발견했었다. 하지만 내가 개입함으로써 조원이

바뀌었다.

결국,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할 이 마법진을 내가 발견한 척을 해야 한다.

“여기 뭔가 있는데?”

내가 혼자 말하자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이곳을 향했다.

“어? 그러게? 무슨 문양 같은데.”

“이게 다음 장소로 넘어가는 문인가‘?”

신지혁이 가까이 가서 문양을 살폈 다.

“마법진인 거 같네.”

정진태가 마법진을 손으로 누르려 했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정진태에 게 크게 소리쳤다.

“멈춰!”

“어? 왜?”

“마법진은 함부로 만지는 게 아니 야. 함정으로 단번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저, 정말?”

다소 과장된 내 말에 정진태가 겁 을 먹고 떨어졌다.

휴. 다행이다. 하마터면 내 계획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뻔했다.

“내가 한번 확인해볼게.”

나는 마법진을 확인했다.

외부자의 혜택이 발동되며 마법진 이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머릿속 에 들어왔다.

원작의 그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 마법진의 정체는 던전의 ‘히든 스테이지’로 이동시켜주는 특수 포 탈이다.

이 훈련용 인공 던전은 이미 공략 된 실제 던전을 개조해서 만든 던전 이지만 모든 스테이지가 공략된 던 전은 아니었다.

이 던전을 개조한 인물도 모르는 아직 공략되지 않은 숨겨진 스테이 지가 있다는 게 바로 이번 에피소드 의 설정이다.

나는 오늘 원작에서와 같이 이서준 을 숨겨진 장소로 데려갈 예정이다.

물론 원작의 진행과는 조금 달라질 것이다.

원작에서는 다른 장소로 넘어가는 통로인 줄 알고 모두가 손을 잡고 다 함께 이동했었지만, 나는 쓸데없는 인원을 늘릴 생각이 없기 때문이 다.

히든 스테이지에 입장하는 건, 나

와 이서준. 둘이면 충분하다.

던전의 보상을 이서준이 아닌 다른 인물과 나눌 생각은 없으니까.

문제는 이 마법진을 손으로 누를 때 내가 이서준을 잡고 있어야 한다 는 건데 이 상황을 어떻게 만드냐는 거다.

……아, 모르겠다.

“이서준, 잠깐 이리와 봐.”

“웅‘?”

내 말에 이서준이 내게 다가왔다. 나는 이서준의 팔을 슬쩍 잡았다.

“그냥 눌러보자.”

“어? 야. 잠깐!”

나는 마법진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동시에 던전 전체에 강한 빛이 뿜 어져 나왔고, 그 빛은 나와 이서준 을 집어삼켰다.

번쩍!

빛이 사라졌을 땐 장소가 바뀌어 있었다.

아까와 같은 동굴이지만 정확히는 다른 동굴이었다. 던전의 숨겨진 포 탈을 타고 히든 스테이지에 도착한 것이다.

다행히 상황은 내 계획대로 흘러가 고 있다.

이제 히든 스테이지를 공략하고 이 던전의 특별한 보상만 획득하면……

“야! 그걸 멋대로 누르면 어떻게 해!”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이서준은 내 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는 머쓱 한 미소를 지으며 사과했다.

“아, 미안. 나도 이렇게 될 줄 몰 랐네.”

자칫 여유로운 내 행동에 이서준이 황당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솔직히 미안하긴 하다. 그런데 어 차피 원작의 이서준은 히든 스테이 지에 떨어질 운명이었으니 조금 덜

미안해해도 되지 않을까.

“……너 설마 이럴 걸 알고 그런 거야?”

“에이, 그럴 리가.”

나를 바라보는 이서준의 시선에 의 심이 담겼다. 이내 고개를 젓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나는 모르는 척 툭 내뱉었다.

“히든 스테이지인가.”

이서준이 나를 향해 획 고개를 돌 렸다.

“히든 스테이지라고? 인공 던전에

그런 게 있어?”

“인공 던전이어도 실제 던전을 개 조해서 만들었다며. 개조 과정에서 히든 스테이지 포탈을 발견하지 못 했을 수도 있지.”

내 말에 이서준이 눈을 찌푸렸다.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