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5화 (45/535)

“너 대체 뭐야?”

조성훈이 다시 한번 내게 물었다.

나는 조성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 다가 말했다.

“인천 테러 사건. 그거 너지?”

조성훈의 동공이 순간 크게 떨렸다.

“너, 그걸 어떻게……

“그리고 다음 주 수요일에서울역 을 테러할 생각이었고.”

“자, 잠깐. 방금 뭐라고?”

조성훈이 크게 놀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대화는 여기서 끝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가롭

게 녀석과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지속적인 싸움으로는 숭산이 없었으 니까.

‘한 번에 끝내야 한다.’

손 위로 마력을 끌어모았다. 엘릭 서와 대자연의 심장이 중첩된 무한 한 마나가 내 손위로 집중된다.

후우우웅-!

무한히 압축되는 마법 구체.

저번에 엘릭서만 마셨을 때와 달리 대자연의 심장과 함께 사용하니 마

나의 압축의 속도가 비교도 안 될 만큼 빨라졌다.

쿠우우웅!

강력한 마나의 파동이 이 일대를 뒤흔들었다.

단발성 기술이지만 이 정도 마나를 압축해 끌어모으면 그 위력은 A둥 급의 마법에도 크게 밀리지 않을 만 큼 강해진다.

“……이런 미친.”

조성훈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 녀석 설마 마나의 끝이 없는 건가?”

내 손 위로 구현되는 마법을 보더 니 전의를 상실한 둣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이를 악물고는 나에게 달 려들었다.

마법을 압축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 는 움직임이었다.

“죽어라!”

어쩔 수 없이 구현을 잠시 중단하 고 뒤로 빠지며 거리를 벌렸다.

그러면서 틈틈이 구현된 마법 구체 에 마나를 압축하는 것을 잊지 않았 다.

조성훈의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이 자식이!”

‘이쯤이면 됐나?’

내 손 위에 은빛으로 빛나는 마법 구체를 보며 생각했다.

다시 나를 향해 달려드는 조성훈.

지금이 타이밍이다.

나는 녀석을 향해 손을 뻗어 그대 로 마법을 방출했다.

파아아앙-!

내 손을 떠난 은빛으로 빛나는 마 법 구체가 굉음을 을리며 뻗어 나갔 다.

바닥의 먼지가 휩쓸리며 주변에 강 한 폭풍을 일으켰다. 조성훈은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둣 몸을 최대한 웅크렸다.

하지만 마나가 압축된 마법은 그 어떤 방어도 뚫을 힘을 갖고 있다. 고작 B둥급 마법사인 녀석이 이 공 격을 막아낼 리가 없다.

결국 마법과 녀석의 몸이 부딪히며 거대한 굉음을 울렸다.

콰아아아앙-!

“크아아악!”

귓가를 찌르는 조성훈의 비명소리. 동시에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B급 빌런, 조성훈을 쓰러트렸습니

다.]

[인과율이 0.6 상승합니다.]

[빌런 단독 토벌을 최초로 성공하

셨습니다.]

[인과율 0.2를 추가 획득합니다.]

[‘강한 한방’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후우. 끝났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처음으로 그 누구의 도움 없이 흔 자서 빌런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김진우 마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나는 출동한 마법사 협회의 조사관 들에게 20분가량의 조사를 받았다.

다행히 조성훈의 피해 여성이 잘 이야기해줘서 조사는 금방 끝이 났 다.

거기다 녀석들의 품에서 나온 전자 기기를 조사한 결과, 그들이 인천

테러리스트 사건의 범인이라는 사실 이 밝혀지며 큰 소란이 일기도 했다.

다음 주에 있을 서울역 테러 사건 은 그렇게 해결되었다.

“후우.”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 주머니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시간은 어느덧 10시 20분.

“……피곤하네.”

이번 주는 역대급으로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중간시험을 보고, 마인의 습격을 당하고, 테러리스트와 싸웠다.

하지만 이렇게 바쁜 날은 언젠간 또 찾아올 것이다. 미리 각오해야겠 지.

“흐아암……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네.

그렇게 스마트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포탈 게이트로 향하려는 때였다.

띠링!

스마트폰에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렸다.

[잠깐 만날래요?]

한세 연이었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의 고급 술집.

아늑한 분위기의 이곳에서 나는 조 용히 술을 홀짝이고 있었다.

“당신 말이 맞았네요. 조성훈, 저 사람이 인천 테러 사건의 범인이었

어요. 아지트에서 대량의 마법 폭발 물이 발견됐대요.”

내 옆에 앉은 한세연이 스마트폰 뉴스를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테이블 위에 가득 채워진 과 일 안주를 집어삼켰다.

“제가 언제 틀린 말을 한 적 있습 니까?”

“없죠. 그래서 신기해요. 대체 어떻게 아는 거예요?”

쪼르르.

술잔을 채웠다.

“촉이요.”

“촉은 무슨……

나는 피식 웃고는 술을 홀짝였다.

[등장인물 ‘한세연’이 당신에게 신 비로움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그런데 왜 만나자고 한 겁니까.”

나는 그녀의 눈을 보며 말했다. 그 녀는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만나는데, 이유가 필요한가요?”

“그쪽은 뭔가 필요해서 만나자고 한 거 같은데.”

한세연은 계산적이고 치밀한 사람 이다. 아무 이유 없이 수다나 떨려 고 나를 불렀을 리는 없지.

내 대답에 정곡을 찔렸는지 한세연 이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한성그룹에서 일할 생각 없어요?”

“네, 없습니다.”

한 치의 고민도 없는 나의 대답에 한세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돈은 두둑이 챙겨드릴 수 있는 데.”

“돈 필요 없습니다. 저 최근에 돈 많이 번 거 아시잖아요.”

“음…… 알죠. 잘 알고 있죠.”

한세연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녀도 이런 반응을 예상했는지 더 권유하진 않았다. 그저 아쉬워하는 얼굴로 혼자 궁시렁댔다.

나는 마지막 술 한 모금을 마시고 시계를 보았다.

밤 11시 20분.

내일 학교 수업도 있으니 슬슬 돌 아가야겠네.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끝내죠.”

“네? 벌써요?”

“내일 일찍 나가야 해서요. 그리고 그쪽도 내일 출근하지 않아요?”

“그렇긴 하죠. 심지어 사업 준비로 바빠서 오전 6시에 출근해야 해요.”

살짝 취기가 올라 양 뺨이 상기된 한세연이 귀엽게 울상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자 픽 웃음이 나왔다.

“요즘 사업 얘기를 자주 하시는데 무슨 사업이에요?”

“그게…… 음. 아니에요.”

“뭔데요. 말해봐요.”

내 말에 한세연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던전 호텔 사업이요. 그러니까 지 방에 거대한 던전이 발견됐어요. 공 략하는 데 30년은 족히 걸릴 만큼 의 거대한 던전이요. 그곳에 호텔을 세우고 던전을 탐험하는 마법사들에 게 필요한 물품들을 판매하거나 숙 식을 제공하는 거죠.”

던전 호텔…….

뭔지 알 것 같았다.

원작에서도 잠깐 언급된 적 있고, 회귀 전에도 몇 번 뉴스를 통해 본 적 있었다.

“그거 때려쳐요. 무조건 망합니다.”

“......네?”

한세연의 입이 작게 벌어졌다.

이내 눈을 찌푸리더니 내게 물었다.

“무슨 근거로요?”

“촉이요.”

“아 진짜!”

버럭 짜증을 내는 그녀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던전이라는 게 지금 당장은 찾기 힘들지만, 갑자기 어느 날 던전이 엄청나게 생겨날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 말은 던전의 공급이 수요를 뛰 어넘을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그렇죠.”

예상처럼 말하긴 했지만 실제로 그 렇게 된다.

약 3개월 정도 뒤에 거대한 던전 하나가 서울 한복판에 생겨날 거다.

이게 끝이 아니다. 새로운 탑과 던 전은 앞으로 빠른 속도로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 당신의 예상이잖 아요.”

“그런데 제 말이 언제 틀린 적 있

습니까?”

“……없죠. 그래서 문제죠. 이거 오 빠가 엄청 탐내는 사업인데.”

한세연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중얼 거렸다.

“그럼 오빠한테 넘기면 되겠네요. 오빠 사업이 망하면 그쪽 이득 아닌 가요?”

“……이걸 넘기라고요? 제가 이 사 업에 얼마나 투자를 했는지는 아시 고 말하시는…… 아아앙!”

고민에 빠진 한세연은 테이블에 엎 드렸다. 평소 알던 한세연의 딱딱한 모습과는 달리 인간적인 매력이 넘

친다.

“그쪽이 그런 말 하니까 괜히 신경 쓰이잖아요!”

발을 동동 구르는 한세연.

술 마시면 귀여워지는 타입이구나.

학교 앞 정류장에 도착했다. 늦은 밤이라 그런지 주변엔 사람이 보이 지 않았다.

나는 김진우 분장을 풀어낸 뒤, 천 천히 마법사관학교 방향으로 걸어갔

다.

“후우.”

혼자 밤길을 걷는데 취기가 남아서 그런지 갑자기 감성에 젖었다. 괜히 콧노래를 홍얼거리다가 밤하늘을 올 려다보았다. 어두운 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살던 지구에서는 밤하늘의 별 들이 저렇게 밝지 않았는데.

“예쁘네……

“뭐에요?”

“악!”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

라 뒤를 돌아보았다.

최서윤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교 행사장에서는 화려한 드레스 를 입고 있었는데 지금은 옷을 갈아 입었는지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아, 놀랐잖아.”

술기운이 확 달아났다. 얘는 무슨 발소리도 안 내고 다가오냐.

“뭐 그리 놀라요?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어요?”

“네가 갑자기 말을 거니까 그렇 지.”

“근데 방금 혼잣말 밤하늘 보고 그 런 거예요?”

“......어.”

“우와. 선배님, 보기와 다르게 되게 감성적이시네요.”

최서윤이 킥킥 웃었다. 얼굴에 화 장기가 남아 웃는 모습이 엄청 이쁘 다.

“그런데 뭐하다 이제 들어가세요? 지금 밤 11시 40분인데.”

“그러는 너는.”

“저야…… 그런 일이 있어요.”

최서윤이 수심 가득한 얼굴로 한숨

을 푹 내쉬었다.

나는 그녀가 어떤 처지인지 알고 있어서 안타까운 눈으로 그녀를 바 라봤다.

최서윤은 5대 마법 명문가 중 하 나인 최씨가문의 후계자다.

명문가의 딸인 만큼 집안의 간섭이 심하다.

아마 그녀의 아버지인 최재형이 미 래의 인맥들과 미리 안면을 터야 한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밤새 인사를 시켰겠지.

거기다 최재형의 인맥 중에는 인성 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도

몇 있었다.

원작에서는 이와 관련해 최서윤에 게 몇몇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고생이 많다.”

내가 해줄 말은 이거밖에 없다.

괜히 오지랖 부리는 것도 나랑 안 맞고.

[등장인물 ‘최서윤’이 당신에게 작 은 위안을 얻습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하지만 내 한 마디가 최서윤에게는 조금 감동적으로 들렸나 보다.

최서윤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 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때 였다.

«으 »

최서윤이 눈을 찌푸리더니 코를 집 었다.

“……선배님, 술 냄새나요.”

다음날 월요일.

이른 아침 나는 기숙사 식당으로 내려왔다.

숙취 해소를 위해 기름진 것을 제 외한 가벼운 식단 위주로 식판을 담 았다.

호르륵.

국을 한 입 마시니 얼큰하고 시원 한 것이 숙취가 확 풀리는 기분이 다.

‘어우 좋다.’

반찬도 먹어볼까.

그렇게 한창 식사에 집중하는데 눈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6,624명의 사람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실버 스타’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대박.’

갑작스럽게 1만 5천 포인트를 벌 었다.

이렇게 대량의 포인트를 획득했다 는 건, 지금 내 활약에 관한 기사가 본격적으로 퍼지고 있다는 거겠지.

나는 스마트 학생 수첩을 켜고 인 터넷 뉴스를 확인했다.

「한강 마인 사건을 해결한 김진우 마법사, 이번엔 마법 범죄 해결」

「연달아 두 번의 큰 사건을 해결 한 김진우 마법사, 시민들의 관심

중가 J

대충 기사를 보아하니 민심이 아주 좋았다. 기사의 내용도 훌륭하고. 이 렇게 몇 번 사건을 해결하고 하다 보면 연금처럼 포인트를 계속 벌 수 있지 않을까.

그나저나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 렇고 포인트가 꽤 많이 쌓인 것 같 은데…….

얼마나 쌓였나 한번 볼까.

[보유 포인트 : 43,500]

“오.”

4만 3천 포인트.

내 생각보다 꽤 많은 양의 포인트 가 쌓였다. 여기서 조금만 더 포인 트를 모은다면 괜찮은 A등급 특성 이나 스킬을 구매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포인트를 더 모아서 S둥급 의 특성을 노려본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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