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화 (43/535)

은 곳 알아놨거든.”

무려 멸마의 힘을 훈련하기 딱 좋 은 던전을 말이지.

그러자 윤하영이 살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좋은 곳?”

«으 »

흐.

“설마 단둘이?”

“당연하지.”

[등장인물 ‘윤하영’이 당신에게 당 황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뭐야. 왜 갑자기 당황해?

슬쩍 윤하영을 보는데 그녀의 동공 이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무겁게 닫혀있던 그녀 의 입이 열렸다.

“……선우야, 혹시 해서 말하는 건 데.”

“뭔데?”

“이게 전부터 신경 쓰였던 거든.”

“아, 뭔데 빨리 말해봐.”

“너 나한테 잘 대해주는 거 말이 야……

말끝을 흐리는 윤하영.

갑자기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달달해졌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썩 마음에 드는 흐름은 아니었다.

“혹시 나한테 다른 감정이 있어서 그러는 거야?”

“......뭐?”

“그, 그런 거라면 나는 잘 모르겠 어서. 난 이런 거 둔감하니까…… 물론 선우 네가 괜찮은 애인 건 알 고 있지만……

횡설수설하는 윤하영.

나는 딱딱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 봤다.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내가 그녀를 계속 바라보자 그녀는 내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닌데.”

“……어, 어. 옹?”

윤하영이 고개를 들었다. 의문이 가득한 얼굴이다. 그래서 다시 말했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너한테 별 감정 없어. 그리고 앞 으로도 그럴 일 없고.”

“……자, 잠깐. 이거 왜 기분이 나 쁘지?”

윤하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까 의 달달한 공기의 흐름은 사라진 지 오래다.

“기분 나빠할 것 없어. 그냥 연애 에 관심 없는 거니까.”

“그럼 좋은 곳에 단둘이 가자는 건 뭔데?”

“네가 훈련하기 좋은 던전이 있어 서 가자는 건데.”

윤하영의 작은 입이 살짝 벌어졌다.

[등장인물 ‘윤하영’이 당신에게 부 끄러움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난 또 뭐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윤하영. 이 내 말을 이었다.

“다행이다. 괜히 걱정했네.”

[‘2차임’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달달한 공기의 흐름은 아무래도 내 착각이었나보다.

그나저나 예상치 못한 업적을 달성 하며 2천 포인트를 벌어냈다.

그런데 2차임 업적. 저거 왜 이리 기분 나쁘지?

훈련을 마치고 기숙사 침대에 누워 서 뒹굴고 있었다.

그때 책상 위에서 울리는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저번에 조성훈이라는 사람 찾아달 라고 했잖아요. 찾았어요.]

한세연의 메시지였다. 저번에 찾아 달라고 부탁한 조성훈을 벌써 찾은 모양이다.

하루 만에 알아내다니. 생각보다

훨씬 빠른데.

[수고하셨습니다. 조성훈은 어디 있습니까?]

[내일 시간 돼요? 만나서 이야기하 고 싶은데.]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라.

[그전에 조성훈의 위치는 정확히 알고 계신가요?]

[네, 그리고 일요일에 어디에 있을 지도 알고 있어요.]

“그럼 상관없지.”

[좋습니다. 시간은 언제 가능하십 니까?]

[오후 7시 괜찮아요?]

나야, 학생이니 학교 수업이 없는 주말은 언제나 시간이 넘친다.

[네, 괜찮습니다.]

[좋아요. 그럼 7시에 괜찮은 식당

을 예약해 놓을게요. 우리 밥 한 끼 도 안 먹어봤잖아요.]

[한성가의 사람이 예약한 식당이 라, 기대해도 되죠?]

[당연하죠. 천상의 맛이 무엇인지 보여드릴게요.]

“풋.”

그녀의 메시지에서 홀러넘치는 자 신감이 느껴진다.

다 가진 사람은 여유도 많구나.

“흐으음!”

나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다시 침

대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멍하니 내 일과 내일모레 있을 일들에 대해 생각했다.

“……이번 주말은 바쁘겠네.”

토요일은 한세연을 만나야 하고 일 요일은 조성훈을 처리해야 한다.

토요일은 그렇게 바빠 보이지 않을 수 있어도 다음날 조성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결코 한가하지 않았다.

“조성훈……

만약 내일모레 성공적으로 조성훈 을 처리한다면 앞으로의 스토리는 어떻게 될까.

다음 주 수요일에 있을 테러.

별거 아닐 수 있겠지만 각 등장인 물 간의 인연올 강화해주는 의미가 있는 에피소드였다.

유아라와 이서준.

조금 애매한 관계였던 이 둘이 친 구로 발전하게 되는 중요한 에피소 드였기 때문이다.

“에휴, 특별 선택 활동은 왜 취소 돼 가지고……

앞날이 걱정된다.

토요일 오후 7시.

김진우로 분장한 나는 한세연이 알 려준 고급 한식당, ‘한소옥’에 도착 했다.

한소옥은 원작에서도 몇 번 등장했 을 만큼 유명한 식당이었다. 그때 이서준이 딱 한 접시를 먹고 기절할 뻔했다지?

‘아, 기대된다.’

그나저나 한소옥 같은 경우는 예약

하려면 못해도 3달은 걸린다고 들었 는데, 단 하루 만에 자리를 잡은 걸 보면 역시 한성가의 힘이 대단하긴 한 것 같다.

나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어느 방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한옥 특유의 자연 친화 적인 구조와 전통의 미가 느껴지는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어서 와요.”

한세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나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식당 분위기는 어때요? 마음에 들 어요?”

“네, 좋은데요? 여기 유명하잖아 요.”

“유명하죠. 맛도 확실해요. 이건 제 가 보장할 수 있어요.”

자신이 요리한 것도 아니면서 그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담겨있었다.

그때 한세연이 가방에서 서류 봉투 를 꺼내더니 내게 건넸다.

“부탁하신 조성훈에 대한 정보에 요.”

나는 봉투를 열어 서류를 확인했

다. 안에는 조성훈의 최근 동선과 그의 간단한 정보 같은 게 적혀 있었다.

“서류를 보면 아시겠지만, 내일 유 명 기업인과 마법사들의 사교 행사 인 ‘선구자의 밤’이 있어요. 이 사람 내일 이 행사에 참여한다고 하더군 요.”

나는 서류를 넘겼다.

그녀의 말대로 내일 사교 행사가 있었다.

선구자의 밤.

원작에서도 몇 번 언급된 적이 있 는 상류층 인사들의 사교 행사였다.

한세진이 주축으로 진행하는 행사 로 원작에서 몇몇 사건이 이곳에서 터지기도 했다.

‘......잠깐.’

그러고 보니 내일 있을 선구자의 밤에서도 뭔가 사건이 터졌었는데.

선구자의 밤에 참가했던 한 인물이 살해당하는 사건.

그 범인이 인천과 서울을 테러한 조성훈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 었다.

“초대장 구해줄 수 있죠?”

“구하는 거야 어렵지 않죠. 그리고

이 행사 주최자 중 한 명이 저희 오빠이기도 하고요.”

“그럼 부탁드립니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이 사람을 왜 조사하는지 알려줘요.”

한세연이 진지한 어투로 내게 말했다.

그 목소리를 듣자 평소와 같이 대 충 비밀이라며 넘길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어차피 밝혀질 사실이니 말해 도 상관없겠지.

“이번에 있던 인천 테러 사건 알 죠?”

“네, 알죠.”

“이 사람이 범인이에요.”

“네?”

소문대로 한소옥의 음식은 환상적 이었다.

부드러운 식감과 담백한 맛이 입에서 살살 녹아 행복을 자아냈다.

앞으로 이런 요리를 다시 먹어볼 수 있을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와. 너무 맛있는데요.”

“입맛에 맞다니 다행이네요.”

한세연이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런데 정말 그 남자가 인천 테러 사건의 범인이에요?”

“네.”

“그걸 어떻게 아는 거예요?”

“다 아는 방법이 있죠.”

“쳇. 또 그 소리 하시네.”

한세연의 투덜거림을 무시하고 접 시의 음식을 집어 먹었다.

“그래서 그 남자를 만나면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나쁜 짓 못 하게 막아야죠.”

내 대답에 한세연이 어이없는 표정 을 지었다.

“무슨 정의의 사도세요? 차라리 신 고하는 게 어때요?”

“증거가 없어서 소용없어요.”

“으음…… 생각해보니 그렇겠네 요.”

한세연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 덕였다.

“근데 행사장에서 소란을 일으킬 생각이신 건 아니죠?”

“저도 눈치가 있습니다.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한세연 씨 지인 신분으로 참석하는 건데 그쪽 얼굴에 먹칠을 할 순 없잖아요.”

“기본은 지키시는 분이라 다행이네 요.”

한세연의 말에 나는 빙긋 웃었다. 그러다가 그녀의 빈 접시를 보고는 말했다.

“근데 안 먹어요? 엄청 맛있는데.”

“네, 전 뭐 자주 먹으니까. 그쪽 많이 드세요.”

“......오우.”

행복했던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환상적인 식사의 여운 이 가시지 않아 정신이 멍했다. 마 치 행복한 꿈을 꾸다가 잠에서 방금 깬 기분이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한세연에게 말 했다.

“덕분에 입이 호강했네요.”

“아니에요. 한번 대접할 때 됐죠.”

한세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다가 그녀의 시선이 나를 위아 래로 훑었다.

“근데 옷은 있어요?”

“무슨 옷이요?”

“내일 사교 행사에 입을 옷이요. 그러고 갈 순 없잖아요.”

옷이라. 생각해보니 그렇긴 하네.

선구자의 밤은 상류층 인사들이 모 이는 격식 있는 장소이다.

아무 옷이나 입고 그곳에 참가할 순 없었다.

“옷 없는데…… 지금 맞추러 가야 하나?”

내 말에 한세연이 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시간도 늦어서 아마 오늘 내로 구하기 힘들 거에요. 제가 내 일 맞춤 마법이 걸려있는 거로 한 벌 드릴 테니 괜히 힘쓰지 마세요.”

“오. 정말요?”

김진우와 헤어진 한세연은 개인 주 거지 중 하나인 고급 오피스텔에 들 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몸을 던지듯 소파에 누웠다.

“……피곤해.”

그렇게 눈을 감다가 오늘 있었던 김진우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인천 테러 사건 알죠? 이 사람 이 범인이에요.

대체 뭘까.

김진우는 본인도 누군지 모르는 조 성훈이라는 자를 범인이라고 확신하 고 있었다.

심지어 아무 근거도 없이 말이다.

하지만 더더욱 어이없던 건 그 허 무맹랑한 말을 자기도 모르게 철석 같이 믿어버렸다는 것이다.

“하아.”

한세연은 기업인으로서 신중한 성 격의 소유자였다.

남들의 말을 쉽게 믿지 않았고 만 약 믿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 해도 납득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신중해지 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김진우의 말이 사실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진짜 뭐하는 사람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 다.

분명 뭔가 비밀이 있을 텐데 아무 리 생각해도 그 비밀을 알 수가 없었다.

김진우의 정보를 따로 조사하는 것 도 이제 포기했다.

그의 정보는 마치 이 세상에 없던 사람이 갑자기 생겨난 것처럼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맞다.”

내일 김진우가 입을 옷을 구해야

지.

한세연은 스마트폰을 쥐어 수행비 서의 번호를 입력했다.

갑자기 업무 관련으로 전화를 걸기 엔 늦은 시간이었지만 평소에 돈은 두둑이 챙겨주고 있으니 크게 상관 은 없다.

—네, 아가씨. 전화 받았습니다.

“부탁할 일이 있어서요. 남성 정장 이 필요해요. 선물용으로 내일 오전 까지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선물 받으시 는 분 나이대가 어떻게 되십니까?

“20대요. 아, 그리고 의상은 최고 급으로 준비해주세요. 받는 사람 실 망하지 않게.”

—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애인에게 선물하는 목적입니까?

순간 한세연의 입이 벌어졌다.

방금 뭘 들은 것인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그 뒤로 수행비서는 약 30분간 한 세연에게 설교를 들어야 했다.

소파에 앉아 오늘 먹었던 식사의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음식에 약이라도 탄 듯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이 났다.

“아, 또 먹고 싶네.”

왜 원작에서 이서준이 한 접시 먹 고 기절한 뻔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듣기로는 마법을 이용해 요리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는데 스마트

학생 수첩이 알람을 울렸다.

[선우 후배, 오늘 뭐 했어요?]

발신인은 장예였다.

“얘는 진짜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 겠네.”

요즘 들어 장예가 부쩍 친한 체를 하기 시작했다.

다른 남학생이었으면 그녀의 메시 지를 받고 헤벌쭉했겠지만 나는 그 녀가 마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분명 뭔가 목적을 가지고 나에게 접근하는 게 분명했다.

그나저나 나한테 불쾌감을 느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태도가 바뀌니 뭔 가 기분이 나쁘네.

하루라도 빨리 얘도 처리해야 하긴 하는데.

[오늘 약속이 있어서 잠깐 서울에 다녀왔어요.]

[와. 좋았겠다흐흐 선우 후배 오늘 체력 단련실에 얼굴이 안 보이길래 한번 물어봤어요.]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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