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화 (42/535)

덕분에 중권계좌에는 10억이라는 생돈이 생겼다.

이제 이 돈을 ‘여명의 칼날’ 주식

을 조금 매수하고…….

“자! 모두 모인 것 같군. 이제 수 업을 시작하겠다.”

마법사관학교 본관에서 10m쯤 떨 어진 다목적 종합 훈련장.

앞에서 장안철 특유의 힘찬 목소리 가 들렸다.

나는 화들짝 놀라 신속한 움직임으 로 ‘여명의 칼날‘ 주식 8만 주를 매 수했다.

[스마트 기기 사용을 종료합니다.]

그 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증권 사 창이 띄어져 있던 외부자의 혜택 을 치우고 장안철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이거 엄청 편하네. 몰래 인터넷을 해도 어디 들킬 일도 없 고.

“수업에 시작하기에 앞서, 이 수업 을 진행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하려 한다. 너희도 알겠지만 최근 흉흉한 일이 많이 터졌다. 이틀 전에는 마인이 학교를 습격했고, 어제는 인천 에서 마법 테러가 발생했다.”

학생들이 사뭇 긴장한 얼굴로 고개 를 끄덕였다.

장안철은 그들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모를 마인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 어 기술을 단련해야 할 때다. 그래 서 오늘은 실전 마법 방어술 훈련을 진행한다.”

“와. 대박.”

“실전 마법 방어술은 3학년 과목 아니었어?”

새로운 훈련을 한다는 말에 주변에서 신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소 소란스러워진 분위기에 장안철이 표 정을 굳혔다.

“벌써 가벼운 마음으로 수업에 임 하려는 학생들이 몇몇 보이는군. 만 약 안일한 생각으로 수업에 임할 생각이면 당장 접는 게 좋을 거다. 이 번 마법 방어술 훈련은 실전에 가까 운 공방 역할 대련을 할 거니까.”

공방 역할 대련.

두 학생이 각자 공격과 방어역할을 정해 몇 분간 대련한 뒤, 공수교대 해서 다시 대련하는 훈련을 말한다.

쉽게 말해 공격역할과 방어역할을 돌아가면서 하는 훈련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그럼 마법 방어 훈련을 위해 공방

역할 대련을 할건데…… 혹시 대표 로 먼저 하고 싶은 학생 있나?”

장안철이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저조했다. 나조차 마법 방어술에는 큰 자신감 이 없어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자 장안철이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 있게 나설 자가 없나 보군. 그럼.…””

장안철이 천천히 학생들을 둘러보 았다. 그리고 그 시선이 누군가의

앞에 멈췄다.

“박인환, 앞으로 나오도록.”

장안철의 호명에 박인환이 뚜벅뚜 벅 앞으로 걸어 나왔다.

당당한 발걸음에 학생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역할 대련 상대로 추천하고 싶은 학생이 있나?”

박인환이 학생들을 홅었다. 누군가 를 찾는 듯 쭉 둘러보더니 나와 눈 이 마주쳤다.

“김 선우요.”

나?

박인환의 호명에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들렸다.

“김 선우?”

“왜, 저번 시험 보니까 꽤 하더만.”

“그래도 순위 차이가 너무 크지 않 냐? 5위랑 150위의 차이인데.”

장안철은 나를 향해 시선을 돌리더 니 말했다.

“그래, 김선우. 앞으로 나오도록.”

갑작스러운 호명에 얼떨결에 앞으 로 걸어 나왔다.

나를 향한 48명의 시선이 보였다. 기대하는 시선도 있었고, 비웃는 시

선도 있었다. 그 중 유아라와 윤하 영의 시선이 특히 볼만했다.

“좋다. 그럼 필드 위로 올라 서로 를 마주 보아라.”

나와 박인환이 마주 보았다. 보는 시선이 많아 덤덤한 척 나를 바라보 고 있지만, 그 깊은 곳에 담긴 나를 향한 악의가 느껴졌다.

“각자 역할을 주겠다. 박인환이 방 어, 김선우가 공격이다. 그 외의 행 동은 허락하지 않겠다. 1분간 자신 의 역할을 수행하고 그다음 역할을 바꿔 다시 수행한다.”

“네.”

웃으며 대답하는 박인환.

속마음이 훤히 보인다.

다음 역할 변경 때 나를 두들겨 팰 생각에 저러는 거다.

‘얘는 혼 좀 나야겠네.’

남을 괴롭히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 는 저 성격.

확실히 문제가 있다.

나는 짧게 심호흡을 하고 장안철에 게 물었다.

“공격 방법과 수단은 상관없나요?”

“그렇다.”

“만약 상대가 방어에 미숙해서 다 치면요?”

내 도발에 박인환이 하. 하고 웃었다.

“웃기네. 내가 네 별 볼 일 없는 마법에 꿈쩍이라도 할 것 같아?”

박인환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박인환, 자만하지 마라.”

장안철의 단호한 말에 박인환이 입 을 다물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건 실전 대련 이 아니다. 마법 방어술 감각을 키 워주기 위해 각자 역할을 잠시 분담

한 거다. 상대가 실수해서 다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감정을 갖고 훈 련에 임하면 안 된다. 알겠나?”

“……네.”

“그럼 각자 대련 준비를 하도록.”

나는 이번 공방 역할 대련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했다.

물론 아까 마법 훈련으로 소모한 마나는 아까 다 채웠다.

문제는 내가 선천적으로 가진 마나 량이 적다는 것.

이번 공격에 너무 많은 마나를 사 용해 버리면 다음 방어 차례 때 사 용할 마나가 부족할 수가 있었다.

그런 일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박인환이라면 분명 역할 변경 때 진심으로 공격해올 테니까.

« Q.»

M...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기억에 의하면 박인환의 주 방 어기술은 주변에 마력의 파동을 일 으켜 막아내는 마법 장막이다.

물론 대자연의 심장을 사용해 버리 면 장막이고 뭐고 다 뚫을 자신이 있지만 겨우 이런 대련에서 사용하 기엔 많이 아까웠다.

게다가 스토리가 꼬여서 언제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고.

‘역시 마나를 덜 먹는 강화계 위주 로 풀어가야 하나.’

박인환은 김선우를 바라보았다.

김선우는 간단하게 스트레칭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5위를 상대하는 150위의 모습이라 고는 전혀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여 유로움이 었다.

‘건방진 새끼.’

최근 여러 부분에서 눈에 띄긴 녀

석이긴 했지만, 박인환은 자신감이 넘치는 상태였다.

저번 중간시험 때 보았던 녹색 거 인과의 전투도 김선우의 마법 자체 는 그렇게 강하지 않았으니까.

분명 마법적 능력은 자신이 우위였다.

다만, 김선우의 뭔가 알 수 없는 전투 감각과 센스 덕에 녹색 거인을 더 쉽게 쓰러트렸을 뿐이라고 확신 하고 있었다.

“모두 준비가 됐나 보군. 그럼 카 운트를 세겠다. 5, 4, 3, 2, 1. 시 작!”

장안철의 외침과 동시에 박인환은 몸의 마력을 끌어모았다.

김선우의 전투 방식은 저번에 보아 서 이미 알고 있었다.

발현계 마법사답지 않은 적극적인 돌진.

그리고 현묘한 움직임으로 상대의 혼을 빼놓은 뒤, 급소에 마법을 방 출.

그게 김선우의 전투 방식이었다.

“홉!”

예상대로 김선우는 마력으로 신체 를 강화해 빠른 속도로 돌진해왔다.

하지만 박인환 또한 강화계가 부특 기였다.

똑같이 신체를 강화해 거리를 내어 주지 않는다면 김선우도 다른 손 쓸 방법이 없을 것이었다.

그렇게 버티다가 1분이 지나 역할 이 바뀌었을 때 실수인 척 녀석을 패버리면…….

“어?”

하지만 김선우는 그의 예상을 뛰어 넘는 빠른 속도로 돌진해왔다.

저번 강화계 달리기 시험 때 김선 우의 속도가 빠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김선우는 그때와는 비

교도 안 될 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 이고 있었다.

“읏!”

결국, 눈 깜짝할 사이에 김선우가 다가오자 박인환은 급하게 마력을 방출해 마법 장막을 펼쳤다.

파앙—!

푸른 빛을 띤 원형의 마법 장막이 박인환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졌다.

동시에 김선우의 몸이 밖으로 튕겨 나갔다.

“큭 ”

박인환이 입술을 깨물었다. 하마터

면 위험할 뻔했다. 만약 조금만 늦 었더라면 김선우에게 유효타를 내줄 떤했다.

“……저게 무슨 발현계 마법사야.”

누가 봐도 강화계 마법사처럼 전투 를 하고 있는데. 주특기가 발현계라 니. 무슨 저런 억지가…….

아니, 그 전에 김선우의 저 움직임 은 웬만한 강화계 상위권 녀석들보 다 빨랐다. 대체 저 정도 실력을 갖 고도 발현계를 주특기로 삼는지 이 해가 되지 않았다.

“훗.”

그때 김선우가 피식 웃었다.

‘......뭐야.’

순간 박인환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왜 그런 기분을 느꼈는지는 알 수 가 없었다. 하지만 과거에도 지금과 같은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다.

바로 작년 2학기 중간 대련에서 이서준과 맞붙었던 그때.

그때도 이런 감정을 느꼈었다.

‘내가 고작 저런 녀석한테……

박인환이 주먹을 꽉 쥐었다.

상대는 150위. 이 학교의 최약체였다.

이 학교의 5위인 자신이 저런 녀

석에게 공포를 느꼈다는 게 믿어지 지 않았다.

‘ 집중하자.’

눈앞의 김선우는 그렇게 대단한 녀 석이 아니다.

물론 150위 치고는 상당히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걸 감안해도 녀석의 마법 능력 자체 는 특출난 면이 없었다.

5위라는 최상위권에 있는 자신이 긴장해야 할 상대가 전혀 아니었다.

지금처럼 몇 번의 공격만 더 방어 하다가 1분이 지나 역할이 바뀌었을 때, 마음껏 녀석을 패주면 된다.

“와라.”

박인환의 말에 김선우가 다시 바닥 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흐읍!”

피하는 건 의미 없다. 장막을 펼쳐 녀석의 접근을 막아내야 한다.

파앙—!

다시 한번 푸른 장막이 넓게 펼쳐 졌다.

하지만 김선우는 예상했다는 둣 몸 을 돌리면 뒤로 빠져나왔다.

녀석의 접근을 한번 막아냈으니 다 시 장막을 풀어냈다. 마법의 장막은

유지에 소모되는 마나가 상당하다.

특히 몸에 마력을 두르고 달려드는 녀석을 막을 때라면 더더욱.

잠시 기다렸다가 녀석이 다시 공격 을 하면……

그때였다. 그의 눈앞에 섬광 같은 불빛이 번쩍였다.

“크아악!”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어깨에 강 한 통증이 일었다.

박인환은 어깨를 부여잡으며 몸을 웅크렸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끄으윽!”

뭐야.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 지?

그때 다시 한번 환한 빛이 번쩍였다. 박인환은 본능적으로 다시 장막 을 펼쳐냈다.

쿠웅!

장막이 큰 진동을 울렸다. 녀석의 후속타를 막아낸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공격이 멈췄다.

“큭!”

박인환은 다시 장막을 풀었다. 장 막의 마나 소모 부담이 너무 컸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장막이 풀리자 김선우는 재빠른 움 직임으로 박인환에게 달려갔다.

당황한 박인환은 서둘러 장막을 다 시 펼치려 했지만 한 발짝 늦었다.

퍼억!

김선우의 마력이 담긴 주먹이 박인 환의 배를 강타했다.

“커억!”

박인환의 몸이 살짝 붕 뜨며 바닥 을 굴렀다. 배를 움켜쥐고 고통에 몸을 숙였다. 가슴 깊은 곳에서 무 언가 올라오더니 피를 토해냈다.

“ 크으윽 r

다시 한번 달려오는 발소리.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이대로 김선우에게 계속 맞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러나 공격은 이어지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김선우가 아닌 장 안철이 눈앞에 있었다.

“그만! 대련 종료!”

[‘누군가의 천적’ 업적을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등장인물 ‘박인환’이 당신에게 강 한 굴욕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박인환은 곧바로 의무실로 향했다. 원래라면 1분이 지나 역할을 바꾸어 내 방어 차례가 왔어야 했지만, 박

인환의 부상으로 결국 중단되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것 같군.”

장안철이 안심한 듯 말했다.

“그고]고 김선우, 고생했다.”

“……네.”

박인환에게 생긴 부상 때문에 혹시 혼나는 건 아닐까 조금 걱정했지만, 그렇게 치명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냥 넘어갔다.

“와, 근데 김선우 저번 시험 때도 느꼈는데 마법 자체는 그저 그런데, 실전 감각이 되게 좋네.”

“그러게. 근데 쟤 작년이랑 너무

딴판이지 않냐?”

자리로 돌아가니 옆에서 나를 힐끔 거리며 떠드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선우가 박인환보다 강한 건가?”

“멍청아. 박인환은 방어만 했잖아. 진짜로 붙으면 상대가 안 되지.”

“아, 그런가?”

나를 주제로 떠드는 학생들.

제대로 붙으면 내가 박인환에게 질 거라는 이야기가 들렸지만 크게 신 경 쓰지 않았다.

그야, 진짜로 붙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대자연의 심장을 사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게 가만히 있는데 어디선가 강 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이서준과 유아라가 묘한 눈으로 나 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 수업을 계속 진행하겠다! 다 음은 이서준 나와라!”

그날 저녁.

나는 마법 훈련장에서 윤하영과 마 법 훈련을 하고 있었다.

“선우야, 아까 박인환이랑 공방 역 할 훈련할 때, 움직임 진짜 대단하 더라. 나랑 대련할 때보다 훨씬 빠 르던데.”

윤하영이 허공에 떠오른 얼음 화살 을 표적에 쏘아내며 말했다.

“박인환도 제대로 대처 못 하는데 내가 너한테 진 건 당연한 거였어. 으음. 역시!”

“어허, 떠들지 말고 집중해.”

내 말에 윤하영이 울상을 지었다.

“……나 2시간째 이러고 있어서 이 제 좀 힘든데.”

“스읍!”

“……힝, 알았어.”

윤하영이 입을 삐죽 내밀며 다시 마법을 구현했다.

동시에 투명하게 빛나는 10개의 얼음 화살이 그녀의 손위로 떠올랐다. 이내 표적을 향해 쏘아지더니 거대한 굉음을 울리며 표적을 파괴 했다.

“오......

나날이 늘고 있는 그녀의 마법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대로라면 일 년 내로 20위 권도 거뜬하지 않을까.

“맞다. 윤하영 너 다음 주 주말에 시간 있어?”

“주말?”

“응.”

“……주말은 왜?”

“어디 같이 갈 곳이 있어서.”

윤하영이 눈을 깜빡였다.

“시간이야 있기는 한데……

“그래? 그럼 일정 비워놔. 어디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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