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화 (41/535)

“가능할지도 모르지. 그런데 저번 에 네 던전 탐험 영상을 봤어. 정말 말도 안 되는 속도로 풀어내더구 나.”

“죄송한데 전 아닙니다.”

내 단호한 대답에 정윤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냐? 그럼 알겠다.”

정윤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상 보다 훨씬 빠르게 납득하고 넘어갔 다. 이내 품 안에서 명함을 꺼내 내 게 건넸다.

“혹시 연락할 일 있으면 여기로 연 락해라. 그럼, 다음에 또 보자.”

[등장인물 ‘정윤슬’이 당신에게 흥 미를 느낍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정윤슬은 커피숍

밖으로 나갔다.

나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봤 다.

간단한 개인 훈련을 마치고 기숙사 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땀에 젖 은 몸을 씻고 침대에 걸터앉아 텔레 비전을 켰다.

「인천 서구의 신도시에서 마법 테 러가 발생했습니다. 이 테러로 사망

자 46명과 부상자 142명이 발생했 습니다. 현재 마법사 협회에서는 수 사를 진행 중입니다. 현장 연결해보 겠습니다.」

뉴스에서 끔찍한 테러 사고현장을 비췄다.

무너진 건물과 웅급차에 실려 가는 환자들.

누군가가 설치한 마력 폭발물에 의 한 테러라고 뉴스에서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에서 발생 한 테러와 연관 지으며 같은 범인이

저지른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 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법사 협회에서는 테러의 범위와 방법의 차이가 커 같은 범인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라면 테러 단 체, 자운이 저질렀던 일을 말하는 거다. 하지만 이번 테러는 자운과는 연관이 없었다.

이번 테러는 조성훈이라는 미친놈 올 포함해 별 볼 일 없는 그의 부 하들이 일으킨 테러이기 때문이다.

“에휴.”

그나저나 자꾸 변하는 스토리의 흐 름을 따라가기가 참 힘들다.

아직 스토리의 초반 부분이니 그래 도 어느 정도 예상이라도 되지만 1 년, 2년…… 5년. 이렇게 시간이 흐 르다 보면 내가 예측할 수 있는 전 개가 전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런 날이 오기 전에 빠르게 힘을 쌓아두는 게 중요하겠지.

“맞다. 주식 얼마나 올랐지?”

갑자기 생각나서 중권사에 접속했다. 요즘 바빠서 확인도 안 했네.

[한성제약— 1,025,262(+13,52%)]

“오우.”

거의 2.5배 가까이 올랐다.

덕분에 내 주식 가치가 45억에 가 까워졌다.

최근 마인 사건과 테러 사건이 겹 치며 포션 사업에 더 관심이 끌린 덕도 있었다.

“슬슬 끝물일 거 같은데.”

조금만 정리할까.

더 오르지 않을 주식, 들고 있어봤 자 아무 의미 없으니까.

내일 오전에 중권 시장이 열리면 10억 정도 매도하고 다른 성장 가 능성 높은 주식에 투자해야지.

성장 가능성 높은 주식이라.

“아!”

성장 가능성 높은 주식하니 생각나 는 게 있다.

[여명의 칼날 一 11,242(+2.24%)]

여명의 칼날은 나중에 꽤 큰 비중

을 차지하는 길드다.

길드 멤버 중에 중후반부에 활약할 인물들이 몇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여명의 칼날을 이끄는 인물 이 바로 ‘불의 마녀’라고 불리는 S 등급 마법사, 유아연이었다. 그녀의 인기도는 현재 마법사들 사이에서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도 조금 투자해볼까.”

어차피 유아연의 길드라는 것만으 로 성장 기대치가 엄청 높으니까.

그렇게 흔자 투자 계획을 생각하는 데 스마트 학생 수첩이 알람을 울렸다.

[김선우 나부탁좀 들어주라]

발신인은 유아라였다. 의외의 인물 의 메시지라 조금 당황했다.

얘가 웬일로 부탁을 다 하지?

원작에서도 이서준에게 부탁을 했 던 경우는 손에 꼽을 것 같은데.

[뭔데?]

[하영이한테 들었어 네가 마법 가 르쳐주고 있다몌

어, 그렇긴 한데.

[응]

[나도 가르쳐줴

“......엥?”

이건 또 뭔 소리래? 누가 누굴 가 르쳐.

얘 입원하더니 정신에 이상이 생겼 나?

[내가 너를 어떻게 가르쳬

[너 마법 잘하잖아. 다 알아.]

뭔 소리야.

유아라의 마법 수준은 이미 거의 완성되어 있다.

단지 실전 경험이 부족할 뿐, 내가 가르칠 능력이 된다고 해도 더 가르 칠 게 없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마.]

[...너 왜 사람 차별하냐]

옷기고 있네. 내가 누굴 차별해?

[등장인물 ‘유아라’가 당신에게 섭 섭함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어이없네.”

금요일 오전.

첫 수업이 오후 1시로 미뤄지며 오전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나는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체 력 단련실로 향했다.

[문이 열립니다.]

체단실의 문이 열리자 익숙한 얼굴 의 사람들이 보였다.

이서준, 신영준…… 그리고 최서윤.

최서윤은 왜 여기 있는 건지는 모 르겠지만, 그녀의 부특기가 강화계 니 아마 그것을 핑계로 이서준을 만 나러 온 거겠지.

“김 선우다.”

“안녕.”

“어, 안녕.”

내가 단련실 안으로 들어서자 이서준과 신영준이 나를 반겼다. 나도 따라서 인사를 받아주는데 최서윤이 내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어, 안녕.”

최서윤은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선배님,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요.”

“응.”

“왜 맨날 제 메시지 무시하세요?”

예상치 못한 최서윤의 물음에 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메시지?

얘가 무슨 메시지를 보냈더라. 얘 메시지를 씹은 게 한두 개가 아니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안 나는데 뭐라 보냈더

라?”

내 질문에 최서윤의 눈썹이 꿈틀거 렸다.

“소문이 사실이냐고 물었잖아요. 저번 주에.”

“아, 생각났다.”

장예에게 까였던 날, 최서윤에게 그런 메시지가 오긴 했었다.

이제야 생각난 듯 반웅하자 최서윤 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쳇. 나한테 아예 관심이 없으시네. 선배님, 혹시 저한테 악감정 있으세 요?”

악감정?

“아니, 없는데.”

“그런데 왜 그래요. 항상 메시지 무시하고.”

“그야 네가 쓸데없는 메시지만 보 내니까 그러지.”

내 대답에 최서윤의 고운 미간이 찡그려졌다.

“아니…… 꼭 중요한 메시지만 보 내야 해요? 가끔 쓸데없는 대화도 주고받을 수 있는 거지.”

사람이 재미가 없어- 최서윤이 툴 툴거렸다.

메시지 몇 번 무시당했다고 엄청 기분 나빠하네.

하긴 매번 공주님 대접만 받던 앤 데 이런 내 태도가 자존심을 건든 걸지도 모르겠다.

“알았어. 앞으로 덜 씹어볼게.”

“아 진짜! 덜 씹어볼게는 뭐예요. 됐어요. 그냥 저도 앞으로 메시지 안 보낼게요.”

[등장인물 ‘최서윤’이 당신에게 토 라집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최서윤이 삐진 듯 획 돌아섰다.

네가 삐지면 어쩔건데.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그녀를 무시 하고 스트레칭에 돌입했다.

그때 나와 최서윤을 흥미롭게 바라 보던 신영준이 슬쩍 내게 말했다.

“오. 뭐야?”

“뭐.”

“사이 좋아 보이네?"

사이가 좋기는.

얘는 평소 눈에 보는 것들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저번 나와 장예 때도 그렇고.

아니, 생각해보면 장예 건은 잘못 본건 아니네. 그때 까인 건 맞으니 까.

“야, 네가 쓸데없는 말을 퍼트려서 그런 거잖아.”

“무슨 말.”

“그때 박민…… 에휴, 아니다.”

괜히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고 싶지 않아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다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그때 체단실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가 안으로 들어왔다. 호랑이도 제말 하면 온다더니, 딱 맞는 말이다.

훈련장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바로 장예 였다.

“안녕 얘들아.”

그녀가 우리를 발견하더니 먼저 반 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박민예 선배님.”

꾸벅 인사하는 이서준과 신영준.

그리고 뒤에서 최서윤도 살짝 고개 를 숙이며 인사했다.

나는 그들을 힐끔 보다가 다시 몸 을 풀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그때 그녀가 나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나를 깠을 때 보이던 불편한 얼 굴과 달리 아주 밝은 미소였다.

“..네, 안녕하세요.”

저번엔 기분 나빠하더니 먼저 인사 를 다 건네주네.

내가 묘한 눈으로 장예를 바라보 자, 그녀가 말했다.

“근데 요즘 체단실에 왜 자주 안 왔어요? 찾았는데.”

“......네?”

“저번에 제가 조금 성급하게 대답 한 것 같아서 신경 쓰였거든요.”

“아, 예……

“친하게 지내요. 가끔 연락도 하고 요.”

뭐야, 무슨 꿍꿍이지? 그녀의 정체 가 마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보니 그녀의 갑작스러운 친절함이 불편하 게 느껴졌다.

“오......

그때 옆에서 감탄의 목소리가 들렸다.

획 고개를 돌리니 신영준이 홍미진 진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에선 최서윤이힐끔 나를 곁눈질하고 있었고.

[등장인물 ‘최서윤’이 당신에게 궁 금함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등장인물 ‘신영준’이 당신을 응원 합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얘네는 또 왜 이래.

체단실에서 단련을 마치고 마법 훈 련장으로 향했다.

고된 체력 단련 후에 바로 마법 훈련을 하자니 육체적으로나 심적으 로나 상당히 피로했지만, 주말에 있 을 조성훈 일당과의 일도 있고 개인 적으로 실험하고 싶은 기술도 있어

억지로 이곳을 찾았다.

[표적을 생성합니다.]

[표적의 개수를 설정합니다.]

[표적의 개수는 1개입니다.]

후우웅-!

내 손 위로 마법구체가 떠올랐다. 마나를 끌어모아 최대한으로 압축했다.

얼마 안 가, 체내의 마나가 거의

소모됐다. 고작 5초 만에 벌어진 일 이었다.

‘쳇.’

부족한 마나량이 상당히 거슬리지 만 무시하고 마법 구체를 표적에 쏘 아냈다.

수우웅-!

새하얀 잔상을 남기며 날아가는 마 법 구체.

이내 강한 굉음과 함께 표적을 박 살 냈다.

“후우.”

순식간에 체내의 모든 마나가 바닥 났다.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졌다.

원래라면 훈련을 중단해야 하겠지 만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나에겐 훈련을 지속할 방법이 있었다.

나는 아공간을 열어 한세연에게 받 은 마나 엘릭서를 한 병 꺼내 쭈욱 들이켰다.

비리고 이상한 맛이 입에 감돈다.

[‘증폭된 마나 엘릭서’의 효과로 5 분간 마나 회복속도가 500% 증가 합니다.]

[지속시간이 지나면 30분간 마력 탈진 현상에 빠집니다.]

엘릭서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바닥났던 마나가 빠른 속도로 몸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럼 슬슬 실험해볼까.

내가 압축할 수 있는 마나의 최대 치.

[표적을 생성합니다.]

[표적의 개수를 설정합니다.]

[표적의 개수는 1개입니다.]

“흐읍!”

정신을 집중했다.

동시에 내 손 위로 새하얀 빛을

내뿜는 마법 구체가 구현됐다.

후우웅-

나는 집중을 유지하며 체내에 차오

르는 마나를 계속 끌어모아 압축했다.

마나를 압축하고.

또 압축했다.

하지만 이내 내가 압축할 수 있는 마나의 한계에 도달했다. 마력 제어 능력이 부족한 결과였다.

« Q «

순간 머리가 핑 돌았지만 계속 집 중했다.

마나가 압축되는 속도가 현저히 느 려졌지만 느린 속도로 계속해서 마 법을 압축했다.

내가 지금 하려는 실험은, 바로 나 의 한계에 대한 실험이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마법 구현은 어느 정도인가.

그렇게 2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까.

정신을 차려보니 손 위에 은빛으로 빛나는 마법 구체가 떠올라 있었다.

A등급 발현계 마법사의 상징이라 불리는 은빛의 마나.

비록 2분이나 압축해서 만든 마법 이지만 그 은빛의 마나가 내 손 위

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감동하고 있는데 눈앞에 메 시지가 떠올랐다.

[‘은빛 마나 구현’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은빛 마나 구현을 최초로 성공했 습니다!]

[마력 제어술(B)의 수련치가 30% 상숭합니다.]

[마력이 2 상승합니다.]

“……어? 대박.”

마력 제어술의 수련치가 무려 30%나 늘어났다. 마력 제어술은 마법사의 등급을 구분할 때 가장 중요 시되는 지표였다.

B등급과 A등급의 차이가 말이 안 되게 큰 것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 는 성장 수치였다.

‘나 이러다가 A등급 수준에 금방 오르는 거 아니야?’

[매도 완료]

오전 개인 훈련을 마친 오후 1시.

증권사에 접속해 한성제약 주식의 일부를 매도했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 팔고 싶었지만 지금 판다고 해서 당장 크게 돈 쓸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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