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화 (39/535)

그들 중에는 정윤슬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모인 마법사 협회 사람 들도 있었고, 그녀의 영웅담을 전하 기 위해 모인 기자들도 있었다.

“1년간 잠적했던 S등급 마법사 정 윤슬, 뛰어난 기지로 마법사관학교 의 어린 새싹들을 지켜내다. 제목은 이렇게 하면 될까요?”

“오. 그거 좋네. 이대로 가자.”

멀리서 기자들이 노트북에 무언가 를 끄적이며 대화했다.

정윤슬은 황당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 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정윤슬 마법사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당시 설치된 결계가 최소 A 등급 이상의 결계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해제하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았는데 혹시 비법이 있을까요?”

자신을 향한 질문을 들으며 그녀는 생각했다.

‘그건 나도 궁금하다.’

다시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다. 아 무리 못 해도 A등급 이상의 결계. 거기다 며칠 공들여 만든 흔적이 보 여 S등급 마법사인 정윤슬 본인이라

고 해도 30분 이내에 결계를 해제 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 결계가 단 5분도 걸리지 않 고 해제되었다.

대체 어떤 누가 저 결계를 해제한 것일까?

물론 의심이 가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너무 허무맹랑한 의 심이라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차라리 결계를 설치한 녀석이 다시 결계를 해제했다고 믿는 게 속 편하 지.

“에휴. 아무튼, 난 바쁘니 이만 간 다.”

“어? 잠깐만요!”

“마법사님! 조금만 더 얘기해요!”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사람들을 뒤 로하고 정윤슬은 밖으로 나왔다.

“...".후우.”

벌써 어두워진 하늘을 보자 한숨이 나왔다. 대체 오늘 무슨 일이 있던 건지 갑작스러운 평화로움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때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가 그녀 를 맞이했다.

“길드장님〜 오늘따라 좀 멋지게 보이네요.”

“……시끄럽다.”

그녀를 맞이한 사람은 ‘깨달음의 룬’의 수석 길드원, 박민희였다.

“그런데 그 결계, 진짜 길드장님이 해제한 게 아니에요?”

“어.”

“그럼 대체 누구지? 시험장 전체에 결계를 설치했을 정도면 상당히 고 등급의 결계일 텐데.”

“그러게나 말이다.”

그렇게 중얼거리던 정윤슬은 마지

막까지 한 사람의 이름을 머릿속에 지울 수 없었다.

이서준은 3학년 시험장의 결계가 해제되자마자 이현주, 신영준에게 연락해 그 둘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셋이서 함께 학교에 나타난 수많은 몬스터를 쓰러트리며 큰 공을 세울 수 있었다.

지금 이들은 그때 있었던 일을 회 상하며 야밤의 공원 벤치에 앉아 대 화를 나누고 있었다.

“와. 오늘 진짜 무슨 일이 있던 거 냐?”

“그러게. 무슨 마인이 학교를 습격 하지?”

“그래도 오늘 사망자는 없다며. 진 짜 다행이지.”

그때 이현주가 무언가 생각난 듯 이서준에게 말했다.

“맞다. 서준아. 너 오늘 3학년 시 험장에 있었다며?”

이현주의 말에 이서준이 고개를 들 었다.

“어? 옹.”

“거긴 분위기 어땠어? 엄청 혼란스 러웠을 거 같은데.”

“글쎄. 나 그때 다른 곳에 있어서 가지고.”

“웅? 다른 곳에 있었다니?”

“김선우랑 잠깐 다른 곳에 있었 어.”

“김선우? 걔도 거기 있었어?”

이현주가 눈을 동그랗게 떳다.

“웅.”

“뭐 어디 갔었는데?”

“음…… 그런 게 있어.”

이서준이 어색한 미소로 답했다.

“아, 뭔데. 말해 봐봐.”

그렇게 셋이 정신없이 대화를 나누 는 사이-

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먼 빌딩 위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한 사내가 있었다.

“이서준은 안전해.”

—그건 다행이네.

남자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통화 상대는 젊은 여성이었다.

“그나저나 마인 녀석들은 갑자기 왜 학교를 쳐들어온 거래? 진짜 깜

짝 놀랐네.”

-뭔가 이유가 있겠지. 찾고 있는 게 있다거나.

“아무튼, 요즘 마인 녀석들 하는 짓이 엄청 음흥해. 혹시 이서준이 목표인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닐 거야. 만약 놈들의 목 적이 이서준이었다면 작정하고 이서준을 찾아다녔을 테니까.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그렇긴 하네. 그리고 아까 지켜봤는데. 이서준이랑 싸운 마인, 그렇게 강한 녀석도 아니었

어.”

-혹시 모르니까 이서준 잘 감시 해. 이서준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지?

“당연히 알지.”

-만약 이서준의 목숨이 위협되는 상황이 오게 된다면……

그 말에 남자가 피식 웃었다.

“바로 상대방을 죽이면 되는 거잖 아.”

-그래, 당분간 수고해. 진.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메시지를 확 인하고 있었다.

[B급 빌런, ‘진산’을 성공적으로 토 벌했습니다.]

[인과율이 0.4 상승합니다.]

[‘구원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등장인물 ‘윤하영’이 당신에게 고 마움을 느낍니다.]

[등장인물 ‘윤하영’에게 당신에 대 한 관심도가 추가됩니다.]

[등장인물 ‘윤하영’의 당신에 대한 관심도 Lv : 1]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등장인물 ‘유아라’가 당신에게 강 한 호기심을 느낍니다.]

[등장인물 ‘유아라’에게 당신에 대

한 관심도가 추가됩니다.]

[둥장인물 ‘유아라’의 당신에 대한 관심도 Lv : 1]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오늘 하루 고생한 만큼 몇 가지 보상이 있었다.

인과율 0.4와 7,000포인트.

아직도 빌런을 처치할 때 얻는 인 과율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 만 일단 쌓으면 이득이라 좋게 생각 하고 있다.

“ 흐음......

그나저나 오늘 있었던 일로 인해 엄청난 스토리의 변화가 생겼다.

윤하영이 멸마의 특성을 각성하는 시기가 무려 한 달이나 빨라졌기 때 문이다.

멸마.

말 그대로 마(魔)를 무찌른다는 이 름의 이 힘은 마인 한정으로 최강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본인은 잘 모르고 있겠지만 그녀의 힘은 먼 훗날 무적과도 같은 마인의 ‘왕’을 쓰러트릴 열쇠가 된 다.

다행히 유일한 목격자였던 마인을 내 손으로 처치했으니 다른 마인의 귀에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다.

최소 며칠간 윤하영의 안전은 확보 한 셈이다.

“그런데 시험은 어떻게 되는 거 지?”

오늘 있을 대련 수업. 마인 사건의 영향으로 취소가 되었다.

한 번에 많은 포인트를 벌 기회였 는데 이건 아쉽게 됐다.

“흐음. 내일은 어떻게 되려나.”

내일도, 내일모레도. 이번 주 내내

시험이 있다.

과연 이런 사건이 터졌는데 학교 측에선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때였다. 스마트 학생 수첩이 알 람을 울렸다.

[전교생 공지입니다. 내일은 중간 시험이 아닌 정상 수업을 진행합니다. 이점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역시 취소됐네.”

단번에 궁금증이 해소됐다.

그나저나 이런 사건이 터지면 학교

를 쉴 법도 한데 정상 수업을 진행 한다니. 이건 좀 의외다.

그때 다시 한번 메시지가 도착했다.

[선우야 오늘 고마웠어. 덕분에 살 았어 흐흐]

윤하영이었다.

병원에 입원했다고 들었는데 잘 지 내는 모양이네.

그리고 이어지는 추가 메시지.

[아라도 고맙다고 전해달래.]

유아라?

맞다. 그러고 보니 둘이 같은 병실 을 쓴다고 했었지.

성을 떼고 이름만 부르는 걸 보니 이번 사건을 계기로 둘의 사이가 꽤 가까워진 모양이다.

사실 원작에선 저 둘이 친해지는 데는 1년 정도가 필요했는데 이것 또한 원작과 달라진 부분이었다.

“……뭔가 불안한데.”

멸마의 특성을 지닌 윤하영과 나중

에 온갖 사건을 몰고 다니는 유아라 의 친분이 이렇게 빨리 형성되다니.

이것으로 인한 나비효과는 얼마나 클까.

앞으로의 미래가 심히 걱정되기 시 작했다.

예상대로 어제 있었던 사건의 영향 으로 수업은 오후 1시로 늦춰졌다.

보안 관련 교사 회의 둥 여러 가 지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교실 창문을 통해 내려보니 협회의 마법사로 보이는 많은 사람이 학교 를 지키고 있었다.

“어제 일로 다들 혼란스러웠을 거 라 생각한다. 크게 위험한 일을 겪 은 학생들도 있을 거고. 그렇지 않

은 학생들도 있겠지. 하지만 아마 다들 공통적으로 무언가 느낀 게 있 을 거다.”

아침 조회.

아니, 오후 1시니까 아침 조회는 아닌가?

……아무튼. 학생들이 모인 2학년 A반 교실에서 장안철이 사뭇 진지 한 얼굴로 말했다.

“바로 마인의 위험성이다. 그리고 인간들이 마인의 위협에 얼마나 노 출되어 있는지 역시 느꼈을 거다.”

학생들은 굳은 얼굴로 침묵을 지키 고 있었다.

확실히 어제 일은 아직 어린 10대 학생들에게는 조금 충격적으로 다가 왔을지도 모른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으니까.

장안철은 그런 학생들을 보다가 긴 장을 풀어주기 위해서인지 빙긋 웃 었다.

“그러니 다들 더 열심히 훈련해야 겠지? 저런 사악한 마인으로부터 살 아남으려면 말이다.”

“네!”

학생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그 모 습이 씩씩하다.

“자, 그럼 몇 가지 추가 전달사항

을 말하겠다. 우선 너희도 알다시피 중간시험은 취소되었다. 남은 점수 는 평소 수업 점수와 과제 점수, 마 법 수행 점수에서 대체하는 것으로 결정 났다.”

“아......

학생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졌다.

그리고 이내 몇몇 학생들이 불만을 터트렸다.

“그런 게 어딨어요!”

“망했다. 나 수업 점수 안 좋은데.”

짝!

교실이 떠들썩해지자 장안철이 손 뗙을 치며 모두의 집중을 끌었다.

“자자, 조용. 평소 수업 태도와 수 행 점수의 중요성은 입이 아플 정도 로 말했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수업 점수가 시험 점수에 영향을 끼 칠 수도 있다고 늘 말했었지. 그런 데 이제 와서 불평하는 건가?”

장안철의 말에 학생들이 침묵했다.

“물론 몇몇 억울한 학생들이 있는 건 안다. 대신 이번 중간시험은 성 적에 크게 반영되지 않을 거다. 물

론 그만큼 2차 중간시험과 기말 성 적 반영 비율이 더 높아질 테니 알 아두길 바란다.”

그 말이 끝이었다.

장안철은 몸을 획 돌려 교문 밖으 로 나갔다. 장안철이 나가자 몇몇 학생들 사이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다시 터져 나왔다.

나는 평소 수업 점수를 잘 관리했 기에 큰 불만은 없었다. 아니, 오히 려 더 나은 상황인가?

“홈……

그나저나 학교 공지에 따르면 오늘 과 내일은 정규 수업이 없다. 대신

마인 안전 교육을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부상을 입고 학교에 나오 지 못한 학생들이 있어서 그런 모양 이다.

나는 슬쩍 윤하영과 유아라의 자리 를 보았다.

비어있는 빈자리.

이 둘은 병원에 입원하여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그래도 크게 다치진 않아 금방 퇴원할 예정인 것 같……

“어? 윤하영이랑 유아라다.”

“엥? 입원했다더니 퇴원했어?”

윤하영과 유아라가 교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벌써 퇴원했나 보네.

“응. 그렇게 크게 다친 건 아니어 서. 하하.”

“다행이네. 아, 맞다. 너네 마인도 쓰러트렸다며? 진짜 대단하다.”

갑작스럽게 소란스러워진 분위기.

그렇게 애들이 대화를 엿듣고 있는 데 순간 유아라와 눈이 마주쳤다.

유아라의 묘한 시선.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를 의식하 고 있었다.

‘.…”뭐야?’

그때 갑자기 교실 천장 스피커에서 소리가 울렸다.

-유아라, 윤하영, 김선우 학생. 지 금 즉시 교무실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마법사 협회 특무팀 본부.

김덕현은 의자에 앉아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상하단 말이지.”

대체 마인은 왜 마법사관학교를 습 격했는가. 그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 다.

마인은 음흉하다.

가끔 폭주를 일으키며 다짜고짜 인 간들을 습격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 으로 그들은 지능이 높고 치밀하기 때문에 인간들 사이에 숨어 자신의 힘을 천천히 키우려는 습성을 가지 고 있었다.

“그런 녀석들이 대체 왜?”

이들이 다짜고짜 마법사관학교를 습격한 건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을 터였다.

거기다 결계까지 설치하며 마법사 들을 가둔 건 이전부터 꽤 치밀하게 계획해 두었다는 거니까.

“ 으음......

그러다 문득 어제 학생들에게 토벌 당한 마인이 떠올랐다.

유아라와 잘 모르는 여학생 한 명. 그리고 김선우.

이 세 학생이 마인을 쓰러트린 것 이었다.

멀리서 느껴진 마력의 강함으로 보 아 상대는 B급 마인.

물론 유아라의 천재성은 이미 알고

있으니 셋이서 힘을 합친다면 충분 히 마인을 쓰러트릴 수 있었올지도 모른다.

그런데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

죽은 마인의 몸에 학생 수준의 마 법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강한 마법의 혼적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유아라가 아무리 천재라고 하지만 은 이건 도를 넘어선 게 아닌가

애초에 유아라의 특기인 화속성 마 법의 혼적은 보이지 않기도 했지만.

“그럼 윤하영인가? 아님 김선우?”

그렇게 혼자 고민하고 있을 때였

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정현수가 둥장했다.

“선배님!”

자신을 다급하게 부르는 정현수를 보며 김덕현이 물었다.

“왜? 무슨 일이야?”

“지금 인천에 테러가 터졌어요!”

“뭐라고?”

교무실에서 나와 유아라, 윤하영을

부른 건 다름 아닌 어제 마인 토벌 과 관련하여 포상금 지급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통장에 500만 원이라는 공 짜 돈이 생겼다. 괜히 기분이 좋아 실실 미소가 지어졌다.

“이거 토벌 보상금 너 줄게.”

교무실에서 나온 뒤.

유아라가 대뜸 내게 말했다.

“나 준다고?”

“그때 마인, 네가 쓰러트린 거잖아. 이걸 내가 왜 받아.”

“됐어.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마

인은 이미 빈사 상태였어.”

“오바하지마. 빈사까진 아니었어.”

유아라가 날카롭게 뜬 눈으로 단호 하게 말했다.

“됐어. 너 가져.”

내 대답에 유아라가 눈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획 고개를 돌려 윤하 영을 바라봤다.

“그럼 하영아. 너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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