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화 (37/535)

같은 시각.

윤하영은 두 시간 뒤 있을 대련 시험을 대비해 마법 훈련장에서 가 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한 시간가량의 훈련을 마치고 벌컥 벌컥 물을 마셨다.

그녀는 이마에 맺힌 땀을 가볍게 닦아내고는 숨을 내쉬었다.

“후우.”

최근 마법 성장이 빠르게 늘다 보 니 훈련에 재미가 생겼다. 시간이 남으면 항상 마법 훈련장으로 향하

는 게 그녀의 일상이 되었다.

콰아아앙!

그렇게 잠시 휴식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거대한 마법 폭발음이 울렸다.

바로 옆자리에서 유아라가 거대한 화염구를 뿌리며 표적을 박살 내고 있었다.

“와……

윤하영은 그녀의 마법을 보며 조용 히 감탄했다.

압도적인 재능.

18살의 학생이 사용하는 마법이라 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

그렇게 그녀를 지켜보다가 문득 그 녀가 항상 마법 훈련장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능만으로 이렇게 된 건 아니구 나.’

타고난 재능도 있었겠지만, 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독하게 훈련하니 저 실력을 얻을 수 있는 거겠지.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

윤하영은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다

시 훈련을 준비하려 했다.

-꺄아아악!

그때 외부에서 작은 비명이 터졌다.

동시에 윤하영과 유아라의 시선이 밖을 향했다.

경기장 안에 시험 시작을 알리는

마이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

[10조. 신명석, 정형준, 유재명, 신 아석, 김한]

각자 무기를 쥔 5명의 학생이 경 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다섯 명 전부 아는 얼굴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나와 같은 엑스트라인 모 양이다.

[거대 마수를 소환합니다.]

경기장 바닥에서 거대한 소환진이 환하게 빛났다.

그리고 소환되는 거대한 마수.

마수의 이마엔 거대한 뿔이 달려있었다.

마치 코뿔소와 사자를 섞어 놓은 듯한 기괴한 모습이었다.

—크어어어!

마수의 괴음이 경기장에 울려 퍼지 자 관중석 사이에서 작은 감탄이 터

졌다.

“와. 엄청 크다.”

이서준도 옆에서 조용히 감탄했다.

확실히 마수의 덩치가 크다 보니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그렇게 단체 토벌전이 시작되었다. 역시 3학년답게 2학년들과 비교도 안 될 만큼 화려한 움직임으로 마수 들을 상대했다.

그렇게 한창 시험을 관람하고 있올 때였다.

‘어?’

관중석 사이에서 입구 쪽으로 걸어

가는 한 남자가 내 시선을 끌었다.

나는 남자를 빤히 바라봤다.

묘하게 익숙한 얼굴.

어디서 봤더라…….

그렇게 한참 고민하던 나는 그 정 체를 알아차렸다.

천해.

이번 마법사관학교 마인 습격 사건 의 주동자가 될 인물.

무려 A등급의 마인인 그는 원작의 마인 연합, 십마회의 앞잡이였다.

-콰아아아앙!

그때였다. 외부 어딘가에서 거대한 굉음이 울렸다. 동시에 시험장 내부 의 모든 사람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뭐야?!”

“무슨 폭발이라도 일어났나?”

“방금 엄청 거대한 마력이 느껴지 지 않았어?”

갑작스러운 굉음에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외부의 거대한 굉음이 다시 한번

터졌다.

-콰아아아앙!

긴가민가하던 관중들도 이제 밖에 무언가 사건이 터졌다는 걸 눈치챘 다.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 로 나가려는 움직임을 취했다.

[안내 말씀드립니다. 정체불명의 마인이 마법사관학교 내에 몬스터 군단을 소환했습니다. 학생 여러분 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주시길 바랍니다.]

……벌써 마인이 습격했다고?

나는 고개를 들어 천해를 찾았다. 방금만 해도 보였던 천해는 이미 어 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젠장!’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원작의 마인 습격은 2학년 대련 수업이 끝난 4시에 진행됐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시간은 12시 30분.

원작의 흐름보다 3시간 이상이나 더 빨랐다.

전개가 또 바뀌었다.

“김선우! 어디가!”

뒤에서 나를 부르는 이서준을 무시 하고 입구로 뛰어갔다.

당장 밖에 일어난 마인 습격 사건 을 수습해야 한다.

모든 스토리가 꼬인 지금.

먼 훗날 멸마의 특성을 각성하고 마인의 천적이 될 그 녀석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렇게 된다면 이후 전개는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진다.

“뭐야?”

힘들게 입구로 달려갔는데 수많은

인파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모여서 당황해하고 있었다.

“아씨. 누가 결계를 걸어놨어!”

“뭐야? 누구야!”

“이거 못 해도 A둥급 이상의 결계 인데? 이걸 어떻게 해제해?”

……결계라고?

“미친.”

천해가 한 짓이 분명했다.

녀석의 마법 주특기는 보조계다.

심지어 세계에서도 열 손가락에 꼽 히는 결계술사였다.

설마 마법사관학교 습격에 방해가 될 길드 스카우터들을 한곳에 모아 두고 가두다니.

본래라면 가벼운 마인 사건에 그쳤 어야 할 에피소드가, 나비효과의 영 향인지 더욱 계획적이고 지능적으로 바뀌었다.

“모두 비켜주세요. A등급 보조계 마법사입니다. 제가 해제할게요.”

그때 흐린 인상의 여성이 손을 들 며 나섰다.

보조계 마법사라는 말에 사람들은

알아서 자리를 비켰다.

“보조계 마법사세요?”

“네, 저한테 맡기세요.”

여성은 사람들을 지나 입구에 막힌 결계로 다가갔다. 그리고 결계를 살 펴보는가 싶더니 바닥에 손올 대더 니 마력을 주입했다. 동시에 결계가 환하게 빛났다.

“와, A등급 보조계 마법사가 있어 서 다행이네.”

“A둥급 보조계 마법사면 유명하실 텐데 처음 보는 분이네.”

사람들은 뒤에서 그녀가 결계를 해 제하는 것을 지켜봤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불안 감을 느꼈다.

이건 함정이다.

아마 이 모든 상황이 함정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그야 당연한 게 지금 결계를 해제 하고 있는 저 여성은 바로 마인이었 으니까.

그것도 천해의 직속 부하인 양현.

양현은 지금 결계를 해제하는 척하 면서 다른 사람이 끼어들지 못하게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내가 끼어든다고 해도 학생 신분인 내 말을 저들이 믿을 리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지켜볼 수도 없는 일.

그렇다면…….

나는 입구에서 나와 원형 시험장 내부로 빠르게 뛰어갔다. 그리고 저 멀리서 나에게 다가오는 이서준에게 소리쳤다.

“야! 따라와!”

“뭐?”

“잔말 말고 따라와!”

내 말에 이서준이 황당해하는 표정 을 짓다가 내 뒤를 따라왔다.

“무슨 일인데?”

“입구가 결계에 막혔어.”

“결계에 막혔다고?”

“대충 살펴봤는데 아마 이 공간 전 체에 결계를 설치한 모양이야.”

“그게 무슨……

이서준이 어이없다는 듯 말끝을 흐 렸다.

“그래서 넌 지금 어디 가는 건데?”

“실내 대기실에 있는 비상 뒷문. 지금 정문은 다른 사람이 결계 해제 하고 있거든.”

“그래서?”

“문제는 지금 결계를 해제하고 있 는 사람, 결계 해제는 안 하고 흉내 만 내고 있다는 거야. 아무래도 마인인 것 같아.”

내 말에 이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다소 허무맹랑 한 말임에도 이서준은 진지하게 받아드렸다.

“정말이야?”

“그래.”

내 단호한 대답에 이서준이 입을 다물었다. 다행히 뒷말은 나오지 않 았다.

그렇게 우리는 시험장 대기실 내부 로 들어갔다.

회귀 전 기억에 의하면 분명 이쯤 에 비상문이 있었는데…….

“찾았다!”

저 구석에 비상문 표시가 있는 뒷 문이 보였다.

이 문만 통과하면 내가 직접 결계 를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한 가지 문제가 남았다. 이건 이서준이 해결해 줄 것이다.

“이서준, 검 뽑아.”

“어? 검은 왜?”

“저기 문에 자물쇠 걸려있잖아. 그 거 부숴야지.”

이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문고 리에 걸린 자물쇠를 바라봤다.

“……야. 이거 마금속 아니야? 이 걸 어떻게 부숴.”

“너라면 할 수 있어.”

이서준의 무한한 가능성은 내가 잘 알고 있다. 지금 그의 힘이라면 마 금속 정도는 쉽게 부술 수 있을 것이다.

이서준은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 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허리춤의 검 을 뽑았다.

이서준이 마력을 끌어모으자 그의 손을 중심으로 새하얀 빛이 뿜어졌다. 이윽고 그의 검신에 빛 속성의 마력이 일렁였다.

김선우가 떠난 3학년 협동 마수 토벌 시험장 입구.

이곳은 아직도 많은 사람으로 붐비 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다 비켜!”

그때 한 여성이 사람들 사이를 비 집으며 등장했다. 위풍당당한 그 모 습에 사람들은 알아서 자리를 비켰 다. 몇몇 사람이 그녀를 알아봤다.

“어? 혹시 정윤슬 마법사님?”

“진짜네? 잠적하셨다고 들었는데.”

“정윤슬 마법사님 여긴 어쩐 일이 세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는 보조계 마법사 정윤슬.

최근 잠적했다는 소문이 돌던 그녀 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 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나? 그냥 심심해서 와봤는데. 아 니, 일단 좀 다 비켜봐.”

대뜸 반말하는 성격은 이미 마법사 들 사이에서 유명한지라 사람들은 그녀의 말투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 았다.

“네, 네! 자자, 다른 분들도 자리 비켜주세요!”

사람들이 자리를 비켜주자 정윤슬 은 결계가 보이는 입구 앞까지 도착 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한 참 결계를 해제하는 여성, 양현을 아니꼬운 눈으로 내려보았다.

“거기 결계 해제하는 척하는 아줌 마. 비켜. 내가 해제할 테니까.”

“네?”

한참 결계를 해제하는 척하던 양현 이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저, 정윤슬?”

“안 들려? 비키라고.”

정윤슬이 직접 결계를 해제하겠다 는데 비키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 을까.

양현은 결국 사람들의 눈총을 이겨 내지 못하고 자리를 내어줬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했다. ‘망했다.’ 라고.

‘……왜 하필 정윤슬이 나타나가지 고.’

하지만 양현은 천해에게 받은 임무 를 포기할 순 없었다.

잠시 눈치를 보던 그녀는 조심스러

운 말투로 정윤슬에게 말했다.

“제가 보조라도 할까요?”

정윤슬은 그녀를 보더니 킥. 웃었다.

“웃기고 있네. 결계 해제하는 척 흉내만 내더만.”

“......네?”

“다들 뭐해? 저년 안 잡고.”

정윤슬의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사 람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답답함을 느낀 정윤슬이 양현을 콕 집어서 가리켰다.

“저년 마인이니까 잡으라고.”

그녀의 말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양현을 향했다.

“……저 사람이 마인이라고요?”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자 양현 이 당황한 얼굴로 뒷걸음쳤다.

“무, 무슨 소리예요? 제가 마인이 라니?”

그렇게 손을 저으며 부정하던 양현 의 바닥 밑에 푸른빛을 뿜어내는 마 법진이 생성됐다.

동시에 양현이 숨이 막힌 듯 몸을 웅크렸다.

“크헉! 수, 숨이……!”

양현이 자신의 목을 붙잡고 괴로움 을 호소했다. 정윤슬이 마법으로 그 녀의 숨통을 조이는 것이었다.

이대로라면 죽겠다는 생각에 양현 은 숨겨둔 마기를 방출했다.

그녀의 눈 전체가 검게 물들며 마인 특유의 불길한 마력이 주변 사람 들을 집어삼켰다.

“마인이다!”

“전투 준비해!”

시험장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 이 되었다. 양현 주변에 숨어있던 두 명의 마인도 눈을 검게 물들이며 정체를 드러냈다.

그렇게 시작된 마인 토벌전.

다행히 시험장에 모인 마법사들의 수가 많으니 3명의 마인은 금방 제 압될 것이었다.

정윤슬은 마인 토벌은 그들에게 맡 기고 결계부터 해제하기로 했다.

“……홈, 근데 이거 어떤 놈이 만 든 거지?”

결계에 숨겨진 복잡한 암호와 마력 수식을 살펴보던 정윤슬이 조용히 감탄했다.

결계의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뛰어 났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하루 만에 만든 결계가 아니었다. 계획적으로 며칠 공들여 서 만든 결계가 분명할 터.

‘……이 정도면 해제하는데 못해도 30분은 걸리겠는데.’

정윤슬이 결계를 구성하는 마법진 에 마력을 주입했다.

그때 였다.

“.…”어?”

정윤슬은 이상함을 느꼈다. 결계에 담겨진 복잡한 마법 수식과 암호가 엄청난 속도로 풀리고 있기 때문이 다.

“뭐, 뭐야‘?”

그녀는 당황함에 혼자 외쳤다.

아무래도 다른 곳에서 누군가 결계 를 해제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풀어내다니.

마치 결계를 만든 사람이 직접 결 계를 해제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로 빨랐다.

“이게 가능해?”

그리고 이내.

결계를 구성하는 마법진이 환한 빛 을 내뿜더니 결계가 사라졌다.

김덕현은 거대한 장창을 휘두르며 학교에 나타난 몬스터들과 전투를 하고 있었다. 가볍게 창을 휘두르는 데도 눈앞의 몬스터는 몸이 갈기갈 기 찢어지며 사라졌다.

“아오! 끝이 없네! 그 많던 길드 스카우터들은 다 어디 갔어?!”

“아, 통화 중이니까 조용히 좀 해 봐요.”

이어폰을 낀 채 통화를 하던 정현

수가 짜중을 냈다. 그러다가 무언가 이야기를 들은 그가 황당한 얼굴로 말했다.

“선배님, 스카우터들 3학년 시험장 에 갇혔다는데요?”

“뭐? 장난해? 거기에 왜 갇혀?!”

“저야 모르죠. 마인들이 뭔가 수를 써두거나 해서 그러지 않을까요?”

“아오. 멍청한 것들.”

“그런데 마인들이 왜 여길 습격한 걸까요? 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건 지금부터 알아봐야겠지. 그 나저나 몬스터만 보이고 마인은 코 빼기도 보이지 않네. 본체를 족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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