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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아공간 포켓(A)을 구매하겠
습니까?]
‘구매.’
[구매 완료되었습니다.]
환한 빛이 내 몸을 감쌌다. 내 머
릿속에 아공간 포켓의 사용법이 자 동으로 각인됐다.
나는 잠시 신기함을 느끼다가 아공 간 포켓을 열었다. 내 앞에 아주 작 은 차원의 문 같은 게 열렸다.
아무래도 이 안에 보관하고 싶은 물건을 넣으면 되는 것 같다.
“음, 뭘 넣어야 하지.”
포션이랑…… 김진우로 변장할 때 입을 옷이랑……
사실 특별히 대단한 물건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기에, 5kg도 채우지 못했다.
이건 생활하다 보면 차차 채워질
날이 오겠지.
띠링!
그때 스마트 학생 수첩이 알람을 울렸다.
화면을 보니 웬 메시지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김선우 님. ‘적색의 검’ 길드입니다. 다름 아니라 오늘 김선우 님의 시험을 보고 좋은 인연 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연
락드렸습니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저희 길드에 관심이 있으시면 연락 바.랍니다. 0XX-5XXX-2XXX]
“......뭐야.”
이거 컨택 받은 건가?
적색의 검이라면 세계 랭킹 20위 안에 드는 거대 길드였다.
오늘 시험을 잘 치르긴 했지만, 전 교 꼴찌라는 꼬리표 때문에 설마 사 전 컨택을 받을 줄은 생각 못 했는 데.
[‘첫 컨택’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오……
거기다 업적까지.
내가 적색의 검 길드에 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뭔가 인정받은 기분이 들어 꽤 기분이 좋았다.
그때, 다시 한번 스마트 학생 수첩 이 울렸다. 이번에도 컨택 메시지였다.
[김선우 님, 안녕하십니까. ‘오벨리’ 길드입니다. 아마 저희를 잘 모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작년부 터 시작한 신생 길드로 A등급 마법사, 정현두가 만든 길드입니다. 아직 김선우 님의 졸업까지 2년이라는 시 간이 남아 있지만, 미리 좋은 관계 를 유지하고 싶어 연락 드렸습니다. 혹시 관심 있으시다면 이 번호로 연 락 바.랍니다. 0XX-8XXX-7XXX]
얘네도 잘 알고 있다.
신생 길드 ‘오벨리’. 지금 당장은 그렇게 유명하진 않지만, 약 2년 뒤
신인 마법사들 상대로 노예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여론의 질타와 비난을 받게 되는 길드였다.
“별 애들이 다 오는구나.”
그 후로도 길드 스카우터들의 메시 지는 계속 왔다.
처음에나 기분이 좋았지 이게 쌓이 고 쌓이다 보니 귀찮음까지 느껴졌다.
나는 앞으로 오는 메시지를 모두 차단했다.
어차피 졸업 후 길드 활동은 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당장 원작에 숨어있는 빌런들을 찾
아내서 쓰러트려야 하는데 한가롭게 길드 활동을 하며 돈이나 벌 순 없 었기 때문이다.
“ 흐음......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늦은 밤임에도 아직 학교 밖으로 나가지 않은 참관인들이 보였다. 서 류를 확인하거나 통화를 하는 등, 각자 바쁜 모습이다. 저들 중에는 정체를 숨긴 빌런도 숨어있을 것이다.
마인, 테러리스트 등등…….
그들 역시 다른 참관인들과 목적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들
에게 필요한 인재를 찾아내기 위해 서였다.
그러나 이번 에피소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빌런은 바로 마인 이다.
내일모레.
마인들의 마법사관학교 습격이 있 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목적은 다른 참관인처럼 인 재를 찾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전대 ‘마인의 왕’이 죽기 직전에 내렸던 예언.
마인을 파멸로 이끌 마인의 천적, 멸마(滅魔)의 특성을 가진 ‘예언의
아이’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들은 예언의 힘을 가진 성유물, ‘선지자의 제단’을 통해 마법사관학교 2학년에 예언의 아이가 숨어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참고로 ‘예언의 아이’는 이 세계의 주인공인 이서준이 아니다.
아마 ‘예언의 아이’의 정체는 이 세계에서 나밖에 모를 것이다.
그 정체는 바로……
부우웅.
스마트 학생 수첩이 알람을 울렸다.
화면을 켜니 메시지가 하나 도착해 있었다. 발신인은 윤하영.
[선우야. 내일모레 나 훈련 좀 봐 줄 수 있어?]
[그래, 시험 끝나고 4시에 만나자.]
시험 두 번째 날은 필기시험이다.
학생들은 각자 책상 앞에 얌전히 앉아 시험 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따분히 시험 시작하기를 기다리는데 창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중간중간 들렸다.
슬쩍 밖을 바라보니 1학년들이 기 초 체력 시험을 보고 있었다.
거창한 건 아니었다. 단순히 달리 기나 점프 이런 것들이었다.
물론 저 기초 체력 테스트는 1학 년만 한다.
“자, 시험지 배부합니다.”
그렇게 1학년들을 구경하는데 감독 교사가 시험지를 배부하기 시작했
다.
슥슥, 종이 넘기는 소리가 들리며 모든 학생의 책상 위에 시험지가 올 려 졌다.
“으.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
앞에서 조용히 중얼거리는 윤하영 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멀리선 신영준이 하품을 하고 있고, 이서준과 이현주는 진지한 눈 으로 시험지를 읽고 있다. 유아라는 곧은 자세로 앞의 시계를 웅시하며 시험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들을 지켜보다가 시험지의 문항을 대충 훑어보았다.
동시에 외부자의 혜택이 발동되며 문제의 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을 보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띠리리링~
시험 시작을 울리는 알람이 교실 안을 을렸다.
“시작하세요.”
모든 학생이 몸을 숙이며 시험을 치르기 시작했다.
나 역시 필기구를 집고 시험을 치
렀다.
외부자의 혜택이 알려주는 대로 답 을 쓱쓱 적어내렷다.
1차 필기시험이 끝나고 15분의 쉬 는 시간.
2학년 A반의 필기시험 감독을 맡 게 된 마법 역사학 교사, 박찬오는 교무실로 돌아왔다.
“박 선생님, 수고하셨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박찬오는 자신을 향해 인사하는 교 사들에게 인사를 받아주고는 수거한 시험지 뭉치를 자신의 책상 위로 올 려놨다.
그리고 잠시 뚱한 얼굴로 시험지를 내려봤다.
“ 흐음......
“무슨 일 있었어요?”
평소와 다른 박찬오의 행동에 다른 동료 교사들이 말을 걸었다.
“아뇨. 별일 없었어요.”
“그래요? 표정이 안 좋으시길래.”
“필기시험을 만만하게 보는 학생이
보여서요.”
“아…… 대충 찍고 잠드는 학생들 말하는 거죠?”
“네, 필기시험의 성적 비중이 작다 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제가 필기 교 사이다 보니 기분이 조금 안 좋네 요. 하하.”
박찬오는 아까 있었던 A반 필기시 험 현장을 떠올렸다.
처음엔 모든 학생이 진지한 얼굴로 시험을 풀기 시작했다.
특히 교사들 사이에서 모범생이라 고 소문난 김선우.
10분 정도 문제를 푸는가 싶더니
갑자기 책상에 엎드리며 잠을 자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문제를 풀던 것이 아니 라 문제를 찍고 있었던 것이었다.
“쯧. 주변에서 하도 모범생에 우등 생이라길래 기대했는데 다 똑같네.”
아니, 차라리 똑같은 수준이면 이 렇게 실망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똑같은 수준도 못 된다는 거다. 김선우는 A반에 있는 50명의 학생 사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찍 고 잠들었으니까.
대체 평소에 얼마나 필기시험을 하 찮게 생각했으면 저렇게 빨리 찍고
잠들 수 있는 건지…….
“ 에휴.”
얼마나 막장으로 풀었는지나 한번 볼까.
박찬오는 시험지 뭉치에서 김선우 의 시험지를 꺼냈다.
그리고 시험지를 쭉 훑어봤다.
“......어?”
박찬오의 입이 벌어졌다. 잘못 봤 나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김선우의 시험지에 빼곡히 적힌 답.
하나씩 자세히 읽어 보는데도 틀린
답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교사들도 어려워할 논술형 문제에도 완벽한 정답과 해석. 그리 고 학생답지 않은 자신의 개인 의견 까지 써내라며 모범답안이란 무엇인 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거 김선우 꺼 맞나?”
이걸 10분 만에 해낼 수가 없는데.
박찬오는 시험지를 다시 첫 장으로 돌렸다.
맨 위의 성명란을 확인했다. 하지 만 그의 예상과 달리 또박또박 적혀 있는 ‘김선우’라는 이름이 보였다.
박찬오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얘 뭐지?”
이걸 10분 만에 다 했다고?
정현수는 김덕현의 지시로 김선우 에 관한 서류를 살펴보고 있었다. 성함, 나이, 신체, 주소, 가족…… 등등 김선우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 긴 서류였다. 아니, 정확히는 담겨 있어야 할 서류였다.
“선배님. 김선우, 이 학생 신기할 정도로 아무 정보가 없는데요?”
“무슨 소리냐? 정보가 없다니?”
“말 그대로 정보가 거의 없어요. 한번 보세요.”
정현수가 김덕현에게 서류를 내밀 었다. 폰 게임을 하던 김덕현은 스 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는 서류를 확인했다.
“어잉? 진짜네?”
정현수의 말대로 김선우의 개인 정 보는 싸그리 빈칸이었다. 아주 간단 한 성함, 나이, 신체 조건. 이 정도 만 적혀있을 뿐, 간단한 가족 관계 마저 적혀있지 않았다.
마치 이 세상에 없던 사람이 갑자
기 생겨난 것처럼 말이다.
“가족란 빈칸인 거 보이세요? 어디 버려진 애일까요?”
“글쎄다. 거참, 신기한 놈이네. 요 즘 세상에 이런 놈이 다 있지?”
“근데 막 엄청 놀랍거나 하지는 않 네요. 당장 이서준 개인 정보만 봐 도 가족란은 싹 비어있잖아요.”
“야! 그거랑 다르지. 이서준은…… 에휴 됐다.”
김덕현은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비밀을 숨기려는 그 모습 을 보고는 정현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뭔데요. 왜 말을 하다 말아요?”
“몰라도 된다.”
“쳇. 또 이러시네. 말 안 해줄 거 면 차라리 말을 하지 마시라고요.”
버럭 짜증을 내는 정현수.
김덕현은 그를 무시하고는 서류를 다시 홅었다.
“근데 이걸 보니 뭔가 확 끌리네. 정보도 없으니 뭔가 신비로운 느낌 도 들고.”
“선배님이 웬일로 좋은 평가를 다 해주시네요.”
“캐릭터가 독특하잖냐. 전교 꼴찌
인데 이상하게 실력은 좋고. 과거는 또 베일에 싸여있고. 얼마나 재밌 냐?”
“캐릭터는 만화나 소설에서 찾으시 고요.”
그때 김덕현이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맞다. 그, 누구냐…… 김진우. 그 사람은 다른 정보 없었어? 가족 관 계라던가.”
“없어요. 협회에 등록된 김진우 정 보를 확인했는데 그 양반도 신기할 정도로 정보가 없더라고요.”
“그러냐? 얼굴도 똑같이 생긴 것들
이 어떻게 정보 없는 것마저 똑같 네.”
김덕현은 의심에 찬 눈으로 서류를 다시 훑어보았다.
수요일 시험인 2학년 대련 시험은 오후 2시에 시작한다.
그전까지는 자유 시간.
지금 시간이 12시 5분이니 약 2시 간가량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남은 시간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 하다가 오전부터 진행되는 3학년 조 별 협동 마수 토벌 시험을 관람하기 로 했다.
“와. 사람 많네.”
시험장에 도착하자 입구에 북적거 리는 수많은 인파가 보였다.
당장 내년부터 현역 마법사 활동을 할 3학년들이라 그런지 유독 스카우 터들이 더 몰린 느낌이다.
그때 멀리서 익숙한 얼굴의 남학생 이 보였다. 그의 주변으로 수많은 사람이 둘러싸고 있는데 꽤나 곤란 해하는 얼굴이다.
“이서준 학생, 제 명함입니다. 일단 받아주세요.”
“투신 길드입니다. 졸업 후에 저희 길드에 오시면 최고의 조건으로 모 시겠습니다.”
그 남학생은 다름 아닌 이서준이었다. 별생각 없이 3학년 시험을 관람 하러 왔다가 스카우터들의 눈에 띄 어 이런 꼴이 된 모양.
‘쟤도 고생이 많네.’
괜히 엮이면 나까지 불편해질 것 같아 무시하고 시험장 입구로 들어 서려 했다.
그때 였다.
“어? 야! 김선우!”
나를 발견한 이서준이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동시에 스카우터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몇몇 사람은 나를 알아보기 도 했고, 다른 몇몇 사람은 쟤는 누 구지? 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야! 여기서 만나네. 같이 가자.”
이서준이 이때다 싶어 자신을 둘러 싼 사람들을 헤집고 내게 다가왔다.
“이서준 학생, 잠깐만 이야기 르...»
“죄송해요. 친구가 기다려서요.”
“네? 아주 잠깐이면 되는데!”
“죄송합니다!”
이서준이 단호하게 반응하자 스카 우터들이 아쉬운 눈으로 이서준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나를 향해 원망 어린 시 선을 보냈다.
왜 나한테 그래?
이서준은 그것도 모르는지 해맑게 웃으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어휴. 덕분에 살았다.”
“......뭐냐.”
“3학년 시험 구경하려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서. 흐흐.”
이서준이 머쓱하게 웃었다.
“아, 맞다. 너도 시험 구경하러 온 거지? 같이 볼 사람 없으면 같이 볼래?”
크게 상관은 없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이서준과 갑작스러운 동행 이 시작되었다.
[9조 종료]
“방금 9조 끝났나 보네.”
“그러게.”
시험장으로 들어온 나와 이서준은 적당한 자리를 찾아 함께 앉았다.
시험장은 저번에 보았던 원형 경기 장의 형태를 한 지하 투기장과 비슷 했다.
나는 관중석을 둘러봤다.
수많은 길드 스카우터들이 눈을 날 카롭게 뜨며 열심히 무언가를 적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중간중간 보이는 외국인들의 얼굴 을 보아하니 외국계 길드에서도 많 이 온 모양이다.
그나저나 스카우터로 위장한 빌런 은 없으려나.
“홈……
“누구 찾아?’’
내가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이서준이 내게 물었다.
“아니, 여기 뉴스에서 보던 유명 마법사들도 많이 왔잖아. 아는 얼굴 이 있나 해서.”
“아아.”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별다른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아, 맞다. 근데 너도 연락 좀 받 았겠네?”
“무슨 연락?”
“길드 컨택말이야. 너 시험 잘 봐 서 연락 좀 갔을 거 같은데.”
“오기야 했지.”
내 대답에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이 며 역시. 하고 중얼거렸다.
“그럼 어디 갈지는 정했어?”
“아니, 아직 졸업까지 2년이나 남 았는데 무슨.”
“그것도 그러네.”
이서준이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