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화 (34/535)

“하긴, 네 말도 맞다. 특성이라는 게 사용자의 능력을 보조시켜주는 정도지 저렇게 뭔가를 해주는 건 아 니니까.”

정윤슬이 컵에 담긴 남은 커피를 쪼옥 빨아 마셨다.

“아무튼, 얘는 꼭 만나봐야겠다.”

늦은 저녁. 모든 훈련을 끝낸 나는 기숙사 침대에 누워 남은 시간 무엇 을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눈앞에 웬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직 마주치지 않은 둥장인물이 당신에게 강한 흥미를 느낍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이거 뭐냐?”

마주치지 않은 등장인물이라니 .

대체 누구지?

그렇게 혼자 생각하는데 이번엔 스 마트 학생 수첩에서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선배님 소문 진짜예요?]

최서윤이었다.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나보고 소 문이 진짜냐고 묻는다.

“뭔데.”

얘가 아무 이유 없이 저런 메시지 를 보낸 건 아닐 텐데.

그렇게 의문 어린 눈으로 메시지를 보고 있는데 번뜩 그 이유를 깨달았 다.

“……신영준.”

신영준이다. 분명 이 녀석이 여기 저기에 내가 장예에게 까인 걸 떠벌 리고 다니는 거다.

“하……

누군가의 아픔(?)을 이렇게 남에게 퍼트리다니.

정말 한 줌의 인정도 의리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걸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금방 머릿속에서 떨쳐냈 다.

나에 대한 외부 평가가 어떻든 그 게 중요한가.

이미 학교 첫날 내 이미지는 나락 으로 떨어졌는데. 이제 와서 이미지 를 챙기자니 그것도 우습다.

‘그래, 그게 무슨 소용이냐.’

사람들의 시선이 끌리면 포인트도 벌 수 있으니 나만 이득이지.

“에휴.”

남은 시간 인터넷이나 할까.

그렇게 스마트 학생 수첩을 쥐고 인터넷을 시작하는 데 문득 불편함 을 느꼈다.

화면이 작아서 눈도 아프고 손도 아프다.

“이럴 때 노트북 같은 거 있으면 편한데.”

아, 생각났다.

불편한 게 있을 땐 이것만큼 해결

하기 편한 게 없지.

나는 곧바로 포인트 상점을 사용했다.

[고유 특성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 합니다.]

[포인트 상점에 입장합니다.]

[일주일의 특별 할인을 확인하겠습 니까?]

“어?”

특별 할인?

맞다. 이런 것도 있었지.

“홈……

하지만 그다지 기대되진 않았다. 회귀 전에 이미 몇 번 경험해서 어 떤 걸 할인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 다.

예를 들면 원하는 꿈을 꿀 수 있 는 특성이라던가. 아니면 책을 빠르 게 읽을 수 있는 특성이라던가…… 그런 쓰잘데기 없는 특성들이었다.

‘특별 할인은 나중에 확인하는 거 로 하고.’

일단 검색부터 하자.

[검색 기능을 사용합니다.]

[‘인터넷’ 검색 결과입니다.]

►[특수]외부자의 혜택 스마트 기 기 연동오??)

어? 내가 생각한 것과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다.

뭔지 확인해볼까.

[외부자의 혜택 스마트 기기 연동 (???)]

분류 : 특수

설명 : 외부자의 혜택과 스마트 기 기를 하나로 연동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 시 눈앞에 연동된 스마 트 기기 화면이 열립니다. 전파가 닿지 않는 곳에서도 외부와 연결할 수 있습니다.

가격 : 8,000

“ 오.”

생각보다 편리한 기능이 있었다.

단순히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사용하는 스마트 기 기를 하나로 묶어 동기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전파가 닿지 않는 곳에서도 외부 연결이 가능하다는 점.

원래라면 탑이나 던전 안에서는 외 부와 연락이 불가능하지만, 이것을 구매하면 던전이나 탑 안에서도 외

부와 연락을 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이거 생각보다 엄청 괜찮은데?”

이런 편리한 기능이 있는데 구매하 지 않을 이유가 없지.

[‘외부자의 혜택 스마트 기기 연동

(우??)’을 구매했습니다.]

[스마트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됐다.”

구매했으니 바로 사용해볼까.

[고유 특성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 합니다.]

[연동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합니다.]

기능을 사용하자 눈앞에 커다란 창 이 떠올랐다.

대충 보니 21인치 모니터와 크기 가 비슷하다.

[스마트 기기를 연동합니다.]

[기기를 검색 중……]

[검색 완료되었습니다.]

[스마트 학생 수첩, 스마트폰과 연 동할 수 있습니다. 연동하시겠습니 까‘?]

‘연동하기.’

띠링!

[정상적으로 연동되었습니다.]

“오오.”

알림과 함께 빈 화면이 떠올랐다.

그 화면이 내 스마트 학생 수첩과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을 합쳐놓은 것 같다. 크기는 대략 21인치 모니터와 비슷했다.

나는 배경화면에 있는 인터넷을 터 치했다.

터치하자마자 떠오르는 인터넷 창.

학생 수첩올 사용할 때와 다르게 조금의 로딩도 느껴지지 않았다.

“화면 시원시원하게 넓어서 좋네.”

나는 히죽 웃으며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실시간 검색에

1. 미국 유물 박물관 테러

2. 성유물 도난

3. 테러리스트

실검을 확인하니 난리가 아니다.

미국 박물관 테러.

무려 신비의 힘을 가진 성유물이 도난당했다.

성유물은 전 세계에 몇 없는, 마법 과 과학 기술로도 설명할 수 없는 특수한 도구였다.

[올해로 4번째 테러 사건입니다. 최근 테러 사건이 급증하면서 시민 들이 불안의 커지고 있습니다. 일각 에서는 13년 전 해체된 테러 단체, ‘자운’이 다시 등장한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습니다.]

자운.

이 세계관에서 23년 전 홀연히 나 타나 13년 전까지, 약 10년간 전 세계를 상대로 테러를 벌였던 테러 단체다.

원작 설정에 의하면 자운은 멤버 한 명 한 명이 S급과 A급으로 이루 어져 세계 마법사 협회에서도 쉽게 토벌해내지 못할 만큼 강력한 단체 였다고 한다.

하지만 협회와 자운의 오랜 전쟁 끝에 자운은 리더를 잃었고, 결국 대다수의 자운 소속 마법사들도 목 숨을 잃으며 결국 해체됐다는 게 원 작의 설정.

“슬슬 시작되는 건가.”

본론으로 말하자면 지금 저 미국 박물관 테러를 일으킨 건 23년 전 에 활동한 그 테러 단체, 자운이 맞 았다.

13년간 숨어 지내던 자운은, 과거 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모습 으로 활동을 다시 시작한다.

물론 본격적인 테러 활동을 시작하 는건 2년 뒤.

지금은 작아진 몸집을 다시 키우는 단계다.

지금처럼 성유물을 홈친다거나 가 까운 미래에 지하 투기장의 챔피언,

량량을 영입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스마트 기기 사용을 종료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저들을 막을 수 없다.

A급과 S급으로 이루어진 저 괴물 같은 녀석들 상대로 내가 할 수 있 는 건 없다.

그래도 다행인 건, 당분간 저들이 대한민국에서 날뛸 일은 없을 거라 는 거다.

자운이 가장 두려워하는 세계 최강 의 마법사, 김진철 회장이 대한민국 을 지키고 있으니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당장 내일부터 시험이 시작되며 몇 몇 커다란 사건이 터진다.

특히 2주 뒤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테러가 일어나며 큰 혼란이 일어나 기도 했다.

과연 원작의 흐름대로 진행될까. 조금 걱정이 들지만 일단 예의 주시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빌런인 만큼 상 대적으로 약하니 쉽게 인과율을 쌓

을 기회였다.

“이런 미친!”

나는 어제 못 본 포인트 상점의 특별 할인을 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특별 할인!]

[중급 아공간 포켓 (A)을 50%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남은 할인 기간 : 5일]

[중급 아공간 포켓 (A)]

분류 : 특수

설명 : 아공간에 물건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최대 30kg까지 저장 가능 합니다.]

가격 : 20,000(50% 할인가)

“허.”

아공간 포켓을 50%나 할인하여 팔고 있었다.

가격은 무려 20,000포인트.

아공간 포켓은 활용도가 높아 이 가격이면 완전 거저먹는 거나 다름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기기 연동 을 사는 게 아니었는데!”

급격하게 후회가 밀려왔다.

지금 내게 남은 포인트는 정확히

8500포인트.

무려 11,500포인트가 부족하다.

“3 일……

과연 모을 수 있을까?

아주 잘하면 모을 수도 있을 거 같기도 하고.

몇 번 추하게 관종짓을 하면…….

“ 하.”

이건 아니다.

관종짓도 약빨(?)이라는 게 있다.

너무 대놓고 하면 나중에 정말 필 요한 순간에 효과가 떨어질 수 있 다. 이건 그 순간을 위해 아껴둬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늘부터 5일간 중간시험 기간이니 대량의 포인트를

쌓을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그걸 잘 이용하면 어떻게 되지 않 을까.

중간시험은 어디까지나 중간 평가 를 위해 보는 시험이다.

점수 반영이 그렇게 크지 않아 둥 수의 등락이 기말시험에 비해 적은 편이다.

아마 내가 시험을 아무리 잘 봐도 60위 안으로 드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은 이 중간 시험을 목숨 걸고 보려고 한다.

이유는 단순했다.

오늘부터 수많은 길드에서 시험을 참관하기 때문이다.

성적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고 하 나, 길드 스카우터들에게 좋은 모습 을 보이지 못하면 그만큼 나중에 졸 업 후 길드 취업에 불리함이 있기 때문이다.

[자, 지금부터 2학년 기초 마법 능

력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랜만의 대강당.

학교 첫날 공개 순위 평가 테스트 때 이후로 처음 이곳에 왔다.

이러고 있으니 마력이 방전돼 전교 생 앞에서 망신당했던 것이 새록새 록 떠올랐다.

당시에는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지만, 지금은 추억이 되었다.

“흐음.”

나는 주변을 쭉 둘러봤다.

관중석에는 수많은 길드의 스카우 터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중에는 몇몇 아는 얼굴도 보였다.

거대 길드의 간부도 보였고, 일반 길드 스카우터로 위장한 빌런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때 단상 위에서 이서준을 호명했다.

[2학년 A반 이서준.]

관중석이 크게 술렁였다.

아마 이 중 절반 이상은 역대급 천재라 불리는 이서준을 보기 위해

여기 모였을 거다.

“저 애가 이서준이구나.”

“와. 실물로 보니까 더 잘생겼는 데.”

“김진철 회장 제자라는데. 얼마나 잘할까?”

“야, 이서준은 기록도 하지 마. 어 차피 쟨 우리 길드 안 온다.”

거물급 인물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 는데도 이서준은 전혀 긴장감 없는 모습으로 시험대 위로 올랐다.

중간시험의 기초 마법 능력 평가는 저번 공개 순위 평가와는 시험보는 방식이 다르다.

저번 공개 순위 평가는 단순히 표 적을 맞히고 떠오른 점수로 순위를 매겼지만, 중간시험부터는 인형으로 만들어진 몬스터를 얼마나 빠르게 처치하느냐로 정해진다.

[2학년 A반 이서준, 시작합니다.]

시험대에 오른 이서준 앞에 이족 보행의 몬스터 ‘녹색 거인’이 소환 됐다.

이서준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동시에 그의 검이 환한 빛을 내뿜

었다.

“……빛 속성?”

“뭐야? 저거 설마 시너지야? 고등 학생이 시너지를 사용한다고?”

강화계와 발현계를 동시에 사용하 는 최고급 기술인 시너지.

이서준의 검이 빛 속성 발현계 마 법을 뿜어내자 관중석 사이에서 경 악이 터졌다.

“역대급 천재라더니 진짜네.”

“미쳤다. 저건 학생 수준이 아닌 데.”

이서준은 검을 잡고 자세를 잡았

다. 그리고 빠르게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과연 이서준의 실력은 이 세계의 주인공답게 압도적이었다.

이서준은 단칼에 몬스터를 베어 넘 겼고 그 깔끔하면서도 압도적인 실 력에 관중들 사이에서 기립박수가 터졌다.

그 뒤로 이어진 유아라 차례 때도 마찬가지였다.

몬스터를 향해 날리는 거대한 화염 구를 보며 모든 길드 관계자들은 경 악에 찬 함성을 내질렀다.

그렇게 시간이 홀러 2학년의 마지 막.

내 차례가 왔다.

[2학년 A반 김선우.]

내가 시험대 위로 오르자 술렁거림 이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이서준과 유아라 때와의 술렁거림은 감탄과 기대였다면, 지금의 술렁거림은 조

롱과 비웃음이었다.

“쟤가 걔 맞지? 공개 순위 테스 트.”

“아, 어. 맞을걸? 입학 비리 아니 냐고 욕먹었던 애.”

“큭큭. 또 마력 방전 나는 거 아니 야?”

[254명의 사람이 당신에게 기대감 올 느낍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벌써 내게 기대하는 사람이 이렇게 나 많다.

아마 저들은 저번 내 공개 테스트 영상에서 그랬던 것처럼 큰 웃음을 주길 기대하는 거겠지.

하지만 이번엔 특별반, 명성, 업적 둥 많은 게 걸려있다. 저들의 기대 처럼 또 광대가 되어줄 생각은 없었다.

[2학년 A반 김선우, 시작합니다.]

다른 학생들의 시험과 같이 내 앞

에도 녹색 거인이 소환됐다.

나는 손에 마력을 끌어모았다.

환하게 빛나는 마법 구체가 내 손 위로 구현됐다.

마나를 따로 압축하지도 않았다.

대자연의 심장을 사용한다면 손쉽 게 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겠지만 시 험 기간동안 어떤 위기 상황이 터질 지 모르니 섣불리 사용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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