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영이 나를 올려다보며 아쉽다 는 듯 중얼거렸다.
이번 전투로 나도 느낀 것이 많았 다. 확실히 강화계 위주로 풀어나가 니 부족한 마력이 해결이 되네.
그때 였다.
[등장인물 ‘장안철’이 당신의 전투 감각에 감탄합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응?’
짝짝짝짝!
개인 대련실의 문 방향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문을 바라보니 장안철이 감 격에 젖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선우 학생, 윤하영 학생. 아주 수준 높은 대련이었다.”
장안철이 흐뭇한 얼굴로 나와 윤하 영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갑작스러운 칭찬에 윤하영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윤하영 학생은 며칠 사이에 실력 이 엄청 늘었군. 구현의 형태가 더 뚜렷해진 걸 보니 기초 훈련부터 다
시 시작한 것 같은데.”
“네, 속성과 형태 훈련부터 다시 해보라는 선우의 조언에 기초부터 다시 집중적으로 훈련했습니다.”
윤하영의 말에 장안철이 오묘한 시 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속성과 형태 훈련. 정확한 조언이 다.”
그렇게 말하던 장안철이 내게 말했다.
“그나저나 김선우 학생은 이번 대 련에서 강화계를 주로 사용하던데 혹시 따로 이유가 있나?”
강화계를 주로 사용한 이유라.
뭐라 대답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솔 직하게 대답했다.
“부족한 마력을 보완하기 위해서입 니다.”
“……그래? 그럴 거면 차라리 강화 계로 주특기를 옮기지 그래. 방금 전투를 보니 움직임이 꽤 뛰어나던 데.”
장안철이 진지한 얼굴로 내게 권유 했다.
보조계 이후로 주특기를 옮기라는 말을 또 듣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저는 발현계가 맞습니다.”
내 대답에 장안철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런가? 발현계에 있기에는 좀 아 까운 신체 능력인데.”
그렇게 중얼거리던 장안철이 혼잣 말하듯 말을 이었다.
“홈. 정말 아쉽군. 김윤진 선생님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조금은 알 것 같 아. 그래, 선택은 자유니까. 잘 해보 도록.”
다음 날.
점심시간이 끝나고 한 시간 정도의 휴식시간이 생겼다. 학생들은 각자 운동장에서 뛰거나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의자에 앉아 스마트 학생 수 첩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틈 틈이 국제 정세를 파악하기 위함이 었다.
뭐부터 볼까.
뉴스 탭에 들어가 헤드라인의 기사 를 클릭했다.
[노골적인 마인의 살인행위가 시작 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만 4건의 살인 사건이 발견되었습니다. 마법사 협회에서는 마인 수색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보아하니 장예에 대한 기사였다.
마음 같아선 확 신고해버리고 싶지 만 신고한다고 해도 인간으로 변장 한 장예가 마인이라는 증거가 없었다.
마인과 인간을 구분하기 위해선 폭 주 상태에서 확인한다거나 ‘진실의 거울’이라는 특수한 도구를 이용해
구분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진실의 거울은 아직 세 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진실의 거울은 필멸의 탑 25층의 보상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쫄긴 했나 보네.’
며칠간 열심히 살인행위를 하다가 어제오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 다. 보아하니 마법사 협회의 단속 강화를 의식한 모양이다.
앞으로 그녀의 행동은 더욱 신중해 지겠지.
“흠……
그렇게 쭉 기사를 훑어보다가 눈에
띄는 다른 기사를 클릭했다.
[한성제약, 특수 약재료 발견. 모든 약제 효능 최대 20%까지 상승 기 대……]
한세연이 예고했던 대로 오늘 기사 가 터졌다.
기사의 사진 속엔 멋지게 차려입은 한세연이 있었다.
댓글의 반응은 호평 일색.
아무래도 재벌가의 딸이면서 능력 도 뛰어나고 외적인 면도 뛰어나기
때문에 호감에 가까운 이미지가 형 성된 것 같다.
덕분에 한성제약의 주가가 미친 둣 이 상승하고 있다. 하루 사이 20억 을 부은 내 주식의 가치가 25억을 넘어섰다.
아마 다음 주쯤 되면 35억을 넘지 않을까.
“흐흐.”
문득 회귀 전 삶이 떠올랐다.
서울의 아파트 하나 사기 위해 3 년을 정직하게 돈을 모았다.
매일 아침 길드에 출근하고, 목숨 걸고 던전이나 탑을 돌며 힘들게 일
했다. 그렇게 얻은 수익은 또 길드 원끼리 나누고.
마법사라는 직업이 위험한 만큼 돈 을 벌기 쉬운 직업이기는 하나, 당 시 C급 마법사였던 내가 몇십억의 돈을 벌기 위해선 못해도 3년 이상 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먹고 미래의 정 보를 이용하니 고작 3주 만에 지금 과 같은 큰돈을 벌었다.
회귀 전의 나는 대체 어떤 삶을 살았는가.
“세상 참 불합리하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다음 주 중간시험에 대비해 매일 학교가 끝나고 개인 훈련을 반복하 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일요일이 되었다.
나는 오늘도 체력 단련실에서 근력 을 키우며 운동하고 있었다.
며칠간 식사량도 늘리고 운동 강도 도 조금씩 늘리다 보니 조금이지만 몸에 근육이 붙었다.
물론 체력 회복 효과가 있는 ‘귀환
자의 손목시계’의 공이 엄청나게 컸 다.
“허억! 허억!”
숨을 헐떡이며 잠시 러닝을 멈췄 다. 벤치에 앉아 물을 쭉 들이켰다.
“쟤는 볼 때마다 느끼는데 지구력 하나는 좋아.”
“그러게 뛰는 거 보면 항상 죽으려 하는데 멈추진 않더라.”
“독기인 거지.”
주변에서 질린 눈으로 나를 보며 속닥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시하고 5분 정도의 휴식이
끝나자 다시 일어났다.
이번엔 중량 운동을 할 차례다.
나는 봉 옆에 원판 80kg씩 껴놓고 들었다.
“끄웅!”
마력으로 신체의 근육을 어느 정도 강화했기에 무려 벤치 프레스로 180kg이 넘는 무게도 쉽게 들렸다.
“쟤 근데 발현계 아니냐?”
“어. 맞을걸. 원래 강화계였다가 발 현계로 옮긴 거로 알고 있어.”
“근력 강화 다루는 거 보면 발현계 에 있기 아까운 거 같은데.”
“나도 이해가 안 돼. 왜 발현계로 갈아타서 전교 꼴찌로 있냐? 큭큭.”
쟤네는 운동하러 온 게 아니라 떠 들러 왔나?
“후우.”
잠시 땀을 닦아 내고 원판을 더 추가했다.
이것으로 봉 무게 포함 200kg.
“흐읍.”
호흡을 들어 마시고 번쩍 들었다.
“으으읏!”
됐다!
[‘마력 중량 3대 800’ 업적을 달성 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후우.”
성공했다.
안전하게 봉을 다시 걸어놓고 그대 로 벤치에서 눈을 감았다.
오늘도 새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내 체중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수치지만 마력으로 근육을 강화했기
에 가능했다.
확실히 체력 단련은 마나 연공과 다르게 성장이 눈에 띄어서 좋네.
그렇게 만족감을 느끼며 벤치에 누 워있는데 옆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 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고개를 들어 확인하니 화려한 외형 을 지닌 미모의 여성이 미소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예였다.
“안녕하세요.”
나는 태연하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그녀가 왜 나에게 말을 걸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연스럽 게 행동하는 게 중요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때 우리 만나지 않았어요? 서준 이 친구분 맞죠?”
“네. 맞습니다. 그런데 왜?”
“저번에 봤을 때 좀 궁금한 게 있 어서요.”
“궁금한 거요?”
“혹시 가족 중에 형제가 있으신가 해서요.”
형제?
“ 없는데요.”
“그럼 다른 가족은요?”
저 질문의 의도를 파악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아버지인 장한을 죽인 범인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의심하는 것 같다.
그나저나 어째 레퍼토리가 항상 똑 같냐.
형제가 있느냐…… 가족이 있느 냐…….
“아뇨. 저 가족 없어요. 어릴 때부 터 혼자였어요.”
현실의 내가 가족이 없는 건 아니
었지만, 적어도 이 세계에서는 내게 가족이 없다는 설정이 있었다.
“아, 죄송해요.”
장예가 살짝 당황한 척 표정을 지 었다. 일상이 연기인 마인답게 연기 력이 좋다.
“괜찮습니다.”
“이름, 김선우 맞죠?”
“네.”
“이런 말 하면 실례일 수도 있는데 미튜브 영상보고 이름 알았거든요.”
“아, 괜찮습니다. 이런 건 익숙해서 요.”
내 말에 장예가 웃었다.
“그래요. 제가 아는 사람이랑 닮아 서 한번 물어봤어요. 아니라고 하니 할 말이 없네요. 시간 탯어서 미안 해요.”
그렇게 그녀가 가려는 순간이었다. 순간 내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 쳤다.
마인인 그녀를 내 손으로 빠르게 퇴치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
그녀와 단둘이 있을 수 있는 방법.
“선배님!”
내 부름에 장예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네?”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연락해도 되죠?”
나는 세상 밝은 미소로 그녀에게 말했다.
[등장인물, ‘장예’가 당신에게 불쾌 감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1 차임’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아씹.”
까였다.
내 회심의 살인 미소(?)로 연락해 도 되냐고 물었는데 완전 정색 당했다.
—죄송해요. 제 스타일이 아니라서 요…… 그냥 좋은 선후배 사이는 괜 찮은데. 아무튼, 개인적으로 연락하
는 건 좀 그래요. 미안해요.
“……하.”
어차피 상대가 마인이니 나도 진심 으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막상 까 이이고 보니 기분이 엄청 안 좋았 다.
마인도 연애감정이 있다.
실제로 몇몇 마인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인간과 연애를 하기도 한다.
내가 장예와 진짜로 잘 돼볼 생각 으로 그런 말은 한 건 아니었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었다.
“아 자괴감 드네……
거절할 거면 그냥 깔끔하게 거절하 던가.
스타일이 어쩌고 변명은 왜 하는 거야.
아니, 그전에 불쾌감이라니.
그래도 나름 정중하게 다가가지 않 았나? 뭐가 문제지? 얼굴?
그렇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며 자괴감 속에서 헤엄치던 때였다.
“김선우, 힘내라.”
내 뒤에서 위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신영준이 미묘한 얼 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가?”
“나, 다 봤다.”
“……뭘 다 봐?”
“짜식. 주제에 눈은 높네.”
[등장인물 ‘신영준’이 당신을 동정 합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신영준이 내 어깨를 토닥였다. 어 디서부터 반박해야 할지 감도 안 온 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겠 지.
나는 포기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대로 생각해라.”
“야, 이거 뭐냐?”
“신기하죠?”
서울의 작은 커피숍.
정윤슬은 스마트 패드의 화면을 보 며 경악하고 있었다.
화면 속에는 한 남학생이 던전 안 에 설치된 결계를 엄청난 속도로 해 제하고 있었다. 보고도 믿어지지 않 을 만큼 뛰어난 실력이었다.
“이게 가능해?”
“그러니까요. 진짜 말이 안 된다니 까요?”
영상이 끝나자 정윤슬은 다시 영상 을 돌려봤다. 다시 봐도 이해가 안
됐다. 보조계 마법은 복잡한 마법 수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것을 해제하려면 마법 수식을 처 음부터 분석하고 해석해야 하는데 그게 베테랑 보조계 마법사라고 해 도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 남학생은 그것을 단 1분 만에 해내고 있었다. 단순히 특출난다고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얘 이름이 뭐라고?”
“김 선우요.”
“얘 진짜 물건인데? 나도 왕년에 한 물건 소리 좀 들었는데 얘는 더 하네.”
정윤슬의 중얼거림에 김윤진이 말 했다.
“문제는 선우 학생이 주특기로 보 조계를 할 생각이 없다는 거예요.”
“뭐? 얘 보조계가 아니야?!”
정윤슬이 황당함에 소리쳤다. 순간 커피숍 안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 게 향했다.
김윤진은 그게 민망한지 조용한 목 소리로 속삭였다.
“......네.”
“아니, 이런 마법 수식 해석 능력 을 갖고 있는데 보조계를 부특기로
사용한다고?”
“부특기도 아니에요.”
김윤진의 말이 이해가 안 되는지 정윤슬은 멍하니 눈을 깜빽였다.
“정말이냐?”
“네, 저도 보조계로 옮기라고 엄청 설득했는데 안 한대요. 하도 단호해 서 저도 포기했죠. 말하는 거 들어 보면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거 같 고.”
“사연? 뭔 놈의 사연이 있길래 이 런 재능을 포기해? 허허. 신기한 녀 석이네.”
정윤슬은 다른 영상을 살펴봤다. 1
주 차 2주 차…… 이번 주에 있던 3주 차까지.
3번 연속 이런 속도를 냈다는 건 우연이 아닌 실력이라는 중거였다.
이게 가능하기는 한 걸까?
“재밌네. 재밌어.”
“스승님이라면 그렇게 반응하실 줄 알았어요.”
“꼭 내가 아니더라도 보조계 마법사라면 모두 이렇게 반응할 거야.”
그 말에 김윤진이 조용히 웃었다.
“그렇긴 해요.”
“대체 뭘까? 뭔가 특별한 특성 같
은 걸 개방한 걸까.”
“특성이요? 음…… 그런데 이렇게 마법 수식을 완벽하게 해석 해주는 특성이 있을까요? 그건 너무 사기인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