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화 (31/535)

“다다음주라...... 그래, 신청서 써 라. 나도 오랜만에 귀여운 제자 얼 굴이나 봐야겠다.”

정윤슬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김윤진에게 메시지 를 작성했다.

[야, 윤진아. 너희 학교에 보조계에 싹수 좀 보이는 애 있냐?]

늦은 밤.

마법사관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뒷 산에 불길한 마력이 피어올랐다. 콰 직! 하는 섬뜩한 소리가 울렸다. 동 시에 붉은 피가 터지며 한 생명이

사라졌다.

장예는 피에 젖은 손으로 전화기를 집었다.

“천해 님, 그게 무슨 말씀이죠?”

[김진우는 건들지 않기로 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럼 제 아버지의 복수는요? 백강 아저씨 의 복수는 어쩌고요?”

[하령 님의 명령이다. 김진우는 건 들지 마.]

장예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제

와서 손을 떼겠다니. 저게 무슨 소 리인가.

아니, 그전에 하령이 그런 명령을 내렸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인들 사이에서 하령은 남에게 강 압적인 명령을 내리지 않기로 유명 한 자였으니까.

“전 그분이 두렵지 않아요.”

[장예, 기다리면 때가 온다. 그때를 기다려.]

“그게 언제인데요?”

[모르지. 하지만 때는 온다. 그리고

어차피 김진우의 혼적은 아무리 조 사해도 나오지 않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대체 김진우 그자는 뭐 하는 자이 길래, 이렇게 정보가 나오지 않는 걸까.

거기다 무려 B등급의 마인인 백강 을 처리했음에도 기사 하나 터지지 않았다.

보통 마법사라면 B등급의 마인을 처치하는 순간 바로 협회에 신고해 포상금을 받으려 했을 텐데.

“그렇다면 김진우 말고 다른 사람

을 죽여야겠어요. 그러지 않으면 제 안의 화를 식힐 수가 없어요.”

[누구?]

“김진우가 아니더라도 아버지의 죽 음과 관련된 자들 있잖아요. 최초 신고자라던가 아버지를 죽인 협회 직원이라던가.”

장예는 뉴스에서 보았던 한강 마인 사건의 신고자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 사람들이 누군지는 알고 하는 소리인가?]

“알아요. 특무팀 직원인 장현수와

마법사관학교의 이서준, 신영준, 이현주. 특무팀인 장현수는 아직 제가 상대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들부터 한 명씩 처리해야겠죠.”

[……그걸로 네 분노가 풀린다면 그렇게 해라. 대신 신중하게 행동해. 특히 이서준. 그놈은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야. 너도 알고 있겠지? 그 녀석이 누구의 제자인지 말이 야.]

“알아요. 때를 기다려야죠. 어차피 지금의 저는 그 녀석을 이기지 못하 니까요. 그리고……

무언가 말을 하려던 장예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겠지.’

장예는 오늘 아침에 보았던 이서준 의 친구 얼굴을 떠올렸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남자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김진우와 얼 굴이 상당히 닮아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김진우와 그 남자는 동일인물 이 아닐까. 라는 생각.

이내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는 걸 깨닫고 헛웃음을 흘렸다.

‘말도 안 되지.’

뉴스에서 보았던 김진우의 전투는 학생 수준이 절대 아니었다.

반대로 김진우가 마법사관학교에 잠입한 거라 해도 무슨 첩보 영화도 아니고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래, 우연일 거야.’

그녀는 그렇게 김선우에 대한 의심 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며칠 하지 못했던 훈련을 몰아서 하니 어느새 10시가 넘어 버렸다.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기 숙사에 돌아와 곧바로 샤워를 했다.

운동으로 땀에 젖은 몸을 찬물로 씻겨냈다. 그 후 샤워실에서 나와 냉장고 문을 열어 맥주캔을 꺼냈다.

치이익!

맥주캔 따는 시원한 소리.

나는 캔을 잡고 그대로 쭈욱 들이 켰다.

“크으!”

이 맛이지.

주말의 밤.

힘들게 훈련을 끝내고 마시는 시원 한 맥주.

일주일간 쌓인 피로가 한순간에 풀 리는 기분이다.

“이것 때문에 살지.”

나는 몸을 던지듯 소파에 늘어졌다.

그러다가 문득 오전의 체단실 일이

생각났다.

“ 장예......

원작의 흐름과 달라진 이 시점에서 그녀는 어떤 움직임을 취할까?

마인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감정이 있고 가족애 또한 있다.

단지 인간은 생존을 위해 생물이 아닌 것을 먹으며 살아갈 수 있지 만, 마인은 인간의 피가 있어야 생 존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과 마인은 척을 지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원작의 장예는 자신의 아버지, 장 한을 살해한 이서준을 증오했다. 그 래서 이서준에게 복수하기 위해 조 용히 사람들을 하나둘씩 홉수하며 힘을 키웠다.

하지만 내가 스토리에 개입하며 장 한을 죽인 범인이 나로 바뀌었다.

본래라면 이서준에게 가졌어야 할 중오의 감정이 ‘김진우’ 에게로 넘 어간 것이다.

“그런데 왜 이서준한테 접근한 거 지?”

이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순히 체단실에서 마주쳤다기엔

원작의 전개처럼 목적을 갖고 이서준에게 접근한 티가 났다.

그렇다는 건 그녀의 복수 대상엔 이서준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 다.

“흠……

아무래도 장예 때문에 뭔가 귀찮은 일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미리 장예를 처리하는 게 좋겠지.

‘문제는 그녀를 어떻게 처리하냐는 건데.’

다짜고짜 학교에서 그녀를 공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녀석이 폭주할 때를 기다 리자니 나비효과에 의한 변수가 걱 정된다.

결국, 그녀를 처치하기 위해선 그 녀와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할 텐데.

“아, 머리 아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잠시 생각을 접고 소파에 벌러덩 누웠다.

이제 슬슬 메인 스토리의 위기가 하나둘씩 시작되려 한다.

장예 말고도 학교엔 몇몇 빌런이 숨어있다. 하지만 내가 스토리에 개 입한 나비효과로 점점 예측하기 힘 들어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다다음주에도 큰 사건 이 하나 있었는데.

이건 원작의 흐름대로 진행되려나.

“ 에휴〜.”

모르겠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이미 바뀌어버린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려는 것도 미련한 짓이다.

됐고, 오늘 훈련 결과나 확인해 봐

야지.

[고유 특성, ‘외부자의 혜택’을 발 동합니다.]

[능력창을 확인합니다.]

[능력치]

체력 : 46.04

근력 : 35.05

마력 : 30.2

속도 : 31.04

순발력 : 32.1

손재주 : 28

마력이 드디어 30을을 넘어섰다.

체력과 근력도 꽤 성장했고 유의미 한 변화였다.

그래도 아직 남들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했다. 특히 마력 같은 경우는 학생들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아마 학생들의 마력 평균치가 대략 50 정도는 될 텐데. 나는 이제 겨우

절반을 넘어섰다.

“훈련 더 열심히 해야겠네.”

그래도 성장 속도는 빠른 편이니 까. 아마 1년 내로 따라잡을 수 있 겠지.

부우웅.

그때 책상 위에 올려놨던 스마트폰 의 진동이 울렸다.

이 스마트폰이 울릴 일은 한세연의 연락밖에 없다. 곧바로 확인하자 내 예상대로 한세연에게 문자 메시지가

도착해있었다.

[아마 내일모레 중으로 신성초 상 용화에 관한 기사 터질 거예요.]

“ 오.”

내일모레인가.

아마 신성초가 상용화되면 한성제 약의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다. 그 리고 이 모든 일의 책임자가 한세연 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한성그룹에서 차지하는 한세연의 입지 역시 커 질 것이다.

물론 그녀의 오빠인 한세진의 입지 에 비하면 사] 발의 피지만 한 걸음 씩 한세진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점 이 중요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번에 말씀하진 지하 경 매권은 언제 사용하실 생각이세요? 제가 요즘 사업 준비로 바빠서 시간 을 많이 못 내드리는데.]

지하 경매권. 아직 때는 아니다. 내가 원하는 물건이 올라오는 건 다 섯 달 뒤에 있을 지하 경매다. 그리

고 그것을 사기 위해선 돈을 더 모 아야 한다.

[다섯 달 뒤에 열리는 지하 경매에 참여할 생각입니다.]

[다섯 달 뒤요? 다섯 달 뒤면 우리 계약 기간 끝난 지 한참 뒤인데요?]

[그거랑 다르죠. 애초에 거래 조건 에 지하 경매는 한번 참여하는 거로 했잖습니까.]

[농담이에요. 그런데 왜 다섯 달 뒤에요? 이유가 궁금한데 안 알려 주실 거죠?]

[네.]

[쳇. 어떻게 한성가의 사람보다 비 밀이 많아요?]

그녀의 메시지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한 것이 생 겼다.

[그런데 무슨 사업을 하고 있습니 까?]

[그쪽은 알려주는 게 하나도 없으 면서 무슨 염치로 물어봐요? 저도 비밀이요.]

9f

=

한세연답지 않은 귀여운 답장이다.

그렇게 메시지를 보고 있는데 얼마

안 가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농담이고 가업 비밀이라 알려줄 수 없어요. 죄송해요.]

죄송할 것까지는 없는데.

“다음 주부터 중간시험 기간이다.”

“아……

오전의 아침조회 시간.

장안철의 말에 학생들 사이에서 탄 식이 터져 나왔다.

“첫 시험인 만큼 다들 잘 준비하길 바란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시험 기간엔 길드나 다른 마법 단체에서 참관한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다 들 알 것이라 믿는다.”

마법사관학교의 시험은 마법사 길 드나 다른 마법사 단체에서 참관을 한다.

원작에 따르면 이번 중간시험은 엄 청나게 많은 길드가 참관하게 될 예 정이다. 거기다 길드의 스카우터가 아닌 길드의 간부들이 직접 참여할 것이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이다.

역대급 천재라 불리는 이서준과 유 아라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 해서.

“후.”

시험이라고 하니 나도 긴장된다.

이번 시험에서 못해도 등수를 100 위 정도로는 올려야 한다.

내가 전교 꼴찌인 이상 그 정도의 등수만 올려도 꽤 짭짤한 포인트가 벌릴 테니까.

거기다 스카우터들의 눈에 띄면 포 인트를 대량 획득할 수 있으니 일거 양득이기도 하고.

그때 장안철이 조금 진지해진 목소 리로 말했다.

“그리고 다들 소식 들었겠지? 최근 들려오는 흉흉한 소문 말이다.”

장안철의 말에 학생들 사이에서 긴 장감이 돌았다.

나 역시 장안철이 무엇을 말하려는 지 알 것 같았다. 최근 주변 도시에

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피해자들은 전 부 피가 사라져 미라처럼 말라 있었 다고 한다.

전형적인 마인 사건 피해자의 모습 이었다.

아마 범인은 3학년 4위인 장예.

하지만 학교에서는 마법 학교 학생 중 마인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 거다.

“협회의 발표에 의하면 마인이 이 주변에서 집중적으로 활동하는 것 같더구나. 일주일 사이 벌써 4명의

사람이 당한 건 다들 알고 있겠지? 협회에서 순찰을 강화했다고는 하지 만, 혹시 모르니 다들 늦은 밤 교외 외출은 자제하길 바란다.”

학생들이 동시에 네- 하며 대답했다.

그렇게 아침 조회 시간이 끝났다.

지루했던 오전 이론 수업이 끝났 다.

학생들은 각자 자리에서 일어나 수

다를 떨거나 공부를 하고 있다.

나는 의자에 앉아 멍하니 창밖의 운동장을 바라봤다.

강화계 수업을 하는 3학년들의 모 습이 보였다.

그중에 특히 눈에 띄는 학생이 보 였다.

바로 장예다.

그녀는 학생들 사이에서 가식적인 웃음을 보이며 착한 모범생을 연기 하고 있었다. 이번 주에만 4명의 사 람을 죽였으면서 참으로 뻔뻰한 모 습이다.

그렇게 그녀를 빤히 바라보는데 뒤

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김 선우.”

고개를 돌려보니 의외의 인물이 나 를 내려보고 있었다.

유아라였다. 그나저나 얘가 나한테 말 거는 거 되게 오랜만인 거 같은 데.

“무슨 일이야?”

“이희영 선생님께서 불러.”

이희영이?

갑자기 나를 왜 부르는 걸까. 의아 해서 고개를 갸웃했다.

“나야 모르지.”

“……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 어났다. 교사가 학생을 부른다는데 당장 달려가야지.

“어디 계신 데?”

“교무실에 계시겠지.”

“뭐야 방금 선생님께 만나서 들은 거 아니야?”

“나도 메시지로 연락받고 말하는 거야.”

“ 아.”

슬쩍 스마트 학생 수첩을 보니 나

에게도 메시지가 도착해있었다.

[선우 학생, 수업 끝나면 교무실로 와 주세요.]

“알림 꺼놔서 메시지 온 줄도 몰랐 네.”

나는 유아라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교실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옆을 보니 유아라가 따라왔다.

“……마중 나올 필요는 없는데.”

“뭐래. 이희영 선생님이 나도 부르

셨거든?”

아, 그러냐.

하긴. 나를 부르는 심부름을 유아 라에게 시킬 이유는 없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교무실 방향 으로 걸어갔다.

“근데 왜 나랑 너를 같이 부르는 지‘?”

“발현계 수업 관련으로 뭔가 할 말 이 있으신가 보지.”

발현계 수업?

으음. 대체 뭘까.

짐작되는 게 없는데.

교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저 멀리서 이희영이 손을 들며 우리 를 반겼다.

“여기로 오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나와 유아라가 꾸벅 인사를 하며 이희영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익숙 한 얼굴의 남학생이 의자에 앉아있 는 게 보였다.

박인환이 었다.

이희영은 밝게 웃으며 나와 유아라 에게 의자를 내밀었다.

나와 유아라는 의자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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