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화 (29/535)

보다 못한 김덕현이 나섰다.

“아, 죄송합니다. 저번 한강 마인 토벌했던 김진우 마법사 아시죠? 그 사람이랑 똑같이 생겨서요.”

“김진우?”

김덕현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흔하게 생겼네. 그래서 그래.”

“……네, 그런 말 많이 듣습니다.”

묘하게 데자뷰가 강하게 느껴지지 만 일단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때 김덕현은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서준에게 말했다.

“아무튼, 만나서 반가웠다. 난 다음 일정이 있어서 이만 가보마.”

“네, 들어가세요.”

이서준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김덕현과 정현수의 다음 일정은 특 무팀 회의였다.

최근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마법 테러 활동에 대한 대책 회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일각에서는 13년 전 해체된 유명 테러단체가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게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분위 기는 아주 심각했다.

그렇게 복도를 걷던 김덕현이 갑자 기 뭔가 떠올랐다는 듯 한마디 했다.

“아참, 그 아까 김진우 마법사랑 닮았다는 그 학생.”

“아, 네.”

“생각해보니 그 학생 얼굴 나도 어 디서 얼굴을 본 거 같더라고.”

“어? 정말요? 어디서요?”

“미튜브에서.”

예상치 못한 김덕현의 말에 정현수 가 이해가 안 된다는 둣 눈올 깜빡 였다.

“미튜브요?”

“그, 저번에 너희가 보던 영상 있 잖냐. 마법사관학교 공개 테스트 영 상.”

“아, 네. 저번 주에 본 영상 말씀 하시는 거죠?”

“그래, 압축 구현하다가 마력 방전 났던 애. 지금 생각해보니 그 애더 라고.”

“어…… 어어? 그래요?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넌 나이도 젊은 게 어떻게 나보다 기억력이 안 좋냐?”

“……아씨. 왜 또 갈궈요.”

정현수가 짜증을 내자 김덕현은 무 시하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특이하네.”

“뭐가 특이해요?”

“그때 그 학생 영상을 보면 무속성 구체를 구현했었잖냐.”

“네, 그렇죠.”

“생각해보면 무속성 구체를 다루는

사람은 별로 없어. 물론 상상력이 좋은 놈들은 그냥 대충 무속성 구체 를 구현하긴 하지만. 대다수는 속성 과 형태가 있는 쪽으로 구현하는 게 일반적이잖냐?”

“네, 근데 그게 왜요?”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사 족이 긴 걸까.

“한강 마인 토벌한 김진우, 그 사 람도 무속성 구체를 다뤘어.”

“어? 맞아. 맞아요!”

정현수가 깜짝 놀라서 대답했다.

“와! 이거 신기하네. 무슨 이런 우 연이 다 있지? 둘이 진짜 뭐 있나?

혹시 어릴 때 잃어버린 형제 뭐 이 런 걸까요? 보통 가족은 다루는 마 법이 비슷하잖아요.”

“그건 나야 모르지. 혹시 나중에 그 학생 가족 기록 조사해봤다가 기 록 없으면 가족이나 찾아줘라.”

특별 선택 활동 수업이 끝난 오후 6시.

김진우로 변장(?)한 채 서울의 지 하철역 앞 벤치에 앉아 누군가를 기 다리고 있었다. 그때 한 남성이 내 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김진우 씨‘?”

“아, 예.”

“안녕하십니까. 한세연 아가씨 밑 에서 일하고 있는 정찬욱이라고 합

니다. 아가씨는 오늘 일이 바빠서 제가 대신 나왔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내가 꾸벅 고개를 숙이자 남자가 품 안에서 포장된 작은 상자를 내밀 었다.

“여기 부탁하신 물건입니다.”

오후 7시.

오늘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기숙사

로 돌아왔다.

5일 사이에 피로가 엄청나게 쌓인 기분이다.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좀비처럼 소파로 걸어가 몸을 던졌다.

“아으, 좋다.”

이번 주 학교 수업은 이걸로 끝이 다.

내일부터는 토요일. 이틀간 휴일이 다.

내일은 뭘 해야 할까.

뭔가 몸 쓰기는 싫은데.

최근 바쁘게 움직였으니 이번 주는 그냥 편히 쉬고 싶네.

“훈련이나 할까.”

생각해보니 요즘 워낙 싸돌아다녀 서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렇게 된 거 주말을 이용해 이전에 하지 못한 마나 연공이나 몰아서 하 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그때 스마트 학생 수첩이 알람을 울렸다.

[선우야, 나 내일 훈련 좀 봐줄 수 있어?]

윤하영의 메시지.

훈련이라. 내일은 시간이 많으니 언제든 봐줄 수 있다.

애초에 스파링 파트너가 된 이상 대련 수업이 아니더라도 주에 한두 번씩은 따로 만나 연습을 하는 게 이 학교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니까.

[알았어. 그럼 내일 2시 훈련장에서 보자]

[오! 고마어!!! 그럼 낼 보장!]

메시지에서 그녀 특유의 밝은 말투 가 귀에 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괜

히 웃겨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 맞다. 물건 확인해 봐야지.”

나는 아까 전 커피숍에서 받은 작 은 상자를 꺼냈다.

포장을 뜯자 그 안에서 고급진 작 은 네모 상자가 나왔다.

그 옆에는 편지 하나가 있었다.

[부탁하신 물건이에요. 직접 드리 고 싶지만 제가 요즘 새로운 사업 준비로 바빠서 그러진 못 했네요. 디자인은 제가 마음대로 골랐는데 상관없죠? -한세연]

또박또박 쓴 이쁜 글씨체를 보자 웃음이 나왔다.

그럼 어디 대기업 회장 딸의 씀씀 이를 한번 봐볼까.

나는 편지를 접고 상자를 열었다.

상자 속에는 환한 빛을 내뿜는 은 빛 팔찌가 하나 있었다.

마나 합금 팔찌 (B)

분류 : 팔찌

설명 : 마나를 머금은 아주 단단한 팔찌다.

[지속 효과]

►맞춤형

사용자의 손목에 맞게 변화합니다.

내구도 : SS

“오, 맞춤형 마법까지 걸려 있네.” 이건 어젯밤 한세연이 필요한 게

없냐고 물었을 때 내가 부탁한 물건 이었다.

마나 합금 팔찌.

내가 이 팔찌를 원하는 건 단 하 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특수한 성질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이 팔찌는 아무리 강한 공격을 받는 다고 해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단단 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저번 중명의 탑의 보 상으로 얻은 마법 부여서를 이 팔찌 에 부여하기로 했다.

내구가 높으면 일단 부여된 마법을 허무하게 날려버릴 일은 없으니까.

나는 가방에서 고이 모셔두었던 마 법 부여서를 꺼냈다.

[마법 부여서 : 주문 방어막(B)]

분류 : 마법 부여

설명 : 도구를 지정해 마법을 부여 한다.

[사용 효과]

►주문 방어막

마법을 1회 막는 보호막을 펼칩니

다.

*재사용 대기 시간 : 12시간

“그럼 바로 해볼까.”

나는 마법 부여서를 쥐고 마나를 주입했다.

동시에 마법 부여서의 종이가 환한 빛을 내뿜으며 종이에 새겨져 있던 특수한 문자들이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마나를 이용해 그 특수한 문 자들을 팔찌에 하나씩 주입했다.

마나 합금으로 만들어진 팔찌답게 마법 효과가 담긴 문자들은 별 반발 력 없이 아주 깔끔하게 주입되었다.

그렇게 1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까.

마법 부여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후우.”

나는 다시 팔찌의 효과를 확인했다.

마나 합금 팔찌 (B)

분류 : 팔찌

설명 : 마나를 머금은 아주 단단한 팔찌다.

[지속 효과]

►맞춤형

사용자의 손목에 맞게 변화합니다.

[사용 효과]

►주문 방어막

마법을 1회 막는 보호막을 펼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12시간

내구도 : SS

“잘됐네.”

팔찌에 주문 방어막이라는 새로운 사용 효과가 생겨났다.

이것으로 팔찌를 이용해 사용 효과 인 주문 방어막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나저나 사용 효과를 시험해보고 싶은데.

어차피 내일 교외로 나갈 것도 아

니고 재사용 대기 시간도 12시간이 니 지금 시험해보는 것도 괜찮겠지.

“그래, 12시간 내로 쓰게 될 일이 오겠어?”

나는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손에 마나를 끌어 올려 팔찌에 마 나를 주입했다. 팔찌가 마나를 집어 삼키자 내 손바닥 위로 푸른빛의 반 투명한 막이 생성됐다.

크기는 내 전신의 절반쯤 되었다. 이 정도 크기라면 웬만한 마법은 전 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5초쯤 지났을까 반투명한 막이 다시 사라졌다.

“지속시간은 5초인가.”

뭐, 5초면 마법 1회를 막는 덴 충 분하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 맞다.”

한세연한테 감사 메시지 보내는 걸 깜빡했네.

나는 스마트폰을 쥐어 바로 메시지 를 작성했다.

[팔찌 잘 받았습니다. 아주 상등품

이네요. 유용하게 쓰겠습니다.]

전송.

그렇게 10초쯤 지났을까 평소와 같은 칼답장이 왔다.

[네, 잘 쓰세요—]

토요일 오후 2시.

나는 윤하영과의 약속 장소인 마법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수업이 없는 휴일이지만 마법 훈련 을 위해 모인 학생들이 제법 보였다. 그중 절반이 두 명이서 짝을 지 어 훈련하고 있다. 아마 저들도 스 파링 파트너와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거겠지.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 마법 훈련장 안의 개인실로 입장했다.

기숙사에서 나오기 전, 윤하영에게 미리 언질 받은 개인실의 위치였다.

문을 열고 들어오니 마법을 구현하 는 윤하영의 모습이 보였다.

“어? 김선우!”

내가 들어서자 윤하영이 웃으며 반

갑게 나를 맞이했다.

“안녕.”

“응, 안녕.”

서로 인사를 마치고 곧바로 나는 훈련에 돌입했다.

나는 강화계 훈련장에서 빌려온 무 기들을 바닥에 깔았다.

검, 창, 화살…… 등등. 나는 그것 을 가리키며 그녀에게 말했다.

“자, 여기서 골라.”

내 말에 윤하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왜?”

“저번에 속성 훈련했으니 이번엔 형태 훈련해야지. 언제까지 이상한 얼음 덩어리를 구현할 순 없잖아.”

“아, 웅. 형태 훈련해야지.”

윤하영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 덕였다.

형태 훈련.

속성 훈련과 같이 자신이 구현하려 는 형태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말했다.

“음, 뭐로 하지.”

“아무거나 골라. 너한테 최대한 익 숙한 형태로.”

내 말에 윤하영이 턱에 손을 얹으 며 무기들을 찬찬히 살펴봤다.

이러고 있으니, 돌잔치에서 돌잡이 를 하는 아기를 보는 것 같네.

그때 윤하영이 고민이 끝났는지 손 을 뻗으며 무기를 하나 쥐었다.

“난 이거.”

윤하영의 손에는 화살이 쥐어져 있었다.

“잘 선택해. 화살은 부피가 작아서 구현 자체는 쉽지만 그만큼 파괴력 이 약해.”

“웅, 이거로 할래. 이게 좋아.”

“그래, 그럼 그걸로 하자.”

원작에서도 윤하영은 하늘을 뒤엎 는 수백 개의 얼음 화살을 쏘아내는 게 특기였다. 화살을 쥐었다는 건, 지금의 흐름이 원작과 크게 달라지 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좋다.

“그래, 앞으로 구현을 할 때 화살 을 생각해. 그럼 화살의 형태를 외 워야겠지?”

“웅. 속성 훈련처럼 그냥 만지면 되나?”

“아니지. 화살의 구조부터 확실히 외워야지.”

“화살의 구조?”

예상했던 대답과 달랐는지 윤하영 이 는을 깜빽였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는 피식 웃 고 스마트 학생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무언가를 검색해 그녀에게 보여 줬다.

“자, 여기 화살이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전부 나와 있지?”

« o ”

흐 .

“이거 다 받아쓰면서 외워.”

형태 훈련은 자신이 만들려는 형태 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중요하다.

당연히 구현에 필요한 상상력을 키 우기 위해선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이, 이걸 다 외우라고?”

“어, 그리고 그림으로도 똑같이 그 릴 수 있게 해. 또 화살은 어떤 원 리로 날아가는지 그런 것도 다 공부 하고.”

“O O ”

내 말에 윤하영이 울상을 지었다.

나는 그런 윤하영을 보며 피식 웃 었다.

“그건 기숙사에 돌아가서 하고 지 금은 원래 하던 속성 구현 훈련부터

하자. 자, 구현해봐.”

최서윤은 마법 훈련장에서 특이한 장면을 보고 있었다.

2학년 전교 꼴찌로 알려진 김선우 가 한 여학생에게 마법 기초 훈련을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여학생은 아마 2학년 전교 80 위쯤 하는 윤하영이라는 선배였다.

같은 빙 속성 마법을 다루는 사람 은 모조리 얼굴을 외웠기에 기억하

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별생각 없이 아는 얼 굴이 보여서 몰래 지켜봤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최서윤은 그 들의 모습에 빠져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마법을 가르치는 김선우의 솜씨가 생각보다 깔끔하고 좋았기 때문이 다.

마치 교과서적으로 기초가 훌륭하 다고 해야 하나.

최서윤은 고개를 갸웃했다.

‘김선우, 저 선배님 전교 꼴찌 아 니었나?’

무슨 꼴찌가 저렇게 마법 이해도가 높은 거지?

저 정도 마법 이해도면 못 해도 중위권은 갈 텐데.

뭔가 이상했다.

아니, 애초에 김선우 저 선배님은 몇 달 전만 해도 강화계가 아니었던 가? 발현계를 본격적으로 익힌 지는 얼마 되지도 않았을 텐데.

그렇게 한참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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