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같은 조 할래? 자리 비는데.”
같은 조?
……아, 맞다. 그러고 보니 특별 선택 활동은 조별로 움직였었지.
이서준과 같은 조라.
나는 환영이다. 주요 등장인물들과 가까이 지내면 나쁠 게 전혀 없었으 니까.
거기다 이서준 주변엔 항상 핵심 인물들이 모이기도 하고.
“좋아.”
내가 수락하자 이서준이 미소를 지 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앞에서
정진태의 비명이 귀에 꽂혔다.
“아악! 따가!”
순간 모두가 정진태를 바라봤다.
정진태의 얼굴이 뜨거운 것에 데인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얼마 나 아팠는지 그의 눈에는 눈물이 글 썽이고 있었다.
“아씨! 얘들아 앞에 결계 있으니까 조심해.”
“결계?”
정진태의 말대로 앞에는 희미하게 일렁이는 결계가 보였다.
그리고 이내 모두가 무언가를 기대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던전 탐험 수업이 모두 끝났다.
시간은 벌써 7시가 지나 있었다. 오늘 순위도 2위로 마무리.
1주 차 때와 변화 없는 순위였지 만 몇 가지 소득은 있었다.
우선 우리 팀의 공략 시간과 3등 인 신영준 팀의 공략 시간과 차이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1등인 유아라 팀과의 공략 시간 격차도 약
간이지만 좁혀졌다.
이건 몬스터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윤하영의 활약이 더 두드러진 결과 였다. 그리고 결계 해제에서도 내가 남들보다 빠르게 풀기도 했고.
워낙 1주 차 때 실망을 많이 해서 그런가 이번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먼 훗날 유아라 팀을 꺾고 1등도 노려볼 가능성이 생겼다.
“후.”
그렇게 기숙사 침대에 누워 생각하 고 있는데 스마트폰에서 메시지 알
람이 울렸다.
[저번 마인 미행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알 았어요.]
한세연의 메시지였다.
아무래도 어젯밤의 일을 이야기하 려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충격적인 사실이라니.
뭘 이야기하려는 걸까.
[그게 뭐죠?]
[마인의 이름은 백강이라는 자더군 요.]
오호. 이름까지 알아낸 건가? 역시 한성가. 정보력만큼은 세계 제일이 라고 불릴 만하다.
그렇게 감탄하고 있을 때 다시 문 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뭔가 이상해서 계속 조사해보니 우리 오빠와 거래를 하던 기록을 찾 았어요.]
“......웅?”
이건 또 무슨 소리래?
거래라니?
[거래요?]
[네, 꽤 오래전부터 꾸준히 뭔가 거래를 했더군요. 덕분에 오빠가 제 게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는 걸 알았 어요.]
“......뭐여?”
황당한 눈으로 스마트폰을 바라봤 다.
얘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고마워요. 그쪽 덕이에요. 당신에 게 빚을 졌네요. 보답하고 싶은데 뭐 필요한 건 없으세요?]
그때 였다.
띠링!
[등장인물 ‘한세연’이 당신을 다시 신뢰합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특별 선택 활동이 있는 금요일 오 전.
집합 장소로 이동하기에 앞서 나는 기숙사에서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8시 59분
주식 시장이 열리는 9시까지 단 1 분이 남았다.
증권 계좌는 어제 개설했으니 시장 이 열리는 즉시 한성제약의 주식을 쓸어 담는 일만 남았다.
그나저나 하루 사이 주가가 꽤 많 이 올랐다.
아직 신성초에 관한 기사도 퍼지지 않았는데 아마 회사 내부에서 소문 이 퍼진 걸지도 모르겠다.
아마 다음 주 내로 기사가 터진다 고 하니 하루라도 딸리 주식을 끌어 모으는 게 좋겠지.
그렇게 시간이 홀러 9시
나는 증권 시장이 열리자마자 시장 에 나온 한성제약의 주식을 쓸어 담
았다.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4,360주 매수]
“됐다.”
무려 20억을 투자했지만, 우량주기 때문에 4천 주가 한계였다.
뭐, 신성초가 상용화되는 순간 안 그래도 거의 독점 중인 한성제약이 제약계를 완전히 독점하게 될 테니 나는 무조건 이득이다.
아마 기사가 뜨고 몇 주가 지나면
적어도 두 배 이상은 오르겠지.
남은 돈으로 미래에 크게 성장할 다른 주식에 투자하고 싶지만 아쉽 게도 특별 선택 활동 집합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건 나중에 하는 거로 하고.”
그럼, 슬슬 나가볼까.
나는 공지에 따라 집합 장소인 학 교 앞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학생들이 모
여 약속 시각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별 선택 활동은 1, 2, 3학년이 모두 함께 진행한다.
덕분에 지금 이곳에만 150명에 가 까운 학생이 모여있었다.
“김 선우!”
그때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서 이서준이 반갑게 다가오고 있었다.
“안녕.”
“어, 안녕.”
슬쩍 이서준의 뒤를 보니 그 뒤로
아는 얼굴이 몇몇 보였다.
신영준, 이현주, 최서윤, 송승아.
“우리 조 맴버야. 얼굴은 다 알지? 아, 여기 송승아는 모르려나?”
“알아. 저번에 한 번 인사했어.”
원작에서 비중이 거의 없는 최서윤 의 절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학교 첫날 버스에서 나를 깨워줬기 때문에 얼 굴은 확실히 외웠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또 뵙네요.”
송승아가 싱긋 웃으며 나에게 인사 했다.
“응. 안녕.”
슬쩍 송승아의 옆을 보니 최서윤이 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래.”
평소와 같으면 밝게 웃으며 내게 인사했을 텐데 저번에 메시지를 읽 씹해서 그런지 뭔가 삐져있는 느낌 이 들었다.
또 최근 맥주 관련 문제가 있기도 했었고.
……뭐, 내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니
지만.
“6인 1조니까 이렇게 6명이 한 조 야. 얼굴 잘 기억해놔.”
내 기억에 의하면 조를 나누는 건 한 명씩 학생들이 엇나가는 것을 방 지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여기서 한 명이라도 사라진다면 그 조 전체에 게 경고가 주어지니 조원이 어디론 가 세어나가지 않게 잘 감시해야 한다.
맴버를 보아하니 다들 성실한 녀석 들이라 돌발 행동을 할 것 같진 않 다.
그렇게 집합 시간이 끝나자 멀리서
한 교사가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마인 안전 교육의 인 솔을 맡게 된 교사 김윤진입니다. 아마 다들 공지 보고 아시겠지만, 약 5분 뒤 모든 학생분은 버스를 타고 ‘대마인 테러 센터’로 이동할 겁니다. 그곳에 도착하면 마법사 협 회의 특무팀에 근무하시는 강사님의 강의를 듣습니다.”
저번에 나에게 보조계 마법을 권유 하던 교사, 김윤진이 학생들에게 설 명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 며 대화에 집중했다.
“조원은 최소 4명에서 최대 7명까 지입니다. 아직 조를 짜지 못하신 분들은 따로 남아 조를 짜시면 됩니다.”
김윤진이 설명을 하는 사이 8대의 버스가 학교에 도착했다.
“자, 그럼 각 조장은 조원 표를 제 출해 주시고 제출 완료된 순서대로 버스에 오르시면 됩니다.”
진행은 빠르게 되었다. 모든 학생
이 조를 짜고 버스에 오르며 출발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울 중심지에 위치 한 ‘대마인 테러 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센터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150명의 가까운 학생이 강 의실에 빼곡히 앉았다.
“와. 엄청 멋지네.”
신영준이 강의실의 단상 위를 바라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단상 위에는 마법사 협회 특무팀을 상징하는 날개를 활짝 펼친 독수리 모형이 있었다.
대마인 테러 센터는 대테러 특무팀
의 산하 기관이다.
마인의 폭주를 감시하고 그들의 테 러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오늘 강사님이 현역 특무팀 소속 마법사라던데.”
“와. 그럼 최소 A등급 이상 아니 야? 대박이다.”
“특무팀 사람들 해외 파견 전투 영 상 보니까 진짜 멋지긴 하더라.”
특무팀은 이 세계관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세계에 숨어있는 강력한 빌런을 상대로 맞설 수 있는 강한 선역들 대다수가 이 특무팀에 소속되어 있
기 때문이다.
거기다 주인공인 이서준 역시 먼 훗날 마법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대테 러 특무팀 소속으로 활동하기 때문 에 시간이 흐를수록 이 단체의 비중 은 더더욱 커진다.
그렇게 따분히 강의가 시작하기를 기다리는데 멀리 단상의 대기실 문 이 열리며 중년의 남자가 올라왔다.
남자가 올라오자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반갑습니다. 저는 마법사 협회의 대테러 특무팀 소속, 김덕현이라고 합니다.”
인사가 끝나자 학생들 사이에서 박 수가 터졌다.
“와아아!”
“와. 대박. 김덕현이다.”
“포스 장난 아니다. S등급 마법사 실물로 처음 봐.”
그렇게 강의가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났다.
처음의 열열한 반응은 어디 갔는지 강의를 듣던 대다수 학생은 깊은 수
면에 빠져 있었다.
김덕현은 이 상황이 개의치 않는지 평소와 같은 평온함으로 강의를 하 고 있었다.
“강의는 여기까지입니다. 다들 고 생하셨습니다. 지금까지 특무팀의 김덕현이었습니다.”
길고 길었던 강의가 그렇게 끝났 다.
강의가 끝났음에도 아까와 같은 열 렬한 박수는 터지지 않았다. 다들 깊은 수면에 빠져 강의가 끝났는지 도 모르고 있었다.
“흐아암.”
크게 하품하며 옆을 둘러보았다. 내 양옆에는 최서윤과 신영준이 이 미 세상 편하게 자고 있었다. 얘들 말고도 이서준을 제외하면 싹 다 전 멸이다.
무슨 마법 법학 수업 현장을 보는 기분이다. 아니, 생각해보면 마법 법 학 수업 때 신영준은 잠들지 않았는 데.
‘……나도 그냥 잠이나 잘 걸.’
그때 이서준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신영준 의 팔을 흔들며 깨웠다.
“야, 끝났어. 일어나.”
“어, 엉, 음. 응? 점심시간이야?”
신영준이 입가에 침을 닦으며 웅얼 거렸다.
……얘는 얼마나 푹 잤으면 저런 헛소리를 하냐.
“무슨 점심시간이야. 정신 차려. 강 의 끝났어.”
“……아, 맞다. 오늘 견학 수업이 지.”
“김선우. 네가 저기 서윤이도 깨워 줘.”
“어, 응.”
나는 고개를 돌려 최서윤에게 말했
다.
“최서윤, 일어나.”
대답이 없다. 어깨를 툭툭 건드리 는데도 잠에서 깰 기미가 안 보인 다.
완전 깊게 잠든 모양이다. 어젯밤 에 안 잤나?
나는 그녀의 귀 가까이에 대고 크 게 외쳤다.
“일어나!”
“악!”
요상한 소리와 함께 최서윤이 벌떡
잠에서 깼다.
괜히 나까지 놀라 몸을 크게 움찔 했다.
최서윤이 멍하니 나를 올려다봤다. 머리카락이 입에 들러붙어 그 모습 이 마치 귀신같다.
“어…… 선배님, 안녕하세요.”
꾸벅 뜬금없이 나에게 인사를 하는 최서윤.
나는 황당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 다.
“일어나. 강의 끝났어.”
“아, 네. ……맞다.”
최서윤이 민망한 듯 웃음을 홀리며 머리를 정리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애들이 전부 잠에서 깨자 이서준이 말했다.
“남은 시간은 어쩔래? 한 시간 자 유시간인데.”
“음, 다른 조들은 센터 구경하는 거 같은데 저희도 센터나 둘러보는 게 어때요?”
송승아의 주장에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들 상관없지?”
특별 선택 활동은 원작의 흐름과 같이 평온하게 홀러갔다.
위험한 일도 없었고 학생들끼리 친 목을 다지며 즐겁게 센터 안을 견학 했다.
별거 없는 일상에 가까운 에피소드 였지만 이번 에피소드의 주제가 아 예 없는 건 또 아니었다.
“이서준.”
“아, 안녕하세요.”
이번 에피소드의 주제가 바로 학교
졸업 후에 같이 활동하게 될 몇몇 등장인물의 소개다.
그리고 원작의 흐름대로 가장 먼저 우리들의 앞에 두 남자가 다가왔다.
아까 단상 위에서 마인 안전 강의 를 했던 특무팀, 김덕현과 저번 장 한 토벌 때 마주쳤던 정현수였다.
김덕현은 이서준을 보더니 친근한 말투로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이왕 온 김에 회장 님 얼굴 한 번 보고 가지 그러냐?”
“아뇨. 시간이 없어서 다음에 뵈려 고요.”
“음,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그
렇게 해라.”
나는 이서준과 대화를 하는 김덕현 의 얼굴올 바라봤다.
그를 보고 있으니 회귀하기 직전에 보았던 이서준의 죽음에 관한 뉴스 가 떠올랐다.
이서준의 추모 현장에서 씁쓸한 얼 굴로 인터뷰를 하던 그의 모습.
그만큼 김덕현은 먼 미래 이서준과 돈독한 사이가 되는 인물이었다.
그는 원작 중반부부터 이서준의 또 다른 스숭이자 정신적 지주가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 둘의 관계가
그 정도로 가깝진 않지만, 졸업 이 후 이서준이 특무팀에 소속하게 되 면서 이 둘의 관계는 크게 발전하게 된다.
“어? 어어? 잠깐.”
그때 김덕현 옆에 있던 정현수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정현수가 턱에 손을 얹으며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 말에 이현주와 신영준이 풋. 하 고 웃었다.
“그때 우리랑 반응이 같네.”
“뭐지? 어디서 봤지?”
“한강 마인 사건 해결한 김진우 마법사 말하는 거죠? 저 봐. 우리 반 웅이 당연하다니까?”
신영준의 말에 정현수가 생각났다 는 듯 손뼉을 치며 반응했다.
“어? 어어. 맞다! 맞아! 그 사람이 랑 똑같이 생겼네!”
정현수가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마 냥 호들갑을 떨었다.
김진우로 활동할 때마다 수염과 안 경, 헤어스타일까지 바꿔가며 얼굴 을 감춰왔는데도 어째 다들 나를 쉽 게 알아보는 기분이다.
이거 스타일에 좀 더 신경 써야 하나.
“이 학생 얼굴 보니까 너희 반응도 이해가 되네. 저기 학생, 혹시 형 없어요?”
“……네, 없습니다.”
“배다른 형은?”
“ 없어요.”
“김진우라는 사람 알아요?’
“모릅니다.”
지난주에 이것과 똑같은 대화를 했 던 것 같은데.
“그래요? 이야, 신기하네. 닮긴 했
다.”
“정현수, 너 지금 뭐 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