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7/535)

그렇다는 건, 이 살의는 나를 노리 고 있다는 건데.

하지만 대체 누가 나를 노린단 말 인가?

아니, 생각해보니 있긴 하다.

나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인물.

심지어 원작에서도 나왔던 내용이 니까.

장한의 친우.

마인, 백강의 습격.

“표정이 왜 그래요?”

갑작스럽게 굳은 내 얼굴을 보고는 한세연이 말했다.

“일단 출발해요. 그리고 자연스럽 게 행동해요. 아무래도 우리에게 미 행이 붙은 것 같아요.”

“미행이요?”

한세연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네, 그리고 그쪽이 부를 수 있는 가장 강한 사람을 불러요.”

백강이라면 무려 B와 A를 오가는 높은 마력을 지닌 마인이었다.

나 혼자서 상대하기에는 아직 벅찼 다.

“……알았어요.”

상황의 심각함을 느낀 듯, 한세연 은 내 말을 곧바로 믿었다.

그러더니 자동차의 엑셀을 밟으며 통화를 시작했다.

이내 통화를 마친 한세연이 내게 말했다.

“지금 바로 출발한대요. 아마 이 차의 GPS를 추적해서 바로 올 거예 요.”

“얼마나 걸린다고 하죠?”

“20분 정도요.”

20분이라.

이동시간을 포함해 녀석에게 습격 을 당한 내가 견딜 수 있는 최대한 의 시간이었다.

“대체 누굴까요? 혹시 투기장에서 돈을 잃고 우리에게 원한이 생긴 사 람일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한성 그룹의 다른 경쟁 기업?”

한세연은 혼자서 심각한 얼굴로 중 얼거렸다.

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스마트 폰으로 좌표를 찍어 한세연에게 보 여줬다.

“이곳으로 가요.”

내가 찍은 좌표는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인적없는 평야였다.

“여기를요? 차라리 사람 많은 도시 쪽으로 이동하는 게 안전하지 않아 요?”

“아뇨. 우리를 미행하는 녀석을 잡 아야죠.”

내 말에 한세연은 의문에 찬 표정 을 지었다.

“이런 평야라면 녀석도 숨지 못할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가방에서 마 나 엘릭서를 하나 꺼내 품 안에 넣 었다.

새로운 빌런의 등장.

하지만 생존을 위해 도망칠 생각은 없다.

나는 오늘 한성가의 힘을 빌려 백

강을 처리할 것이다.

백강은 저 멀리서 차를 타고 이동 하는 김진우와 한세연을 미행하고 있었다.

그 둘은 10분가량을 이동하더니 인적없는 넓은 평야에서 멈췄다.

대체 왜 이런 곳에서 멈춘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오히려 괜찮은 상황이라고 백강은 생각했다.

이곳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눈에 띄

지 않고 누군가를 죽이기에 딱 좋았 으니까.

“제 발로 죽을 곳을 찾아왔구나. 흐흐.”

물론 숨을 곳이 없는 넓은 평야인 만큼 더 이상 미행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미행은 이제 의미 없다.

지금 이곳에서 녀석을 죽일 생각이 니까.

그때 김진우가 차에서 내렸다. 그 러더니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숨어있지 말고 나와라.”

김진우의 말에 순간 백강은 조금

놀랐다.

설마 미행했던 걸 알고 있던 건 가?

대체 언제부터?

기척은 분명 제대로 감췄을 텐데?

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백강은 더 이상 숨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 하고 김진우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 다.

가까이에서 본 김진우라는 인간은 겉보기에 대단해 보이진 않았다.

느껴지는 기운도 미약하고, 신체 역시 단련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아무리 장한이 심신미약의 상태였 다고 하나 저런 인간에게 죽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대단하군. 내가 미행했다는 걸 언 제부터 알았지?”

백강의 질문에 김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더니 품 안에서 푸른 빛의 물 병을 하나 꺼내 마셨다.

“으……뭐야. 왜 이리 맛없어.”

김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빈 병을 뒤로 던졌다.

그때였다. 김진우의 기운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한순간에 바 뀌었다.

“......뭐지?”

어떻게 사람의 기운이 저렇게 한순 간에 바뀔 수 있는 걸까.

저 물약에 어떤 특수한 힘이라도 있던 걸까.

……아니다. 자신이 알기로는 그런 효과를 가진 물약은 존재하지 않았 다.

‘역시 장한이 녀석에게 죽은 건 이 유가 있었군.’

하지만 아까보다 나아진 것이지 그 렇게 위협적인 기운은 아니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럼 장한의 복수를 해볼까.

백강은 마력을 끌어모았다.

동시에 뜨겁게 타오르는 화염의 창 3개가 허공에 떠올랐다.

“죽어라!”

백강의 외침과 함께 쇄도하는 화염 의 창.

콰아아앙!

하지만 화염의 창은 거대한 폭발음 과 함께 허공에서 소멸했다.

김진우가 쏘아낸 여러 개의 마법 구체에 막힌 것이었다.

백강은 그 정교한 마법 제어능력을 보며 조용히 감탄했다.

“……제법이군.”

백강과의 전투는 계속되었다.

확실히 녀석은 강했다.

장한보다 침착했고, 마법 역시 능 숙하게 다루며 공격해왔다.

다행히 마나 엘릭서의 효과로 마나 가 부족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지속 적으로 녀석을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버틸 뿐이었다.

마나 엘릭서의 지속 시간은 5분.

약 4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마나 엘릭서의 지속 시

간이 끝나 백강에게 패배할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승부를 봐야 할 때 다.

두근!

심장이 크게 뛰었다. 가슴 깊은 곳 에서 숨이 터지며 마나가 끓기 시작 했다.

대자연의 심장 효과가 발동된 것이다.

그리고 대자연의 심장과 마나 엘릭 서의 효과가 중첩되며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몸에 가득 차올랐다.

“이번엔 또 뭐지?”

백강은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 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예민한 마인의 감각이 내 변화를 감지한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신체를 강화 해 지면을 박차며 앞으로 내달렸다.

“읏?!”

갑작스러운 돌진을 예상 못 했는지 백강은 화염의 창올 계속 쏘아내며 내 접근을 막아냈다.

하지만 한층 강해진 내 육신은 녀 석의 마법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나를 지나 뒤에서 폭발하는 백강의 마법들.

“큭!”

백강은 내 빠른 접근에 당황한 모 즙을 보였다.

그리고 허둥지둥 화염의 창을 손으 로 쥐어 내게 휘둘렀다.

후우우웅-!

하지만 나는 고개를 숙이며 녀석의 공격을 피해냈다.

동시에 내 손 위로 대량의 마나가 응집됐다.

나는 그것을 녀석의 배에 가져다 대었다.

백강은 뒤늦게 위기를 감지하고 피 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그대로 응집된 마법을 방출했다.

콰아앙!

“끄 o}아아악!”

강한 폭발과 함께 내 마법이 녀석

의 둥을 뚫었다.

마인 특유의 검은 피가 내 팔을 적시며 기분 나쁜 따듯한 촉감을 안 겨주었다.

“크윽!”

4분 만에 첫 유효타. 하지만 폭발 의 여파로 내 손에도 강한 고통이 느껴졌다.

나는 이를 악물고 다음 마법을 구 현해 녀석의 몸 구석구석에 속사했다.

쾅! 쾅! 콰앙-!

“끄아악!”

백강의 비명이 터졌다.

나는 쉬지 않고 공격을 이어나갔 다.

백강은 내 공격을 열심히 막아내고 있었지만, 계속되는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가드가 풀어지기 시작 했다.

녀석의 가드가 풀어지는 지금.

지금이 기회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터트리기 위해 손 위로 마나를 끌어모아 압축했다.

우우우웅-!

휘몰아치는 마력의 소용돌이.

손을 뻗어 녀석의 머리를 조준했다.

그때 였다.

스으으

갑작스럽게 내 몸의 힘과 마력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r

당황한 나는 내 빈손을 내려다보았 다.

방금 구현했던 압축된 마법이 흔적 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마나 엘릭서와 대자연의 심장 지속 시간이 끝나며 마력 탈진 현상에 빠 진 것이었다.

“……쳇.”

나는 입술을 깨물곤 녀석에게 잠시 떨어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마나 엘릭서의 부작용인 마력 탈진

현상에 빠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하나.

“크윽! 네, 네 놈……

백강은 만신창이가 된 육신으로 나 를 노려보았다.

인간이었으면 진작 죽었을 몸 상 태.

하지만 마인 특유의 재생력이 녀석 의 몸을 재생시키며 목숨의 끈을 잡 아주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녀석은 몸을 금방 재생 시켜 나를 공격하려 하겠지.

그때 였다.

어디선가 믿기 힘들 정도의 거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섬광이 번쩍였다.

[B 급 빌런, ‘백강’이 사망했습니다.]

[스토리의 아주 미세한 변화가 감 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0.6 상승합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50대로 보이는 덥수룩한 수염의 남자가 2m가 넘는 장검을 든 채 서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한성가의 검.

S등급 마법사, 장수기.

“괜찮아요?!”

그때 멀리서 한세연이 내게 달려왔다.

“……네, 괜찮습니다.”

내 대답에 한세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딱 때를 맞춰 도착했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조금 위험할 뗀했으니까.

한세연은 내 몸을 살피더니 힐끔 마인의 시체에 시선을 돌렸다.

“저거 마인 맞죠?”

“네, 맞습니다.”

“왜 마인이 우리를…… 혹시 짐작 되는 게 있나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내 대답에 한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다친 곳은 없

어 보여서. 물론 그쪽이 압도하던 것 같긴 했지만요.”

그렇게 말하던 한세연은 장수기에 게 시선을 돌렸다.

“수기 아저씨. 늦은 시간에 와줘서 고마웠어요. 아, 그리고 오늘 일은 비밀로 해주셔야 하는 거 알죠?”

한세연의 말에 장수기가 웃었다.

“흐흐, 알겠습니다. 회장님껜 비밀 로 하겠습니다.”

“꼭이에요. 진짜 약속 안 지키시면 저 진짜 화낼 거에요.”

“예예. 알겠습니다.”

나는 멍한 눈으로 한세연을 바라보 았다.

S등급 마법사, 특히 검귀(劍鬼)라 불리는 잔인한 성격을 가진 장수기 를 상대로 저런 협박성 발언을 할 수 있다니.

새삼 그녀가 피도 눈물도 없는 한 성가의 막내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 다.

많은 일이 있었던 수요일이 지나고 목요일이 되었다.

어제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던 혈 투를 겪었지만 나는 평소처럼 학교 를 나왔다.

그래도 한세연이 준 특제약을 먹어 서 그런지 몸의 상태는 최고로 좋았 다.

그리고 오늘은 2회차 던전 탐험 수업이 있는 날.

나를 포함한 이서준, 신지혁, 윤하 영, 정진태는 던전의 몬스터를 쓰러 트리며 평소보다 빠르게 앞으로 나 아가고 있었다.

“오. 윤하영 며칠 사이에 실력이 엄청 늘었는데? 구현 디테일이 많이 좋아졌어.”

정진태가 윤하영의 마법을 보며 감 탄했다. 윤하영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치? 엄청 늘었지? 내가 지금까 지 마법의 기초를 너무 무시했더라 고.”

“뭐 했는데 그렇게 는 거야?”

“기초부터 열심히 했지. 선우가 도 와줬어.”

윤하영의 말에 이서준이 웃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네. 저번에

봤을 때 구현의 디테일이 살짝 부족 하더라고. 공개 테스트 때 보니까 김선우가 구현을 잘 다루는 거 보고 둘이 스파링 파트너 하면 도움 될 거라 생각했어.”

“웅. 서준이 말대로 선우랑 하니까 도움 많이 되더라.”

윤하영이 나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그때 정진태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물었다.

“김선우가 구현을 잘해? 쟤 전교 꼴찌잖아.”

“어허. 뭘 모르네. 선우 은근 실력

파야.”

“……실력파는 무슨. 저번 공개 테 스트 잊었어?”

“알지. 근데 막상 실전에서는 또 다르더라고.”

윤하영이 저번 나와의 대련을 떠올 리는 듯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그때 내 주제로 떠드는 게 불편했 는지 신지혁이 은근슬쩍 화제를 전 환했다.

“근데 2층부터는 확실히 몬스터가 좀 많아지긴 하네.”

“그러게. 덕분에 우리도 활약할 여 지가 생겼지. 서준이 혼자 다 해서

미안했었는데.”

“아! 맞다. 선우야. 내일 특별 선택 활동 뭐 했어?”

윤하영이 부쩍 친근해진 말투로 내 게 물었다.

“마인 안전 교육인가. 그거.”

“아, 아쉽네. 나는 연금술로 했거 드 ”

“어? 너 마인 안전 교육 선택했 어? 나돈데.”

나와 윤하영의 대화를 듣던 이서준 이 반응했다.

“아 참. 너도 마인 안전 교육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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