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화 (26/535)

“근데 뭘 알고 배팅한 거예요?”

“당연히 알고 배팅했죠.”

“아니, 배당률이 너무 높잖아요. 6 배면 이거 단순한 역 배팅 수준이 아닌데.”

“6배면 30억인데 오히려 좋죠. 량 량이 이길 겁니다.”

“이 사람 오늘이 데뷔 전이라는데, 심지어 상대는 3년째 무패 중인 챔 피언이고요.”

오늘이 량량의 첫 데뷔전인 건 나

도 예상 못 했다. 내가 아는 건, 이 지하 투기장에 량량이 데뷔 이후 2 년간 무패를 이어간다는 것뿐이었으 니까.

‘운이 좋았지. 량량의 데뷔가 조금 만 늦었더라면 배팅을 하지 못했을 테니.’

다시 생각해도 천만다행이었다.

“어떻게 되나 한번 지켜보세요.”

그때 경기장 안에 마이크 소리가 울렸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1 경기, 장혁원과 김태진의 경기가 시

작됩니다!]

사회자의 외침에 관중석에서 작은 환호가 터졌다. 다들 가면을 쓰고 있어 그 모습이 사뭇 공포스럽게 느 껴 졌다.

잠시 뒤, 경기장에서 두 사람이 모 습을 드러냈다.

그 둘의 손에는 각자 창과 검을 들고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전투.

두 사람은 마력으로 몸을 강화해 화끈한 근접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공식 스포츠 마법 대전과 달리 지 하 투기장은 그 어떤 생명 보호 시 스템도 존재하지 않았다.

덕분에 위험천만하면서 숨 막히는 혈전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끄아악!

결국, 한 남자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으며 바닥에 몸을 웅크렸다. 길게 그어진 그의 상처는 보는 이의 눈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눈 뜨고 보기 힘든 광경이지만 관 객들은 이 상황에 더욱 환호하고 즐 거워했다.

불법 투기장답게 이런 끔찍한 상황 이 연출되는데도 주최 측은 경기를 중단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 항복!

결국, 상처 입은 남자가 항복을 선 언했다. 경기의 숭패가 한순간에 정 해졌다.

돈을 번 사람들은 기뻐했지만, 돈 을 잃은 사람들은 분노하며 경기장 의 선수에게 외쳤다.

—에라이! 죽여!

— 뭐해! 죽여버려!

결투에 승리한 남자가 패배한 자를 내려다보았다. 관객들의 죽여달라는

요청에 잠시 고민하는 둣 보이지만 숭리한 남자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자! 1경기는 장혁원의 승리로 마 무리되었습니다! 2경기는 20분 뒤 진행됩니다!]

같은 시각.

마인, 백강은 자신의 아지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그의 부하가 들 어왔다.

“백강 님, 김진우가 한세연을 만나 지하 투기장 행사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김진우가 지하 투기장에?”

갑작스러운 부하의 보고에 백강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김진우.

자신의 친우인 장한올 죽인 인간.

이상할 정도로 알려진 정보가 없던 그는 어디서 사는지, 평소 어떤 활 동을 하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알고 있는 정보는 단 하나.

김진우가 한세연과 무언가 거래를 했다는 정보였다.

그래서 백강은 부하를 시켜 한세연 을 감시하라고 지시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김진우에 대한 유일한 정보는 그것뿐이었으니까.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김진우라는 인물이 한세연이라는 거물과 지속적인 거래를 할 만큼의 능력있는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3일이 지난 지금.

한세연을 계속 감시한 끝에 드디어 김진우를 행방을 찾아냈다고 한다.

“지하 투기장이라……

지하 투기장이라고 하면 S둥급의 마인, 하령이 주최하는 행사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령은 자신의 일을 방해하 거나 평판을 해치는 일을 용서하지 않는 자.

행사장에 난입해서 녀석을 죽인다 면 분명 자신이 하령에게 살해당할 것이 분명했다.

“지하 투기장 행사는 몇 시까지 진 행되지?”

“조사해본 결과 10시 30분까지 진 행합니다.”

“……시간은 충분하군.”

백강은 피가 끓어 올랐다.

무슨 이유로 김진우가 지하 투기장 을 찾은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 금이야말로 녀석을 찾아 죽일 기회 였다.

급할 필요는 없다.

행사 중에 녀석올 죽일 수 없다면, 행사가 끝나는 그때를 노리면 된다.

“당장 차 대기시켜.”

백강은 서둘러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2경기가 끝 나고 이제 내가 5억 3천을 배팅한 양홍주와 량량의 경기만 남았다.

멍하니 경기를 기다리는데 옆에서 떠드는 목소리가 들렸다.

“흐흐. 누가 양홍주 상대한테 5억 배팅했더라.”

“알아. 다들 그거 보고 양홍주에 배팅 엄청나게 했더라고.”

“나도 그거 보고 돈 걸었는데 돈 건 사람이 워낙 많아서 아마 이겨도 얼마 못 벌 거 같아.”

“뭐,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꽁돈이 어디냐?”

“그렇긴 하지. 그런데 설마 양홍주 가 지진 않겠지?”

“그럴 리가 있냐?”

나는 고개를 들어 전광판의 배팅 금액을 확인했다.

양홍주에게 무려 28억이 걸려있다. 그리고 량량에게는 고작 5억 3천이 걸려있었고.

사람들의 배팅을 유도하기 위해 배 팅이 시작되자마자 량량에게 5억을 배팅했더니 다들 얼씨구나 하며 우 르르 몰려와 양홍주에게 돈을 건 결 과였다.

하지만 승자는 정해져 있었다. 오 늘은 량량이 승리한다.

[지금부터 3경기, 양홍주와 량량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사회자의 외침에 경기장에 양홍주 와 량량이 등장했다.

한눈에 봤을 때 둘의 모습은 정반 대의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양홍주는 온몸이 근육질로 되어있 어 한눈에 봐도 강해 보인다는 인상 이 있었지만, 량량은 삐쩍 말라 약 해 보인다는 인상이 있었다.

‘이때의 량량은 엄청 말랐었구나.’

사실 내가 지하 투기장으로 온 건 꼭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온 것 은 아니었다.

2년 뒤, 메인 스토리의 가장 큰 비 중을 차지하며 이서준과 가장 큰 악 연을 지니게 될 빌런 단체, ‘자운’의 핵심 인물로 자리 잡게 되는 ‘빌런

량량’의 전투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 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성장하기 전이 라 그런지 그의 모습은 사뭇 약해 보였다.

—이건 뭐 시작 전부터 결과가 보 이네.

-큭큭큭. 쟤한테 5억을 박은 놈은 누구야?

관객들은 이미 량량의 외관을 보고 양홍주의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이 전투는 량량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원작의 량량은 지하 투기장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 았다고 묘사되었으니까.

[그럼 시작합니다!]

사회자의 외침과 동시에 양홍주가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하며 량량에게 돌진했다.

마치 황소 같은 움직임.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사실 원작에선 양홍주는 단 한 번

도 언급이 되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저 량량이 지하 투기장에서 챔피 언을 쓰러트리며 유명해졌다는 언급 만 있을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실력을 보아하니 3년째 챔피언을 유 지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양홍주의 움직임에 감탄하 고 있을 때, 그의 어깨가 량량의 몸 을 덮쳤다.

— 커헉!

량량은 허리가 반쯤 접히며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이거지!

관객들 사이에서 환호가 터졌다.

양흥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가 차 없이 량량을 들어 바닥에 내리찍 었다.

- 크아아악!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량량.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살짝 불안감 을 느꼈다.

‘……이거 이길 수 있는 거 맞나?’

양홍주의 강함은 내 상상 이상이었다.

원작의 량량이 숭리했다는 게 믿어 지지 않을 만큼.

저 정도면 못 해도 A등급 이상의 실력자였다.

왜 저런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 프 로 마법사를 안 하고 투기장에서 싸 우고 있는 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퍼억! 퍼억! 퍼억!

양홍주는 량량을 붙잡고 계속해서 주먹을 내리쳤다.

체급 차이가 상당한지라 량량은 그 에게 붙잡힌 채 계속 얻어맞을 수밖 에 없었다.

그렇게 10초쯤 지났을까. 결국, 량 량은 정신을 잃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저런 마른 몸으로 두들겨 맞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와아아아아!

양홍주는 숭리를 확신하며 관중을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관중들 역시 양홍주의 승리에 크게 환호했다.

당연했다. 상대는 이번이 첫 데뷔 전인 신인.

특별할 게 없는 상대니 당연히 자 신이 승리했다고 생각했을 거다.

나 역시 진짜로 양홍주가 숭리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머리가 멍해

졌을 정도니까.

하지만 그때였다.

푸욱!

—흐헉!

양홍주의 가슴에 작은 구멍이 뚫리 며 입에서 피를 흘렸다.

동시에 시끄럽던 경기장이 단숨에 고요해졌다.

-뭐야. 무슨 일이야?

—저놈 기절한 거 아니었어?

량량이 비틀거리며 박살 난 몸을 일으켰다.

분명 몸에 누적된 데미지가 상당할 텐데 오직 정신력 하나만으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량량은 손을 뻗어 다시 마법을 구 현했다. 강한 전류가 흐르는 가시가 그의 손에 생성됐다.

원작에 묘사된 량량의 마법과 완전 히 동일했다.

—비겁하게

양홍주가 뒤늦게 전투 준비를 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뒤였다. 가슴이 뚫린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양홍 주는 곧바로 온몸의 힘이 풀리며 바 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렇게 이어지는 량량의 재공격.

양홍주는 그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 하고 온몸이 난도질당했다.

—크허어억!

양홍주의 몸에 하나둘씩 구멍이 뚫 리기 시작했다. 양홍주는 금세 정신 을 잃었지만, 량량은 공격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양홍주는 목숨을 잃을 게 분명했다.

그때 경기장 안으로 횐 가면을 쓴 5명이 경기장 안으로 난입했다.

그들은 주최 측의 요원으로 이런 큰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들은 빠르게 량량을 제압했고 3경 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양홍주가 패배했다고?”

하령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량량에게 뜬금없이 큰돈이 걸리긴 했지만 설마 진짜로 양홍주가 패배 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아니, 그 전에 양홍주가 패배할 것 을 예측하고 량량에게 5억 3천이라 는 거금을 배팅한 저 토끼 가면의 사내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

해졌다.

‘혹시 량량이라는 사람을 미리 알 고 배팅한 건가?’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 데뷔하는 신인의 정보를 미리 얻어놓고 크게 배팅하는 고객들.

‘……아니야.’

비록 승자는 량량이었지만 그의 눈 에는 량량이라는 녀석 자체는 양홍 주에 비하면 별거 없는 녀석이었다.

량량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해도 그의 능력은 양홍주보다 크게 떨어졌었으니까.

량량이 승리한 건 어디까지나 량량

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양홍주가 방 심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우연인가?’

하지만 우연이라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마치 량량이 이길 것이라고 확신한 듯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해 배팅 초 반에 큰 금액을 배팅한 점.

그리고 평소 양홍주의 상대편은 배 팅 금액이 크지 않은데 하필 양홍주 가 패배하는 날인 오늘 큰 금액이 배팅 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고 하 기엔 양홍주의 패배는 저 토끼 가면

의 사내가 설계한 것처럼 딱딱 맞아 들었다.

‘ 이상해.’

하령이 창문 밑의 토끼 가면의 사 내를 바라봤다.

분명 큰돈올 따서 기뻐할 법도 한 데 마치 이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기뻐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 다.

아주 덤덤한 움직임으로 경기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저 모습을 보고 확신했다.

역시 저 남자는 량량이 승리하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양홍주가 방심할 것까지 예 상한다는 게 정말 가능한 걸까.

“정 실장.”

“네, 부르셨습니까.”

문이 열리고 횐 가면의 사내가 안 으로 들어왔다.

“오늘 배팅으로 돈 딴 사내. 뭐 하 는 자인지 정보 좀 알아보세요.”

“당신 대체 뭐예요?”

지하 투기장 밖 자동차 안.

운전대를 잡은 한세연이 질렸다는 듯 내게 물었다.

“아, 오늘 수고하셨어요. 팁 좀 드 릴까요? 예상보다 훨씬 벌었는데.”

“……아니, 그건 됐고요. 어떻게 량 량이 이길 줄 어떻게 알았던 거예 요?”

“말해봤자 안 믿을 거 압니다.”

“뭔데요?”

“감이요.”

“……아씨. 무슨 알려주는 게 하나 도 없어.”

내 대답에 한세연이 투덜거리며 운 전을 시작했다.

나는 피식 웃고는 돈이 입금된 계 좌를 확인했다.

[3,010,200,000원]

수수료와 기타 다른 비용을 전부 제외하니 30억이 통장에 들어왔다.

김진우의 계좌는 포인트 상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통장 추적이 불가 능하다.

덕분에 내가 이런 불법 도박을 한

사실은 알려질 일은 없었다.

그나저나 오늘 잘해야 2배 아니면 3배 정도의 돈을 벌 줄 알았는데.

설마 6배나 되는 돈을 벌게 될 줄 이야.

‘완전 대박이지.’

심지어 오늘 내가 얻은 건 돈뿐만 이 아니었다.

그 외의 추가 수익이 더 있었다.

나는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했다.

[고유 특성, ‘외부자의 혜택’을 발 동합니다.]

[이전 메시지를 확인합니다.]

[‘희대의 승부사’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등장인물 ‘한세연’이 당신에게 강 한 호기심을 느낍니다.]

[등장인물 ‘한세연’에게 당신에 대 한 관심도가 추가됩니다.]

[등장인물 ‘한세연’의 당신에 대한 관심도 Lv : 1]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업적과 관심도를 달성하며 무려 5 천 포인트를 획득했다.

최근 ‘살의 감지’ 특성을 구매하며 보유 포인트가 거의 바닥났었는데 5 천 포인트의 여유가 생긴 건 너무나 달콤했다.

“흐흐.”

괜히 기분 좋아져서 조용히 웃었다.

그때 였다.

두근.

처음 느껴보는 오싹한 기운이 온몸 을 휘감았다.

‘뭐지?’

대체 뭘까 이 불안감은.

그때 나는 이 오싹한 기운의 정체 를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살의.

분명 살의다.

특성, ‘살의 감지’가 나를 향한 누

군가의 살의를 감지했다.

살의라니. 대체 누굴까.

원작 전개에 따르면 아직 한세연을 노릴만한 인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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