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535)

[등장인물 ‘최서윤’이 당신을 경계 합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치익!

맥주캔 따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렸다.

나는 캔을 잡고 시원하게 쭈욱 들 이 켰다.

“크으.”

이 맛이지. 일주일의 끝은 역시 맥 주다. 이런 사소한 것에서 행복감이 차오른다.

나는 히죽 웃으며 소파에 반쯤 드 러누웠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오늘 개통한 최 신형 스마트폰과 명함을 꺼냈다.

“번호가 어디 있지? 아, 여깄네.” 나는 명함에 적힌 번호를 스마트폰

에 그대로 입력했다.

[한세 연]

저장.

이 스마트폰은 김선우가 아닌 김진 우로 활동하기 위한 연락 수단으로 구매했다.

김진우라는 사람이 세상에 알려진 이상 김선우와 김진우의 삶을 확실

히 구분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한세연 씨. 오전에 거 래했던 김진우입니다. 연락할 일이 있으면 이 번호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전송.

이런 늦은 시간에 연락하는 게 그 렇게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그냥 보냈다.

어차피 나와 한세연의 관계는 단순 히 직장 동료 관계 같은 게 아니었 으니까.

띠링!

어? 벌써 답장이 왔다.

한세연, 의외로 칼답하는 스타일이 었네.

[저장했어요. 그리고 그쪽이 말한 오빠에 관한 치부는 방금 확인했어 요. 정말 지독함을 넘어서 충격적이 더군요. 설마 오빠가 사람을 죽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자기 오빠가 살인자인데도 의외로 덤덤한 반웅이 나왔다.

물론 메시지라 충격받은 감정이 제 대로 담기지 않은 걸지도 모르지만.

[일단 선금은 내일 내로 입금해드 릴게요. 그리고 부탁하신 포션도 완 성되는 대로 연락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스마트폰을 치웠다. 그리고 다시 맥주를 홀짝였다.

[등장인물 ‘한세연’이 당신을 신뢰

합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다행히 신뢰는 쌓였나 보네.”

[유명 오페라단의 지휘자로 위장한 마인, ‘장한’. 마인들은 이처럼 인간 사회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시민들 사이에서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 는 지금, 하루라도 빨리 대책을 세 워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YHK

뉴스였습니다.]

쾅!

서울의 화려한 야경이 한눈에 보이 는 고충 빌딩 공간.

그곳에서 한 남성이 분노에 찬 몸 짓으로 책상을 크게 내리쳤다.

“장한이 죽었어.”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달빛에 비친 그의 눈은 전체가 검게 물들어 있었다.

“녀석이 폭주할 건 알고 있었잖아.

자기 정신 하나 관리하지 못해서 폭 주한 녀석의 잘못이지.”

멀리서 지켜보던 한 남자가 위스키 가 담긴 유리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분명 막을 수 있었어! 폭주 중에 우리가 먼저 나섰으면 분명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그분’의 명령이다. 인간들 사이에서 폭주를 시작한 녀석을 도우면 우리만 더 위험해져.”

“‘그분’께서는 다른 말씀이 없었 나?”

“크게 관심 없는 모양이야. 뭐, 이 런 일이 한두 번 있던 것도 아니

고.”

“젠장!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 지내야 해!”

남자가 다시 한번 크게 소리쳤다.

“백강, 진정해라. 아직 때가 아니다.”

위스키를 든 남자의 말에 백강이라 불린 남자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녀석을 죽여야겠어. 그러지 않으 면 화가 풀리지 않을 거 같아.”

“누구?”

“장한을 죽인 그 녀석.”

남자가 위스키를 한모금 마시더니

유리잔을 내려놨다.

“그 김진우라는 녀석?”

“그래.”

“그 녀석 아마 찾기 힘들 거야. 나 도 개인적으로 조사를 해봤는데 신 기할 정도로 나오는 게 없더라고.”

“얻은 정보가 있어. 한성가의 한세 연과 오늘 무언가 거래가 있었다더 군. 그년을 미행하면 언젠간 녀석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어?”

백강의 말에 남자가 홍미로운 표정 을 지었다.

“그런데 한성그룹의 한세진이 네 고객 아닌가? 그거 들키면 한세진이

널가만안 둘 텐데.”

“한세진이? 홍! 그놈들은 가족의 정 따윈 전혀 없는 녀석들이야. 아 마 여동생이 죽어도 지분이 자기한 테 넘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 히려 좋아할걸?”

“큭큭. 그래, 어디 마음대로 해봐. 인간 마법사 하나쯤 죽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니까.”

“자! 내일은 대련 수업이 있다.”

월요일 아침의 조회시간.

50명의 학생이 모인 2학년 A반에서 장안철이 말했다.

“1학년 때 다들 해봐서 알겠지만, 대련 수업은 각자 마음이 맞는 스파 링 파트너를 구해 2달간 함께 훈련 하는 수업이다. 물론 2달 뒤에 치러 지는 시험을 제외하면 성적에는 들 어가지 않으니 자기 수준에 맞는 상

대를 잘 찾길 바란다.”

아침 조회가 끝나자 학생들은 각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누구랑 하냐?”

“나랑 할래?”

“너랑 나랑 순위 차이가 몇인데. 내가 왜 너랑 해?”

보아하니 다들 벌써 스파링 파트너 를 구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스파링 파트너는 성적과 별개로 순 수한 자기 실력 증진을 위해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 피드백도 해주기도 하고 꼭 수업시간이 아니더라도 사적으로 만 나 연습하기도 한다.

그래서 보통 자신과 수준이 비슷하 거나 더 높은 사람과 스파링 파트너 를 하고 싶어 하는 게 일반적인 모 습이다.

슬쩍 이서준을 보아하니 유아라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보였다. 이 건 원작과 같은 흐름이었다. 원작에서도 저 둘은 스파링 파트너였으니 까.

‘그런데 나는 누구랑 하냐?’

나는 전교 꼴찌다. 거기다 공개 순 위 테스트 때 마법 방출에도 실패하 며 완전 무능력자 이미지가 찍혔다.

아마 나와 스파링 파트너를 하고 싶어 하는 녀석은 없을 텐데.

‘……큰일 났네.’

오늘 첫 수업은 주특기 수업이었다.

발현계 마법 훈련장에 도착한 나는

평소와 같이 마법을 구현하며 훈련 에 집중하고 있었다.

—콰직!

방출한 마법 구체를 맞으며 박살 나는 표적.

나는 숨을 돌리며 잠시 쉬는 시간 을 가졌다.

“후우.”

그렇게 잠시 쉬려고 하는데 어디선 가 시선이 느껴졌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옆에서 흐뭇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이희영이 보였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내게 말했다.

“김선우 학생, 성장이 엄청 빠른데 요? 며칠 사이에 마력량이 더 늘었 어요.”

“감사합니다. 마나 연공을 틈틈이 했거든요.”

사실 마나 연공보다는 탑의 보상으 로 얻은 적응형 특성의 영향이 컸 다. 무려 마력 5와 마법의 위력이 10%나 중가했으니까.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저번 장한과의 전투 때도 대자연의

심장으로 어찌어찌 좋은 상황을 만 들었었지만 결국 1분의 지속시간이 끝나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마 뒤늦게 이서준 일행이 나타나 지 않았더라면 장한은 금방 망가진 몸을 회복해 꽤 위험한 상황이 벌어 졌겠지.

그때 이희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모습을 보니 확신이 드네 요.”

“네?”

“김선우 학생은 역시 발현계가 맞

다는 확신이요.”

갑자기 무슨 소리지?

내가 이해하지 못한 반웅을 보이자 이희영이 다시 말했다.

“발현계 마법은 어때요? 할만한가 요?”

“네, 뭐. 그럭저럭이요.”

내 대답이 시원치 않았는지 이희영 의 눈이 살짝 찡그려졌다.

“혹시 발현계를 버리고 보조계로 주특기를 변경한다거나 그럴 생각이 있는 건 아니죠?”

아, 그게 걱정이었구나.

“네, 없습니다.”

“후후. 좋아요. 특별 재능 장학금이 라던가 그런 물질적인 것에 혹해서 신념을 버리는 행동은 절대 하면 안 돼요. 그런 게 없어도 선우 학생은 언젠간 발현계로 크게 빛을 볼 거니 까요.”

갑자기 신념이니 뭐니 거창한 말이 튀어나왔다.

……발현계 마법에 신념 같은 건 없는데.

그러다 문득 궁금한 게 생겨서 이 희영에게 물었다.

“선생님, 혹시 특별 재능인 장학금

발현계로는 못 받나요?”

“네? 특별 재능인이요? 그건 좀 힘들 거 같은데. 이게 조건이 까다 로워서……

이희영이 횡설수설 불안한 목소리 로 중얼거렸다.

저 모습을 보니 이희영이 왜 그러 는지 알 것 같았다. 보조계에 학생 을 땟길까 봐 불안해하는 거다.

순간 장난기가 생겨 그녀에게 말했다.

“으음. 그렇게 말씀하시니 고민이 되네요.”

“자, 잠깐만요! 김선우 학생, 설마

보조계로 옮기려고요?”

이희영이 놀라서 나에게 말했다.

그 필사적인 모습을 보자 웃음이 터질 뻔했다.

“네, 제가 돈이 급해서요.”

“어? 특별 재능인은 좀 힘든데…… 으음. 교사 추천 장학금까진 가능할 거 같거든요? 이건 어때요?”

어? 장난으로 해본 말이었는데 진 짜 장학금을 준다고?

“얼마나 나오는데요?”

“최대 천만 원이요. 특별 재능인 장학금에 비하면 좀 부족…… 아니,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사실 천 만 원도 최대치라 이렇게 드리긴 힘 들고……

평소 이희영의 모습과 다르게 자신 감이 확 떨어진 모습이다. 또 뭔가 미안함을 느끼는 지 내 눈을 못 마 주치고 있다.

이러고 있으니 괜히 내가 다 미안 해지네.

“알겠어요. 아직 옮길 생각은 없으 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요? 혹시 누가 장학금 준다면 서 보조계로 옮기라고 해도 혹하면 안 돼요. 알겠죠? 장학금이라면 저

도 드릴 수 있으니까!”

“네네, 알겠어요.”

그제야 이희영은 평소의 밝은 모습 으로 돌아왔다.

길었던 주특기 수업이 끝났다.

학생들은 하나둘씩 다음 수업 장소 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훈련을 끝내고 훈련장 밖 으로 나올 준비를 했다.

그때 우연히 마법 훈련에 집중하는 윤하영이 보였다.

호기심에 그녀의 마법을 살펴보는 데 뭔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어설픔 이 느껴졌다.

‘기초가 많이 부족해 보이는데.’

윤하영의 현재 순위는 82위로 중 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그녀의 순위 와 달리 그녀의 재능 자체는 열 손 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뛰어났다.

먼 훗날 이서준의 조언을 받은 그 녀는 전교 6등까지 성적이 수직상승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능도 있는 그녀가 지금

은 왜 순위가 낮은 걸까.

생각해보면 이유는 단순하다.

마법을 잘못 배웠기 때문이다.

원작대로라면 저번 던전 탐험 때 이서준에게 조언을 받으며 성장의 발판이 생겼겠지만, 이것 역시 나의 개입으로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나라도 조언을 해줘야 하나?’

누군가에게 조언해준다는 건 꽤나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윤하영은 같 은 던전 탐험 수업의 멤버다.

던전의 층수가 내려갈수록 등장하 는 몬스터의 강함도 증가하니 조 1 위를 위해선 그녀의 성장은 꼭 필요

하다.

무엇보다 그녀는 원작에서 꽤 중요 한 인물.

그녀가 성장할수록 스토리의 전개 에도 분명 큰 이점이 생길 것이었다.

나는 대뜸 그녀에게 다가갔다.

“윤하영, 너 속성 적응 훈련 안 하 지?”

속성 적응 훈련은 구현에 필요한 상상력을 키우는 훈련을 말한다.

내 말에 윤하영이 고개를 돌리며 반응했다.

“어? 적응 훈련?”

“딱 보니 안 하네 맞지?”

“어…… 잘 안 하긴 하는데 어떻게 알았어?”

“보면 알지. 구현 형태가 너무 부 실하잖아.”

“......그래?”

윤하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구현을 시도했다.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얼음 덩어리 하나가 구현됐다.

“저 봐라. 저게 얼음이야? 하나도 안 차가워 보이는구만.”

“……뭐야. 너 근데 왜 갑자기 시 비야?”

“됐고, 너 내일 대련 수업 스파링 파트너 구했어?”

“아니, 아직.”

“그럼 나랑 하자.”

내 말에 윤하영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리고 이내 피식 웃더니 나를 바라봤다.

“김선우, 이게 목적이었구만?”

“목적이라니?”

“너 스파링 파트너 못 구할까 봐 괜히 뭐 좀 아는 척 다가와서 같이

하자는 거잖아.”

“뭐래, 아니거든?”

“그럼 뭔데?”

“……시끄럽고 나랑 해. 알았어? 너도 던전 탐험 때 짐 되기 싫잖 아.”

윤하영이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거랑 너랑 스파링 파트너 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최소 1인분은 할 수 있게 잘 가 르쳐 줄게. 너 문제점이 뭔지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뭐?”

순간 윤하영의 얼굴에 황당함이 일 었다.

“너, 나랑 순위 차이가 몇인지는 알고 하는 소리야?”

“나 방금 이희영 선생님한테 교사 추천 장학금 제의받았어.”

“웅?”

“내가 네 생각보다 뛰어날 수 있다 는 얘기야.”

그녀는 내 말올 이해하지 못했는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한번 잘 생각해봐.”

나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고 그 대로 훈련장 밖으로 나왔다.

[한성제약(주)]

[535,000,000원을 입금했습니다.]

“오호.”

약속했던 선금 5억이 입금되었다. 그리고 뒤에 3천5백만 원은 아마 숨겨진 층 보상인 적룡의 혼의 값일 것이다.

“당분간 돈 걱정은 없겠네.”

이제는 이 돈을 기초로 삼아 크게 불리는 일만 남았다.

물론 신성초를 독점하고 있는 한성 제약의 주가가 폭등할 테니 미리 주 식을 사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겠 지만, 지금 당장은 그것보다 돈을 불리기 더 좋은 방법이 있다.

[한세연 씨, 선금은 잘 받았습니다. 내일모레까지 필요한 게 있어서 구 해주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메시지를 보내자 바로 답장이 왔다.

[내일모레요? 필요한 게 뭔데요?]

[지하 투기장 입장권이 필요합니다.]

[지하 투기장이요? 저기요. 당신 정체가 뭐예요? 지하 경매장도 그렇 고 지하 투기장도 그렇고. 일반 사 람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 들을 어떻게 아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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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대답할까.

역시 앞으로 있을 거래를 위해선 상대방에게 신비로운 이미지를 심어 줘야겠지.

[알면 다쳐요.]

[뭘 다쳐요. 한성가 무시하세요?]

생각보다 격한 반응이다.

[아무튼, 지하 투기장 입장권은 왜

필요한 건데요?]

[돈을 벌었으니 돈을 불려야죠.]

[설마 투기장에 그 돈을 전부 도박 하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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