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535)

내 사소한 행동으로 인한 미래의 변화.

하지만 이서준이 아예 등장하지도 않을 만큼의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 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회귀 전 이서준의 죽음 역 시 이것이 원인이 아닐까?

회귀 전의 나는 지금과도 같은 변 화를 우려해 최대한 조용히 살았다. 하지만 집구석에서 숨어지내는 게 아닌 이상 내 사소한 행동은 누군가 에게 영향을 끼쳤을 거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 람에게 영향을 끼쳤을 거고.

그 영향이 7년이라는 세월 동안 메인 스토리에 전혀 닿지 못했을까?

나는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후우.”

머리가 복잡하다. 물론 물증은 없다. 어디까지나 심중이다. 하지만 나 는 이게 이서준의 죽음과 연관이 있 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하나의 걱정이 생겼다.

원래라면 이서준이 해결해야 할 ‘장한 폭주’ 사건을 결국 내가 해결

하게 되었다. 이건 사소한 변화가 아니었다.

앞으로 있을 스토리에 지대한 영향 을 끼칠지도 모르는 큰 변화였다.

이것으로 인한 나비효과는 얼마나 클까?

상상도 되지 않는다.

“하아.”

‘그나저나 이 창은 어떻게 해야 하 지?’

나는 손에 들린 적룡의 혼을 바라 봤다.

내 키보다 더 큰 이 창을 기숙사

까지 들고 가자니 너무 눈에 띄었다.

아마 학생들이 보게 된다면 금세 소문이 퍼져 이서준 일행에게 내가 김진우라는 사실을 들킬지도 모른 다.

그렇게 되면 이서준 일행의 의심을 풀기 위해 했던 내 행동도 물거품이 된다.

그때 주머니 속 스마트 학생 수첩 이 알람을 울렸다.

[마인 토벌 보상금 15,000,0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어?”

보상금이 입금되었다. 시간이 늦어 서 다음 날에 입금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빠른 일 처리였다.

심지어 1500만 원이라는 거금.

나는 그것을 보며 히죽 웃었다.

‘돈도 생겼는데 그냥 외박할까?’

그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괜히 이런 눈에 띄는 창을 들고 기숙사로 돌아가다가 귀찮은 오해에 휘말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 까.

그리고 어차피 내일 서울에 볼일이 있으니 시간 절약도 할 수 있었다.

“그래, 오늘은 외박이나 하자.”

서울에는 호텔과 모텔, 여관 등 다 양한 숙박 시설이 있다. 이것은 실 제 내가 살던 현실의 서울과는 다름 이 없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는 현 실에 없는 특별한 숙박 시설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마법사 전용 호텔이다.

마법사 전용 호텔은 마법사들이 사 용하는 무기의 소지 문제로 생겨난 호텔이다. 보통 일반인이 사용하는 다른 숙박 시설에서는 무기 소지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호텔에 도착하자 프론트 직원이 아 름다운 미소로 나를 반겼다.

내가 도착한 호텔은 5성급 마법사 호텔인 ‘호텔 한성’.

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기업으로 꼽히는 ‘한성 그룹’ 계열의 고급호 텔이 었다.

한성 그룹은 이 세계에서 꽤 비중

이 높은 단체다.

강한 힘과 권력. 그리고 돈.

이 세 가지를 지닌 이 단체는 이서준의 추후 행보에 많은 영향을 끼 치기 때문이다.

“마법사 자격중을 확인하겠습니다.”

직원의 말에 나는 자격증을 넘겼 다. 직원은 자격증을 확인하더니 호 텔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방은 어떤 게 있고 체크아웃은 언제고, 룸서비스는 무엇이 있고. 그런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한창 설명하던 직원이 갑자

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 뒤 어딘가를 향해 고개를 푹 숙였다.

뒤를 돌아보니 입구에서 깔끔한 정 장을 입은 훤칠한 키의 30대 남성이 호텔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남성의 뒤에는 비서와 경호원으로 보이는 많은 사람이 뒤따라 오고 있었다.

‘……한세진.’

남자는 한성 그룹의 차기 오너 1 순위로 꼽히는 한성가의 장남, 한세 진이었다.

그리고 먼 미래에 끝없는 욕심을

탐하다가 결국 마인과 손을 잡으며 빌런으로 혹화하는 요주의 인물이었다.

“자자,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다 들 할 일 하세요.”

인자한 미소로 앉으라며 손짓을 하 는 한세진.

하지만 그 인자한 미소 속에는 잔 혹한 본성이 숨겨져 있었다.

“부회장님, 말씀하신 안건은 해결 했습니다.”

“수고했어요. 아 참, 세연이는요? 내일 저녁 식사에 참여한다고 하던

가요?”

“네, 참가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흐음, 그래요? 오랜만에 귀여운 동생 얼굴 보겠네요.”

그렇게 비서와 대화를 나누던 한세 준이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우리는 약 1 초간 서로를 마주 보았다. 하지만 이내 홍미를 잃은 듯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방문을 열자 고급스러운 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적당히 방안을 구경하다가 샤워실 로 이동했다. 물을 틀고 땀에 젖은 몸을 씻겨냈다. 오늘 하루 쌓였던 피로가 함께 씻겨지는 기분이다.

샤워를 끝낸 나는 가운을 걸치고 침대에 누웠다.

솔솔 잠이 몰려왔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장한을 토벌할 때 떠올랐던 메시지 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유 특성, ‘외부자의 혜택’을 발 동합니다.]

[이전 메시지 기록을 확인합니다.]

[B급 빌런, ‘장한’을 성공적으로 토 벌했습니다.]

[스토리의 작은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0.2 상승합니다.]

[‘첫 마인 토벌’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당신의 토벌 기여도는 92%입니

다.]

[보상으로 5,3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등장인물 ‘장현수’가 당신을 주목 합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눈앞에 떠오른 수많은 메시지.

역시 메인 스토리에 개입한 만큼 많은 보상을 획득했다.

그렇게 천천히 첫 줄부터 읽어가는

데 한 부분이 내 눈에 걸렸다.

“……인과율?”

처음 보는 유형의 보상이었다.

인과율이라니. 내가 생각하는 그 인과율이 맞나?

[인과율]

—메인 스토리의 중요 사건을 해결 시 획득합니다. 당신의 개입도와 스

토리의 변화에 따라 획득할 수 있는 인과율의 양이 중가합니다.

-인과율을 소모하여 권능을 사용 할 수 있습니다.

[권능]

데우스 엑스 마키나 [인과율 100]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인과을 30]

— 인과율이 30이 넘으면 해금됩니다.

???[인과율 20]

인과율이 20이 넘으면 해금됩니다.

???[인과율 10]

인과율이 10이 넘으면 해금됩니다.

대충 내용을 보아하니 포인트처럼 무언가를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화폐 단위인 것 같았다.

하지만 권능의 내용을 보면 포인트 로 구매할 수 있는 것과는 조금 달 랐다.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고?’

대체 어느 범위까지 가능한 걸까?

설마 원하면 신이 된다거나 그런 것도 가능한 걸까?

“......권능.”

뭔지는 몰라도 인과율이라는 능력 은 뭔가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다른 건 다 잠겨서 보이지 않는데 흔자 열려있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마치 나보고 이것을 목표

로 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메시 지인 것처럼…….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저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권능은, 나를 현실 세계로 귀환시켜 줄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만약.’

아주 만약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나를 원래

세계로 귀환할 유일한 방법이라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방향성은 크 게 바뀌게 된다.

나는 인과율 획득을 위해 앞으로 있을 모든 메인 스토리를 헤집어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 수많은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소영웅’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200만 시민이 당신의 용기에 감 사함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

니다.]

[아직 마주치지 않은 다수의 등장 인물이 당신에게 호기심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아직 마주치지 않은 다수의 등장 인물이 당신을 경계합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워메.”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2만 1천 포 인트를 획득했다.

어제 있었던 마인 토벌의 영향으로 생긴 첫 변화였다.

나는 리모콘을 잡고 텔레비전을 켰 다.

[어제 오후 9시 30분경, 한강 불꽃 축제를 30분 앞두고 마인의 폭주가 있었습니다. 이 사태로 총 9명의 시

민이 숨지고 23명의 시민이 다쳤습니다. 마인의 정체는 ‘장한’으로 3주 전, 서울 오페라단을 지휘하던……]

앵커가 어제 있었던 장한의 폭주를 보도하고 있었다. 잠시 후, CCTV 영상이 첨부되며 폭주하는 장한과 장한에 맞서 싸우는 내 모습이 나왔다.

[장한을 토벌한 마법사는 C급 마법사인, ‘김진우’ 마법사로 밝혀졌습니다. C급 마법사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뛰어난 마법 능력을 선보이

며 홀로 마인을 토벌했는데요. 마법사 협회에서는 김진우 마법사의 둥 급 조정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등급 조정 회의?”

B급으로 승급하는 건가?

하긴, 회귀 전에도 B급 승급 제의 는 몇 번 받긴 했었다.

단지 스토리에 영향을 끼칠까 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부 거절하고 C급에 머물렀을 뿐.

하지만 이젠 스토리에 개입할 예정 이니 B급 승급은 오히려 환영이다.

마법사 등급이 오를수록 세금, 수

수료 등 복지 혜택도 늘어나기 때문 이다.

[……김진우 마법사는 어제 마인 장한의 토벌 전, 증명의 탑의 ‘숨겨 진 층’을 공략하며 일부 마법사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었습니다.]

길고 길었던 뉴스가 끝났다. 나는 리모콘을 눌러 다시 텔레비전을 껐 다.

“후우.”

이것으로 내 또다른 신분인 마법사

김진우가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되 었다.

한 번에 많은 주목을 받았으니 어 쩌면 이 세계의 숨어있는 빌런들에 게 눈도장을 찍혔을지도 모른다.

실제 원작에서도 장한의 죽음에 슬 퍼하던 한 마인이 이서준에게 증오 심을 품고 기습적으로 공격하기도 했었으니까.

“……이중 신분 안 걸리게 조심해 야겠네.”

이름이 알려진 이상 나도 모르게 마인의 미행이 붙을지도 모른다. 단 순히 B급 정도의 마인이라면 어떻

게 눈치를 채고 따돌릴 수야 있겠지 만 그것보다 높은 등급의 마인이 나 를 미행하게 된다면 여러 가지로 복 잡해진다.

“그냥 특성을 사버릴까?”

생각해보니 이번 마인 토벌과 증명 의 탑을 공략하며 포인트가 꽤 쌓였다.

혹시 모를 위기 상황을 대비해 특 성 하나쯤은 구매하는 것도 괜찮겠 지.

[포인트 상점에 입장합니다.]

[검색 기능을 사용합니다.]

[분류에 ‘특성’을 추가합니다.]

[‘감지’ 검색 결과입니다.]

►[특성]살의 감지 (A)

►[특성]육감 개방(S)

►[특성]신의 눈(SS)

‘감지’를 검색하자 여러 개의 특성 이 눈앞에 나열됐다.

뭐가 있나 대충 둘러보는데 육감 개방, 신의 눈 같은 s등급 이상의 특성이 보였다. 하지만 저것들은 현 재 내가 넘볼 수 없는 특성이다. S

등급 이상의 특성은 최소 10만 포 인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건 됐고.”

역시 가진 포인트가 없으니 내가 구매할 수 있는 특성은 이거밖에 없다.

나는 ‘살의 감지’를 선택했다.

[살의 감지 (A)]

분류 : 특성

설명 : 당신을 향한 살의를 감지합니다.

[지속 효과]

►살의 감지

상대의 능력과 상관없이 당신을 향 한 살의를 감지합니다. 최대 500M

의 거리까지 감지할 수 있습니다.

가격 : 50,000

“..끄 ”

O .

A둥급 특성답게 더럽게 비싸다.

지금 내 수중엔 5만 500포인트가 있으니 거의 모든 포인트를 털어야 한다. 하지만 살의 감지는 지금 나 에게 꼭 필요한 특성이다. 구매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 구매하자.’

괜히 포인트를 아꼈다가 암살이라 도 당하면 포인트고 뭐고 의미가 없 어진다.

적어도 살의 감지 특성이 있으면 어디서 의문도 모르게 죽을 확률은 확 줄어들겠지.

그리고 앞으로 메인 스토리를 헤집 어야 하니 더더욱 필요하기도 하고.

“그래, 일단 생존하는 게 가장 중 요하니까.”

[살의 감지(A)를 구매했습니다.]

5만 포인트가 아깝긴 하지만 나의 생존을 생각한다면 이게 최선의 선 택이 다.

호텔 체크아웃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솔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기분 이 좋았다. 나는 곧바로 택시를 타 고 20분가량 이동했다.

내가 도착한 곳은 바로 서울의 강 남.

수많은 거대 길드와 대기업들이 밀 집된 이곳은 한국의 경제 중심지라 불리는 곳이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우뚝 솟아 있는 한 고충 빌딩 앞에 섰다.

입구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한성제약]

한성제약은 대기업 한성그룹의 핵 심 계열사 중 하나로 세계 최대 규 모의 제약 회사다.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영약이나 포

션의 대다수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은 하나였다.

바로 어제 숨겨진 층의 보상으로 획득한 신성초를 팔기 위해서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많은 사람이 보였다. 약재 거래를 위해 온 마법사들 의 모습도 보였고, 흰 가운을 입은 연구진의 모습도 보였다.

그때 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어떤 일로 오셨나 요?”

“약재 거래를 위해 왔습니다.”

“아, 혹시 미팅 약속을 잡으셨나 요?”

“아뇨.”

“그럼 거래하시려는 약재가 무엇인가요?”

“신성초라는 약재인데 아마 모르실 겁니다.”

내 말에 직원의 얼굴에 홍이 사라 진 것이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오늘 미팅 약속이 꽉 차서요. 3일 뒤 약속 괜찮으신가 요?”

아무래도 중요한 거래는 아닌 것으

로 결론이 난 모양이다.

“이 약재, 탑의 보상으로 얻은 겁 니다. 뉴스 보셨죠? 증명의 탑 숨겨 진 층이 공략된 거. 그거 접니다.”

“……어? 어제 한강 마인 토벌하신 그분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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