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16/535)

“자, 스타팅 블록에서라.”

나를 포함한 학생들이 스타팅 블록 에 섰다. 이번 수업은 400m 달리기 다. 개인 기록에 따라 성적이 정해 진다.

내 옆에는 박인환이 있었다. 힐끔 박인환이 나를 본다. 나를 보는 눈 빛이 영 좋지 않다.

얘는 또 왜 저래?

“ 야.”

아까부터 이상한 시선으로 나를 바 라보던 박인환이 결국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얘가 나한테 말 거는 건 이번이 처음인 거 같은데.

“왜?”

“왜 주특기 안 바꾸냐?”

“내 마음인데.”

“너 발현계에 재능도 없잖아. 재능 있는 거로 해. 존나 답답하니까.”

스타팅 블록에 선 박인환이 허리를 숙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말 했다.

“신경 꺼.”

“너 같은 애들 보면 이해가 안 돼

서 그래. 다른 분야에 재능있는데 왜 발현계를 하는지. 발현계가 우습 냐?”

초반부의 미친놈 포지션을 담당하 는 박인환답게 이유 없이 시비 거는 게 아주 일품이다.

상이라도 주고 싶네.

한마디 하려는 사이 장안철의 외침 이 들렸다.

“자, 준비해라!”

그 말에 나는 입을 다물고 스타팅 블록에 발을 대고 몸을 숙였다.

그래, 굳이 지금 감정 소모할 필요 는 없다.

모든 수업에 성적이 걸려 있는 만 큼, 이 시간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마력을 끌어모아 하체에 집중 했다. 하체의 근육이 천천히 단단해 지는 게 느껴졌다. 손끝을 바닥에 얹었다. 그리고 출발 신호가 오기를 기다렸다.

장안철이 신호총을 쥔 손을 하늘로 뻗었다.

긴장되는 순간.

모두가 숨을 참고 신호를 기다렸다.

_ 탕!

“흐읍!”

모든 학생이 마력이 담긴 발을 박 차고 튀어 나갔다.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 다. 마력으로 강화된 다리의 근육이 팽창한다.

강화계는 신체 부위의 마력을 잘 분배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달리기 같은 경우는 허벅지와 종아 리, 발끝에 마력을 모으되, 다른 부 위로 퍼지거나 외부로 발산되지 않 게 잘 관리해야한다.

나는 계속해서 바닥을 박차며 앞으

로 나아갔다.

강화계 역시 부특기로 오래 익혀왔 기 때문에 단순한 달리기라면 자신 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뛰었을까.

골인 지점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 삑!

“김선우! 24초 03!”

허어억!

참았던 숨이 터지며 그대로 달리던

몸을 멈췄다. 하체를 강화하던 마력 을 전부 풀어내고 그대로 바닥에 주 저앉았다.

하체에서 끔찍한 고통이 퍼졌다. 역시 신체 근육이 덜 발달해서 그런 지 육체가 견디지 못한다. 마력을 너무 과하게 사용했다.

나는 허벅지를 부여잡고 눈을 찡그 렸다.

“끄윽…… 아파 죽겠네…… 허 억……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내가 일등인가?

_삑!

“박인환! 25초 75!”

잠시 후 박인환이 도착했다. 박인 환 역시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바닥 에 주저앉았다.

“......허억 ......허억.”

박인환이 바닥에 주저앉아 나를 노 려본다. 그 눈빛에 분기가 담겨있다.

박인환은 2학년 전체 5위다.

주특기는 발현계지만 강화계에도 어느 정도 재능이 있던 녀석이다.

주특기 수업도 아닌 부특기 수업에

서 자신이 1등을 빼앗길 줄은 생각 못 했겠지.

— 삑!

“정세찬! 30초 23!”

뒤를 이어 다른 학생들이 골인 지 점에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치 정하기라도 한 듯, 모두가 도 착하는 순간 바닥에 주저앉고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허억…… 허억…… 무슨…… 전교 꼴찌가 저리 빨라……

“야…… 너 뭐야? 왜 강화계로 안 가‘?”

아까는 보조계더니 이번엔 강화계 냐.

“300m 24초밖에 안 나오는데 무 슨 강화계야.”

“……24초라고? ……겁나 빠르네.”

내 대답에 숨을 헐떡이던 학생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이것도 하체 근육이 덜 발달해서 늦어진 시간인데.

회귀 전 내 달리기 속도를 들으면 아주 기절하겠네.

“빠르긴. 24초면 강화계로 가도 중 상위권 밖에 안 되는구만.”

“……야 ……중상위권이 우습냐? ……너 발현계는 꼴찌잖아.”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네.

수업이 끝난 뒤 교무실.

김윤진은 책상에 앉아 혼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 흐음......

그렇게 고민을 하던 김윤진은 허공 에 학교 정보가 담긴 홀로그램을 켰 다. 그러곤 교사용 학생 정보 조회 시스템에 접속했다.

[2 학년 A 반]

[김선우]

“흐으으음……

김선우의 개인적인 정보가 담긴 그 곳에는 특별하다고 할 만한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작년도 성적.

실기 최하위권.

이론 최하위권.

4계통 중 강화계가 그나마 중하위 권이고,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 두 최하위권이다.

“……뭔가 특별한 게 있을 텐데.”

아니, 지금도 특별하긴 하다.

작년만 해도 이런 성적인데 갑자기 올해부터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확실히 이상해.”

턱을 괴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조계 재능은 진짜란 말 이지.”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김선우가 보조계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발현계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집안이 잘사나?”

엄청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면 그럴 수도 있다.

5천만 원의 장학금 따위는 신경 쓰이지도 않을 만큼 돈이 많아서.

남은 여생을 그냥 편안히 보내고 싶은 걸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김선우에 대한 정보를 읽던 김윤진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웅? 가족이 없네?”

이렇게 되면 집안이 부유한 것도 아니다.

가족 기록이 아예 없는 걸 보아하 니 아마 물려받은 재산도 없는 것 같고.

그렇다면 더더욱 5천만 원이라는 돈에 혹하지 않나?

하지만 김선우는 그러지 않았다.

그에겐 5천만 원이라는 돈보다.

보조계의 역대급 천재라는 명예보

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요한 건 아마 보조계를 주특 기로 삼으면 이룰 수 없는 것이고.

“……심상치 않은데.”

보조계를 주특기로 삼으면 이룰 수 없는 것.

혼자서 해야 하는 것.

“……남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일이라.”

김선우.

저 학생에겐 무슨 사연이 있는 걸 까?

늦은 밤의 마나 연공실.

오늘도 나는 2시간가량의 마나 연 공을 끝내며 눈을 떴다.

[마력이 0.02 상승했습니다.]

[대자연의 축복 효과로 0.03의 마력을 추가 획득합니다.]

[대자연의 축복 수련치가 12% 상 승합니다.]

“ 후.”

매일 보는 메시지라 특별한 감상은 없었다.

나는 그것을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 났다.

으, 피곤해.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네.

그렇게 간단히 몸을 풀고 마나 연 공실 밖으로 나오려는 때였다. 갑작 스럽게 내 몸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 졌다.

“뭐야?”

빛은 잠깐 사이에 사라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특성, ‘대자연의 축복’의 둥급이 2 로 상승했습니다.]

[특성, ‘대자연의 축복’의 사용 효 과가 해금되었습니다.]

[‘대자연의 심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 효과가 해금됐다고?

기숙사 침대에 누워 특성창을 보고 있었다.

[대자연의 가호 (A)] [등급 :

2(0%)]

[지속 효과]

►대자연의 축복

마나 연공 시, 마력을 추가로 획득

합니다. 주변 환경에 따라 최대 160%까지 추가로 획득합니다.

►대자연의 휴식

마나 회복 속도가 60% 증가합니다.

[사용 효과]

►대자연의 심장

1분간 마나 회복 속도가 1000% 증가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24시간

특성의 등급이 오르며 잠금 되어 있던 ‘대자연의 심장’의 사용 효과 가 해금되었다.

그리고 지속 효과의 능력도 조금 올랐다.

사용 효과는 원작에서의 그것과 똑 같았다.

1분간 마력 회복 속도를 무려 1000%나 늘려주는 버프형 효과였다.

이것만 있으면 마력이 부족한 상황 에서도 1분간은 마음껏 마법을 사용 할 수 있었다.

“딱 필요했는데. 잘됐네.”

나는 특성창을 치우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했다.

“으음.”

내일부터 토, 일로 이틀간 휴일이 다. 나에겐 처음으로 주어진 48시간 이라는 자유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단순히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헛되 이 사용할 순 없었다. 학교에서는 얻을 수 없는 업적을 이날을 이용해 달성해야 한다.

“내일 마인 출현은 어쩌지.”

마인 출현의 위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마인, 장한의 둥장은 원작에서도 다뤄진 스토리였으니까.

하지만 느닷없이 메인 스토리에 끼 어들자니 뭔가 망설임이 생긴다.

어쩌면 나의 개입으로 뒤에 있을 전개가 확 바뀌어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렇게 숨다가 이서준이 죽었었 지……

완전히 개입하진 않더라도 근처에서 상황은 지켜보는 게 좋겠다.

‘그래, 멀리서 지켜본다고 크게 변 하는 것도 없으니까.’

괜히 이서준이 7년 뒤에 죽는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이전처럼 행동하다 가 또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적당히 상황을 지켜보다가 멀리서 지원 공격으로 공헌을 쌓든 해야지.

일단 나도 포인트를 벌긴 벌어야 하니까.

그러고 보니 주말에 밖으로 나가려 면 돈이 있어야 할 텐데…….

지금 내가 가진 돈이 얼마나 있 지?

“얼마 없긴 할 텐데.”

과거에도 이때 계좌를 확인하다가 크게 실망한 기억이 있었다.

크게 기대는 안 하지만 일단 확인 해볼까.

나는 학생 수첩을 켜고 개인 계좌 에 들어갔다.

이 세계에 처음 떨어졌을 때 나에 게 계좌는 이것 하나밖에 없었기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과연 얼마나 있을까.

[김선우]

[계좌 조회]

[30,200원]

전 재산 3만 원.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적을 줄이야.

상당히 실망스럽다.

“……3만 원으로 뭐하냐.”

이 돈이면 주말에 대중교통만 이용 해도 절반 이상은 사라지는 돈이다. 그리고 식사 한 두 번 하면 아마 돈이 남지 않을 것이다.

학교 내에서는 모든 게 무료라 돈 걱정 없이 살았지만, 그래도 주말엔 무언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결국 돈 을 구해야 한다.

“돈을 어디서 구하지.”

나는 침대에 누워 천천히 생각했다.

‘포인트로 돈을 사버릴까?’

……아니다.

포인트를 돈으로 교환하는 건 그렇 게 효율이 높지 않다. 거기다 귀중 한 포인트를 쓸 만큼 돈의 가치가 나에겐 크지 않고.

돈은 시간만 있다면 언제든지 벌 수 있으니까.

그렇다는 건, 돈을 직접 벌어야 한다는 건데.

생각해보면 마법사의 기초적인 돈 벌이 수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첫 번째는 던전을 도는 것이다.

던전을 돌아 몬스터를 처치하고, 마정석이나 특별한 아이템을 보상으 로 얻어 그것을 팔아 돈을 버는 방 법이다.

수입 자체는 아주 좋지만, 단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던전의 위치를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건 나에게 단점이 되지 않았다. 미래의 정보와 소설 속 내 용을 아는 나에겐 이 세계에 숨겨진 던전의 위치를 몇 군데 알고 있었으 니까.

‘……그래도 이건 아직은 안돼.’

혼자서 던전을 돌자니 부족한 마력 이 발목을 붙잡는다.

던전 마다 난이도는 다르지만 내가 알고 있는 던전들은 기본적으로 어 느정도 난이도가 높은 던전들이었다.

아직 완전한 마력 양이 형성되지

않은 지금. 혼자서 높은 난이도의 던전을 도는 건 너무 위험한 행동이 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

두 번째 방법은 탑을 오르는 것이다.

탑은 난이도가 정해져 있어, 낮은 난이도의 탑을 오른다면 나라도 이 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프로 마법사 자격증이 있어야 입장이 가능하다는 것.

프로 마법사 자격은 성인이 되어야

얻을 수 있었다. 아무리 실력이 뛰 어나다고 하더라도 미성년자인 나는 자격 미달로 절대로 입장할 수 없었다.

“아, 장학금……

문득 오늘 아침에 제안받은 장학금 5천만 원이 떠올랐다.

저 돈만 있었다면 기초 자금으로 얼마든 부풀릴 수 있었을 텐데.

쓰읍. 입맛이 쓰다.

“......어?”

순간 내 머릿속에 기가 막힌 생각 이 떠올랐다.

마법사 자격증이 없어서 탑을 오르 지 못하는 거라면, 자격증 따위 새 로 만들면 그만인데!

“와. 왜 이 방법을 생각 못 했지?”

나는 곧바로 ‘외부자의 혜택’을 발 동했다.

[포인트 상점에 입장합니다.]

[검색기능을 활성화합니다.]

[‘신분’을 검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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