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12/535)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 었다.

“아, 우리 심심한데 내기나 할까 요?”

“내기요?”

“네, 1학기가 끝나고 어느 조가 가 장 높은 점수를 받을지.”

장안철이 헛웃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내기 성립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왜요?”

“저와 같은 조를 선택할 것 같으니 까요.”

“글쎄요. 장 선생님은 어느 조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거 같은데 요?”

이희영이 미소를 지으며 질문했다.

장안철은 그 미소를 보더니 7조가 보이는 화면을 가리켰다.

“당연히 유아라 팀입니다.”

“이유는요?”

“1둥 후보 중 하나인 이서준 팀

멤버가 불안해서입니다. 그리고 이서준이 혼자서 모든 걸 하기에는 1:1에 특화인 강화계라는 한계가 있 으니까요. 하지만 유아라를 보시죠. 벌써 1층의 중간 이상에 도달했습니다.”

이희영이 그 대답에 웃었다.

“내기 성립이 됐네요. 저는 3조가

1등 할 것 같거든요.”

— 찌이이익!

이서준의 검에 거대한 쥐 몬스터가 단칼에 썰리며 쓰러진다.

두꺼운 가죽을 몸에 둘렀음에도 깔 끔하게 절단된 모습이다.

이서준은 별일 없었다는 듯, 몬스 터를 지나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와. 서준이 진짜 잘 싸운다.”

“그러게. 벌써 절반 이상 온 것 같 은데.”

이서준의 뛰어난 실력 덕에 던전 탐험은 막힘없이 진행됐다.

그 어떤 몬스터가 등장하든 이서준 의 검에 단칼에 썰렸고, 애초에 1층 에 둥장하는 몬스터는 등급이 낮았 기에 이서준을 막을 수 없었다.

이 속도라면 무난히 3등 안에 들 지 않을까.

“1충 보스는 뭐가 나오려나?”

“글쎄, 1층이니까 그나마 약한 동 물형 몬스터가 나오지 않을까?”

“내 생각에도 그럴 것 같아. 동물 이면 쥐나 개? 곰?”

아까부터 뒤에서 신지혁과 정진태 는 재잘재잘 떠들고 있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던전이 라는 장소에서 다소 긴장감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 다.

“거대 늑대가 나오니까 그만 떠들 고 집중해.”

내 말에 신지혁이 되물었다.

“거대 늑대? 네가 그걸 어떻게 알 아?”

“다 아는 방법이 있어.”

겪어봐서 안다. 라고 대답할 수 없 어서 대충 둘러댔다.

그러자 신지혁이 비웃었다.

“얘 허언증 있네.”

“믿기 싫으면 믿지 마.”

“웅, 안 믿어.”

신지혁 특유의 얄미운 말투.

……뭔가 열 받네.

“야, 내기할래?”

“내기? 웃기네. 그래, 무슨 내기?”

“자퇴하기 어때?”

자신만만한 내 태도에 신지혁이 눈 살을 찌푸렸다.

“……뭐야? 너 진짜 아는 거야?”

“시끄럽고 내기 할 거야 말 거야?”

내가 압박하며 말하자 옆에서 목소 리가 들렸다.

“야, 너네 그만해.”

고개를 돌려보니 윤하영이 나와 신 지혁을 노려보고 있었다.

“첫날부터 이럴 거야? 매주 목요일 마다 싸우게?”

마치 선생님이 훈계하듯 허리에 손 을 얹고 말하는 윤하영.

키가 작다 보니 그 모습이 무섭다 기보다는 귀엽게 느껴졌다.

괜히 팀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 아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서준은 우리를 흘겨보더니 말했다.

“다 싸웠어? 그럼 빨리 가자.”

“큭큭. 그래.”

그렇게 우리는 다시 앞을 향해 나 아갔다.

그리고 한 3분 정도의 시간이 지 났을까.

내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모두 멈춰봐.”

내 말에 모두가 자리에서 멈췄다.

“왜? 또 무슨 일인데?”

“갑자기 겁난다거나 그런 건 아니 지? 큭큭.”

나를 향한 신지혁의 조롱을 무시하 고 말했다.

“바닥에 뭔가 있어.”

“바닥?”

이서준이 바닥에 시선을 돌렸다. 그는 그것을 보더니 슬쩍 뒤로 물러 섰다.

“……그러네. 무슨 특수한 문자 같

은 게 적혀있는데. 이거 마법 함정 인가?”

이서준의 말에 윤하영의 표정이 어 두워졌다.

“마법 함정이 왜 있어? 그거 걸리 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거 아니 야?”

“에이 설마. 그렇게 위험한 건 설 치 안 했을 거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지……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나는 그들 사이를 지나 앞으로 갔다.

“야야, 김선우. 너 조심해.”

“조용히 해봐.”

몸을 숙여 바닥을 유심히 보았다.

바닥엔 복잡해 보이는 마법 수식들 이 나열되어 있었다.

“음, 보니까 크게 위험한 건 아니 네. 단순한 결계야.”

“결계?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이해하기 쉽겠지.

나는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동시에 손끝에 스파크가 튀었다.

“봤지?”

“와…… 진짜네? 어떻게 알았냐?”

신기하다는 얼굴로 신지혁이 나에 게 다가왔다. 그러곤 내가 했던 것 처럼 손을 허공에 뻗었다.

—파직!

“앗! 따가워!”

신지혁이 손을 내빼며 얼굴을 찌푸 렸다.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신 지혁을 바라봤다.

얘가 지금 뭐 하는 거지?

“뭐야. 이러면 지나갈 수 없잖아. 이거 돌아가야 하나?”

“어…… 다른 길이 있던가?”

“하나 있긴 할걸. 근데 그걸 또 언 제 돌아가서 앞으로 가냐……

정진태와 윤하영이 불안한 목소리 로 뒤에서 떠들었다.

다른 길로 돌아간다라.

물론 다른 길에도 결계가 없다면 괜찮은 해결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예상대로라면 다른 길에 도 똑같이 이런 결계가 있을 것이다.

공략 속도가 중요한 던전 수업에서 학교 측이 이런 운 적인 요소를 집 어넣었을 리는 없으니까.

그리고 과거 던전 탐험 수업 때도 이것과 똑같은 상황을 겪은 적이 있었다.

그렇다는 건, 이건 던전 탐험 수업 에서 학교 측이 마련한 첫 장애물이 라는 것.

이걸 넘어야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그래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윤하영과 정진태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이서준이 검에 마력을 불어 넣으며 앞으로 나섰다.

“비켜봐. 검으로 베어볼게.”

검을 쥔 이서준이 폭풍 같은 움직 임으로 결계에 검을 휘둘렀다.

—치지직!

이서준의 강력한 마력이 담긴 검이 결계와 격돌했다. 강력한 마찰음이 퍼지며 새하얀 빛이 터졌다.

과연 이서준인가.

다소 무식한 방법이지만 이서준같 이 강력한 마력으로 공격할 수만 있 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리고 방법

이 통했는지 결계가 찢어지며 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결계는 빠른 속도로 다시 재생되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 아왔다.

“아, 아쉽다.”

“그러게. 순간 성공한 줄 알았는 데.”

“……으음. 잘하면 될 것 같기도 한데.”

이서준이 다시 검을 쥐고 자세를 잡았다. 방금 아쉽게 실패한 만큼 다시 시도해보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결계라는 건 힘으로 깨는

걸 한번 실패하는 순간 그다음도 실 패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결국 이 결계를 뚫어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마법 수식을 해석해 해제 해야 한다.

“내가 나설 차례인가?”

신지혁이 자신 있는 발걸음으로 나 섰다.

결계나 함정 같은 설치류 마법은 보조계 마법에 해당한다.

그리고 신지혁은 이곳의 유일한 보 조계 마법사였다.

“어디 보자……

신지혁은 몸을 숙이더니 바닥의 마 법 수식을 살펴보았다.

“복잡하네……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얼마나 걸릴 거 같은데?”

신지혁의 말에 정진태가 물었다.

“......40분?”

“뭐?”

“내가 마법 수식을 입력하는 건 자 신 있는데 해석하는 건 조금 약해가 지고.”

“그래도 40분은 너무 긴 거 아니 야? 차라리 다른 길로 가는 건 어

때?”

정진태가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리 며 말했다.

이 팀의 리더인 이서준의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마 다른 길에도 똑같이 결계가 있을 거야.”

“뭐야, 그럼 여기서 40분을 기다려 야 해?”

“다른 방법이 없으면 어쩔 수 없 지.”

이서준이 말하자 신지혁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마법 수식 해석에 좀 약하긴 한데, 그래도 최대한 빨리 풀어볼 게.”

그렇게 신지혁이 몸을 숙여 결계 해제를 시도하려는 순간 나는 그의 어깨를 잡았다.

“내가 풀어볼게.”

내가 나서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신지혁은 ‘얜 뭐지?’라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봤다.

“네가 푼다고?”

“어, 한번 해보지 뭐.”

신지혁은 멍하니 나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야, 됐어. 내가 아무리 해석 능력 이 떨어져도 너보단 빨라.”

“비켜봐.”

결계를 유지하는 복잡한 마법 수 식.

원래라면 푸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나에게는 ‘외부자의 혜 택’이 있었다.

이것을 이용하면 마법 수식을 해석 하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김선우, 야. 뭐해?”

“조용히 좀 해봐.”

[고유 특성 ‘외부자의 혜택’이 발동 합니다.]

[마법 수식을 해석합니다.]

나는 찬찬히 바닥을 채우고 있는 마법 수식을 살펴봤다.

동시에 결계의 복잡한 마법 수식의 해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천천히 손을 바닥에 짚었다. 그리 고 몸속의 마력을 바닥을 향해 방출

했다.

“뭐야? 진짜 알고 하는 거야?”

뒤에서 중얼거리는 신지혁의 말을 무시하고 마력에 집중했다.

손에서 빛이 뿜어지고 바닥이 그 빛을 삼켰다. 시간이 지나자 바닥 위의 마법 수식들이 빛을 발하기 시 작했다.

“뭘 알고 하나 본데?”

“……그러게?”

나는 마력을 넣어 결계를 유지하는 수식을 하나씩 해제했다.

그렇게 1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까.

빛을 내뿜던 마법 수식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눈앞의 결계가 흐물거리며 조금씩 형태를 잃어갔다.

“어? 진짜 되는 거야?”

“이렇게 뺄리 푸는 게 가능하다 고?”

나는 계속 집중했다.

마지막까지 방심은 금물이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

—스으으윽..

“됐다.”

결계를 해제하는 데 성공했다.

손을 앞으로 뻗으니 전처럼 스파크 가 튀지 않았다. 결계를 완벽하게 해제했다는 증거였다.

“얘들아. 성공했다.”

슬쩍 뒤를 바라보니 다들 놀란 얼 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지혁은 믿을 수 없다는 둣 경악 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이서준 역 시 꽤나 놀랐는지 입을 벌리고 있었

다.

하긴. 결계를 풀어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렇게 빠르게 풀어 내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

저런 반웅도 당연한 건가.

“……대박.”

“와. 이걸 이렇게 빨리……

그때 눈앞에 작은 창이 떠올랐다.

[등장인물 ‘이서준’이 당신에게 놀 라움을 느낍니다.]

[등장인물 ‘이서준’에게 당신에 대 한 관심도가 추가됩니다.]

[등장인물 ‘이서준’의 당신에 대한 관심도 Lv : 1]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등장인물 ‘장안철’이 당신에게 놀 라움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등장인물 ‘이희영’이 당신에게 놀 라움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뭐야 이건? 관심도 레벨?

던전 탐험의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왔다.

아직 던전에서 나오지 않은 학생들 이 많은지, 밖에는 사람이 별로 보 이지 않았다.

던전 내내 나에게 시비를 걸던 신 지혁은 결계 해제 이후로 꿀 먹은

병아리가 되어있었다. 그 모습이 퍽 마음에 든다.

그렇게 밖에서 있는데 멀리서 근 육질의 남성, 장안철이 다가왔다.

“3조. 현재 2등이다. 시작이 좋구 나.”

장안철의 말에 정진태와 윤하영이 밝게 웃으며 기뻐했다.

2등이라.

괜찮은 성적이지만 팀 멤버에 이서준이 끼어있다는 점에서 나는 그렇 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역시 1등은 유아라 팀인가?

“특히, 김선우. 결계를 풀어내는 모 습이 아주 인상 깊었다. 아마 결계 를 빨리 풀어내지 못했다면 지금 순 위는 3등이었을 거다. 그런데 궁금 하군. 무슨 방법을 썼길래 결계를 그렇게 빨리 풀어낸 거지?”

“관심 있는 분야라 평소에 연습했 습니다.”

솔직하게 말할 순 없으니 대충 지 어내서 답했다.

“관심 있는 분야라. 단순한 관심만 으로 그 정도라니 재능이 대단하군. 그런데 그 재능이면 차라리 보조계 를 선택하지 그랬나? 아주 잘할 것

같은데.”

“그래도 역시 저한텐 발현계가 잘 맞습니다.”

내 말에 장안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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