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535)

“당연히 문제 있지. 유아라 팀원을 생각해봐. 최하위권 학생을 둘 넣었지만 남은 두 명은 그래도 꽤 괜찮 은 실력자를 넣었어. 이런 팀원 구 성이면 아마 던전 클리어 속도에서 크게 밀릴 거야.”

내 말에 이서준이 자신 있는 미소 를 지었다.

“괜찮아. 다 생각하고 꾸린 거니까. 뭐 변수가 있다면 있기야 한데.”

“ 변수?”

그게 뭐지?

“네가 내 기대만큼 못 해주는 거?”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너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설마 저번에 내가 꼴찌 치고 실력이 쓸만하다고 말한 것 때 문에 그래?”

내 물음에 이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 맞아. 설마 그냥 한 소리였 어‘?”

실력이야 꼴찌 급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순 있지만, 나는 부족한 마력 양 때문에 오랜 전투는 불가능 하다.

고로 던전 같이 오랜 전투를 해야 하는 곳에선 나는 꼴찌 급 전투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난 오래 못 싸워. 마력이 부족해.”

“그건 테스트 때 봐서 대충 알고 있어.”

“그럼 뭘 믿고 그런 건데.”

“중요할 때만 싸우면 되잖아.”

이서준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

다.

중요할 때만 싸우라니. 저게 무슨 소리야?

M O ”

..

그래, 머리도 똑똑한 녀석이 뭔가 생각이 있겠지.

그리고 윤하영은 지금 당장 순위는 낮지만, 잠재력은 높은 녀석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팀원 구성권은 너에게 넘겼 으니까 내가 할 말은 없지.”

“잘 될 거야. 다들 기본 실력은 있 는 애들이니까.”

”......그래.”

자신 있게 말하는 이서준.

이전 삶이었다면 나도 이서준을 믿 고 따랐을 거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전처럼 이서준 을 믿을 수 없게 됐다.

그야 당연한 게, 이서준을 믿고 모 든 걸 맡겼다가 한 번 실패를 경험 했었으니까.

으음. 묘하게 찝찝한데.

마나 연공과 개인 훈련을 마치자 11시가 넘었다.

나는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침대 에 몸을 던졌다.

피곤함에 멍하니 누워있는데 스마 트 학생 수첩에서 알림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웬 메시지가 도착해있었다.

“뭐지?”

[정진태 님이 이서준, 김선우, 윤하 영, 신지혁 님을 초대하였습니다.]

[정진태 : 얘들아 두 달간 잘해보 자!]

[윤하영 : 거거거거안녕!!]

[신지혁 : 호 o흐 o]

……단톡방이네.

일단 시작 분위기는 좋은 것 같아 다행이다.

다른 팀에선 시작부터 서로를 신용 하지 못해 초창기부터 싸움도 자주 일어난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 팀은 하위권이 3명이나 몰렸지만, 분위기가 꽤 화기애애하 다.

이 모든 건 이서준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서겠지만.

딱히 대화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 에 적당히 알람을 꺼뒀다.

어차피 내일 하루 종일 같이 있을 텐데 굳이 지금 대화할 필요는 없겠 지.

“능력치나 확인해볼까.”

[고유 특성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

합니다.]

[능력치를 확인합니다.]

[능력치]

체력 : 44.06

근력 : 34.04

마력 : 24.2

속도 : 30.04

순발력 : 32.02

손재주 : 28

“으음.”

전체적으로 능력치가 소폭 상승했다.

특히 마력은 꾸준한 마나 연공과 귀환자의 손목시계의 효과로 24를 넘어섰다. 물론 평균적인 마법사의 마력 수치가 되기까지는 아직 크게 멀었다. 중요한 건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능력창을 치우고 내일 있을 던전 탐험에 대해 생각했다.

던전 탐험은 학교에서의 첫 조별 수업이다.

나만 잘한다고 해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문제는 내가 활약할 상황이 오기나 할지 모르겠다는 거다.

아무래도 이서준의 원맨쇼가 시작 될 것 같은데.

“아, 모르겠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 했다.

내일 아침 일찍부터 몸을 써야 하 니 빨리 씻고 자야지.

목요일 아침 9시.

이른 아침부터 마법사관학교 뒷산

에 50명의 학생이 모였다.

오늘 있을 실전 과목 중 하나인 ‘5

인 던전 탐험’을 위해서다.

나는 딱 정각에 맞춰 뒷산에 도착

했다.

그때 옆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김선우!”

목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이서준과 그 뒤로 세 명의 학생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살펴봤다.

갈색 머리와 앳된 외모를 가진 이 쁜 여학생.

원작 중반부에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윤하영이었다.

그 뒤로 살집 좀 있어 보이는 큰 덩치의 남자가 신지혁.

호리호리한 잘생긴 남자가 정진태 이다.

“안녕!”

밝은 인사와 함께 정진태가 나에게 다가왔다. 잘 모르는 얼굴이지만 겉

으로 드러난 성격은 좋아 보인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고 답했다.

“안녕.”

이서준이 우리를 쭉 둘러보더니 말 했다.

“드디어 다 모였네. 1학기 동안 잘 해보자.”

“그래, 얘들아 잘해보자!”

윤하영이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런데. 그런데 우리 팀 진짜 특 이하지 않냐? 1둥이랑 꼴찌랑 같이 있잖아. 큭큭.”

신지혁이 나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 그 의도가 비꼬는 건지 그냥 해 본 말인지는 아직 모른다.

“너 근데 잘할 수 있겠냐? 저번 테스트 보니까 마법 한 발도 못 쏘 더만.”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대화를 들어보니 비꼬는 의도였나보다.

뭐 기분이 썩 좋진 않지만, 적당히 무시했다.

순위 테스트에서 꼴찌를 한 이후로 이런 비아냥은 질릴 만큼 들었다. 이제는 무덤덤하다.

“뭐, 서준이가 팀 짠 거니까 어떻

게든 되겠지.”

정진태가 나서서 말했다.

딱 보니 얘는 벌써 이서준에게 묻 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

던전 탐험 시작까지 30분 전.

나는 이 시험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던전 탐험 수업은 학교 뒷산에 자 리 잡았었던 실제 던전에서 진행한다.

물론 실제 던전이긴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공략이 완료되었고, 학교 측에서 입맛대로 개조했기 때문에 지금은 실제 던전보다는 인공 던전 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공 던전이라고 해도 실제 던전을 개조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 분위기나 설치된 함정은 실제 던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던전 수업은 마법사관학교의 많은 수업 중 가장 위험한 훈련에 해당한다.

물론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 기 위해 어느 정도 던전의 난이도를

조정해 놓지만 매년 위험한 사고가 한 번씩은 터진다고 한다.

“던전 탐험 수업은 오전과 오후. 총 두 번에 걸쳐서 진행한다. 오늘 은 첫날이니 지하 1층만 탐험한다.”

던전은 지하로 내려가는 층이 존재 한다. 그 층의 수는 던전마다 다르 지만, 학교 뒷산의 던전은 지하 15 층까지 있다.

그리고 각 층의 마지막에는 당연하 게도 보스 몬스터가 존재한다. 그 보스 몬스터를 무찔러야 다음 층으 로 내려갈 수 있다.

던전 탐험 수업은 매주 1층씩 공

략하는 방식의 수업을 한다.

“오전 수업이 끝나면 던전에서 나 와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그 다음 오후 수업으로 던전을 이어서 탐험하면 된다. 수업 종료는 지하 1 층을 공략할 때 까지다. 그럼 던전 탐험 수업의 점수 책정 방법을 설명 하겠다.”

장안철이 눈앞에 모인 50명의 학 생을 둘러보며 말했다.

“하나는 던전 공략 속도다. 가장 빠르게 던전을 공략하는 팀에게 가 산점이 주어진다. 두 번째는 순위 간 보정 점수다. 자신의 순위 대비 낮은 팀원과 함께할수록 개인에게

더 많은 점수가 주어진다.”

여기까지는 아주 기초적으로 모든 학생이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세 번째는 공헌도다. 인공 던전에 는 특수한 공헌도 시스템이 있다. 자신이 얼마나 팀에 기여했는가. 그 것에 따라 개인에게 추가 점수가 주 어진다. 물론 직접 몬스터를 공격하 지 않고, 보조 마법으로 몬스터를 꼼짝 못 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가산 점이 주어진다.”

내가 가장 걱정되는 게 바로 이 공헌도 점수이다.

나는 현재 마력이 부족해 지속적인

싸움이 불가능하다. 그 말은 즉, 공 헌을 쌓기에 불리하다는 이야기였다.

거기다 내가 공헌도를 위해 경쟁해 야 할 상대는 다름 아닌 이서준이니 까.

“매년 던전 탐험 과목에서 전투 불 능 판정을 받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런 의미로 팀에서 부상자를 신경 쓰라는 차원에서 부상 페널티 점수 가 주어진다. 부상 페널티를 받고 싶지 않다면 팀원을 잘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투 불능 판정 을 받은 부상자는 1달간 던전 체험 에서 제외된다. 그러니 모두 안전을

최우선으로 움직여야 한다.”

던전과 부상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그렇다고 해서 부상 한 번으로 수 업에서 제외된다는 건 조금 극단적 인 페널티였다.

하지만 저렇게 극단적인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 다.

그렇게 안전이 중요하다고 말해도 항상 큰 사고가 터졌다는 건 학생들 이 그만큼 안전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이야기니까.

아마 학교 측에서는 안전의 중요성

을 학생들에게 각인시키고 싶은 거 겠지.

“들었지? 괜히 나서서 부상 페널티 받지 말고 조심히 하자.”

신지혁이 모두에게 말하는 척하면 서 나를 흘겨봤다.

“그래, 다치면 팀한테도 손해지만 다친 개인은 그대로 수업에서 제외 되니까. 알아서 조심하자.”

정진태가 옆에서 거들었다. 얘는 딱히 다른 의도로 말한 것 같진 않 다.

나는 그 시선을 적당히 무시하고 말했다.

“됐고. 너네 주특기나 말해봐.”

“주특기? 나는 보조계. 부특기는 발현계야.”

먼저 답한 건 신지혁이었다.

보조계라. 보조계는 각 마법의 개 성이 너무 뛰어나 마법의 4계통 중 가장 익히기 까다로운 계열이다. 그 래서 보조계를 주특기로 사용하는 마법사는 아주 귀하다.

거기다 43위라는 중상위권의 순위.

역시 이서준.

살짝 재수 없는 게 흠이지만, 우리 팀에 가장 필요한 전력을 잘 구해왔

다.

다음은 윤하영이 말했다.

“나는 발현계. 속성은 빙속성이고, 부특기는 보조계야.”

윤하영 같은 경우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그녀의 전력은 아마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을 거다.

« Q »

’司三

그래도 이서준이라는 최고의 강화 계 자원이 있으니, 이서준을 메인으 로 앞세우고 나머지는 그를 보조해 주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되겠지.

“나는 강화계. 부특기는 발현계인

데 잘못해.”

정진태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부특 기를 못한다고 말하는 게 솔직하다.

“나는 발현계고. 속성은 없어. 부특 기는 강화계.”

“큭큭. 그건 알고 있어. 아마 전교 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내 말에 신지혁이 웃으며 답했다.

“……뭐, 알고 있으라고.”

서로 간의 정보 공유가 끝나자, 장 안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자, 그럼 이제 팀별로 던전에 입 장한다.”

학교 뒷산에 있는 던전 통제실.

그곳에 10개의 거대한 화면이 켜 져 있었다.

각 화면엔 조별로 던전을 탐험하는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는 데 장안철을 포함한 4명의 감독관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던전 수업 특성상, 위기 상황이 발 생하면 몬스터를 막아줄 마도구를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야. 저기는 벌써 자기들끼리 싸 우네.”

“저기가 몇조죠?”

“5조네요. 쟤가 신영준 맞죠? 혼자 열심히 말리고 있기는 한데. 되게 웃기네.”

감독관 한 명이 화면을 보며 웃었다.

“아, 장안철 선생님. 선생님네 반에 이서준도 있지 않아요?”

“네, 있습니다. 저기 3조입니다.”

“으음. 3조라.”

감독관이 3조를 보다가 고개를 갸 웃했다.

“멤버가 특이하네요? 누군지 잘 모 르는 애들이 많은데 아, 쟤는 알겠 다. 쟤 김선우죠? 그 최근에 영상 퍼진.”

“네, 맞습니다.”

“흐흐. 저 팀 재밌네. 김선우는 뭐, 전교 꼴찌겠고. 남은 세 명은 순위 가 어때요?”

“저기 덩치 큰 남학생이 40위 권 이고 나머지는 80, 120위 권으로 기억합니다.”

그 말에 감독관이 낄낄 옷었다.

“이서준이 고생 좀 하겠네. 보정 점수 노리고 팀 짠 것 같은데 저러 다가 괜히 던전 클리어 타임만 늦춰 지는 거 아닌가?”

“그래도 실력 있는 아이니까 잘 하 지 않을까요?”

그렇게 장안철과 감독관이 떠들던 사이, 멀리서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 렸다.

장안철이 슬쩍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잠시 뒤 통제실의 문이 활짝 열렸다.

“이희영 선생님?”

문에서 둥장한 건, 발현계 교사 이

희영이 었다.

“아, 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희영이 밝은 미소로 인사했다.

“여긴 어쩐 일로?”

“아, 그냥 수업도 없고 심심해서 와봤어요.”

흐음. 장안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A반은 재능 있는 학생이 많은 거 로 유명한 반이다. 그리고 장안철은 이희영이 평소 천재성 있는 학생에 게 관심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A반에는 역대급 천재라 불리는 학 생이 둘이나 있었다.

이서준과 유아라.

그녀는 아마 그 둘을 보러 온 거 겠지.

“이 선생님, 수업 참관은 상관없는 데 특별히 다른 학생을 편애하는 건 안 됩니다.”

“에이, 그럴 일은 없어요.”

이희영이 웃으며 장안철의 옆에 앉 았다. 장안철은 그녀를 힐끔 보다가 말했다.

“뭐, 관심 있는 학생이라도 있습니 까?”

“음. 궁금한 아이는 있죠.”

이희영의 대답에 장안철이 피식 웃 었다.

보나 마나 뻔했다. 같은 발현계 마법사인 유아라겠지.

그녀는 발현계를 사랑하니까.

“어머, 저기가 몇조예요?”

이희영이 손으로 화면 하나를 가리 켰다. 그녀의 손끝에는 이서준이 검 을 휘두르며 몬스터와 싸우고 있었다.

“3조입니다.”

“이서준이랑 김선우 맞죠?”

“네. 맞습니다.”

“흐흐. 재밌네요. 3조. 1위와 꼴찌 의 조합이라.”

3조를 바라보던 장안철이 손으로 다른 화면을 가리켰다.

“저기 7조도 비슷합니다. 유아라 팀이요. 하위권 학생 두 명이거든요. 다른 두 명은 중위권이고요.”

이희영은 장안철이 가리킨 손끝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유아라가 거대 한 화염 구체로 몬스터들을 불태우 며 그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서준이나 아라나 둘 다 보정 점수 를 노리고 팀을 짰나 보네요.”

“그럴 실력이 있는 아이들이니까 요.”

이희영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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