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535)

“왜?”

“두 가지 이유가 있어.”

같이 팀을 해야 하는 이유가 두 가지라.

예측할 수 없는 그의 말에 이서준 은 강한 궁금중을 느꼈다.

“그래, 일단 들어볼게.”

“첫 번째. 나는 이번 2학년 전체 꼴찌야.”

그게 이유라니. 예상치 못한 말에 실소가 나왔다.

“큭큭. 그게 이유야?”

“학교 모든 합동 테스트에는 보정

점수가 있어. 교내 1등인 네가 꼴찌 인 나와 함께한다면 점수를 더 잘 받을 수 있어.”

아, 그런 얘기였나. 확실히 일리는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는 꼴찌와 함 께 팀을 짜야 하는 리스크를 감당할 순 없었다.

“그것만으로는 이유가 안 돼. 보정 점수가 있다고 해도 같은 팀원이 아 무것도 해주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 으니까.”

“두 번째.”

김선우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유아라의 팀원 구성이야. 유아라 는 이번 던전 탐험 멤버를 149, 148둥. 이렇게 하위 성적 두 명을 팀원으로 넣었어.”

“......뭐?”

유아라?

이서준은 그녀가 자신을 경쟁자로 느끼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1등 자리를 빼앗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설마 거의 꼴찌 성

적의 두 명을 팀원에 넣었다니.

“너도 알겠지만, 유아라는 광역 마 법이 주특기야. 1:1보다는 다수 상 대에 특화되어있지. 그 애가 하위권 두 명을 끼고 던전을 탐험한다고 해 도 아마 큰 문제는 없을걸?”

“……흐음. 네 말을 들으니 확실히 고민이 되네.”

이서준이 중얼거리자 김선우가 다 시 말했다.

“세 번째.”

“뭐야. 아까는 두 가지라며?”

이서준의 물음에 김선우가 의미심 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서준은 그 미소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세 번째. 한번 말해봐.”

“나는 꼴찌치고는 실력이 쓸만해.”

“뭐?”

그 말에 이서준의 웃음이 터졌다.

“큭큭큭…… 아, 재밌네.”

단순한 농담일 수도 있겠지만 이서준은 그가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도대체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렇게 되면 궁금해서라도 같이 팀

을 짜고 싶어진다.

“그래, 좋아. 같이 팀을 짜자.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

“남은 팀원은 내가 짤 게 상관없 지?”

이서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팀원은 이서준만 있으면 된 다. 그것만으로 최소 3위권은 보장 되니까.

“그래, 상관없어.”

내 대답에 이서준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더럽게 잘생겨 기분 이 나쁘다.

“아 참, 물어볼 게 있는데. 넌 주

특기가 발현계지?”

“그렇지.”

“부특기는 뭐야? 아, 당연히 강화 계인가?”

부특기는 마법의 4계통 중, 보조로 익히고 있는 것을 말한다.

보통 강화계는 부특기로 보조계를 익히고, 발현계는 부특기로 강화계 를 익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절대적인 건 아니다. 어디까 지나 예외는 있으니까.

참고로 소환계와 보조계는 난이도 도 어렵고 각 기술의 개성이 넘쳐 이것을 주특기로 삼는 사람은 극소

수다.

“어, 강화계야.”

“그럼, 보조계를 다룰 수 있는 애 를 한 명 구해야겠네.”

이서준은 특이 케이스로 강화계를 주특기 삼으면서 부특기로 발현계를 다룬다. 그는 강화계와 발현계를 동 시에 사용하는 최고급 기술인 ‘시너 지’를 구사한다.

그러니까 이 팀에는 보조계 마법을 다룰 수 있는 애가 필요하다는 의미 다.

이서준은 혼자 고민하다가 생각을 정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1학기 동안 잘 해보자.”

이서준이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맞잡았다.

[등장인물, ‘이서준’이 당신에게 깊 은 흥미를 느낍니다.]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마력 훈련장으 로 향했다.

아직 첫 주가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이 이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 고 있는 게 보인다.

왜 학교 휴게실, 카페를 놔두고 여 기서 친목질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무시하고 훈련장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둥장하자 나를 향한 시선이 느껴진다.

“저 사람. 그 사람이네.”

“아 테스트 영상?”

“학교 망신이다. 진짜.”

귓속말로 하는 사람도 보이고, 대 놓고 나를 향해 비웃는 사람도 있

다. 기분이 더럽지만 일단 무시하고 개인실로 이동했다.

“ 에휴.”

굳게 닫힌 개인실 문.

스마트 학생 수첩을 가져다 대자 문이 열린다.

— 삐빅!

안으로 들어서자 일자로 쭉 이어진 텅 빈 공간이 보인다.

언 듯 보면 개인 야구장이나 볼링 장이 떠오른다. 사실 발현계는 야구 의 투수와 비슷한 면이 많다.

구위, 구속, 제구. 이 셋을 중요시

한다는 점에서 아주 홉사하다.

나는 그곳에서 소환계 마도구를 조 작했다.

[표적을 생성합니다.]

[표적의 움직임을 설정합니다.]

[표적을 움직임을 ‘빠름’으로 설정 합니다.]

알림과 함께 마도구로 만들어진 ‘인형’이 소환됐다.

인간을 떠올리는 이족보행의 인형 이 좌우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

다.

나는 마법을 구현했다. 그리고 이 전 공개 테스트 때처럼 마력을 압축 했다.

물론 그때와 같이 마력을 크게 압 축한다면 또다시 방출에 실패할 테 니 압축한 마력 양올 조금 줄였다.

다음 단계는 방출과 조작이다.

어제 나는 마나량이 부족해 방출에 실패했었다.

내가 훈련장의 온 이유는 이것에 대한 실험을 위해서였다.

어느 정도의 마력을 압축해야 큰 문제 없이 방출에 성공할 수 있을

까.

“하앗!”

나는 구현된 마법을 그대로 표적에 게 날렸다.

-쏴아아아아!

방출된 마력구가 공기를 가르며 날 아간다.

급속도로 내 몸의 마력이 빠져나가 는 게 느껴진다.

불안한 느낌이 들지만 ‘방출’에 집 중했다. 그리고 날아드는 마력구가 표적과 가까워지자 ‘조작’단계에 들 어섰다.

—콰직!

표적의 머리가 부서지며 점수가 떠 올랐다.

[96 점]

“……휴.”

다행히 첫발은 성공이다.

점수도 꽤 괜찮게 나왔다.

내가 구현할 수 있는 마력 압축의

최대치는 이 정도인 것 같다.

‘귀환자의 손목시계’의 마력 회복 과 마력 상승이 없었더라면 이 정도 도 간당간당했겠지.

“다음이 문제네.”

한 번에 너무 많은 마력을 사용한 나머지 다음 마법을 사용할 엄두가 안 난다. 그래도 해야 한다. 지금의 내 수준을 객관화하는 것. 그게 가 장 중요하니까.

[같은 표적을 생성합니다.]

[표적의 개수를 3개로 늘립니다.]

나는 이번에 마력을 압축하지 않고 일반 구현을 사용했다.

파괴력은 전보다 훨씬 떨어지지만, 남은 마력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다.

마력을 모아 다시 쏘아냈다. 이번 에는 속사로 3발을 연속 방출했다.

—쏴아아!

표적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3개 의 마법구.

각각의 마법구는 마치 살아있는 둣 푸른 잔상을 남기며 목표를 향해 날 아갔다.

-빠각! 빠각! 빠각!

앞에부터 인형의 머리가 하나둘씩 터지며 점수가 떠올랐다.

[78 점]

[68 점]

[51 점]

“……쳇.”

마지막 마법은 마력이 부족해 조작 에 실패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마법의 한계는 압축 구현 한발과 일반 구현 3발.

이것으로 전투를 하기엔 턱없이 부 족하지만, 관리자의 손목시계의 마 나 회복을 이용하면 아마 좀 더 사 용할 수 있겠지.

“후우.”

그럼 내 수준도 알았겠다 슬슬 마 나 연공을 하러 가볼까.

[마력이 0.02 상승했습니다.]

[대자연의 축복 효과로 0.03의 마력을 추가로 획득합니다.]

[대자연의 축복 수련치가 12% 상 승합니다.]

2시간가량의 마나 연공을 끝내고 눈을 떴다.

이제야 하루를 무사히 마친 기분이 다. 나는 기분 좋게 자리에서 일어

나 기지개를 켰다.

“흐으음!”

어우 좋다. 기숙사로 돌아가 쉴 생각을 하니 벌써 행복하다.

‘아, 돌아가서 맥주 한 캔 마시면 딱 좋은데.’

상상만 해도 좋네.

하지만 지금 나는 미성년자다. 맥 주를 마시고 싶어도 구할 방법이 없다.

거기다 학교에 걸리면 최소 경고기 도 하고.

“쩝.”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이건 나중에 방법을 찾던가 해야 지.

나는 문을 열고 마나 연공실에서 나왔다.

11시가 넘어서 그런지 훈련장은 텅텅 비어 스산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훈련장을 걷고 있는데 개인 훈련실 문 하나가 열렸다.

그 안에서 익숙한 얼굴의 여성이 나왔다. 땀에 젖은 머리를 뒤로 질 끈 묶은 유아라였다. 그리고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새초롬하게 뜬 눈. 나를 바라보는 유아라의 시선이 평소보다 차갑다.

뭔가 불만이 많아 보이는데.

괜히 어색해서 먼저 입을 열었다.

“안녕.”

대답은 없었다. 그저 차가운 시선 으로 나를 바라볼 뿐.

“……어.”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훈련장 밖 으로 나갔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설마 친구 없다고 해서 화났

나?’

수요일 아침.

나는 아침 식사를 위해 기숙사 식 당으로 내려왔다.

어제만큼 줄이 미친 듯이 길진 않 지만, 오늘도 여전히 길다.

멍하니 줄을 기다리다가, 내 차례 가 오자 식판을 쥐었다.

마법사관학교의 기숙사 식당은 뷔 페식으로 운영된다. 학교에 돈이 많 고 학생 복지도 뛰어나다는 설정답 게 먹을 음식이 많아 고르는 데 시 간이 걸린다.

“아, 어딨지.”

나는 한 요리를 찾아 계속 식당 안을 돌고 있었다.

마나 새우 조림.

내가 찾는 요리의 이름이었다.

바다의 마나를 듬뿍 담았다는 판타 지 설정이 담긴 이 요리는 회귀하기 전에도 내 입맛에 딱 맞아 매번 식 사시간마다 챙겼었다.

그런데 그새 다들 집어간 건지 도 통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포기할 내가 아니 지.’

나는 새우에 대한 집착으로 2분가 량 식당 안을 계속 돌다가 결국 새 우를 찾는 데 성공했다.

“뭐야.”

새우의 맛에 대한 소문이 이미 교 내에 퍼진 걸까.

커다란 그릇 위에는 단 하나의 새 우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이거라도 먹는 수밖에.

“쩝. 아쉽네.”

그렇게 접시에 음식을 가득 채우고 식당 안을 쭉 둘러봤다.

어제까지만 해도 빈자리 없이 꽉 차 있었는데 오늘은 듬성듬성 빈자 리가 보인다.

아침도 거를 만큼 다들 어느 정도 학교생활에 적응했나 보다.

나는 대충 적당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렇게 음식을 먹고 있는데 주변에서 아주 약간의 소란이 느껴졌다.

아니,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고 해야 하나?

‘뭐지?’

학생들의 시선을 따라가니 남학생 두 명과 여학생 하나가 식판에 음식 을 담고 있는 게 보였다.

익숙한 얼굴.

주요 등장인물인 이서준, 이현주, 신영준이다.

그때 식판을 들고 이동하던 이서준 과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김 선우.”

반갑다는 듯이 나에게 말을 거는

이서준.

이내 내 앞자리에 앉는다.

“왜 흔자 먹어?”

이서준을 따라 신영준과 이현주가 자리에 앉았다.

갑작스러운 주요 등장인물들과의 합석에 조금 당황스럽다.

신영준은 나를 힐끔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너 김선우 맞지?”

“어? 응.”

신영준이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나 를 바라보다가 이서준에게 물었다.

“둘이 언제 친해졌냐?”

“우리? 어제 친해졌지.”

“어제 둘이 같이 있는 건 못 본 거 같은데.”

“내일 던전 탐험 같이 팀 하기로 했거든.”

이서준의 말에 신영준이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왜 둘이 해? 설마 보정 점 수 노리는 거야?”

“어. 꼴찌니까 같이하자고 먼저 나 한테 제안하던데?”

“흐음.”

신영준이 나를 힐끗 홀겨보더니 말 했다.

“근데 너 보정 점수 없어도 1둥 자신 있잖아.”

“유아라네 팀이 심상치 않더라고.”

“유아라? 팀을 어떻게 짰길래?”

“최하위권 성적 두 명을 넣었어.”

그 말에 신영준이 으-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걔도 진짜 독하다.”

“독한 게 아니라 뭐든 열심히 하는 거지. 덕분에 나도 자극되고 좋아.”

“……너도 참 긍정적이다. 나라면

진짜 피곤할 것 같은데.”

그렇게 식사에 다시 집중하려 하는 데 맞은 편에서 이상한 시선 같은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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