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535)

다시 손을 번쩍 들었다. 교사가 나 를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김선우 학생? 적극적인 모습이 참 좋네요. 대답해보세요.”

“새롭게 둥장한 마법 학파인 강화 계 마법사와 기존 발현계 마법사와 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내 대답에 주변 학생들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헤르미온느야 뭐야.”

“큭큭. 헤르미온느래.”

“수업 열심히 들으면 뭐하냐. 꼴찌 확정인데.”

어제 순위 평가 테스트 영상이 퍼 진 영향일까.

나를 향한 악담이 들려온다.

그래, 니들 마음대로 떠들어라.

“잘 대답했습니다. 김선우 학생. 평 소 공부를 열심히 하나 보네요. 보 기 좋아요.”

교사의 칭찬에 질투의 시선이 나에 게 꽂힌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질문도 아닌 데.

부러우면 너네도 손들던가.

그렇게 수업은 계속 이어졌다.

그 이후로도 나는 손을 6번을 더 들며 교사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 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첫 수업이었는데 이번 A반은 수업 분 위기가 적극적인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수업을 끝낸 교사의 시선에 만족감 이 가득했다.

쭉 학생들을 둘러보다가 그녀의 시 선이 나에게 고정됐다.

“특히 김선우 학생. 어제 누군가가 학생을 욕보이게 하려고 악의적으로 영상을 퍼트렸던데, 위축되지 않고 열심히 수업하는 모습을 보니 참 다 행입니다. 상처받지 말고 학교 잘 다녔으면 좋겠어요.”

나에게 위로가 담긴 따뜻한 말을 전하는 교사.

그 영상을 퍼트린 게 나라는 걸 전혀 예상 못 하는 눈치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만약 영상을 퍼트린 게 나라는 걸

알면 어떤 반웅을 보일까.

세계에서 가장 강한 집단이 어딜 까.라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세계 마법사 협회 산하 대테러 특무 팀’을 고를 것이다.

특무팀의 주 임무는 시내에 등장한 마인 토벌과 테러리스트의 테러 저 지이다.

보통 마인과 테러리스트는 다른 일 반 몬스터와 달리 더 강한 힘을 갖 고 있다. 거기다 지능적인 측면에서 도 더 뛰어나기 때문에 상대하는 것

이 더 까다롭고 위험하다.

그런 이유로 특무팀의 맴버는 한명 한명이 최상위권 마법사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김덕현은 그 특무팀에서 15년을 몸담은 베테랑이었다.

김덕현은 일주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한국 본사로 돌아왔다. 오랜 만에 동료들의 얼굴을 볼 생각에 들 뜬 기분으로 문을 열었다.

“이거 진짜 입학 비리 아닌가?”

“그러게요. 제가 다닐 때 만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뭐야. 너도 여기 나왔어? 몇 학번

이냐?”

“아, 저는 2022학번입니다.”

본인이 돌아왔음에도 동료들은 자 신을 아는 채도 안 하고 모여서 무 언가를 보고 있었다. 뭘 보길래 저 렇게 옹기종기 모인 걸까.

김덕현은 슬쩍 동료들의 뒤로 다가 가 무엇을 보는지 확인했다.

‘동영상?’

마법을 사용하는 10대 학생의 영 상이었다. 마력을 모으다가 방출. 하 지만 마력 방전이 일어나며 마법구 가 소멸했다. 김덕현이 보기엔 특별 할 것 없는 허무한 영상이었다.

“이거 뭐냐?”

“아씨! 깜짝이야.”

김덕현의 말에 앞에서 영상을 보던 정현수가 몸을 크게 움찔했다.

“아, 김덕현 선배님. 언제 오셨어 요?”

“방금 왔다. 근데 그거 뭐냐?”

“아, 어제 한국 마법사관학교 공개 테스트 영상이요. 인터넷에 유출됐 더라고요.”

정현수의 말에 김덕현이 고개를 끄 덕였다.

“꽤 하네.”

“네?”

“꽤 한다고.”

“영상 제대로 안 보셨죠?”

“너나 제대로 봐라. 저거 마력 압 축하다가 방전 난 거잖아.”

그 말에 정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마력 압축은 실제로 가까이에서 마력을 느끼지 못하면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김덕현은 고작 짧은 영상만 보고 확신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네? 학생이 마력을 어떻게 압축해 요?”

“못 할 게 뭐 있어? 그리고 저거 테스트 표적 보니까 별로 크기도 크 지 않네. 보통 저런 건 마력 압축해 서 머리만 정확히 맞추면 점수 더 잘 나와.”

분명 틀린 말은 아니지만, 김덕현 의 말이 맞다기엔 분명 이해하기 힘 든 부분이 있었다.

“선배님 말대로 마력 압축한 게 맞 다 해도, 저 정도 압축으로 마력 방 전이 날 사람이 어떻게 압축 구현술 .을 사용해요? 그리고 저 학생 112

위에요.”

“112위인 건 모르겠고. 그럼 역으 로 생각해보자. 저게 압축하지 않은 마력이라고 치면 어떻게 저 정도의 마법구로 방전이 생겨?”

“……어? 듣다 보니 그러네.”

김덕현이 혀를 쯧쯧 찼다.

“그런 거 볼 시간에 이서준 검 휘 두르는 거나 봐라. 저번에 회장님 따라가서 봤는데 너보다 낫더라.”

“에이 그래도 제가 한참 강하죠. 이서준이 아무리 천재라고 해봤자 아직 고등학생인데요.

“말이 그렇다는 거야. 그리고 한 2

년. 아니 1년만 있어봐라, 너랑 비 슷해질걸?”

반박할 말이 있었지만, 김덕현과 말싸움을 해서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가 영상에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나저나 저 학생 진짜로 마력 압 축을 한 거면 기대해봐도 되겠는데 요?”

“뭘 기대해?”

“뭐긴요. 싹수 있으면 바로 스카웃 해야죠.”

정현수의 말에 김덕현이 혀를 쯧쯧

찬다.

“싹수는 무슨. 너는 어떻게 생각이 항상 1차원 적이냐.”

“아, 또 왜요. 아까는 꽤 한다면서 요.”

“꽤 한다는 건 ‘구현’을 말하는 거 고, 보통 저 나이에 구현을 저 정도 다룬다는 건 방출, 조작 훈련을 제 대로 하지 않았다는 거야. 상식적으 로 저 나이에 압축 구현술을 저렇게 다루는데 방출, 조작도 잘 다루면 쟤가 112위겠냐?”

“오…… 선배님 천재예요?”

[아직 마주치지 않은 등장인물이 당신에게 호기심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허억...... 허억...... 뭐야......

오후 기초 체력 훈련.

운동장에 나와 30분 넘게 쉬지 않 고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웬 메시지 가 떠올랐다.

“허억…… 허억…… 뭔데……

마주치지 않은 등장인물? 저게 누 구지?

등장인물이 워낙 많으니 생각나는 게 없다.

아니, 일단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허억…… 죽겠다……

쉬지도 않고 종일 뛰었더니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다리의 감각은 이미 사라진 지 오 래다. 당장이라도 바닥에 쓰러지고 싶다.

“이야. 쟤 생각보다 잘 버틴다.”

“그러게. 체력 하나는 쓸만하네.”

이미 50명의 학생 중 45명은 달리 기를 포기했다. 아직까지 달리고 있 는 건 나와 이서준, 신영준 그리고 누군지 모르는 남학생과 여학생. 다 섯뿐.

웃긴 건 나를 제외한 이 4명 모두 가 강화계라는 거다.

“와. 쟤는 체력도 좋으면서 강화계 나 계속하지. 왜 발현계로 갈아탄 거냐?”

“그러게.”

그때 나와 함께 달리던 이름 모르 는 남학생이 멈췄다.

“허억…… 허억…… 포기!”

“박유민, 31바퀴.”

남학생이 포기를 선언했다. 쟤도 참 독하다. 어떻게 31바퀴나 뛸 수 있지?

만약 나에게 ‘귀환자의 손목시계’ 의 체력 회복 효과가 없었더라면 8 바퀴도 뛰지 못했을 거다.

“김선우 진짜 쟤 죽으려고 하는데 언제 멈추냐?”

“저러다 죽는 거 아니야?”

이제 남은 건 한 명.

한 명만 재치면 3위 안으로 들어

A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까 제발 좀 포기해라.

“으허 억.”

하지만 내 의지와 달리 내 몸은 한계를 느끼고 달리기를 멈췄다.

“……김선우, 근성이 좋구나. 32바 퀴

나를 보며 담임 교사, 장안철이 말 했다.

대답할 기운도 없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등장인물 장안철이 당신의 독함에

혀를 내두릅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허억...... 허억......

얼마 안 가 3위로 달리던 유일한 여학생이 멈추었다.

딱 보니 내가 포기한 걸 보고 따 라 포기한 거다. 3둥 안에만 들면 A등급을 주니까.

어차피 저 둘은 이길 수 없으니 현명한 판단이다.

이제는 이서준과 신영준만 남았다.

하지만 종일 뛰었음에도 저 둘은 아직도 전혀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 는다.

나처럼 특수한 아이템을 사용한 것 도 아니면서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괴물 같은 녀석들.’

“아으.”

후들거리는 다리로 교실 책상에 앉 았다. 너무 무리했더니 온몸이 다

쑤신다. 그때 학생들 사이에서 소란 이 일었다.

“야! 테스트 순위 나왔대!”

“진짜? 바로 확인해봐야지.”

어제 봤던 순위 평가 테스트 결과 가 벌써 나왔나 보다.

나도 성적확인을 위해 학생 수첩을 꺼냈다. 그 후 배경화면에 있는 ‘종 합 정보 시스템’을 클릭했다.

[종합 정보 시스템]

능숙한 손짓으로 빠르게 넘기자 성

적이 떠올랐다.

[성적 정보]

[2-기초 평가 성적]

[김선우][2-A]

[종합 150위]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뼈아프다.

150등.

2학년 전교생 수가 150명이니 전 교 꼴찌다.

[‘전교 꼴찌’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에휴.”

수치스럽지만 포인트를 짭짤하게 벌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겠다.

그리고 올려야 할 성적이 많아진 만큼 달성할 수 있는 업적의 폭도 늘어나니 그것으로 위안 삼아야지.

그렇게 한숨을 내쉬는데 다시 학생 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일모레 5인조 던전 탐험. 파티 어떻게 짤 거야?”

“성적 나왔으니 지금부터 짜봐야 지.”

아. 그러고 보니 내일모레 5인조 던전 탐험이 있었지…….

5인조 던전 탐험.

목요일마다 5명의 학생이 모여 인

공 던전을 탐험하는 수업을 말한다.

던전 탐험을 빠르게 끝내는 순서대 로 높은 점수가 주어지는 경쟁시험 이라 할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팀원을 짜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거 나도 빨리 움직여야겠는데.

당연하겠지만 좋은 팀원과 함께하 면 그만큼 성적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한번 정한 팀원은 1학 기가 끝날 때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실력 있는 팀원이라.

우선 생각나는 사람이 몇 명이 있

긴 하다.

나는 천천히 교실 안을 둘러봤다.

내가 찾던 사람을 찾는데 그리 오 래 걸리지 않았다.

대화 좀 섞어본 사람 중에 얘만큼 실력 좋은 애는 없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에서 혼 자 공부하고 있는 여학생에게 다가 갔다.

“유아라.”

내 부름에 유아라가 눈을 날카롭게 뜨며 나를 올려본다. 표정을 보아하 니 썩 반기는 눈치는 아니다.

“……말 걸지 말랬는데.”

“내일모레 나랑 던전 탐험 팀 하 자.”

“뭐? 싫어.”

1초의 고민도 없는 칼답.

이렇게 나오니 무안해지기까지 한다.

“나랑 같은 팀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데?”

그 말에 유아라가 헛웃음을 흘렸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네. 그런 데 나 이미 팀 짰어.”

“뭐?”

이건 예상 못 했는데. 누구랑 짠 거지?

얘 친구 없는데.

“누구랑 팀 짰는데? 너 친구 없잖 아.”

“뭐라고?”

[등장인물 ‘유아라’가 당신을 경멸 합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아직 쉬는 시간이 약 5분가량 남 은 지금.

이서준은 혼자 복도를 걷고 있었다.

“던전 탐험 팀원 어쩔 건데.”

“이제 정해야지.”

어디선가 내일모레 있을 던전 탐험 에 대한 이야기가 들렸다.

이서준은 그것을 들으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팀을 짜야 하는 데.’

물론 교내 1위답게 그와 팀을 하 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 앞으로 줄 세우면 100명은 넘을 정도로.

하지만 1학기 동안 유지되는 팀원 이다.

대충 인형 뽑기하듯 팀원을 뽑을 순 없었다.

‘실력보다는 트러블 없이 잘 지낼 수 있는 애랑 하고 싶은데……

하지만 정말 마음 맞는 신영준, 이현주와 같이하자니 상위권 팀원과 함께할 때 점수가 감점되는 게 마음 에 걸렸다.

그렇다는 건, 실력 있는 중위권 학

생과 팀을 짜야 한다는 건데.

“이서준.”

그때 뒤에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한 남학생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힘들게 자신을 찾고 있었는지 살짝 숨이 찬 느낌도 들었다.

“김선우?”

작년만 해도 그렇게 주목받던 애는 아니었는데, 요 이틀간 여러 가지 방면으로 이상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애였다.

그런데 얘가 무슨 이유로 말을 거 는 걸까.

“무슨 일이야?”

이서준의 질문에 김선우가 씨익 웃 었다.

“나와 던전 탐험 팀 짜는 걸 제안 하려고.”

“음.”

던전 탐험이라.

이서준이 생각한 던전 탐험 팀원에 는 김선우는 없었다.

단칼에 거절하려다가 문득 어제 공 개 테스트가 떠올랐다.

압축 구현술. 작년만 해도 강화계 를 다루던 김선우가 그것을 다루고

있었다.

이서준은 그에게 잠시 호기심이 생 겼다.

“미안한데 팀원에 너를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이서준. 나를 팀원으로 받는 게 좋을 거야.”

마치 협박이라도 하는 듯한 단호한 말투.

그러니까 저건 제안보다는 강요에 가까웠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 런 말을 하는 걸까.

이서준은 김선우에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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