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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56화 (356/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56화

[중국의 산샤 댐이 수문 제어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사망만 무려 백오십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대만으로 향한 길.

이틀 전 벌어진 산샤 댐의 대량 방류로 인한 피해 문제가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아직 하류에 물길이 도달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민간인 피해만 수백만 명.

아마 곧 내 예상처럼 국제사회에선 피해구제를 우선하라는 여론이 조성될 테고, 우리로선 그 전에 일을 끝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베이징에서 곧 휴전을 제안할 것 같은데, 이거 골치 아프게 됐습니다.”

한창 테블릿을 주시하고 있던 와중 김 실장의 보고가 이어졌다.

사실 우리 입장에선 이대로 휴전을 한다는 것은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거나 마찬가지지.

결과적으로 시 주석은 이걸 노렸다는 건데, 그런 꼼수에 놀아날 생각은 없다.

‘그나저나 제 발등을 찍는 걸 모르는 건가?’

뭐 당장이야 시간을 버는 것에는 성공했어도 향후 막대한 인명 피해에 따른 인민들의 성토는 대체 어찌 해결할 생각이라는 말인가.

“시 주석은 아무래도 이 전쟁이 끝나도 자신이 권좌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여기고 있는 모양입니다.”

순간 김 실장의 말이 이어졌다.

꽂힌 내 몽롱한 시선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긴 걸까, 그가 어깨를 들썩이며 다시 말한다.

“이번 사태야 얼마든지 수습 가능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들의 특기인 날조와 은폐. 그리고 언론 통제를 통해서.”

“아니요, 그렇기엔 피해 규모가 너무 큽니다. 날조와 은폐도 어느 정도 가능한 선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경우는 그 선을 한참 넘어섰으니까요. 그나저나 이대로 대규모 홍수가 동부까지 밀려간다면 자칫 우리와 인접한 중국의 핵발전소들까지 영향을 받을 텐데, 그게 걱정입니다.”

“안 그래도 지금 정부에서도 그 부분을 면밀히 관찰 중입니다만, 그렇게까지 최악으로는 치닫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는 중입니다.”

“…….”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기다렸다는 가방에서 사진 몇 장을 꺼낸 김 실장은 옅은 미소와 함께 내게 건넨다.

“어제 이후 하류 쪽으로 물이 밀려드는 속도가 줄었습니다. 다행히 붕괴가 아닌 상황이라서 방류량이 일정 부분 감소한 덕분이죠. 이대로라면 원전들이 있는 곳에 이르기 전에는 어느 정도 지류들을 통해 확산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우리 관계자들의 설명이었습니다. 설사 그게 아니라도 원전들을 차단할 시간적 여유만큼은 생긴 것이죠.”

사실이라면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만약 원전들이 영향을 받는 상황이면 그 피해는 우리가 고스란히 볼 테니까.

“쯧.”

문득 그 생각을 하니 더더욱 괘씸했다.

제 권좌를 지키기 위해 국민들을 희생시킨 것도 모자라 우리를 엿되게 만들 위험 상황까지 조성한 시 주석의 행태가.

“뭐가 됐든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군.”

저들은 절대로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라는 것.

***

[늦으셨소이다.]

도착한 대만의 호텔에서는 이미 리암이 도착해 있었다.

하긴, 나와의 통화를 끝낸 즉시 비행기에 올랐을 테니까.

더군다나 내가 지목한 두 인물과의 선을 연결하고 또 그들을 몰래 대만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하루 사이에 가능하게 하려면 꽤 시간이 촉박했을 테고.

그럼에도 불과 이틀 만에 일을 해결한 것은 솔직히 리암이기에 가능했을 일이 아닐까 싶다.

[반갑습니다. 장홍이외다.]

[류관이오.]

방에서 마주한 두 인물은 충칭과 상하이 세력들의 우두머리들이었다.

시 주석의 가장 큰 정치적 정적들이자 지역의 패자들이며, 그의 권좌에 도전이 가능한 유일한 인물들.

그런 면에서 보면 사실 중국은 말이 공산주의지, 아직까지도 구시대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면이 존재하는 편이다.

[앉으시죠.]

짧은 내 소개와 함께 자리를 권했다.

비록 얼굴에 부쩍 그늘이 져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적국의 인물을 마주한 것에서 오는 경계심 때문만은 아닌 느낌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곧 인도가 참전할 예정입니다.]

[…….]

[그 경우 베이징의 몰락은 시간문제인데, 난 두 분께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쉽게 말해서 베이징 공략에 힘을 보태시라는 거죠.]

말을 뱉어 내곤 곧장 두 인물의 표정을 살폈다.

마치 예상했다는 의미의 미소.

절반의 성공을 예감하며 웃음을 내비치는 사이 그들끼리의 대화가 이어진다.

[이것 참 뭐라고 해야 할지……. 난 솔직히 시 주석이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라도 산샤 댐의 수문을 망가 트릴 생각까지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예요. 그 정도로 막대한 방류를 해 버리면 하류 댐들이 못 버틴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결과적으로 인민들의 희생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 아닙니까.]

어쩌면 우회적인 표현이지 싶었다.

대놓고 내 의견에 동조하여 자존심을 굽히기보다는 이런 간접적인 방식으로 내게 자신들의 의중을 전달하겠다는.

우스운 마음에 슬쩍 고개를 가로저어 보이자 이번엔 누가 들어도 내게 한 질문인 듯한 말이 들려왔다.

[흠흠, 사실 우리가 돕는다면 베이징 남부를 틀어막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죠. 그렇게 되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중앙군으로서는 백기를 들 수밖에 없을 테고. 게다가 천만다행히도 우리 두 군벌의 병력과 장비들은 이미 북으로 이동한 상태기에 산샤 댐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나도 제안을 드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두 지역 패주들이 남쪽에서 압박을 가해 준다면 사태 수습이 꽤 빨리 끝날 것이기에.]

대꾸와 함께 뱉어진 질문에 두 인물이 침묵했다.

곧 연신 눈빛을 주고받던 그들은 물로 동시에 목을 축이곤 말한다.

[그럼, 우리에게 주어지는 대가는요?]

난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입매를 뒤틀었다.

이 장면.

꼭 데자뷔를 겪고 있는 것만 같았기에.

예전 북한의 군벌들과 협상을 하던 때와 판박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래도 역사는 재현될 모양이다.

[온전한 권좌 유지.]

아니, 확실히 재현되었다.

[…….]

[물론 두 분의 영향력이 미치는 땅덩어리는 대폭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어차피 이 전쟁에서 중국이 이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고, 이 협상에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두 분의 운명 또한 시 주석과 마찬가지의 상황이 될 겁니다. 하니 저라면 당장이라도 이 제안에 응할 것 같군요.]

[…….]

두 사람의 표정은 와락 일그러졌다.

그럼에도 끝내 불쾌함을 내비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 역시 상황 파악은 하고 있다는 증거.

난 그 타이밍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들이 원하는 당근을 던졌다.

[우린 조만간 중부에 대규모 폭격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한데 아시다시피 이미 중국의 대공방어망은 죄다 무너진 상태라 폭격이 시작되면 남아나는 것이 없겠죠.]

[…….]

[하지만 만약 두 분이 협조를 하신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쉽게 말해서 두 분께선 건재하게 남아 있는 알토란 같은 지역을 손에 넣으실 테고, 그곳에서 계속해서 왕을 자처하실 수 있을 겁니다.]

내내 울긋불긋하던 두 인물의 표정은 그제야 밝아졌다.

뒤이어 뭣 때문인지 곧 내 눈치를 살피는 모습.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듯한 분위기였던 터라 가만히 시선을 마주하자 핵심을 찌르는 말이 들려온다.

[문제는 코너에 몰린 시 주석이 무슨 짓을 또 벌일지 알 수 없다는 거요. 예를 들면…….]

[핵을 말씀하시는 모양이군요.]

이어진 내 말에 둘의 고개가 동시에 끄덕여졌다.

하긴, 파악된 것만 수천 기에 달하는 핵이 문제긴 하지.

사실 이 자리를 마련한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그거다.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중국의 핵문제.

그걸 완전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아무리 우리가 중국의 핵 기지 위치를 죄다 파악하고 있다곤 해도 그게 내부자들이 가진 정보에 비할 바는 아니지 않던가.

[그래서 더 두 분의 도움이 필요했던 겁니다. 두 분께선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의 위치를 죄다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핵심 인물들이기에. 만약 정보를 제공하신다면 그 부분은 우리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시 주석도 바보는 아닙니다. 정적인 우리가 모르는 전술 핵탄두 몇 기 정도는 은밀히 보유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데, 다행히도 우린 그 대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말에 가만히 두 인물들의 눈을 다시 살폈다.

왠지 몸값을 올리자는 시도인 것만 같은 기분이었기에

그렇다 해도 근거는 충분한 이야기.

결국 리암과의 대화 끝에 추가적인 몇몇 조건을 더 맞춰 주자 비로소 그들의 대책이 들려왔다.

[실은…….]

이야기가 들려올수록 리암과 내 눈은 점점 커져 갔다.

사실이라면 이건 핵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물론 이 전쟁 자체를 끝내는 상황이 되니까.

혹시나 싶어 몇 번이고 사실 확인을 거듭하자 그들이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꾸한다.

[우릴 못 믿는 겁니까? 위험 부담은 따르지만 충분히 가능합니다.]

[…….]

[그나저나 핵 기지 접수는 언제 시작하는 겁니까. 만약 시 주석이 우리의 회동을 눈치채면 먼저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하긴, 이 회동이 들키게 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사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이미 작전은 시작되었습니다. 아! 그런 의미에서 두 분이 알고 있는 핵탄두의 위치를 지금 전달해 주시면 감사하겠군요. 말씀처럼 한시가 급한 상황이니까.]

***

쐐애액!

무너진 동부의 대공방어망을 뚫고 엄청난 수의 순항미사일들이 대륙을 파고들었다.

이미 동부 산악 지대에 떨어진 미사일들의 수만도 수백 기.

하지만 그것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혔던 기존의 것들과는 달리 대부분 허공에서 폭발하여 푸른 빛무리를 퍼트린다.

파드드!

빛무리는 지상에 노출되어 있던 송전선과 통신 탑을 비롯한 모든 지하와의 연결 수단을 속속들이 파고들었다.

아무리 깊은 곳에 있다 해도 결국엔 지상과의 연결 수단은 존재하는 법.

때문에 사실상 EMP를 완전히 막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기존의 차폐 장치들을 무시하는 재우의 것을 막아 내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타타타타!

이후 해당 지역으로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디파이언트가 병력들을 흩뿌렸다.

철컥!

대부분이 동력형 외골격으로 무장한 특수전사령부의 대원들.

이후 그들은 무용지물이 된 적의 대응 수단들을 뚫고 단번에 기지 침투를 시도한다.

두두두두!

물론 저항은 존재했다.

하지만 고작 소총과 무유도 로켓들만으로 외골격병력들의 거센 돌격을 막아 내는 것은 역부족.

결국 대부분의 기지들이 특전사의 손에 넘어가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탄두 확보 완료. 곧 현무가 떨어질 예정이니 대원들은 신속하게 철수하라.”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고위력 탄두를 장착한 현무였다.

작전 노출을 예방하기 위한 동시 작전으로 시간에 쫒기다 보니 혹시라도 남겨진 핵탄두가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탓.

쉽게 말해서 기지 전체를 아예 증발시켜 후환까지 제거해 버리겠다는, 지휘부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였다.

쐐애액!

쿠궁!

“엄청나군.”

철수를 위해 날아오른 디파이언트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특전사들은 고위력 탄두의 파괴력에 놀라 하나같이 턱을 떨어트렸다.

이건 마치 핵이라도 터트린 느낌.

그 깊은 곳을 뚫고 내려가 터진 폭발이었음에도 지상으로 치솟는 분진이 거의 수백 미터에 달할 정도였다.

쿵!

남부와 북부 그리고 중부 내륙 지역에서도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다른 것이 있다면 전략 핵탄두를 숨겨 놓은 기지의 접수에 나선 것은 대부분 재우PMC 대원들이라는 것.

그건 강 소령을 비롯한 경험자들의 핵 기지 접수 노하우를 살리려는 지휘부의 결정에 따른 결과이기도 했고, 대원들의 월등한 전투 능력을 감안한 결과이기도 했다.

쿵! 쿵! 쿵!

특전사와는 달리 재우PMC 대원들은 주로 헬기모듈강하를 통해 접수 작전에 나섰다.

지상에 떨어진 모듈이 펼쳐짐과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중장갑을 착용한 강 소령과 차지환의 대원들.

두두두두!

역시나 저항은 격렬했지만 이미 눈먼 장님들과 중장갑의 교전은 빤한 결과만 낳았다.

쾅!

“미사일을 날려도 될까 말까 한 판국에 고작 기관총 따위로 되갔어?”

선두에 선 차지환은 오랜만에 경험하는 피 끓는 전투에 잔뜩 흥분해 있었다.

그런 차지환을 향해 경각심을 부여하는 것은 늘 에바의 몫.

최근엔 아예 에바와의 원거리 통신 모듈을 중장갑에 이식까지 해 놓은 터라 잔소리는 더 끊이지 않았다.

<좌측 3시 방향에 대물 저격총 사수를 조심하십시오.>

“알고 있어야.”

<알고 있는데 왜 처리하지 않는 겁니까.>

“거, 에미나이 성질도 급하구만 기래. 12시에도 있지 않네.”

“차지환! 후방은 우리가 맡을 테니, 넌 지하격납고의 문을 파괴해.”

한창 에바와의 말씨름이 이어지는 사이 그에겐 새로운 명령이 떨어졌다.

무려 1미터가 넘는 강철 문을 파괴하라는.

차지환은 순간 오른팔에 장착되어 있던 휴대용 대전차미사일을 문을 향해 조준했고, 이어 주변을 향해 경고의 말을 던졌다.

“안전거리 확보하시라요!”

쐐애액!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날아간 미사일은 곧장 강철 문을 때렸다.

접촉과 동시에 일어난, 반응 금속과 화약과의 화학 반응은 파괴력을 몇 배는 끌어올렸고, 뒤이어 탄자가 문을 파고들며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냈다.

“침투!”

길이 열린 것을 확인한 강 소령은 곧장 대원들을 향해 명령하곤 앞서 달려갔다.

이어 내부에서의 저항을 차단하기 위해 진입과 동시에 적외선 탐지 장치를 확인한 그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와 기랍니까?”

뒤따라 진입에 성공한 차지환은 뜬금없이 멈춰선 강 소령을 향해 다가가며 물었다.

스윽.

순간 손을 들어 올린 강 소령은 말없이 어딘가로 향했고, 곧 근처에 숨어 있던 중국군 병력 몇몇을 발견하곤 재빨리 총을 겨눴다.

“저 아 새끼들은 왜 저 모양인 겁네까?”

병력들은 하나같이 땅에 널브러진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비록 총을 손에 쥐고는 있었지만 들어 올릴 힘조차도 없는 느낌.

단순히 저항을 포기한 자들의 모습만은 아니었던 터라 강 소령과 일행들은 한동안 멍하니 서로만 쳐다봤다.

“최근 중국 내륙에 치사율이 극도로 높은 변종 코로나가 퍼지고 있다더니,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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