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55화 (355/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55화

친황다오 인근.

쾅!

날아오던 포탄이 허공에서 폭발했다.

K2전차의 능동방호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

재빨리 연막탄을 발사하고 자리를 이동한 K2는 재차 표적확인을 끝내곤 포격을 실시한다.

쿵!

포신을 빠져나온 탄에선 순식간에 텅스텐 탄자가 분리되어 날아갔다.

거리는 대략 900미터쯤.

적의 르끌레르 전차 역시 반격을 대비하고 몸을 빼는 상황이었지만 엔진토크가 따라 주지 못하는지 탄자를 피해 내지 못한다.

쾅!

결국 목표였던 중국군의 르끌레르 전차에선 충격에 의한 요동과 함께 폭발이 뒤따랐다.

뚫고 들어간 탄자의 파편에 의한 유폭 현상.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느낀 주변 전차들이 재빨리 모습을 감추었고, 그때쯤 8군단의 진영 여기저기선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들이 불을 뿜으며 날아간다.

쾅, 쾅!

이후 폭음과 함께 적 전차들이 숨어 있던 구릉 전체가 들썩였다.

포격을 위해 잠시라도 얼굴을 내비쳤던 것이 실수.

하지만 저들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거다.

그렇다고 코앞까지 적이 다다른 마당에 언제까지고 숨어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

그토록 치열하던 전장에 갑자기 침묵이 찾아왔다.

이곳에서만 벌써 80대에 달하는 전차들을 잃어버린 적의 지휘부가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려는 느낌.

하지만 그걸 가만히 두고 볼 8군단장이 아니다.

“정찰드론 투입.”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적진을 향해 정찰드론 한 대가 날아갔다.

크기가 고작 어른 팔뚝에 불과한.

현재 적이 보유한 대공포들과 방어망으로는 그토록 작은 드론을 처리하는 것은 요원한 상태.

덕분에 드론은 별다른 방해 없이 촬영을 시작했고, 결과물을 곧장 본진에 전달했다.

“쏟아지는 강철 비를 피하겠다는 건가?”

촬영된 사진에 의하면 적은 산속으로 후퇴 중이었다.

숲이 우거진 덕분에 공중에서 쏟아지는 확산탄을 피하기 좋은 조건.

제법 영악한 지휘관이 뒤를 받치고 있는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벌써 일주일째 쏟아지는 폭우로 인해 토질이 물러져 우리의 접근도 쉽지 않고.”

8군단장은 잠시 중얼댄 끝에 지휘차량 밖으로 시선을 주었다.

이후 한참을 고민하는 표정을 짓던 그는 작전참모를 향해 헬기의 투입을 명령한다.

씨익.

참모는 의중을 이해한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확실히 정밀추적 타격만큼 적합한 수단이 또 없기에.

어쩌면 저 UH-60들은 바로 이날을 위해서 개조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타타타타!

명령을 받고 날아간 한 무리의 UH-60들은 목표지점을 그다지 깊숙이 파고들지는 않았다.

아직 적 기갑세력의 대공방어망은 살아 있고 UH-60은 그에 대한 대처가 확실하게 되어 있는 기체들이 아니기에.

더군다나 그들의 목적은 각개격파가 아닌 원점 전체를 타격하는 것.

굳이 위험을 자처하여 접근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투하!”

편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하늘로 길에 늘어서 있던 UH-60들의 문이 열리며 커다란 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겉으로만 보면 마치 다연장로켓을 축소해 놓은 것만 같은.

사실 용도 역시도 다연장로켓과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그걸 증명하듯 각각의 구멍에선 순차적으로 긴 원통형의 드론들이 튀어 나갔다.

위잉!

터렛을 빠져나온 드론들은 곧장 날개를 펼치곤 숲을 향해 날아갔다.

폭우로 인해 탐지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목표를 놓치는 것은 고작 열 중 하나.

결국 수백 대의 드론들은 이미 제 목표를 찾아내는 것에 성공했고, 이후 빠른 속도로 숲 안쪽을 향해 질주했다.

쾅!

첫 희생물은 나무 뒤에 숨어 있던 90식 전차였다.

복합화약의 폭발력에 해치가 통째로 날아가며 화염이 내부를 파고들었고, 아직 소모하지 못한 포탄들이 유폭을 일으키며 전차 내부가 쑥대밭이 된다.

쾅!

이후 줄줄이 이어진 폭발에 놀란 적 기갑세력들은 다급히 기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표적정보가 입력된 드론을 피하기는 불가능.

어떻게든 파고드는 드론들로 인해 피해는 순식간에 확산됐다.

쿠르르릉!

개중 운 좋은 몇 대의 르끌레르 들은 재빨리 숲을 빠져나와 기동로를 질주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치명적인 실수.

가뜩이나 장기간에 걸친 비로 인해 물러진 전차 기동로가 무거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린다.

쿵!

절벽을 몇 바퀴나 구른 전차들은 결국 포신이 휘어지며 뒤집혔다.

그대로 끝이었다면 그나마 삶의 희망이라도 있었으련만, 이후 뒤따라온 드론들은 끈질기게 전차의 몸을 두드린다.

쾅쾅!

“흠…….”

한편, 정찰 드론을 통해 그 모습을 관찰하던 8군단장은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적의 매복지를 분쇄한 것은 좋았으나 하필 기동로가 붕괴되어 버린 탓.

상황이 이러면 능선을 또 몇 개나 넘어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대체 토질이 얼마나 무르기에…….”

넋두리를 뱉어 내던 8군단장은 넌지시 말끝을 흐렸다.

단지 토질만을 탓하기엔 무리한 감이 있었기에.

벌써 열흘 넘게 쏟아지고 있는 이 장대비는 그로서도 난생처음 겪는 것이었고, 그들의 진군 속도가 더뎌진 것도 사실은 그 때문이었다.

우르릉!

그때, 드론의 공격이 계속되던 곳에서 갑자기 산사태가 일어났다.

그게 단지 드론과 전차들의 폭발에 의해 일어났다고 생각하기는 무리.

그렇다 해도 아주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도 자신할 수도 없다.

어쩌면 균형이 깨지기 직전인 상황에서 터진 폭발들이 산에 자극을 준 것일 수도 있기에.

“쯧, 아무래도 또 빙 돌아가야 할 운명인 모양이군.”

8군단장은 빠른 결정을 내리곤 부대의 이동을 지시했다.

순간 떠오른 것은 츠펑을 공략 중일 7군단과 러시아군의 상황.

주로 평지로 이루어진 지대를 뚫고 오는 그들이 오늘따라 유독 부럽기만 하다.

“이동 준비!”

짧았던 생각을 정리하곤 기동 명령을 내렸다.

무려 1,200대가 넘는 대규모 전차와 그 못지않은 규모의 장갑차량 및 각종 전술차량들을 이끌고 이동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 온다.

“이것들은 왜 산악으로 짱박혀서는…… 그렇다고 무시하고 지나갈 수도 없고.”

사실상 그게 문제였다

애초 여기서 베이징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

게다가 도로까지 제대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기에 마음만 먹으면 불과 이틀 만에도 주파가 가능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는 점.

“쯧.”

산악 곳곳으로 파고 들어간 중국군들을 그대로 남겨 둔다면 필시 뒤를 때릴 텐데, 그걸 허용할 수는 없지 않던가.

“여단장들을 소집해.”

물론 뒤를 내준다 해서 저들에게 당할 전력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산악지대에서 대규모 이동은 불가능.

결국 산개하여 이동하는 것만이 답인데, 그 경우 뒤를 내주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보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결국 자신의 처지를 인정한 8군단장은 여단별로의 이동을 지시하곤 다시 차량에 올라탔다.

수천 대의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우렁찬 엔진 소리에 귀가 멍해질 때쯤, 갑자기 저편에서 헐레벌떡 달려온 무전병이 당황스러운 소식을 전한다.

“군당장님! 이창시를 중심으로 하여 중국 중동부 일대가 지금 홍수로 대난리가 났답니다.”

“무슨 소리야?”

8군단장은 밑도 끝도 없는 무전병의 보고에 인상을 찌푸렸다.

잠시 숨을 헐떡인 무전병은 곧장 위성사진 한 장을 내밀며 말을 잇는다.

“산샤 댐이 대량 방류를 시작했는데, 수문이 죄다 고장을 일으켜 제어가 불가능한 상황이랍니다. 그 영향으로 하류 댐 몇 곳이 붕괴를……. 현재 확인된 민간 사상자만 해도 100만에 달한답니다.”

“…….”

***

합동참모본부.

“곧 폭격 편대들이 본토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개전 후 처음 시작된 폭격임무였던 터라 지휘부의 표정은 긴장감이 가득했다.

전과는 달리 각 폭격기들에 설치한 카메라가 현장 화면을 실시간을 비추는 상태.

그 때문인지 누구 하나 스크린에서 눈을 떼는 이는 없었다.

“진입했습니다.”

드디어 B52들이 남부 푸젠성에 진입했다.

앞선 KF-03들의 제공권 확보 완료로 인해 방해물은 없는 상태.

아직 남아 있는 남부 일대의 대공방어망이 걱정이지만 그것도 염려할 필요는 없다.

퉁!

선두의 KF-02들이 투하한 ALCM들에 의해 그것들도 곧 파괴가 될 테니까.

-대공 미사일 경보!

물론 위기 상황은 몇 차례 있었다.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는 대공기지에서 마치 그 존재를 알리듯 미사일을 날려 대는 상태.

하지만 그것들도 결국엔 함께 출격시킨 KF-03에서 날아간 공중 발사형 백호의 제물들.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노출된 기지들만 폭격을 맞는 처지가 되었다.

“투하!”

작전 상황을 지켜보던 공군 참모총장은 폭격대가 목표지점에 도착한 것과 동시에 투하 명령을 내렸다.

순간 화면 속 B52들에선 엄청난 수의 정밀유도폭탄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

어디 B52뿐일까.

함께 투입된 전폭기들 역시도 막대한 ALCM들을 떨궜고, 그 수는 차마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이로써 남부 일대의 주요 전략거점들은 초토화가 될 테고, 그걸 발판 삼아 미군과 대만 연합군이 북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될 겁니다.”

합참의장은 이후 벌어질 작전상황에 대해 브리핑했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우리 해병대의 상륙작전 현황.

때마침 나와 시선이 마주친 해병대 사령관이 재빨리 말을 잇는다.

“해병대는 칭다오에 상륙했습니다. 이미 초토화된 동부의 상황을 보면 당연한 결과죠.”

“그럼 곧 육군이 상륙하는 것도 문제는 없겠군요.”

되묻는 말에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육군 참모총장.

헛기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선 그가 이후의 계획을 브리핑한다.

“육군이 상륙하게 되면 최소 지난시까지는 별다른 방해 없이 진군이 가능할 겁니다. 그럼 일단은 그곳에 보급거점을 마련할 예정이고, 그사이 미 해병대가 상하이를. 그리고 미 육군과 대만 연합군이 허베이와 안후이를 접수하기 위해 북상할 겁니다.”

“하면 베이징 공략에 나선 우리 7군단과 8군단은요?”

이어진 질문은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

친황다오와 츠펑에 접어들어 영 남하속도가 늦어지고 있던 탓.

예상했던 질문이었던 듯 육군참모총장의 대답은 곧바로 이어졌다.

“두 지역이 뚫리면 베이징 함락은 시간문제입니다. 때문에 중국 지휘부로서도 사활을 걸고 막고 있는 상황이기에 현재로서는 교착 상태에 있습니다. 게다가 츠펑의 경우는 중국의 병력들이 죄다 산악지형으로 숨어들어 매복 작전을 펼치고 있는 터라 그걸 일일이 격파하고 진군하는 것에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하긴 숨어든 적들을 그대로 두고 진군했다가는 뒤가 위험하겠죠. 그나저나 보급에는 문제가 없는 겁니까?”

대통령은 우려스럽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하지만 그건 뒤가 막힌 상태에서나 걱정해야 할 일.

저항세력들을 완전히 쓸어 버리고 진군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급 문제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 점을 염려하여 8군단장도 진군에 속도를 내지 않는 겁니다. 비록 우리 후속부대들이 뒤를 받치고는 있다 해도 전시상황에선 하루만 보급이 늦어져도 타격이 크니까요. 참고로 러시아가 내몽골에 접어들었다는데, 아마 이틀 후면 7군단과 합류를 할 예정이니 베이징 함락도 곧 가능하게 될 겁니다.”

“러시아군이 벌써요?”

대통령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하긴, 그건 나조차도 의외였으니까.

아무리 대군이라고 해도 불과 이틀 만에 내몽골을 뚫는 것이 가능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물론 내몽골의 봉기세력의 도움을 받아 중국군의 상황을 속속들이 안 덕분이기는 하겠지만 그렇다 해도 전력이 어지간히 강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속도다.

“흠…… 상황이 이러면 좀 불안하군요.”

러시아군의 진군 모습을 속으로 그리고 있던 와중 대통령이 뜬금없는 말을 뱉어 냈다.

모두의 시선이 꽂히고, 잠시 턱을 쓰다듬은 그가 다시 말한다.

“쥐가 코너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지 않습니까. 현재 상황을 보면 시 주석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코너에 몰린 쥐인데, 혹시라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극단적인 선택이라면…… 핵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듣고 있던 합참의장이 재빨리 되물었다.

대통령의 고개가 넌지시 끄덕여지자 이번엔 국방장관이 나선다.

“솔직히 그 부분이 염려되기는 합니다. 때문에 곧 특전사들과 재우 PMC를 주축으로 하여 핵 기지 타격 작전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그래요?”

대통령의 표정은 다시 밝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린 이미 북한 핵 기지 접수 작전의 경험이 있으니까.

물론 북한에 비해 공략해야 할 목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군의 기동 타격 전력도 전보다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은 마찬가지.

승산은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 핵 기지 접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 군의 디파이언트는 물론 미군의 디파이언트까지 무려 300여 기나 공수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대통령님!”

국방장관을 대신하여 한참 대꾸를 잇던 와중 갑자기 김태익 안보수석이 호들갑을 떨며 방으로 들어섰다.

낯빛이 파리해져 있는 상태.

뭔가 좋지 못한 일이 있음을 직감하고 절로 눈이 가늘어지려는 차에 그의 입에서 폭탄 같은 말이 뱉어졌다.

“산샤 댐이 모든 수문을 일시에 개방했답니다. 그로 인한 지류의 댐 몇 곳이 못 버티고 붕괴를 일으켜 최소 백만의 민간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벌떡!

난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댔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자연재해로 인해 안 그래도 그 부분이 걱정이었건만.

만약 불어난 물을 버티지 못하고 방류가 시작되는 경우 중국의 허리를 관통하는 강들은 언제든 범람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

당장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로선 그게 어떤 변수로 다가올지 알 수 없지 않던가.

“붕괴 위험까지는 아니겠죠?”

중요한 점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모든 수문을 열었다는 건 붕괴 위기를 염려한다는 것.

혹시라도 댐이 버텨 내지 못하고 붕괴를 일으키는 경우 동부에 포진하고 있는 중국의 원전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고, 그 경우 그 피해는…….

하지만 이어진 보고에 따르면 그걸 염려할 정도까지는 아닌 모양이었다.

“다행히 붕괴 조짐은 없습니다만, 수문이 아예 고장을 일으켜 다시 닫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랍니다.”

“수문이 고장 났다고요?”

“그렇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축차가 전부 부러져서 수압을 버티고 닫을 만한 동력 전달이 불가능하다더군요.”

안도하던 순간 싸한 느낌이 뒤통수를 자극했다.

그 어느 곳보다 산샤 댐의 관리만큼은 철저했던 것이 중국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하필 이 시기에 수문이 고장 났다?

스윽.

문득 드는 생각에 재빨리 노트북을 펼쳤다.

뒤이어 얼마 전 최인배의 도움으로 완성했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동원하여 산샤 댐의 무한방류가 미치는 영향범위를 확인하자 절로 헛바람이 들이 삼켜진다.

“빌어먹을, 이걸 노렸군.”

“왜 그럽니까.”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이 넌지시 물어왔다.

슬쩍 모니터를 돌리곤 그들을 향해 이번에 발생한 변수가 일으킬 결과를 설명했다.

“수문이 고장 났다면 붕괴와 같은 피해 수준까지는 아니라도 중국의 허리를 관통하는 모든 강들이 범람합니다. 쉽게 말해서 허리가 끊어진다는 거죠. 그 경우, 미군의 북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

“문제는 단지 그것만이 아닙니다. 피해 규모가 얼마나 더 증가할지 모르는 상황인데, 만약 중국이 막대한 민간 피해를 핑계로 휴전을 제안해 오면 그건 우리에게 심한 압박이 됩니다.”

“…….”

“그동안 중국의 인권을 강조했던 미국이 민간 피해부터 구제하라는 국제 사회의 압력을 무시하고 전쟁을 지속하는 건 부담스러우니까요.”

“…….”

사람들은 그 말에 즉시 모니터를 쳐다봤다.

이내 결괏값을 도출한 시뮬레이션을 본 그들의 표정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듯 어물쩍 끌려갈 수는 없죠. 잠시 통화 좀 하겠습니다.”

잠시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건 곳은 미국이었다.

정확히는 리암.

이제 일어난 듯 목소리에 잠기운이 맺혀 있는 그를 향해 난 다짜고짜 요구했다.

“지금 즉시 충칭 파벌의 핵심 인물들은 물론, 살아 있는 상하이방 수뇌부들과의 접선을 주선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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