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52화
그르르르릉!
신의주로 향해 진군하는 인민해방군의 행렬은 끝이 보이질 않았다.
배속된 전차들의 수만도 어림잡아 수백여 대.
대행렬을 이끄는 둥진 소장의 얼굴엔 자긍심이 가득했다.
치직!
그때, 정찰에 나섰던 부대로부터 보고가 날아왔다.
정확히는 정찰을 위해 띄웠던 드론이 촬영한 영상들.
별다른 감흥 없이 영상을 살펴보던 둥진은 순간 깜짝 놀란 얼굴로 자세를 고쳐 잡았고, 이후 한참을 더 스크린만 주시했다.
“이미 단둥으로 넘어왔다고?”
사실이라면 앞서 진군했던 신의주 공략세력들이 전멸했음을 의미했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그럼에도 사실을 전하는 무전이 일절 없었다는 것.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둥진이 멍하니 눈만 끔뻑이는 사이 곁에 있던 참모가 답이 될 만한 말을 뱉어 냈다.
“제대로 보고조차 못 할 정도로 한순간에 당했다는 것이군요.”
“한순간에 당했다고?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둥진은 황당하다는 투로 대꾸했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기야 참모도 마찬가지.
참모의 고개가 가로저어지려는 차에 다시 영상을 살피던 둥진이 억 하고 헛바람을 집어삼킨다.
“헉!”
이후 스크린에 시선을 참모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나치게 충격적인 장면이었을까, 이후 두 사람은 한동안 눈만 끔뻑였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다시 영상을 되돌려 본 둥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저, 저게 대체 몇 대나 되는 거지?”
화면에 비친 전차의 행렬은 끝이 없었다.
현재 그가 지휘 중인 전차의 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
이거야말로 진정한 전차들의 웨이브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미친…… 군단 전력을 단둥 쪽으로 죄다 긁어 오기라도 한 거야?”
당황한 둥진은 서둘러 진군을 멈췄다.
드론의 정보에 따르면 대략 90킬로미터쯤 떨어져 있는 상황.
이대로 별다른 작전 없이 저들을 마주했다간 전멸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렇다 해도 우리가 유리합니다. 조금만 더 가면 천연의 병목구간이 발생하는 험지인 터라 저 대규모 세력이 한꺼번에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방어에 나서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참모는 꽤 그럴듯한 제안을 해 왔다.
지형을 이용한 우세를 점하자는.
자신감을 되찾은 둥진은 재빨리 지도를 띄우고는 아군에게 유리한 위치를 찾아 나섰다.
삐이 삐이!
그때, 여단에 배속되어 있던 방공포대의 지휘차량에서 요란한 경고음이 들려왔다.
치직!
뒤이어 들려오는 소식은 이곳을 향해 한 발의 순항미사일이 접근 중이라는 보고.
의아한 마음에 둥진의 고개가 절로 갸웃해진다.
“기갑세력을 상대로 순항미사일을 쐈다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처사였다.
확산탄을 탑재한 전술 탄도미사일이라면 모를까.
고작 수백 킬로그램에 불과한 탄두를 가진 순항미사일을. 그것도 고작 한 발만으로 이런 대규모 기갑전력들에게 무슨 대단한 영향을 줄 것인가 싶은 마음에.
“도착 예상 시간은?”
더군다나 여긴 방공포대까지도 운용 중인 상황이다.
격추하는 것이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의미.
대체 적 지휘관이 무슨 생각에서 이런 황당한 전술을 펼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슈욱!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방공포대에서 대공미사일 한 발이 날아올랐다.
S-300을 본떠 만든 물건인 터라 콜드런칭 방식으로 발사관을 튀어 오른 그것은 이후 급격히 방향을 틀어 목표를 향해 날아갔고, 이변이 없다면 곧 요격 소식이 들려올 거다.
치직!
하지만 수 초 후, 들려온 무전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엄청난 회피기동을 통해 S-300의 요격 시도를 무력화한 것은 물론 속도 또한 예사롭지 않다는 것.
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둥진은 이후 재발사될 대공미사일을 기다렸지만 이미 요격타이밍을 놓쳤다는 소식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두두두!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대공포들이 미친 듯이 포격을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미사일의 실체는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상태.
그때 대공포들의 포신이 급격히 치솟더니 이후 머리 위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르스름한 빛무리가 사방으로 퍼진다.
푸드드.
순간 지휘 차량의 시동이 꺼짐과 동시에 모든 전자기기가 다운됐다.
어디 지휘 차량뿐일까, 인근에 있던 모든 차량이 같은 현상을 겪고 있는 상태.
이후 찾아온 고요함은 마치 태초의 그것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키리릭!
당황한 병력은 우왕좌왕하며 어떻게든 차량에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끝내 반응은 없었고, 둥진을 향한 지휘관들의 대책 요구가 빗발쳤지만 정작 그도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EMP?”
뒤늦게 사태를 깨달은 둥진은 재빨리 사령부에 사태를 보고하기 위해 무전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 역시 먹통인 상황.
하긴, EMP가 터진 마당에 무전기라고 온전할 리가 있겠냐만, 문제는 그들이 보유한 무전기와 차량들의 경우 이미 EMP 방호에 대한 대처가 되어 있었던 물건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쾅!
그때, 저편에 서 있던 대공방어 미사일 포대가 갑자기 원인 모를 폭발을 일으켰다.
쾅쾅쾅!
그걸 시작으로 주변에 있던 전차들에 떨어져 내리는 포탄들.
당황한 둥진의 시선이 즉시 하늘로 향했고, 이후 그가 본 것은 어마어마한 수의 전술 지대지미사일들이 날아드는 장면이었다.
“이런…….”
둥진은 파리해진 낯빛으로 먹통이 된 무전기를 쳐다봤다.
때마침 떠오른 것은 1차로 신의주 점령에 나섰던 기갑세력들이 보고조차도 못 한 채 증발해 버렸을 수 있다는, 불과 몇 분 전에 참모가 했던 말.
이제야 그걸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촤라락!
콰콰콰콰쾅!
***
인민해방군 로켓군 제38 요녕성 대공방어 기지.
위잉!
대공탐지 레이더를 바라보는 장진중 대교의 눈은 잔뜩 충혈되어 있었다.
이제 곧 이곳을 향해 날아올 순항미사일에 대한 대처는 그만큼 중요했기에.
사실 단순히 몇 발의 순항미사일을 방어하는 것이 무슨 큰 문제이겠냐마는, 불과 10여 분 전 날아든 사령부에서의 전언이 영 마음에 걸린다.
“고작 순항미사일 몇 발에 그런 대규모의 기갑세력들이 증발했다는 것이 대체…….”
믿을 수 없게도 그게 사령부의 전언이었다.
신의주를 향해 진격 중이던 기갑부대들이 적의 순항미사일 공격에 전멸했다는.
당황한 장진중 대교는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였지만 사령부 역시도 제대로 된 상황파악은 아직 하지 못하고 있었고, 결국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것은 이제 그의 몫이 된 상황이다.
삐이!
그때, 대공탐지 레이더가 미사일 접근위험을 알려 왔다.
대기 중이던 장진중은 재빨리 스크린을 주시했지만 금세 사라지는 신호.
그건 곧 미사일의 저고도 비행에 따른 지속적인 추적불가 상황을 의미했다.
“S-300 발사 준비.”
생각의 끝에 그가 동원한 것은 먼 과거. 그러니까 한국과 러시아의 사이가 지금처럼 가깝지 않았던 시절 중국이 러시아에서 수입했던 방공미사일이었다.
어차피 지금 중국이 보유 중인 대공방어 시스템들이야 죄다 러시아의 기술을 차용하여 발전시켜 왔던 것.
그의 입장에선 어설픈 카피 제품들을 믿느니 차라리 다운그레이드된 제품이라도 러시아의 것을 더 신뢰하는 것에서 나온 결과다.
“표적 신호가 다시 잡히면 지체 없이 발사한다.”
장진중은 갈증을 억누르며 다시 스크린을 주시했다.
삐이!
때마침 잡히는 표적 신호.
“발사!”
장진중은 재빨리 발사 명령을 내렸고, 다행히도 신호를 놓치지 않은 S-300이 발사관을 퉁 하고 튀어 올랐다.
슈욱!
이후 추진체에 불이 붙은 미사일은 곧장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표적 신호는 다시 끊겼고, 목표를 잃어버린 S-300은 그대로 산 아래를 향해 추락한다.
쾅!
“빌어먹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근에 민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해도 하필 미사일이 떨어져 내린 곳은 건조하기 그지없는 숲.
예상처럼 떨어진 곳에서 불길이 치솟는다는 보고가 뒤를 잇는다.
“지금 불난 것이 문제야? 해당 지역에 소방대를 보내고 자넨 목표 탐지에나 집중해!”
애꿎은 부하를 향해 소리친 장진중은 다시 스크린을 쳐다봤다.
두 번째로 신호가 잡혔던 곳이 여기서 대략 50킬로미터쯤 떨어졌던 곳.
속도를 감안하면 이제 남은 시간은 불과 1분 남짓이다.
삐삐삐!
그때, 탐지레이더가 미친 듯이 경고음을 토해 냈다.
두두두두!
그와 동시에 레이더와 연동된 대공포들이 하늘을 향해 포탄을 날려대기 시작.
“벌써?”
당황한 장진중은 재빨리 대공포탄이 날아가는 방향을 향해 시선을 주었고, 때마침 불쑥 언덕을 넘어온 무언가가 하늘에서 폭발하며 푸르스름한 빛을 뿜어낸다.
파드드드득!
순간 통제실의 모든 전원이 나가며 암흑에 휩싸였다.
“뭐지?”
당황한 장진중과 휘하 장교들은 계속해서 장비들을 만지작댔지만 전혀 반응이 없는 상태.
뒤늦게 사실을 깨달은 장진중의 입에선 절망의 소리가 들려왔다.
“EMP?”
쾅! 쾅! 쾅!
말을 뱉어 냄과 동시에 기지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후 날아든 또 다른 순항미사일들이 주요 시설들에 꽂히기 시작한 것.
방어를 포기한 장진중은 탈출을 명령했고, 병력들은 그의 지시를 따라 빠르게 건물을 빠져나갔다.
차라라락!
순간 하늘 어디선가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연스레 시선이 돌아간 장진중의 눈에 보인 것은 그와 부하들을 향해 쏟아져 내리는 물체들.
찰나의 순간 장진중의 뇌리를 스친 것은 절망감이었다.
“자탄형 순항미사일?”
콰과과과광!
***
왜애애애앵!
요녕과 산둥. 그리고 안휘와 절강은 물론 복건성 일대 전체에 경보가 울렸다.
한국으로부터 발사된 엄청난 수의 순항미사일에 대한 경고음.
그로 인해 인민해방군 로켓군사령부에는 비상이 걸렸고, 통제실로 향하는 사령원 리준 중장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총 몇 기나 발사됐다고?”
“현재 파악된 수량만 600기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중 일부는 단둥을 비롯한 접경지에 대치 중인 집단군들에게 큰 피해를 끼쳤고, 대부분은 해안지역을 돌아 내려와서 동부 일대의 대공감시 시설들을 비롯한 주요 전략 시설들을 목표로 떨어졌습니다.”
“피해 규모는?”
막 통제실의 문을 통과한 리준은 인상을 찌푸린 채 되물었다.
전구들은 그렇다 치고, 무려 600기의 미사일들이 전략 시설을 노렸다면 그 피해 규모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기에.
역시나 들려오는 소식은 절로 턱이 떨어질 정도였다.
“북부와 동부 일대에 표적이 되었던 대공방어 시설들이 거의 궤멸되었다고 합니다.”
“궤멸? 북부와 동부 전체가?”
“그게…….”
보고를 올리던 참모는 차마 제 입으로는 결과를 입에 올리기가 뭣하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머뭇거렸다.
순간 표정이 변하는 사령원.
그는 곧 제 눈으로 직접 피해 규모를 확인하겠다는 의지로 스크린을 향해 다가갔다.
“황당할 정도로군. 600기 중에 요격에 성공한 것이 고작 20기에 불과하다고?”
“정확히는 540기입니다. 전구들을 타격한 수량과 요격된 수를 제외하면…… 참고로 순항미사일이라고는 해도 무려 음속의 두 배 가까운 속도를 내는 물건이었습니다. 게다가 가뜩이나 접근고도가 워낙 낮은 터라 기존의 대공방어 시스템으로는 요격에 한계가…….”
“그렇다고 이런 황당한 결과가 말이 된다고 생각해!”
“문제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올라간 리준의 언성에 참모의 말이 이어졌다.
또 격노가 이어질세라 서둘러 들고 있던 자료를 건넨 참모는 리준이 미처 보고서를 확인하기도 전에 다시 말을 잇는다.
“일부 순항미사일들이 하필 EMP 탄두를 탑재한 물건들이었습니다.”
“EMP?”
리준은 짧은 대꾸만 뱉어 낸 채 멍한 표정을 지었다.
“피해 보고가 또 들어오고 있습니다!”
순간 들려온 휘하 지휘관의 외침.
서둘러 고개를 돌리자 또 한 번 절망스러운 말이 이어진다.
“동부와 북부 일대의 주요 전략물자 생산 시설 및 관리소들이 순항미사일 공격을 받고 있답니다. 확인된 미사일들의 수만도 600기가 넘는다고…….”
리준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동부 일대의 대공방어망이 죄다 무력화된 상황에서 전략시설들이 공격받았다면 그 피해가 얼마만큼일지 가히 상상조차도 되지 않았기에.
특히나 적이 날려 버렸다는 곳은 전쟁을 지속하는 것에 있어서 필수인 시설들과 보급체계인데, 그럼 이제 동부에 속한 전구들은 대체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런 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