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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50화 (350/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50화

끼익!

서한만 사태 발발 3시간 후, 청와대의 다급한 연락과 함께 재건위원회가 긴급 소집되었다.

6개월 후면 해산을 앞둔 상황에서의 준전시 사태 발생.

이로써 재건위원회의 존치가 결정될 가능성은 커졌고, 그를 위해 벌써 의회도 긴급회의에 돌입한 상태였다.

“보고받으셨다시피 서한만 유전지대에서의 교전은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른 보고와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피해 규모는요?”

“아군 측 피해 규모는 전무하며 중국 호위함은 모두 격침된 상황입니다. 그리고 현재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광개토대왕급과 키로프급을 중심으로 한 2함대가 인근 해역 전체에 전개 중입니다.”

“이후 저쪽에서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겁니까?”

도착한 청와대에서는 이미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총리와 연신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 중이었던 대통령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까딱이며 반가움을 표했고, 내가 슬쩍 자리를 찾아 앉는 순간 다시 총리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건 좀 이상한 일 아닙니까? 세 척이나 되는 호위함들이 죄다 격침되는 피해를 봤는데, 그 자존심 강한 중국이 가만히 있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해서 고민해 본 결과 저들도 확전은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통령의 질문에 이은 총리의 대답에 장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의견.

슬쩍 손을 들고 발언권을 요구하자 총리가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말씀하세요.”

“확전을 피할 것 같았으면 애초 호위함을 세 척이나 끌고 올 생각을 안 했겠죠. 목적이 고작 유전개발 방해를 위해서라면 더더욱.”

말을 뱉어 내기 무섭게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급하게 달려오느라 흐트러진 타이를 고쳐 매곤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보고에 따르면 우리 해군의 철수 권고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다는데, 그건 대화를 할 의도가 없음을 표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지금 저들이 조용한 것은 본격적인 전쟁 돌입에 앞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중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본격적인 전쟁 준비요?”

대통령은 커다래진 눈으로 되물었다.

힐끗 그를 향해 다시 눈인사를 전하곤 자리에서 일어나자 의도를 눈치챈 총리가 연단을 비워 준다.

“아아, 잠시 제가 브리핑을 좀 맡겠습니다.”

이후 시작된 브리핑에선 현 중국의 상황과 시 주석의 입지. 그리고 취합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내 생각이 이어졌다.

중국이 이번 분쟁을 주도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뭔가 잘못 생각하신 듯하군요. 끝내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중국 외교부장이 물밑 접촉을 해 올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것도 자신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내내 듣고 있던 총리가 다시 나섰다.

단지 사고일 뿐이었다며, 일이 더 커지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중국 외교부장의 전언을 토대로 한.

옅은 미소와 함께 툭 하고 말을 던졌다.

“총리님께선 중국을 믿으십니까?”

“······.”

말을 뱉어 냄과 동시에 안 실장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신호를 받은 그가 다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 눈짓을 했고, 곧 스크린에선 회의장에 들어서기 전 우리가 건네주었던 자료들이 떠올랐다.

“이건 제가 청와대 도착 직전에 군으로부터 전달받은 위성사진입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꾸준한 감시를 주문했었던 건데, 그 결과가 이제야 나온 거죠.”

“······.”

“각설하고, 보시다시피 서부 전구(戰區)가 해안 지역으로의 집결을 시작했고, 중부 전구 및 북부 전구 역시도 대규모 이동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총리는 그 말에 유독 분노의 표정을 지었다.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던 상황.

난 그를 대신하여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우리가 이 사실을 모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결국 중국은 빤히 드러날 의도를 두고도 겉으로는 유화책을 쓰고 있는 거죠. 그렇다 해도 효과는 있는 편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지금처럼 우왕좌왕하는 우리의 현실만 봐도.”

총리는 초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제야 적이 뿌려 놓은 혼돈의 늪에서 빠져나온 느낌.

하긴, 무려 10개 집단군이 움직이는 상황을 보고도 그게 전쟁 준비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칠 정도면 그건 총리의 자격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

“아시다시피 중국의 군벌들은 각 파벌로 나뉘어 있습니다. 뭐, 겉으로야 중앙에 충성을 하는 것 같아도 실제 상황에 닥치면 어떻게 돌변할지 알 수 없죠. 때문에 시 주석이 그들을 규합할 유일한 방법은 전쟁뿐이고, 지금은 그 사전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면 됩니다.”

“······.”

“결론적으로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루라도 빨리 전시준비태세를 선포하는 겁니다.”

내 단호한 선언에 다시 장내가 술렁였다.

문제는 그 술렁임의 원인이 중국의 의도가 밝혀진 것에 대한 이해 때문이 아니라 벌써 세 번에 달하는 전쟁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것.

하긴, 중국과의 전쟁은 그동안과는 달리 피해 규모를 짐작할 수 없는 명제인 마당에 어찌 부담스럽지 않겠는가.

하지만 중국과의 확실한 관계 정립. 즉, 더 이상 우리를 향한 무모한 시비와 야욕을 꺾는 것은 언제가 됐건 치러야 할 과정.

결국 위원들은 오랜 논쟁을 끝내고 이번 사태가 전쟁을 위한 첫걸음임을 인정했다.

“하면 이제 어쩝니까.”

“앞서 말했듯 대비를 해야겠죠. 다행히도 저들의 내부 결속. 즉 흩어진 군벌들의 결속 문제로 인해 시간을 끌고 있는 상태기에 우리에게도 여유는 있습니다.”

“혹시 이대로 유야무야될 가능성은 아예 없는 겁니까?”

총리는 끝내 전쟁을 피하고 싶은 눈치였다.

하필 코앞에 붙어 있는. 게다가 거대한 땅덩어리를 가진 국가와의 전쟁이라면 확실히 부담이 큰 것은 사실.

하지만 결국엔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깨달은 듯 곧 지그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재 시 주석의 상황을 보면 전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로선 서해유전 충돌에 대해선 유화적인 제스처를 펼치는 탓에 그 문제를 두고 다시 시비를 걸어올 명분은 약해졌다는 건데, 아마 곧 다른 명분을 통해 가시 시비를 걸어올 겁니다.”

“······.”

“그리고 그 명분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상황이고.”

“그건 또 무슨······.”

대꾸를 한 것은 대통령이었다.

슬쩍 안 실장을 향해 다시 시선을 주자 이번엔 그가 스크린에 지도 하나를 띄웠다.

“여기. 이곳이 다음 저들의 명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은 지도 한 지점을 가리키는 내 손가락을 따라 꽂혔다.

의미를 이해한 걸까, 곧 여기저기서 침통한 한숨이 들려온다.

“나진항······.”

***

서한만 사태 발발 보름 후, 원정리 일대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제38 전투경찰대원들은 아침부터 부산한 두만강 너머의 분위기에 술렁였다.

불과 하룻밤 사이 강 너머에 집결 중인 중국 공안 세력들.

실상 평소에도 원정리 인근에 배속되었던 공안들의 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오늘은 그 규모가 족히 몇 배는 더 늘어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저 간나새끼들 또 뭔 꿍꿍이속이가?”

벌써 3년째 38전투경찰대 원정리 본부의 책임자를 역임하고 있는 정일권 경감은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저들의 행동을 주시했다.

경찰이 되기 전.

정확히는 북한 특수부대에 소속되었을 당시의 경험에 따른 촉이 발동한 결과.

결국 차량에 올라탄 그는 공안 책임자에게 상황에 대해 따지기라도 하자는 목적으로 선풍교를 향해 내달렸다.

“거, 쓸데없이 다리 따위를 만들어 가지고는.”

정일권은 가는 내내 옛 북한 지도부에 대한 불평을 쉬지 않았다.

찌든 가난에 내몰려 나라의 자원을 죄다 팔아먹은 것도 모자라서 항구 운영권까지 중국에 넘겨 버렸던.

사실 저 선풍교 역시도 정작 북한 인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이 나진항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도록 만들어진 것을 모르는 이가 누가 있을까.

문제는 통일된 한국에선 일체 옛 북한과 중국 사이에 맺어졌던 협정 따위는 무시하고 있다는 건데, 그럼에도 매번 저렇듯 와서 시위를 하는 중국 놈들이 그로서는 여간 골치가 아니었다.

“어이! 거, 책임자 좀 나와 보라.”

다리 중간에 도착한 정일권은 곧장 중국 측 초소를 향해 소리쳤다.

용케 말귀를 알아들은 중국 측 초소 책임자는 곧바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공안 한 명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무슨 일로 나를 찾은 거임매?”

비록 공안이라곤 하나 대화엔 전혀 무리가 없었다.

하필 이곳 일대를 책임지는 공안들 중 일부가 조선족들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상대 역시도 그런 조선족 출신 공안 중 하나인데, 뭐 말이 조선족이지 저들 대부분은 사상적으로 이미 중국인이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어이, 이충원 동무. 갑자기 병력을 집결하는 이유가 뭐이가?”

“······.”

이충원은 단도직입적으로 꽂힌 질문에 대답을 머뭇거렸다.

이로써 정일권의 예감은 보다 힘을 얻은 순간.

그는 단숨에 표정을 굳히곤 진득한 경고를 날린다.

“행여 나진항을 핑계로 도강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 나진항 계약은 인정할 수 없다는 거이 우리 재건위원회의 결정이니까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씨불이지 말라.”

이충원은 대뜸 발끈하곤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미동조차도 하지 않는 정일권의 모습에 차마 총을 뽑지는 못한 상태.

아니, 그보다는 정작 총을 뽑았다가 닥쳐올 후폭풍이 두려웠다고 보는 것이 맞을 거다.

이쪽을 감시 중인 것은 북한 측 초소 역시도 마찬가지니까.

“간나새끼가 어디서 요동질을······ 내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도강은 꿈도 꾸지 말라. 오늘 죄다 물고기 밥이 되고 싶지 않으면.”

상대를 향해 진득한 경고를 날린 정일권은 다시 차에 올랐다.

이후 본부로 되돌아가는 길.

이미 발동한 촉을 끝내 무시하지 못한 그는 다리 끝에서 초소를 지키고 있던 부하들을 향해 의문의 명령을 내렸다.

“오늘 밤에는 모든 초소와 본부를 비우고 옛 장평보통학교로 집결하라.”

“······.”

***

쾅!

늦은 밤, 원정리 전투경찰대의 제2본부가 갑작스러운 폭발을 일으켰다.

이후 다리를 통해선 최소 백에 달하는 공안 차량들이 넘어오기까지.

높은 곳에서 그 모습을 관측 중이던 정일권의 인상이 잔뜩 찌푸려졌다.

“보고합니다.”

정일권은 즉시 사태의 추이를 상부에 알렸다.

돌아오는 대답은 섬멸이라는 두 글자뿐.

오랜만에 듣는 만족스러운 명령이었던 걸까, 순간 정일권의 얼굴에 잔뜩 미소가 지어진다.

“간나새끼들, 불알을 까서 구슬치기를 해 주갔어.”

쾅!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별다른 방해 없이 원정리를 지나 나진항으로 돌진하던 공안 차량 중 한 대가 의문의 폭발과 함께 허공으로 치솟았다.

당황한 공안들은 재빨리 포탄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기관총을 응사했지만 그 타이밍에 또 한 발의 포탄. 아니 무언가가 날아든다.

쾅! 쾅!

[빌어먹을! 40밀리 미사일이다. 사방으로 흩어져.]

적의 공격수단을 파악한 공안들은 일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40밀리의 경우 끝까지 목표를 추적하여 끝장낸다는 것.

쾅쾅!

결국 몇 대의 차량이 더 폭발하고 나서야 공안들은 차량을 버리고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을 택했다.

“젠장, 어디냐?”

이충원은 날아든 40밀리 유도미사일의 존재에 부쩍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40밀리 유도미사일은 분명 군이 사용하는 무장이었으니까.

사실이라면 이건 또 하나의 협정 위반.

중국과 옛 북한 사이의 자원채굴 및 항구 임대 협정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전까지는 서로가 군의 주둔을 자제하자는.

이로써 이충원은. 아니 중국은 또 하나의 명분을 챙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 해도 설마 그사이 군이 투입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그거였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한국군의 부대는 대략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상황.

아무리 접경 지역에서 발생한 비상사태라곤 해도 고작 30분 만에 한국군이 이곳에 당도할 방법은 없다는 것.

두두두!

생각이 깊어지던 순간 어디선가 헬기 로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이충원은 재빨리 하늘을 쳐다봤고, 곧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오는 MI24 전투헬기 한 대를 발견했다.

“저건 분명 전투경찰 마크인데······ 경찰이 전투헬기를?”

당황스러운 마음에 절로 턱이 떨어졌다.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것은 어느새 저편에서 접근 중인 차량들이었는데, 역시나 경찰이 분명한 차림이었음에도 무장 수준이 족히 군을 능가하고 있었다.

[지원 바랍니다. 이대로 선행부대가 전멸하면 후속부대 역시도 나진항으로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깨달은 이충원은 재빨리 본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작 들려오는 말은 애초의 약속과 달리 후속 지원은 불가하다는 소식.

순간 이충원의 뇌리를 스친 것은 오로지 하나의 단어뿐이었다.

“지금 우리를 버리겠다는 거이가?”

쾅!

***

[나진항의 운영권 문제를 두고 한국과 중국 전투경찰들 사이에서 교전 발생.]

원정리에서 발생한 교전 소식은 즉시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전해졌다.

서한만 사건 이후 잠잠해지나 싶던 한중간의 긴장은 다시 극도로 치솟은 상태.

예상대로 중국은 전과는 달리 격한 반응으로 일관했고, 학살에 가까운 우리 전투경찰들의 대응에 주로 문제의 초점을 맞추었다.

[우린 옛 북한 정부와 맺었던 정당한 협정에 따라 나진항으로의 우리 경찰 병력 주둔을 보장받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우리 공안의 나진항 접근을 무력으로 진압했고, 결국 많은 수의 무고한 사상자를 발생시켰습니다. 경고하는바, 이후의 일은 전적으로 한국의 책임입니다.]

“개만도 못한 것들.”

외신을 지켜보던 대통령은 평소 그답지 않게 흥분했다.

뭐 과도했던 진압사태야 어차피 정부에서 하달한 명령이었으니 그걸 비난하는 것에 대해 분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었을 테고, 아마 그보다는 이번 사태의 뒤에 중국이 심어 놓았던 숨겨진 의도가 더 짜증이 났던 것이었을 터다.

희생된 공안 중 절대다수가 조선족 출신들이라는 사실.

그렇게 해서 한국을 향한 조선족 사회의 분노를 유발함과 동시에 저들의 내부 결속을 다지겠다는 저들의 음흉한 속내가.

“이건 현장에 있던 경찰 지휘관에 의해 녹화된 당시의 상황입니다. 보시다시피 중국은 자신들의 주장과는 달리 우리 경찰 본부를 먼저 포격했으며······.”

사건 발생 이틀 후, 다행히 현지 경찰을 통해 촬영된 영상을 통해 우리의 대응책에 대한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덕분에 매일같이 떠들어 대던 중국의 거짓 선동은 쏙 들어가 버린 상황.

누군지는 몰라도 사태를 미리 예감하고 촬영까지 시도한 담당 경찰의 노련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지경이다.

“정부는 현 시간부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합니다.”

사건 발생 나흘 후, 정부는 결국 데프콘2를 발령했다.

적반하장인 중국과의 대화는 더 이상 불필요하다는 것에서 취해진 조치.

그로 인해 대한민국은 물자의 통제와 병력동원에 돌입했고, 국제사회는 또 한 번 혼란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한중 전쟁에 따른 여파로 한국산 반도체와 배터리의 보급에 문제가 생길 것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펜데믹 사태의 해결책 중 하나로 주목받았던 치료제의 보급 역시도 중대한 변곡점에······.]

[대한민국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더라도 기초소재들의 수출에 만전을 기할 것임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전시상태에 돌입할 경우 그 약속이 과연 얼마나 지켜질 것인지에 대해선 이견이······.]

서구의 관심은 역시나 자국의 피해 여부에 쏠려있었다.

보다 정확히는 펜데믹을 종식시킬 수단인 백신과 치료제의 시너지 효과가 자칫 무효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

당황스럽게도 전쟁을 코앞에 둔 이 나라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각국 외교장관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고, 그중 프랑스와 독일이 전처럼 가장 빠른 행보를 보여 주었다.

[치료제는 어떤 경우가 있더라도 공급이 끊기면 곤란합니다.]

[그 점은 염려 안 해도 됩니다. 우린 이미 막대한 수의 수송기를 보유 중이며 안전한 항로를 보증할 전력 또한 갖추고 있습니다.]

정부는 탄탄한 수송 수단과 공중 전력을 근거로 저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정작 두 나라를 대상으로 그게 지켜질지는 미지수.

솔직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상황이면 우리 입장에서야 반중 전선에 앞서 있는 국가들을 위주로 공급을 주도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결론은 두 유럽 국가들에게 돌아갈 몫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치료제가 무사히 도착했네.

-고맙소, 진 회장. 빠른 사태 해결을 위해 군에 가장 먼저 공급을 주도하겠습니다.

예상대로 정부의 치료제 공급 우선순위는 미국과 러시아가 차지했다.

덕분에 사태가 더 불리해진 것은 중국.

결국 본격적인 전쟁 개시 소식이 들려오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회장님, 두만강 접경 지역에서 우리 군과 중국 북부전구 소속 자주포 대대 사이에서 포격전이 발생했습니다.”

“청와대의 반응은요?”

다급한 안 실장의 보고에 대뜸 그 말부터 튀어나왔다.

당연한 결과를 물어본 걸까, 나 스스로도 바보 같았다는 생각이 뒤따르려는 차에 안 실장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방금 공군과 해군에 출동대기명령이 선포된 것에 이어 7군단에는 접경지로의 진군명령이 떨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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