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49화
서해 사건 발생 보름 전.
“이 자리를 빛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중국 최대의 에너지 그룹인 CM사의 회장 이휘는 오랜만에 회사 차원에서 열리는 행사에 연설자로 나섰다.
연단 아래엔 중앙당 간부들이 줄줄이 자리하고 있던 상태.
한차례 그들을 향해 눈인사를 건넨 그는 이후 갑자기 현 중국의 에너지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현재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역사 이래 최대의 에너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당에서 보다 현실적인 대처 안을 마련해 주시기를 바라는 바이며…….”
어쩌면 실수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말을 뱉어 냄과 동시에 연단 아래가 술렁이고 있는 것으로 봐선.
이휘는 그제야 아차 싶은 표정으로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몇몇 간부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린 상태였다.
“빌어먹을…… 내가 무슨 짓을…….”
원인을 찾자면 지나치게 술과 분위기에 취했기 때문이었을 거다.
고작 석유 시추 엔지니어에 불과했던 그가 중국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대자산가가 된 것에 대한 자부심.
더불어 이젠 어지간한 중앙당의 간부들과는 호형호제를 하고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에 대한 과도한 자만심.
하지만 방금 그의 발언은 분명 시 주석의 아킬레스건을 찔러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무언가에 씌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휘 회장, 잠시 같이 좀 가 주셔야겠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갑작스러운 공안의 방문에 이은 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 기율검열.
결국 그는 소리 소문도 없이 어딘가로 끌려갔고, 이후 그에 대해 떠도는 소식이라고는 자산을 모두 국가에 헌납하고 고향으로 내려갔다는 황당한 소문뿐이었다.
“유 서기님 안에 계시는가?”
그로부터 보름 후, 유등 국무원 부총리가 이휘 회장의 처분을 맡았던 중앙기율위원회 서기인 유환을 찾아왔다.
하필이면 이휘 회장과는 가까운 인물의 방문.
유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부총리를 맞았고, 그 자리에서 예상외의 요구를 전달받았다.
“이휘를 풀어 주라고요?”
“그렇습니다.”
유환은 도무지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리도 아닌 것이 이휘의 체포를 지시한 것은 바로 시 주석 본인.
게다가 지금같이 살얼음판을 걷는 시기에 당에 쓴소리를 뱉은 인물을 뭣 때문에 다시 풀어 준다는 말이던가.
그때, 유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이휘의 자산과 직위를 복권시키라는 말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몸만 풀어 주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대체 왜요? 비록 몸만 풀어 준다 해도 이건 명백한 사면입니다. 자칫 사실이 알려지면 괜한 전례만 남길 수 있다는 것 모르십니까?”
“내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주석을 비롯한 상무위원들 입장에서도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한 염려는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 나라에서 이휘만큼 뛰어난 석유 시추 엔지니어는 없는 마당에.”
갈수록 의문이 더해지는 말이었다.
고작 시추 기술자가 없어서 시 주석의 권위에 도전한 자를 풀어 준다는 것이.
순간 유등이 다시 빙긋이 미소를 지어 보였고, 이후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 그가 긴 한숨을 뱉어 내며 말을 이었다.
“유 서기께서도 우리 중국의 시추기술에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는 것쯤은 잘 아시겠죠?”
“그야 물론입니다. 한때 신장 유전을 시추하는 과정에서도 그랬고, 대부분의 국내유전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로 인해 지금도 일대가 심각한 오염에 처해 있지 않습니까.”
“단순히 오염 정도가 아니라 토질회생에 수십 년이 걸린다는 조사결과를 받았죠. 게다가 지하수의 오염이 인근의 곡창지대들까지 영향을 주어 식량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그래서요, 그게 대체 이휘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겁니까.”
유환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느새 꽁초가 되어 버린 담배를 비벼 끈 유등이 확 표정을 바꾸며 대답한다.
“아쉽게도 이휘만이 그 해결책을 가진 엔지니어입니다. 무려 20년 넘게 서방국가들의 회사에서 유전개발을 주도했었던 그의 경력과 천재적인 이론들.”
“…….”
“모르셨겠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국가 에너지개발 중앙 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만약 우리가 유전개발을 주도할 당시 이휘가 있었다면 그런 불행은 겪지 않았을 정도라더군요. 하니 어쩝니까. 괘씸하지만 써먹을 인물은 써먹어야죠.”
그 말인즉, 신장을 비롯한 각 지역 유전개발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유환으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조치.
아무리 중국의 에너지난이 심하다고는 하지만, 이미 개발할 대로 개발한 유전지대에서 더 이상 얼마나 더 빨아 먹을 것이 있다고 개발을 다시 진행한다는 말인가.
“B854 유전지대 같은 대규모 개발만큼은 실패해선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그때, 유등의 말이 이어졌다.
잘못 들은 건가 싶은 마음에 유환이 되물었다.
“B854라면, 옛 북한의 서한만 유전지대를 말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거긴 한국 측 수역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한국에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곳을 무슨 수로…….”
“정확히는 우리와 옛 북한의 수역에 걸쳐져 있죠. 더군다나 최근 우리가 조사를 진행 중인 보하이만과는 대륙붕으로 이어져 있는 곳이고. 쉽게 말해서, 한국의 유전 개발은 우리의 석유를 빼돌리는 것이라는 말인데, 우린 곧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사태를 바로잡을 생각이오.”
“무슨 말인 줄은 알겠습니다만, 여태 공동 개발을 거부한 것은 우리 아니었습니까. 그러니 한국 측에서 단독 개발을 한다 해도 우리가 뭐라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거야 북한이 존재했을 때의 이야기죠. 북한 따위야 솔직히 우리가 거부하면 그곳을 단독 개발할 방법은 없으니 결국 거부하면 끝에는 다 우리 차지가 되니까.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요.”
“제 말이 그겁니다. 상황이 달라졌다면 그에 맞게 대처를 해야죠. 굳이 무력을 동원하기보다는 협상을 통해 공동 개발을 유도하는 편이…….”
유환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얼핏 유등의 얼굴에 지어진 비릿한 미소로 인해서.
혹여 최고지도부는 애초부터 협상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던 건가?
하면 대체 왜?
가뜩이나 지금 중국은 국제사회의 압력을 벗어나기 위해 바이러스까지 뿌리며 분쟁을 피하고 있는 마당에.
“압니다. 지금 우리 입장에서 주요 산업의 요람인 한국과 전쟁을 시작하면 눈총이 더더욱 따가워질 거라는 사실. 하지만 그 유전은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지켜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주지하세요.”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유등의 말이 날아들었다.
현 중국의 상황을 본다면 이해 못 할 바도 아닌 대답.
하지만 왜 그게 꼭 지금이어야 한다는 말인가.
“혹시 한국에서의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소식 들었습니까?”
그때, 이번엔 생뚱맞은 말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게 힌트가 되어 머릿속에서 번개가 내리쳤고, 곧 예상했던 말이 날아든다.
“그 치료제의 개발로 인해서 이제 우리가 한국과 단독으로 유전 문제를 다툴 수 있는 기회는 지금뿐입니다.”
“…….”
“보고에 따르면 치료 효과가 거의 기적에 가까울 정도라고 하는데, 그 정도면 곧 펜데믹이 종식될 것 아닙니까. 그럼 결국 연합이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인데, 그때 우리에게 과연 기회가 주어질 것 같습니까?”
“무슨 말인지 압니다만, 그건 우리가 한국을 단기간에 제압이 가능할 경우에나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만약 우리 생각보다 전쟁이 길어지면. 예를 들어 연합이 빠른 수습을 마치고 관여하게 되면 그 뒷수습은 어떻게 감당할 겁니까.”
“전쟁이 길어질 일은 없을 겁니다.”
“…….”
“상대는 우리 중국입니다. 한국이 아무리 강해졌다곤 해도 우리를 상대로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겠습니까? 더군다나 국토가 고작 손바닥만 한 처지에?”
“…….”
“결론적으로 한국도 우리와의 전쟁이 길어지면 결국 자신들의 피해가 더 막대해진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거라는 말입니다. 하니 연합이 개입하기 전에 적당히 협상을 제안한다면 전쟁은 금방 정리가 된다는 것이 시 주석의 생각입니다.”
“…….”
“솔직히 한국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전쟁을 길게 끌 이유는 없죠. 그동안 전혀 해결책이 없던 우리와의 유전 문제를 영구히 타결하는 상황이면 더더욱.”
“그 말은, 유전의 일부라도 양보할 생각이라는 겁니까?”
유환은 참아 왔던 질문을 뱉어 냈다.
돌아온 것은 침묵뿐.
어느 정도는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는 뜻인데, 순간 유환의 머릿속을 스친 것은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그럼, 대체 이 전쟁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어차피 한국에게 유전 일부를 양보할 생각이 있다면 차라리 협상을 통해 해결하면 그만이지.
“결국 전쟁 자체가 목적인 거군요. 내홍을 처리하기 위해선 전쟁만큼 확실한 것은 없으니까.”
생각의 끝에 유환이 넌지시 말을 뱉어 냈다.
틀리지 않은 추측이었던 걸까, 유등이 흠칫하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고해성사를 시작한다.
“맞습니다.”
“…….”
“아시다시피 지금 시 주석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어요. 격해지는 소수민족의 봉기와 파벌싸움. 더불어 최악의 에너지난으로 인한 인민들의 폭동사태 발생 가능성까지. 이젠 애국주의 사상교육과 영화만으로는 무려 4억이 넘는 동북지역 인민들의 불만을 막을 방법이 없어요.”
“그건 그럴 수밖에요. 발표와는 달리 동북에선 아직도 한 집 건너 한 명씩 추위에 죽어 나가고 있는 마당이니까.”
유환은 말을 뱉어 냄과 동시에 속으로 한껏 비웃었다.
다른 걸 떠나서 그건 변수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니까.
만약 그의 생각과는 달리 인민들이 전쟁을 상관하지 않고 폭동을 일으킨다면.
소수민족이 기회를 잡아 봉기의 규모를 더 키운다면.
그리고 최악의 경우 연합이 개입한다면 중국은 오히려 최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될 테고, 그땐 정작 제 권좌를 지키자고 시작한 전쟁이 오히려 시 주석의 목을 끊어 놓을 수단으로 돌변할 거다.
“디데이는 언제입니까.”
하지만 유환의 대꾸는 태연했다.
어차피 그야 겉으로만 시 주석의 일파일 뿐, 실은 상하이방의 숨겨진 책사이자 카드인 입장.
굳이 시 주석이 자신의 운명을 앞당기겠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내심으론 쾌재를 부르고 있던 와중 유등의 말이 다시 들려왔다.
“내일입니다. 해서 현 시간부로 모든 군구에 전시대비태세가 발동될 겁니다.”
“…….”
***
“뭐 하자는 거야?”
이순신급 구축함인 9번함 계백함의 함장은 통합 정보창에 표시되어 있는 중국 054형 호위함들을 한창 주시 중이었다.
처음과는 달리 벌써 2척의 호위함이 더 지원에 나서 현재는 총 3척이 되어 있는 상황.
그게 끝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레이더상에는 또 다른 구축함들의 접근이 표기되고 있었다.
“이거 상황이 이러면 우리가 불리하지 않겠습니까.”
작전관은 우려를 표했다.
다급한 지원 요청을 받아 도착은 했으나 이쪽은 고작 호위함 한 척에 연안 방어용 미사일 고속함 네 척이 전부였기에.
하지만 그게 꼭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작전관도 잘 알고 있었다.
계백함의 경우 말만 호위함이지 실질적으로는 최신의 개함방공구축함이니까.
오죽했으면 서방에선 계백함을 보고 ‘한국해군의 사기’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겠는가.
“일단 함대 본부에서 추가지원을 위해 3척의 호위함을 더 출항시켰다니까, 그렇게 낙담할 것 없어.”
대꾸를 하는 정이원 함장의 목소리에도 절망감 따위는 엿보이지 않았다.
정작 그가 우려하는 것은 저들의 태도가 단순히 시위 행위라고 보기엔 느낌이 꺼림칙하다는 것.
다른 건 둘째 치고, 몇 번이고 계속됐던 교신시도에 전혀 응대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그렇다.
“전투준비태세에 돌입한다.”
함장은 결국 본능적으로 올라오는 촉을 따라 전투준비태세를 명령했다.
과거였다면 감히 상상도 못 했을 빠른 결단.
그건 현장지휘관의 판단을 따르겠다는 사령부의 사전 언질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군에 자리 잡은 3원칙이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봐야 한다.
주저하다 기회를 잃지 않는다.
주저하다 목숨을 잃지 않는다.
지휘관의 판단에 따른 교전과 그로 인한 책임은 절대적으로 국가가 진다, 는.
벌써 여러 번의 전쟁을 통해 얻어진 교훈에 따른 군의 원칙.
“전투준비!”
함장의 명령에 따라 함 내부가 일사분란해졌다.
비록 다들 긴장한 얼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두려움에 빠지지는 않은 상태.
그건 계백함의 승조원들 모두가 한일전을 통해 실전경험을 톡톡히 쌓은 인물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이 큰 영향을 끼쳤을 거다.
“적 함정들에게서 일제히 사격 통제 레이더가 가동됐습니다.”
그때, 막 통합 전투정보창을 주시하던 정보관의 외침이 들려왔다.
역시나 교전이 목적이었다는 것.
함장은 미동도 않은 채 대응을 주문한다.
“사격통제 레이더 가동.”
명령이 떨어지자 가장 먼저 127밀리 함포가 움직였다.
통제시스템 알고리즘의 개량에 따라 적 함정을 조준하는 것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대함 미사일 발사관 역시도 개방을 명령하려는데, 마침 정보관의 외침이 다시 들려온다.
“대함 미사일입니다!”
슥!
함장은 보고가 들려오기 무섭게 망원경을 들어 올렸다.
수평선 너머.
하늘로 솟아오르는 다수의 미사일들.
이로써 저들의 목적이 단순히 시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거나 마찬가지다.
“12, 15, 17 발사관 개방!”
정이원 함장은 함대방어를 위해 재빨리 해궁4의 발사를 주문했다.
“발사관 개방!”
수칙에 따라 명령이 복창되고, 각각의 해궁에 표적 할당이 이루어지는 사이 함장은 이번엔 공격을 위한 사전 준비를 통제관에게 명령한다.
“각 고속함에 대함 미사일 표적 할당!”
“표적 할당!”
명령은 즉시 고속함들에게 전달되었다.
-발사 준비 완료.
그러자 후미에서 대기 중이던 각 고속함의 미사일 발사관들이 일제히 개방되었고, 이후 정해진 목표를 향해 대함 미사일들을 쏘아 올릴 준비를 끝마쳤음을 알려 온다.
“해궁 발사!”
잠시 공격 명령을 미룬 함장은 날아오는 대함 미사일들을 우선적으로 상대할 해궁의 발사를 명령했다.
슈욱!
즉시 솟아오른 해궁은 빠른 가속을 위해 이중목적 추진체를 가동.
그건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웠던 것에 대한 통제시스템의 판단에 따른 결과였다.
쿵!
이후 해궁은 대함 미사일들의 극심한 회피 기동을 따라잡으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대체 추적능력이 얼마나 좋은 걸까, 이후 대함 미사일이 피격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표적이었던 고속함들의 근처에도 다다르지 못했을 정도로.
쾅! 쾅! 쾅!
“1, 3, 4번 미사일 격추!
쾅! 쾅! 쾅!
“2, 5, 6번 미사일 격추!”
연속해서 들려오는 보고에 함장의 뇌리엔 명불허전이라는 단어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비록 아음속 미사일이었다곤 해도 꽤 다양한 회피 기동을 보여 준 중국 미사일들을 마치 비웃듯 따라잡는 모습.
게다가 총 6발의 대함 미사일들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표적의 혼선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함대방어미사일로써는 그야말로 최고의 메리트가 아니던가.
위잉! 위잉!
그때, 계백함의 76밀리 함포가 이리저리 춤을 추었다.
만약을 대비하여 마지막 관문을 지켜야 하는 입장.
하지만 정작 표적들이 죄다 사라져 버린 탓에 그저 허공 이곳저곳으로 포탑만 돌아간 결과였다.
“아쉽게도 이번 교전에선 저놈이 활약할 일은 없을 것 같군.”
짧은 미소로 말을 뱉어 낸 함장은 다시 통합 전투정보창을 주시했다.
지금쯤이면 저들도 공격이 실패했음을 알게 되었을 터.
다급한 마음에 곧 2차 공격을 시도하겠지만 정작 그럴 만한 여유가 있을까 싶다.
“할당된 표적을 향해 대함 미사일 발사!”
피슝! 피슝! 피슝!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속함들에선 일제히 초음속 대함 미사일들이 불을 뿜었다.
어디 초음속 대함 미사일뿐일까, 혹시 모를 격추에 대비하여 계백함의 수직발사관에서도 미사일이 솟아오른 상황.
날아오르는 미사일을 보던 함장은 재빨리 본부에 무전을 날렸다.
“주작이 발사됐습니다.”
쉽게 말해 격침은 예고된 것.
하니 이젠 그다음을 준비하라는 의미다.
“비상사태를 발령해야 할 듯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