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47화
[속보입니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진행 중이던 량뤼진 중국 총리가 갑작스러운 실신으로 인한 후송 도중 사망했다고 합니다.]
[미 정부는 량뤼진 총리의 혈액 샘플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를 사망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무부 전체가 전격폐쇄 및 격리조치 되었으며…….]
이튿날 온 세계에 미디어들은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떠들썩해졌다.
워낙 유례가 없는 일이다 보니 당연한 현상.
문제는 백악관의 지나친 침묵으로 인해 소문이 점점 부풀려진다는 점이었는데, 그 탓에 시간이 갈수록 진실과 허구를 구분하기 어려운 지경으로까지 내몰렸다.
“리암 회장님으로부터 들려온 소식에 따르면 워싱턴 남부를 중심으로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 중이랍니다. 현재 방역당국에서 역추적 중인 모양인데, 일주일 전 시티병원에 입원한 무역업자가 최초 확산자일 가능성이 크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린 현장 상황을 여과 없이 전달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리암의 배려도 배려지만, 일단 바이러스 자체가 코로나라는 사실로 인해 내 의견이 필요해진 탓.
이미 수년 전부터 펜데믹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존재에 대해 경고해 왔던 것이 바로 나였으니까.
실은 그로 인해 난 지금 하루에도 수십 차례나 미 정부 각 기관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감당해야 하는 지경이다.
‘그나저나 이건 의외의 결과인데?’
역사와는 달리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코로나가 시작되었다는 사실.
“혹시 중국에서는 아무런 소식 없습니까. 예를 들면 중국도 갑작스러운 전염병 확산이 시작되었다거나.”
혹시나 싶은 마음에 보고를 잇던 안 실장을 향해 물었다.
아직은 그쪽에 대한 소식은 딱히 전해진 것이 없다는 듯 그가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었고, 난 다시 머리를 떠도는 생각의 퍼즐들을 정리해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타이밍이 기가 막힌단 말이지.’
하필 소수민족 학살 문제로 중국이 코너에 몰린 순간 코로나가 퍼졌다는 것이.
더군다나 계속해서 들려오는 보고에 따르면 이번에 발생한 코로나는 일반적인 감기와는 달리 지나친 전파력을 갖춘 물건.
그럼 나로서는 당연히 중국에 의해 만들어진 그 문제의 바이러스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게 더더욱 고의성을 확신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는 중이다.
“혹시 모르니 그룹 정보부서들을 통해 중국 내 동향을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생각이 깊어지는 사이 안 실장이 짧은 대꾸와 함께 방을 나섰다.
띠리리리!
마침 기다렸다는 듯 울리는 휴대폰 소리.
슬쩍 발신자를 살피곤 통화 버튼을 누르자 리암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에밋 국무장관이 격리입원 조치됐습니다.
“…….”
워낙 당황스러운 소식이었던 터라 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던 듯 수화기 저편에선 내내 긴 한숨 소리만이 들려왔고, 난 짧은 위로와 함께 다시 질문을 이었다.
“증세가 심한 겁니까?”
-아직까지는 그리 심한 것은 아니지만 검사 결과 예상처럼 량뤼진 총리의 몸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동일한 것이 검출됐다고 합니다. 량뤼진의 수행원 중 2명도 방금 사망한 것을 기준으로 하면 치사율이 대략 30퍼센트에도 이를 수 있는 종류라고 하는데, 그 정도면 가히 생물무기 수준이 아닐까 싶더군요.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대체 량뤼진이 왜 그런 것에 감염이 되어 있었던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치사율을 30퍼센트까지 예상한다고요?”
당황스러운 마음에 되물었다.
이후 퍼뜩 떠오른 것은 워싱턴 남부 일대에서도 감염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일전 리암이 했었던 말.
혹시나 싶어 재빨리 질문을 보탰다.
“혹시 워싱턴 남부에서 확산 중이라는 바이러스는요? 그에 대한 검사 결과는 나왔습니까?”
-물론입니다. 다행인 점은 국무부를 초토화시킨 것에 비해 치사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종류라더군요.
“그게 무슨……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또 돌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평범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는데, 우리 입장에선 그나마도 한시름 놓은 격이죠. 생각해 보세요, 치사율이 30퍼센트나 되는 바이러스가 확산되면 무슨 결과가 발생할지를.
“아니요, 위험한 곳은 오히려 워싱턴 남부입니다.”
-…….
“확산성이 높고 치사율이 적은 것이야말로 진정한 펜데믹을 유도할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매개체가 되어야 할 숙주가 빨리 죽지 않고 돌아다니게 되면 그 후폭풍이 오죽하겠습니까.”
난 그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했다.
뒤이어 든 생각은 어떻게 한 지역에서 갑자기 성향이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가 활개를 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우연이 아닌 것은 확실하고 결과적으로 가장 의심이 되는 것은 역시나 중국인데, 도무지 그들의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
굳이 치사율이 다른 바이러스를 퍼트린 이유는 둘째 치고, 당장 량뤼진이 미국에서 죽어야만 했던 이유.
누가 봐도 의심의 칼날이 중국으로 쏟아질 것이 당연한 결과를 왜 굳이 자처하느냐는 거지.
‘이것 봐라?’
그때, 문득 첫 피해자가 하필 량뤼진이었다는 것이 뇌리를 스쳤다.
다른 이도 아닌, 시 주석의 정치적인 라이벌.
뒤이어 빠르게 생각들이 스쳐 가며 제법 그럴듯한 결론이 하나 도출되었다.
‘량뤼진이 품고 있던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은 고의가 아니었던 건가?’
즉, 그 바이러스에 희생당할 것은 량뤼진을 비롯한 그 일파에 국한되는 것이 애초 저들의 목적이었건만, 상황이 어그러진.
쉽게 말해서 중국에서 죽었어야 정상인 자가 예상 밖으로 오래 버틴 탓에 하필 미국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닐까 싶다는 거다.
‘중국 당국이 굳이 부검을 거부한 이유도 어쩌면 그것에 있지 싶은데…… 하지만 왜 막지 않았지?’
곧이어 따라온 질문은 그것이었다.
애초 그의 미국행을 왜 허락한 걸까.
지금처럼 미국에서 변을 당할 경우 곤란해지는 것은 자신들인 마당에.
‘안 막은 것이 아니라 못 막은 것인가?’
하지만 답은 곧장 도출됐다.
아무리 시 주석이라 해도 중국 군벌들의 3할을 차지하고 있는 량뤼진의 일파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는.
만약 그랬다면 가뜩이나 내부 분열로 인해 위기에 처한 시 주석의 입지는 더 좁혀졌을 터.
당장 목에 칼이 들어올 것이 걱정인 시 주석으로서는 차라리 외부에서 오는 후폭풍을 대처하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닐 거다.
‘이 사태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까.’
아니, 이게 만약 펜데믹 상황으로 몰린다면 사건의 원인을 추궁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수도…….
“그나저나 대책은 있는 겁니까.”
생각의 끝에 우려를 전했다.
불행하게도 우린 아직 완전한 백신을 개발하지는 못한 상황이었기에.
아니, 정작 개발은 했어도 1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관찰했어야 할 부작용에 대한 연구와 해결책 마련이 미흡했다고 해야겠지.
그로 인해 우린 결국 대처 방법의 방향성을 바꾸었는데, 미국과 우리의 길은 거기에서 갈렸다.
우린 치료제를 최종 목표로. 그리고 미국은 여전히 백신을 목표로.
-일단 량뤼진에 의해 퍼진 바이러스의 경우는 감염 경로를 추적하여 격리조치가 시행 중입니다. 진 회장께서 말한 것처럼 전파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면 곧 좋은 결과가 있겠죠. 문제는 워싱턴 남부에서 확산 중인 바이러스인데, 이게 워낙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속도가 빨라서 CDC도 난색을 표하는 중입니다. 뭐, 결국 급한 대로 그동안 개발해 왔던 백신이라도 공급해야죠.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정말로 그 미완의 물건을 공급한다고요?”
넌지시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전했지만 정작 리암은 담담하게 말했다.
-다른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 백신은 아직 충분한 임상을 거치지 못했기에 결과를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우리처럼 치료제 생산에 더 힘을 쓰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미 우리 치료제는 부작용에 대한 임상 결과가 충분한 상황이니까요. 원하신다면 성과를 공유해 드릴 용의도 있습니다.”
-고마운 말씀이기는 한데, 문제는 당장 치료제를 생산한다 해도 그걸 써먹을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
-바이러스가 퍼짐과 동시에 치료제가 나왔다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실상 그게 문제기는 했다.
백신이 됐든 치료제가 됐든 바이러스가 퍼짐과 동시에 등장한다는 것은 자칫 온갖 구설에 오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한참을 고민하던 차에 리람이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당장 준비되어 있는 백신과 생산설비들도 만만치 않아요. 그렇다고 그걸 썩힐 수는 없으니 일단 우리는 백신 체계로 가 볼 생각입니다.
그 말에는 차마 대꾸할 방법이 없었다.
“흠.”
미국은 이미 백신 위주의 대량 생산체계까지 갖춘 상황에서 그걸 죄다 뒤엎는 것도 사실상 무리긴 하니까.
뭐 어차피 치료제는 이미 우리에게 있는 상황.
차후 정말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체계를 바꾼다는 의지 같은데, 그걸 내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는 없는 법 아닌가.
‘문제는 역시나 후폭풍인데…….’
쉽게 말해서 임상이 채 끝나지 않은 백신이 가져다주는 미증유의 결과들.
특히나 혈장의 리보솜에서마저 스파이크단백질을 생산하게 되는 탓에 면역체계가 혈장을 증발시켜 발생하는 각종 부작용들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오죽했으면 내가 백신의 개발을 포기하고 치료제의 개발에 힘을 쏟았을까.’
따지고 보면 우리에겐 오히려 그게 전화위복이지 싶었다.
어차피 부작용이 덜한 치료제의 개발 가능성이 있다면 굳이 백신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
해서 차라리 미국으로부터 얻어 낸 세포기술을 바탕으로 치료제 개발에 올인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
덕분에 우린 2년 전부터 대량생산 체계까지 갖춰진 상태고, 감염이 중증으로 갈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는 것에 성공한 상태다.
‘그나저나 우리도 그걸 당장은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인데…….’
괜한 의심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니까.
‘결론은 하나뿐인가?’
그사이 최대한 치료제를 확보해 두고 그걸 풀 만한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것.
‘그나저나 이거 사태가 꼬이는데.’
그사이 코로나의 확산이 결국 역사를 따라간다면 중국으로서는 숨을 돌릴 기회가 되지 않던가.
“아무튼 영악한 인간들 같으니…….”
***
[미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속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미 유럽 일부 국가들까지 환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에 대한 여행 금지국 명단에 올려놓은 상태입니다.]
[미국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했습니다. 중국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보편적인 감기 바이러스 중 하나라는 점을 근거로 미국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지만 량뤼진 총리를 사망에 이르게 한 바이러스에 대해서만큼은 해명을 못 하고 있습니다.]
2018년 11월.
우려했던 대로 코로나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첫 발원지라는 억울함을 뒤집어쓴 미국은 조목조목 근거를 대며 중국을 압박.
하지만 워낙 빠른 확산세 탓에 패닉에 빠진 국제사회의 결집을 이끌어 내는 것에는 실패했고, 결국 책임 추궁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WHO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독 감염자의 회복세가 빠른 우리나라의 현실에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각급 병원에서 실시되고 있는 치료법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했으며…….]
국제기구는 치사율이 제로에 가까운 우리의 질병관리 시스템에 관심을 드러냈다.
뭐 이유야 당연히 정부와 재우 간에 맺어진 은밀한 협약에 따라 제공되기 시작한 치료제 덕분.
문제는 아직 그걸 공개할 때는 아닌 상황인 터라 우린 코로나 치료에 일말의 도움이 될 만한 위약들을 목록에 올렸고, 당연히 그걸 표준 삼은 국가들의 치료 효과는 기대 이하일 수밖에 없었다.
[유럽은 오늘 미국에서 개발에 성공한 백신의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2019년 3월.
갑작스러운 펜데믹 사태에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을 무렵 결국 FDA는 자국 제약사들이 개발한 백신을 허가했다.
그동안 인내하던 리암의 결단이 내려진 것.
아무리 혁신적인 개발 방식이라지만 불과 수개월 사이 등장해 버린 백신에 대한 불신은 각계각층에서 계속됐고, 그럼에도 백악관은 FDA의 공신력에 의지한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고수했다.
‘예상했던 대로군. 그나저나 미리 막대한 생산 시설을 확보했었던 터라 공급 문제가 그리 심각할 정도까지는 아닌 모양이네.’
뭐 덕분에 리암은 또 한 번 돈방석에 오를 테고.
문제는 벌써 발생하기 시작한 돌파감염에 대한 대처인데.
그걸 염두에 둔다면 우린 정말 옳은 결정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정부는 백신보다는 치료제의 완성에 중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그로 인해 현재 임상 시험 중인 몇몇 치료제에 대한 임시 사용승인을…….]
2019년 9월.
예정대로 우린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치료제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 대처 정책을 고수했다.
발표와는 달리 이미 그동안의 은밀한 임상을 통해 효능은 증명된 상태.
앞으로 수개월 후면 완성된 치료제의 개발 사실을 공표하게 될 텐데, 아마 그때가 진정 펜데믹을 벗어나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뭐 그래 봐야 코로나와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겠지만, 어차피 신종플루도 타미플루라는 치료제 하나로 인해 이젠 당시 퍼졌었던 공포심 따위는 사라지지 않았던가.
‘그게 중요한 거지. 과도한 공포심을 제거하는 것. 그건 그렇고…… 기껏 꼼수를 부려 시간은 벌었다만 아무리 노력해 봐야 결국 결론은 하나뿐인 거다. 이 얼빠진 놈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