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45화
2018년 8월 1일.
“왕폐이 주임은 아직 도착 전인가?”
중화인민공화국 정치국 국무위원 즈쉬앤은 초조한 심정으로 자신의 사무실을 서성거렸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내부균열 속에서 압박을 받아 오던 상무위원들이 결국 결단을 내려 버린 상황.
앞으로 다가올 미증유의 미래가 그로서는 두려울 수밖에는 없었다.
“10분 후면 도착하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뒤늦은 비서의 대꾸에 심장은 더 방망이질을 쳤다.
무리도 아닌 것이 이제부터 이곳에서 오고 갈 대화가 어디 보통 중요한 것이던가.
그 때문인지 듣는 귀를 유독 염려한 그는 비서에게 철저한 보안 조치를 명령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똑똑!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기다리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문을 열고 들어선 이는 정치 공작부 주임 왕폐이.
상무위원들로부터 이번 임무에 대해 가장 적임자라는 평과 함께 추천된 인물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즈쉬앤은 반가운 표정과 함께 왕폐이의 손을 붙잡았다.
이미 자신을 찾는 이유쯤은 알고 있었던 걸까, 오늘따라 그의 얼굴은 유독 굳어 있는 상태였다.
“상무위원들께서 마음이 조급해지신 모양이군요. 그동안엔 최대한 자제해 왔던 전격적인 진압을 강행하셨을 정도면.”
소파에 엉덩이를 붙인 왕폐이는 직설적으로 말을 뱉어 냈다.
말투 속에선 불만이 가득했던 상태.
사실 말이 진압이지, 온갖 대량살상 무기를 동원하여 반군들을 쓸어 버린 결과에 대한 비난은 정작 정치공작부에게 다 쏟아지고 있는 이 상황이 어찌 탐탁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 짜증 나는 것은 이후의 조치였는데, 정작 명령을 내렸던 중앙에선 그렇듯 군벌들을 향해 집중되고 있는 비난에 대해선 일절 함구하고 있었다는 거다.
“이해해야죠. 가뜩이나 에너지 부족 문제로 인민들도 불만이 팽배해져 가는 판국에 지역 봉기까지 계속되면 그 혼란은 걷잡을 수 없습니다. 어디 지역 봉기뿐입니까? 대만은 이제 아예 독립국임을 선포하고 있고, 홍콩의 시위는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져 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소수민족들의 봉기 문제부터 다잡아 놔야죠.”
“누가 그걸 이해 못 하겠습니까. 문제는 그 비난이 이제 정치 공작부를 넘어서 해당 임무를 맡았던 집단군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지금 일부 성에선 인민들이 지나치게 잔혹한 군부의 처사를 성토하고 있는 지경이에요.”
“인민들이야 차후 자신들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대처할 가능성을 두려워하는 거겠죠. 군부가 인민들의 불만에도 같은 대처를 할까 봐.”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이젠 인민들도 전과 같지 않다는 것. 게다가 상하이 일부와 충칭의 군벌들의 경우는 아직 시 주석에게 완전히 충성을 바친 상황이 아니에요. 그들이 행여 인민들을 동요할 가능성이 아주 없지 않다는 것은 국무위원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즈쉬앤은 그 말에 절로 눈이 가늘어졌다.
하필 시 주석의 파벌에 속한 자신을 상대로. 그것도 저렇듯 대놓고 반대파벌 소속 집단군의 문제를 언급한다는 것은 뭔가 꺼림칙했기에.
뭐랄까, 이건 단순히 걱정을 해 준다기보다는 일종의 경고를 날리는 느낌?
그때, 표정을 눈치챈 왕폐이가 다시 입을 연다.
“뭐, 괜한 걱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미 대세가 확실하게 굳어져 가고 있는 마당에 설마 무슨 일이야 벌어지겠습니까. 다만 아직 상하이와 충칭의 머리들이 건재하다는 것을 기억하시라는 말입니다.”
이어진 왕폐이의 변명에도 즈쉬앤의 표정은 풀릴 줄을 몰랐다.
마치 상대의 충고가 진심에서 나온 것인지를 의심하는 듯한 눈빛.
슬쩍 그의 눈치를 살핀 왕폐이는 넌지시 화두를 돌렸다.
“그나저나 정말로 봉기 세력들의 뿌리를 뽑는 것으로 결정이 지어진 겁니까?”
“그렇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내부정리가 끝나야 점점 도가 더해지는 대중국 압박에 대한 대처가 가능할 테니까요. 참고로 곧 홍콩에도 군대가 투입될 예정입니다.”
즈쉬앤은 여전히 미심쩍어하는 표정과 함께 대답했다.
하필 가장 민감한 홍콩이 거론됐기 때문일까, 왕폐이의 얼굴엔 잠시 쓴웃음이 스쳐 지나갔다.
“결국 홍콩까지 무력 진압에 나서는군요. 알겠습니다. 저야 명령에 따르는 존재니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처리하죠.”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선 왕폐이는 곧장 방을 빠져나갔다.
이후 홀로 남은 방안에서 한창 생각에 잠겨 있던 즈쉬앤은 재빨리 비서를 통해 상무위원 중 하나와의 전화연결을 지시했고, 잠시 후 수화기 저편에서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이거 아무래도 일이 복잡해질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방금 정치 공작부 왕폐이 주임을 만났는데, 그가 아무래도 상하이방과의 연을 완전히 끊지 않은 느낌입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편에선 끄응 하는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무얼 하는 걸까, 뒤이어 연신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곧 예상치 못한 말이 들려왔다.
-안 그래도 그 문제로 방금까지 중앙 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대화 중이었네. 해서 말인데, 자네가 내일 상하이방 원로들에게 선물을 좀 보내 드려야 할 것 같아.
즈쉬앤의 얼굴은 순간 사색이 됐다.
선물.
말이 좋아 선물이지 그게 상하이방 늙은이들의 숨통을 끊어 놓을 수단을 의미한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문제는 그 선물로 인한 피해는 비단 상하이방의 원로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건데,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결국 회유보다는 제거를 결정한 겁니까?”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이라는 것이 시 주석을 비롯한 모든 태자당 소속 상무위원들의 공통적인 대답일세.
“대책은 있는 겁니까? 이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중국 전체에 대혼란이 올 수도 있습니다.”
즈쉬앤은 우려스러운 마음에 되물었다.
그러자 저편에선 한차례 웃음과 함께 당연하다는 투의 대꾸가 들려왔다.
-그럼, 우리가 대책도 없이 일을 벌일까.
그 말은 곧 백신 준비가 끝마쳐졌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그 막대한 전염력을 가진 질병을 통제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고작 계절성 독감 따위도 확산을 막아 내는 것이 불가능한 마당에.
그때, 수화기 건너편에선 또 한 번 그를 놀라게 할 만한 말이 들려왔다.
-참고로 선물은 량뤼진 총리에게 가장 먼저 보내는 것으로 하게나. 정보에 따르면 그가 조만간 미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계획 중이라는군.
“그게 무슨…… 이런 시기에 총리가 미국에는 왜 간다는 말입니까?”
-뭐 말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미국의 반발을 무마해 보겠다는 의도라는데, 실질적으로는 회유를 위한 행보라고 보고 있네. 애초 상하이방의 경우는 친미 성향이 강했으니 자신들이 다시 중국 정치권의 전면에 나서는 것을 도와 달라는. 그럼 중국이 미국의 골칫거리가 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식의 회유. 미안하지만 우린 그런 매국 행위를 용서할 생각이 없어.
“맞습니다, 그건 분명히 매국 행위죠. 곧 적임자를 물색하여 실행에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즈쉬앤은 매국 행위라는 말에 유독 흥분하여 대꾸했다.
평생을 중화인민공화국의 번영만을 생각해 왔던 그에게는 그 매국이라는 단어만큼 심기를 거스르는 말은 없었기에.
그때, 저편에서 다시 말이 이어졌다.
-한 가지 더 주지해야 할 점은 이번 기회에 미국에도 선물을 보낼 예정이라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즈쉬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제야 시 주석을 비롯한 핵심 상무위원들의 의중을 확실히 알 것 같았기에.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건가? 이 기회를 통해 적대 세력을 섬멸하는 것은 물론 이번에 자행될 학살로 인해 발생할 반중연합의 압박에서도 벗어나 보자는?’
언뜻 떠오르는 바에 따르면 그게 무리는 아니지 싶었다.
소수민족들을 향한 대량학살로 인해 이제 중국이 코너에 몰리는 것은 시간문제.
그럼 당연히 유엔을 비롯하여 연합의 제재가 들어올 테고, 심지어는 군사적인 움직임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펜데믹 상황이 오면?’
쉽게 말해서 당장 제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마당에 중국을 향한 제재가 가능할까?
제재와 전쟁은커녕,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만으로도 대부분의 국가들이 힘이 빠질 상황에서?
‘그렇게 되면 시 주석으로서는 기회를 잡는 셈이지.’
치명적 바이러스에 노출된 상태에서도 의도적으로 방치된 상하이방과 공청단은 피를 토하고 죽어 나갈 테고, 그럼 시 주석에게는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들이 사라지는 것이니까.
솔직히 그가 시 주석이었다 해도 이건 한 번 해 볼 만한 판이 아닐까 싶다.
“이해했습니다만, 미국에서 효과를 보기엔 R13은 기준 미달 아닙니까. 치명률이 지나치게 높은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기대하기에는…….”
문제는 바로 그 점이었다.
개량된 R13의 경우 초기에 만들어졌던 것과는 달리 치명률을 지나치게 높였다는 것.
자고로 펜데믹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치명률보다는 확산성이 강해야 하는데, R13은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명백히 기준 미달의 물건이 아니던가.
-누가 그걸 모르겠나. 때문에 미국에 보내는 선물의 경우는 초기 개발되었던 R12가 되어야겠지.
“아!”
즈쉬앤은 뒤늦게 의도를 확실하게 이해했다.
그때 뇌리를 스친 것은 이후 발생할 것이 분명한 후폭풍.
조심스레 다시 질문을 잇는다.
“그나저나 미국이라면 반드시 우리의 소행임을 눈치챌 텐데, 그때 닥쳐올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우릴 의심하고 공격하겠지. 하지만 코로나는 어차피 감기 바이러스 중 2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야. 때문에 우리가 원인이라는 것에 대한 확실한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어. 애초 우리가 전파수단을 코로나로 삼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음을 잊은 건가?
“…….”
-게다가 어차피 펜데믹 상황이 지속되면 그때부터는 해결책에 더 힘을 쏟게 되어 있는 것이 순서야. 더군다나 우린 적당한 때에 우리가 개발한 백신을 전 세계에 보급할 예정이고.
“…….”
-아마도 지긋지긋한 펜데믹에 사람들이 치를 떨 때쯤? 그렇게 되면 사실상 원인규명이라는 단어는 꽤 희석될 것이라는 것이 당 중앙 정책 연구소의 예측 결과일세.
즈쉬앤은 그 말에 동조하지도, 그렇다고 반발할 수도 없었다.
이후의 결과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사실상 겪어 봐야 아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 역시 ‘희석’이라는 단어만큼은 왠지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걸 떠나서 펜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가 입은 경제적 타격이 워낙 클 것이라는 점에서.
각국 정부로서는 그걸 해결하는 것에 중점이 맞춰질 상황인데, 과연 그때 가서 중국을 향한 추궁이 가능할까?
위기 극복을 위해 쏟아부은 과도한 재정적자를 해결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즈쉬앤은 결국 수긍하곤 전화를 끊었다.
곧 다시 비서를 불러들이려 수화기를 드는 그의 중얼거림에선 왠지 모를 떨림이 전해져 왔다.
“그나저나 총리가 걱정이군.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죽어 줘야 일이 깔끔해질 텐데…….”
***
[미국 정부는 오늘 CIA의 중국 내 동향 보고서를 통해 전해진 중국 정부의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이대 대한 중국 정부의 반응은 날조된 사실에 대해 일일이 반응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으며…….]
2018년 9월.
중국의 소수민족 학살 문제는 삽시간에 세계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가장 곤란해진 것은 역시나 그동안 중국과 밀착된 행보를 보였던 독일과 프랑스.
특히나 프랑스의 경우는 직전까지 거의 모든 군사기술 분야를 중국에게 제공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던 터라 받은 충격의 강도가 어느 나라보다 심했을 거다.
[독일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과의 군사교류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독일의 조치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유럽만큼 인권문제에 민감한 지역은 없으니까.
게다가 그들의 경우 아직까지도 유대인 학살자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는 상태.
지금껏 세계를 향해 외쳐 댔던 사과를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중국과의 교류중단 결정을 내릴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었다.
“방금 국정원에서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방의 2인자 량뤼진이 미국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라는군요.”
한창 뉴스에 집중하던 와중 안 실장이 소식을 하나 전해왔다.
비록 공식적인 방문이라고는 해도 현 중국 공산당 실세가 아닌 상하이방 출신의 방문.
이건 뭔가 대놓고 냄새를 풍기는 상황인 터라 절로 눈이 가늘어진다.
“상하이방의 2인자가 미국을 방문한다? 이거 혹시 딜을 걸려고 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군요.”
“실은 저도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수민족 학살 사건에 대한 미국 달래기는 그저 빌미일 뿐이고, 이번 기회에 상하이방이 자신들이 정권을 잡기 위해 미국과 공모를 하려는 것은 아닐까 싶은. 솔직히 3대 세력 중에서는 상하이방이 그나마 친미적이기는 했지 않습니까. 미국 입장에서도 말 잘 듣는 중국이 탄생한다면 굳이 끝까지 대립하기보다는 두고두고 피를 빠는 것이 더 이익일 테고요.”
안 실장은 역시나 상황파악이 빠른 인물이었다.
슬쩍 미소를 내비치곤 다시 생각을 정리하려는데, 그의 말이 이어졌다.
“솔직히 말로는 더 이상 중국의 패권 도전을 용납하지 못하겠다지만, 정작 중국과의 전쟁은 미국으로서도 부담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자칫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니까. 때문에 최악의 경우. 아니, 이걸 최악의 경우라고 표현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아무튼, 중국에 친미세력이 다시 득세하면 그동안 반중국 정책을 펴던 우리로선 곤란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아니요,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울 겁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와 생각이 달랐다.
때문에 넌지시 부정을 표하자 안 실장이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우선 현재 시 주석의 세력이 너무 강해요. 때문에 설사 상하이방이 미국과 딜에 성공한다 해도 내부를 뒤집을 힘이 없습니다. 그리고 량뤼진이 미국으로 가는 것을 막지 않는 것도 좀 수상하지 않습니까? 하필이면 정적인 량뤼진을 미국의 특사로 보낸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지 않습니까. 다른 꿍꿍이가 있지 않다면.”
“…….”
안 실장의 눈은 마지막 말에 한껏 가늘어졌다.
마치 그 꿍꿍이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처럼.
하지만 나도 아직은 그 부분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기에 딱히 해 줄 말이 없다.
“아무튼, 한 가지만큼은 확실합니다. 우린 조만간 발생할 아시아의 무력 분쟁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것.”
“…….”
“다른 걸 떠나서 당장 에너지 위기에 처한 중국은 어떻게든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할 테니까요.”
“하지만 최근 호주도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이유로 다시 중국을 향한 석탄 수출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으로 중국의 에너지 문제는 해결된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걸 공식적인 수출 재개라고는 할 수 없죠. 단지 공산당 산하 무역업체를 통해 암암리에 일부 물량을 판매하는 것일 뿐. 더군다나 호주도 당장은 공식적으로 수출을 재개할 수가 없습니다. 하필 터져 버린 소수민족 학살 문제로 인해서.”
“…….”
“하면 결국 장기적인 해결책을 위해 중국은 뭐든 해야만 합니다. 문제는 러시아는 물론 중동. 그리고 여타 어디에서도 지금은 중국에게 에너지를 공급할 국가는 없다는 건데, 그럼 남은 것이 뭐겠습니까.”
“그야 자국의 유전과 탄광을 미친 듯이 개발하는 것뿐이겠죠.”
“그래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요?”
“그거야…….”
잠시 대답에 뜸을 들이던 안 실장을 순간 휙 하고 나를 쳐다봤다.
역시 눈치 하나만큼은 빠른 인물.
난 들고 있던 리모컨으로 TV를 끄며 지나가듯 말했다.
“사우디의 매장량과 맞먹는다는 서해유전 개발. 그게 유일한 해결책이죠. 문제는 그 유전을 개발하려 나섰다간 우리와 반드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