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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43화 (343/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43화

“정말로 저 혼자만 남으라는 겁니까? 그러다 제가 격추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따지고 들던 제럴드는 뒤늦게 무안함을 느꼈다.

불과 몇 분 전, 편대원들을 향해 날아올 대공미사일에 대한 위험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주장했었던 것은 바로 그 자신이었으니까.

-그럴 가능성은 단 1퍼센트도 없다. 광개토대왕함이 발사하는 미사일은 오로지 X-47B가 보내는 표적신호만을 목표로 하니까. 이건 한마디로 견인줄을 묶어 놓고 당기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인데 뭐가 걱정인 거야?

“걱정이라기보다는 솔직히 이렇게까지 해서 홍군의 미사일 성능을 확인해야 하는 건가 싶어서 하는 말입니다. 어차피 표적신호가 켜진 마당이면 격추는 당연한 것인 상황 아닙니까.

-누가 그래, 격추가 당연하다고.

그의 조심스러운 항의에 코웃음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과하다 싶은 자신감.

불현듯 그의 뇌리를 스친 것은 어쩌면 X-47B의 성능이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것이 아닌가 싶은 의심이었고, 곧 통제기에서 그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말들이 들려왔다.

-X-47B는 미국이 가진 무기기술의 총체적 결과물이다. 때문에 대외적으로 알려진 성능은 실제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 일례로 저 작은 기체가 전자전 성능까지 갖추었다면 이해가 가나?

제럴드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자고로 전자전기는 막대한 전력이 뒷받침되어야만 운용이 가능한 기체.

한데 아무리 공간 활용도가 좋다고는 해도 저 작은 기체에 전자전이 가능한 포드까지 탑재가 되어있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쯧.”

더군다나 X-47B의 무장은 죄다 매립형이다.

그 점을 감안하면 공간에 대한 압박은 더 심했을 터.

대체 설계 방식이 어떻기에 그걸 수용하고도…….

“라져.”

쐐애액!

한 차례 머리를 흔든 제럴드는 결국 관찰이 용이한 고도를 점했다.

이후 링크를 이용하여 테스트를 위한 신호를 전달하자 명령을 받은 X-47B의 AI가 입력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기동을 실시한다.

“호오!”

기체의 움직임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어찌나 방향전환이 거센지 저걸 격추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은 의문이 들 정도.

“응?”

그때, 저편에서 긴 연무를 뿜으려 대공미사일이 날아드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벌써 도달했다고?”

다행히도 놈이 목표로 삼은 것은 정확히 X-47B였다.

허망한 격추를 막기 재빨리 매뉴얼을 재조작하자 AI가 접근물체에 대한 탐지를 시작했고, 이후 곧장 자의적 판단에 따른 기동을 실시한다.

슈웅!

뒤이은 X-47B의 기동 방식은 기존과는 차원을 달리했다.

“윽!”

단지 지켜보던 것만으로도 구토가 올라올 정도.

만약 저게 유인기였다면 파일럿이 감당해야 할 엄청난 중력가속도의 영향이 대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저런 격한 기동이 벌써 10여 차례.

누군가 그 안에 타고 있었다면 이미 곤죽이 되어 버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며 제럴드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미친!”

하지만 그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미사일의 기동력이었다.

아무리 떨쳐 내려 해도 끝내 따라붙는 저 집요함.

더군다나 대공미사일 특유의 엄청난 속도에 그토록 출중한 회피능력을 보이고 있는 X-47B의 AI가 도무지 대응을 못 하고 있는 중이다.

휙!

“허어.”

이어진 또 한 번의 급격한 회피에도 미사일은 끝내 X-47B의 꼬리를 놓치지 않았다.

보통의 경우 시커의 시야각을 벗어나면 표적을 잃어버리는 것이 상식.

아니 설사 표적 재추적과 목표설정 알고리즘이 아무리 탁월한 물건이라 해도 저렇게까지 즉각적인 반응은 보이는 것은 불가능하건만, 놈은 마치 이미 표적의 기동방향을 예측이라도 한 듯한 느낌이다.

쐐액!

제럴드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통합 정보 창을 쳐다봤다.

만일의 사고방지를 위해 여전히 X-47B의 표적신호는 계속되는 상태.

정황상 그게 원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재빨리 통제기를 향해 무전을 날렸다.

“표적신호를 차단해 보겠습니다.

-미쳤어? 그러다가 미사일이 표적을 놓치는 과정에서 자네 기체를 오인 탐지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그땐 다시 표적신호를 켜면 되지 않습니까. 게다가 거리상, 그 정도 대응할 시간은 충분합니다.

-…….

통제기에선 한동안 침묵이 감돌았다.

뒤이어 허락이 떨어졌고, 그는 빠르게 X-47B의 표적신호를 차단했다.

쐐애애액!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AI가 기체의 한계까지 몰아치는 급기동을 펼치고 있음에도 미사일은 여전히 표적을 놓치지 않고 있는 상태.

이러면 사실상 표적신호가 원인일 것이라는 그의 추론은 틀린 것이 되는 거다.

“응?”

그때, 통합 콘솔창에 경고표시가 뜨며 X-47B가 전자전에 돌입했음을 알려 왔다.

도무지 따라붙는 속도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내려진 AI의 결정.

그런데 이걸 믿어야 하나?

예정대로라면 표적을 잃고 추락했어야 할 대공미사일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여전히 X-47B를 추적 중이다.

철컥!

당황하는 사이, 갑자기 목표를 추적하던 미사일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잘 날아가던 미사일의 몸체에서 무언가가 분리된 것.

이내 제럴드가 눈을 부릅뜨는 순간 분리된 물체들이 엄청난 속도로 X-47B를 덮친다.

콰과과광!

결국 X-47B는 파편을 날리며 추락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제럴드는 한동안 멍하니 촬영 중이던 캠을 내려놓고는 통제기를 향해 소리쳤다.

“방금 대공미사일이 자탄을 발사했습니다. 맙소사! 저거 하드킬 방식의 미사일이 아니었던 겁니까?”

제럴드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통제기를 향해 소리쳤다.

그저 신호만으로 상황파악이 가능한 통제기로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아직까지 모르고 있는 상태.

이후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다시 말이 날아든다.

-방금 홍군에 의해 전달된 정보에 따르면 복합 방식이라는군. 그런데 혹시 촬영에는 성공한 건가?

“그렇기는 합니다만…….”

제럴드는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멍한 상태였다.

혹시나 싶어 운항모드를 자동으로 바꾸곤 재빨리 녹화된 영상을 되돌려본 그는 연신 기함을 토했다.

“미친! 미사일에 AI라도 탑재된 건가?”

아무리 봐도 그렇게밖에는 판단할 수 없었다.

내내 충돌을 위해 애를 쓰다가 그게 여의치 않자 금세 파편 방식으로 모드를 바꾸는 저 빠른 판단력은 단순히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른 결과라고는 볼 수 없으니까.

더군다나 파편을 뿌리는 거리와 각도의 정확도는 단순히 센서의 요구 조건을 충족한 결과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다.

뭐랄까, 이건 마치 미사일이 자의적인 계산에 따라 내린 판단에 의한 결과인 느낌?

‘그나저나 이게 파편이 맞기는 한 거야?’

뒤이어 드는 의문은 그것이었다.

일반적인 파편이라면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 정석.

하지만 영상 속의 것들은 일률적으로 기체를 향해 날아갔다.

마치 또 다른 작은 유도미사일이라도 되는 양.

“영상 전송하겠습니다.”

퍼뜩 정신을 차린 제럴드는 링크를 통해 그가 촬영한 영상들을 전송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무전을 통해서 긴 한숨이 들려온다.

-하아.

하긴, 미 해군이 그 오랜 시간을 공들여 만들어 낸 물건이 날아간 상황이니까.

아니, 그것보다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대공미사일이 탄생한 것을 지켜본 것에 대한 탄식이라고 해야겠지.

-오늘이 아마도 미 해군과 해병대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 될 것 같군. 젠장, 상황 종료를 알린다. 편대장기는 복귀하라.

“지나친 낙담 아닙니까. 고작 무인기 하나 떨어졌을 뿐인 마당에.”

제럴드는 절망하는 상관을 위로했다.

잠시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날아오는 무전은 그조차도 당황스러운 소식이었다.

-방금 우리 청군의 잠수함 전력이 전멸했다는 소식을 받았다. 또한 작전 중이던 청군의 기함이 무려 4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던 광개토대왕함의 포격에 의해 침몰 판정을 받았다는군.

“…….”

-당황스러운 것은 기함. 정확히는 기함으로 지정된 표적 함선에 떨어진 포탄이 무려 오십여 발에 달했다는 거다. 호위함들이 날려대는 무수한 HVP들의 방어망을 뚫고도.

“…….”

***

30분 전, 청군 함대 진영.

쾅!

홍군으로부터 날아온 초음속 대함미사일에 또 한 척의 표적함이 격침됐다.

이것으로 벌써 3척에 달하는 청군의 표적함이 사라진 상태.

파괴력도 파괴력이지만 도무지 막아 낼 수 없는 미사일의 속도와 기동 방식에 지휘부가 온통 멘붕 상태였다.

“홍군의 피해는 어떤가.”

상황을 지켜보던 사령관은 넌지시 홍군의 상황을 물었다.

저쪽이 대함미사일을 날려대는 판국에 이쪽이라고 가만히 있었겠는가.

마주 날려 보낸 미사일만 벌써 10여 기.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보고는 없는 상태였다.

“훈련 지휘부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구축함을 향해 날려 보낸 미사일들을 제외하곤 죄다 격추되었다고 합니다. 즉, 한국군의 함선들은 단 한 척도 격침시키지 못했다는 의미죠.”

“끄응.”

사령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건 심각한 수준.

상황이 이러면 그동안의 노력이 허망할 정도다.

한국의 기술력을 앞서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입수하고 또 연구해 왔던 모든 결과물들이.

특히나 뼈가 아픈 것은 스텔스 대함미사일의 요격 소식이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면 이제 미 해군이 한국 해군을 상대로 완벽하게 우위를 점할 만한 것은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탐지수단은 물론 공격 수단. 그리고 방어 수단과 통합작전 능력에 이르기까지.

‘아! 아직 하나가 남았군. 항모 운용 및 그걸 제반으로 한 연합작전 능력.’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갈까.

이제 한국도 곧 제대로 된 항모전단을 구축하게 될 상황에서.

“저, 그런데…….”

보고를 하던 지휘관은 여운을 남겼다.

힐끗 사령관의 시선이 꽂히자 더듬거리며 말을 잇는다.

“홍, 홍군의 광개토대왕함에서 레이저요격 시스템을 가동했답니다. 우리가 날려 보낸 스텔스 대함미사일 절반이 그것에 요격을 당했다는…….”

“레이저?”

사령관의 눈은 화등잔만 해졌다.

날아드는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레이저로 요격할 수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 줄은 누구보다 그가 잘 알고 있으니까.

“그 말은, 광개토대왕함이 현재 300킬로와트급 이상의 출력을 가진 레이저 무기를 상용화하여 탑재했다는 건가?”

“현실적으로는 그렇게밖에는 판단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때문에 지금 연합훈련 지휘부도 난리가 난 상태라고 합니다.”

단순히 난리 정도가 아니라 지휘부 전체가 온통 신경전을 치르고 있을 거다.

호주는 호주대로. 또 미국은 미국대로.

그러고 보니 이번 훈련에선 러시아와 영국까지 포함된 상태.

멱살만 잡지 않았지, 뒤로는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서든 해당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진 회장…… 이쯤이면 과연 그가 사람인가 싶군. 그나저나 쉽지 않을 텐데.”

사령관은 상황과 걸맞지 않게 웃음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 회장은 하나를 주면 열을 빼앗아 가는 것으로 유명한 존재.

과연 그를 상대로 제대로 된 협상이 가능한 자들이 미국 외에 또 있을지를 생각하면 그는 자신 있게 ‘노’라고 대답할 수 있다.

‘저들이 아무리 애써 봐야 결과적으로 열매를 따먹는 것은 미국이 되겠지.’

현재 미국과 한국과의 관계.

그에 더해서 이쪽에는 진현승과 유독 가까운 마이클 국방장관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니까.

“사령관님.”

그때, 휘하 지휘관인 제퍼슨 제독이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무심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지금 그렇게 가만히만 계실 상황이 아닙니다. 이렇게 되면 자칫 1차 공방전부터 청군의 패배로 결정지어질 수가 있다는 것 모르십니까?”

사령관은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내 대책을 강구하려는 차, 갑자기 저편에 있던 아군 구축함에서 RAM 한 발을 토해 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슈우욱!

“쯧, 또 대함미사일이 날아드는 모양이군.”

비로소 정신을 현실로 복귀시킨 사령관은 인상을 찡그리며 날아가는 미사일을 쳐다봤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

막상 잘 날아가던 미사일이 목표를 잃어버리기라도 한 듯 다시 바다로 추락했고, 이후 RAM을 발사했던 구축함의 CIWS가 미친년 널뛰듯 움직이며 대함미사일의 움직임을 잡아내려 애쓴다.

쾅!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대함미사일의 접근각도와 속도계산을 마친 CIWS가 미처 화망을 구성하기도 전에 표적함에서 불길이 치솟았으니까.

당황스러운 것은 이번엔 흘수선이 아니라 함교가 타겟이었다는 건데, 저렇듯 현장 상황에 맞게 목표지점을 자율적으로 바꾸는 대함미사일을 상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빌어먹을! 저렇게까지 일관성 없는 기동 방식을 가진 대함미사일은 또 처음이군.”

사령관의 얼굴에선 바로 조금 전까지의 웃음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시작에 불과했던 걸까.

레이더를 주시 중이던 관측장교의 입에서 엇 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우리 함대를 향해 엄청난 수의 포탄이 날아들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야? 홍군 함대의 위치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얼만데 포탄이라니.”

사령관은 눈을 끔뻑이며 되물었다.

그 순간, 기함의 표적함으로 지정되었던 폐구축함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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