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42화 (342/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42화

호주 노던 테리토리주 다윈.

한국군과 러시아군이 주축인 홍군의 거점이자 방어지점은 북부 항만도시인 다윈이었다.

이제부터 주어진 역할은 청군이 거점으로 삼은 포트헤들랜드를 점령하는 것.

역시나 호주 북부에 위치한 항구도시인 그곳은 금과 주석 등의 주요 수출 거점이기도 하며 과거 2차대전 당시엔 주요 군수물자들을 조달하던 기지 역할을 하기도 했던 곳이었다.

[작전사령관직을 맡은 정해일입니다.]

홍군의 총지휘를 담당한 이는 해군 제1원정군 사령관 정해일 중장이었다.

일본과의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임은 물론 근래에 대규모 해전을 지휘한 경험이 있는 존재다 보니 자연스레 내려진 결과.

의외였던 것은 러시아의 반응이었는데, 우리보다는 그들이 정해일 사령관을 먼저 추대하고 나섰다는 거였다.

[함께 작전을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중 유독 정해일 사령관을 영웅시한 인물은 부사령관직을 맡은 그레고리 소장이었다.

일본전 당시 대규모 상륙전을 감행하면서도 거의 병력의 손실을 내지 않았던 정해일의 전술에 탄복했다는 후문인데, 사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나 역시 동의하는 편이었다.

[승패가 적진지 점령으로 결정지어지는 만큼 최대한 많은 해병대 병력들을 살려서 상륙시키는 것에 집중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레고리의 제안은 현실적인 면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상륙이 관건인 상황이면 그 최후의 역할을 할 해병대의 생존에 집중하자는 것.

뭐 이해는 간다.

어차피 홍군과 청군은 각기 다른 부분에서의 이점을 가진 상황.

예를 들면 청군의 경우 항모를 중심으로 한 공중 전력이 우세하다면, 홍군은 함대공방어 수준이 압도적인.

그 경우 사실상 교전에서의 결과를 예측하기가 힘든 케이스인데, 그렇다면 무모한 적과의 해상교전에 집중하느니 우선은 방어적인 태세로 상륙병력들의 생존에 집중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아니요, 그랬다가 자칫 해전에서의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 상륙함의 몰살을 보게 될 겁니다. 하니 처음부터 공세적으로 나서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하지만 정해일 사령관은 반대 의견을 내놨다.

우리 군의 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로선 당연히 내릴 수 있는 결정.

이해가 가지 않았던 듯, 그레고리의 반박이 이어진다.

[아시다시피 청군은 F35b를 보유 중이에요. 비록 개량이 진행되었다곤 하나 그걸 상대로 수호이가 공중전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야 물론입니다. 해서 적의 항모에서 출격하는 F35들을 상대하는 것은 수호이가 아니라 광개토대왕함이 될 겁니다.]

[…….]

이어진 정해일 사령관의 반박에 그레고리의 눈이 커졌다.

이해 못 할 부분도 아닌 것이, 아무리 함대공 능력이 대단하다고는 해도 함선 하나가 다수의 전투기를 상대로 승기를 잡는다는 것은 무모한 것이 현실이니까.

특히나 F35들이 쏟아 낼, 미군의 최신 장거리 스텔스 공대함 미사일들의 세례를 죄다 막아 내야 한다는 점에서.

[광개토대왕함의 무장력이라면 충분합니다.]

정해일 사령관은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때문에 한동안 논쟁이 계속됐지만, 결국 정해일 사령관은 우리 군이 최근 보유하게 된 ‘백호’ 장거리 대공미사일의 스팩과 성능을 알림으로써 지휘관들의 고집을 꺾었다.

[2중 목적 램제트 기관이라고요?]

[그렇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백호가 양자레이더는 물론 초정밀 비교추적 센서 등 현존하는 가장 많은 탐지 및 추적 수단을 보유 중이라는 사실입니다. 또한 멜타늄이라는 특수합금으로 된 구동부 제어장치로 인해 최대 100G에 달하는 중력가속도를 버텨 냅니다.]

드디어 밝힐 것이 밝혀졌다 싶었다.

최근 재우의 혁신 중 하나인 양자 기반 레이더 기술의 공개.

사실 양자레이더 연구 자체는 10년 전쯤부터 이어져 왔었고 최근 그 결실을 본 물건이었는데, 난 그걸 대규모 탐지레이더에 적용하기 전 대공 미사일의 시커에 우선 적용함으로써 성능검증에 나선 상태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백호’라는, 전에 공개했었던 ‘주작’에 이은 또 하나의 무적의 창인 것이고.

치직!

-현 시간부로 훈련을 선언합니다.

그사이 무전을 통해선 본격적인 공방전의 시작을 알려 왔다.

그동안 있어 왔던 연합훈련들과는 달리 이번엔 바지선과 퇴역 함선들. 그리고 무인기마저 표적으로 동원된 훈련 프로그램.

그 때문인지 지휘부의 표정도 실제 전장에 나서기라도 하는 것처럼 잔뜩 긴장되어 보였다.

[미국이 꽤 투자를 하는군요.]

뒤편에서 회의 과정을 지켜보던 난 무심히 말을 내뱉었다.

역시나 그 점이 의외였던 듯 알렉세이도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훈련 비용만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니 ‘꽤’라는 말보다는 엄청나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죠. 더군다나 그걸 대부분 미국이 부담하는 상황에선. 뭐 그만큼 연합의 객관적인 전력 분석을 향한 욕망이 크다는 뜻일 겁니다.]

[그렇다 해도 실사격 훈련에 동원된 폐함선의 수만 20척입니다. 아니 그건 둘째 치고, 아직 미군이 실전에 투입하지도 않은 무인공격기들마저 표적으로 내놓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십니까?]

되묻는 말에 알렉세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미국이 F35b를 대신하여 표적으로 제공한 무인기는  X-47B.

비록 제공되는 기체가 각 진영에 한 대씩뿐이라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지나친 투자가 아니던가.

‘그게 F35에 못지않은 가격을 지닌 물건임을 생각하면.’

뭐 그렇다고 유인기를 표적으로 삼을 수 없으니 대안으로 내세운 것임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이해할 만한 일일까?

아무리 우리의 대스텔스 대응 능력이 궁금했다 해도, 무려 수억 달러에 달하는 무인기를 표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

[출항!]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정해일 사령관의 명령이 떨어졌다.

이제 몇 시간 후면 본격적인 공방전이 시작될 터.

역시나 전과 같지 않은 훈련방식이 가져오는 압박감에 나조차도 손에 땀이 흐른다.

***

“조용하군.”

미 해군 로스엔젤레스급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 톨레도(SSN-769)함의 함장 케빈은 벌써 몇 시간째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무리도 아닌 것이, 이번에 홍군으로 참여한 한국의 손원일급 핵추진 공격 잠수함은 아직 음문조차도 입수하지 못한 상황.

그건 한국 측의 철저한 보안 관리가 이루어진 측면도 있지만, 미국의 힘이 그만큼 약화되었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 거였다.

적아의 구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동맹 간 음문정보교환.

그걸 이번 훈련 때까지 미루겠다는 한국 정부의 그 황당한 선언을 미 정부가 선뜻 응했다는 것은 확실히 미국다운 태도는 아니니까.

‘뭐 그렇다 해도 별수 있나. 결국엔 공개해야지.’

기대되는 점은 그 부분이었다.

아무리 늦춘다 해도 결국 훈련과정을 통해 음문 정보는 공개가 된다는 사실.

뭐 사실 손원일급을 본격적으로 전력화한 이상에는 음문 정보야 언젠가는 제공하게 되어 있지만.

문제는 굳이 정보 공개를 이번 훈련으로까지 미룬 저들의 속내였다.

‘한마디로 그런 거였겠지. 기왕이면 이번 훈련까지는 미공개로 두어서 승리할 확률을 조금이나마 더 높여 보겠다는.’

이해 못 할 부분은 아니었다.

미국이 포함된 연합을 격퇴하는 경우 그 영광이야 한국군으로서는 대를 이을 자랑거리가 될 테니까.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훈련에 참여한 잠수함들의 모든 음문 정보는 숙지되어 있는 상태고, 그것들 외에 특이점을 보이는 음문을 가진 것만 잡아내면 되는 상황에서.

“다들 이번 훈련에 참가한 것을 기회로 여기라고. 현실적으로 잠수함끼리의 교전이 이루어지는 것은 흔치 않으니까.”

생각이 깊어질 무렵 케빈은 돌연 부하들을 향해 생뚱맞은 말을 던졌다.

솔직히 현실적으로 이 드넓은 바다에서 잠수함끼리 교전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거의 대부분은 수상함 및 대잠초계기와의 숨바꼭질이 현실이고, 결국 훈련 상황이나 되기에 그 희귀하다는 잠 대 잠 교전도 가능해진 것이라는 사실.

의미를 못 알아들을 리 없는 승조원들의 고개가 크게 끄덕여졌다.

“함장님! 함수 소나에서 얀센급으로 예측되는 음문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음탐관의 외침이 들려왔다.

훈련이 개시된 지 꼬박 반나절 만에 적을 탐지한 상황.

혹시나 싶은 마음에 함장은 재빨리 음탐관을 향해 다가가며 소리쳤다.

“우리 쪽으로 접근 중인 건가?”

“그건 아닙니다. 파형의 특성상 우리가 꼬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음탐관은 말을 뱉어 내기 무섭게 다시 헤드셋을 부여잡았다.

들려오는 소리에 좀 더 몰두하려는 의지.

조금 후 입가에 미소를 지은 그가 다시 휙 하고 함장을 쳐다본다.

“확실히 아닙니다. 눈치챘다면 필시 예인 소나를 전개했거나 급기동을 했을 텐데, 파동이 여태 일정합니다.”

그 말에 함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실이라면 이대로 어뢰의 사거리까지 접근하여 핑만 날리면 끝이니까.

만약 이게 실전이었다면 여러 변수로 인해 교전 결과가 어찌 될지는 확답할 수 없지만.

예를 들면 목표의 디코이의 방출 및 회피기동. 그리고 이어질 반격 등등.

하지만 이건 엄연한 훈련이고 교범에 따라 먼저 탑지하고 먼저 어뢰발사관을 개방하거나 핑을 실행하는 자가 승리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 상태다.

“어?”

그때, 음탐관의 입에서 의문에 찬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싶은 마음에 함장은 다시 그를 쳐다봤고, 이후 그가 한층 격앙된 목소리로 다시 소리쳤다.

“측 배열 소나에 뭔가 수상한 소리가 잡힙니다.”

함장은 재빨리 다시 다가가선 헤드셋을 빼앗아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집중을 해 봐도 들려오는 것은 미미한 잡음들뿐이었다.

얼핏 물고기 떼가 군집 이동하다 급격히 방향을 틀면 발생하는 파동과도 같은.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소리 자체가 이상하다기보다는 이게 벌써 30분씩이나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는 것이 좀…….”

“…….”

순간 함장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상식적으로 물고기 떼가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잠수함을 따라다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니까.

물론 간혹 고래와 같은 지능이 높은 대형 어종이 잠수함을 신기하게 여겨 따라다니는 경우는 있지만 저건 분명 고래의 소리는 아니지 않던가.

“빌어먹을, 이건 분명 손원일함이다. 당장 좌측면으로 선회하고 어뢰 발사관 개방을…….”

그릉!

한창 흥분하여 지시를 내리던 함장은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방금 들려온 소리는 분명 액티브 소나가 핑(ping)을 실시하는 소리였기에.

그건 곧 적에게 이쪽이 확실하게 노출되었음을 의미했고, 이 훈련 상황에선 게임이 끝났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미친, 정말로 이게 잠수함의 음문이었다고?”

당황한 함장은 현실을 부정했다.

당장 훈련에서 진 것은 둘째 치고 앞으로가 걱정이었으니까.

저런 식의 음문은 설사 공개가 되었다 해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것.

대체 앞으로 대양에서는 또 어떻게 손원일함의 작전을 파악한다는 말이던가.

한국군의 사전 통보가 없는 한에는.

그르렁.

그때, 이번에는 좀 더 확실하게 울프 콜이 들려왔다.

비로소 현실을 인지한 함장은 들고 있던 헤드셋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탁!

“부상한다.”

승조원들은 그 말에 푹 하고 고개를 숙였다.

훈련 교범상 적에게 연속해서 핑을 먹는 경우 이견 없는 패배를 의미하니까.

게다가 상대의 주 무장은 하필 초공동어뢰.

탐지와 동시에 상황은 끝났다고 보는 것이 맞는 거다.

“내 생애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군. 고작 훈련 개시 반나절 만에 격침되다니.”

***

쐐애애액!

청군의 항모에서 발진한 미 해병대 소속 F35B는 총 5기였다.

선두를 점하고 있는 것은 이번에 해군이 표적기로 제공한 X-47B.

운용은 링크를 통해 편대장이 직접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었는데, 그 때문에 제럴드의 책임감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했다.

“젠장, 저 비싼 물건을 고작 표적기로 쓰다니.”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상부의 조치에 편대장 제럴드가 투덜댔다.

이미 무전은 활성화되어 있던 상황.

그 말을 들은 편대원들이 각자 한 소리씩을 뱉어 낸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건 미 해군 역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 아닐까 싶군요.

-그래, 그 말이 딱 적당하네. 아무리 미 해군의 예산이 막대하다고는 해도 수억 달러짜리 물건을 표적기로 쓰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지. 그런데 저 표적기가 격추되면 우리 전체가 추락하는 것으로 판정된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교범에 따르면 그래. 뭐 한마디로 같은 스텔스 전투기가 격추되는 상황이면 더 이상의 작전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겠지.”

제럴드는 이어지는 질문에 대답하곤 조기경보통제기와의 교신을 시도했다.

현재 아군의 출격에 따른 홍군의 대응 출격은 없다는 소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제럴드의 고개가 갸웃해진다.

“스텔스 기를 탐지 가능한 한국 구축함들의 레이더가 우릴 포착하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아직도 대응 출격을 하지 않았다?”

-설사 포착했다 해도 방법이 없으니 침묵하는 거겠죠. 솔직히 러시아의 수호이가 아무리 개량을 거쳤다곤 해도 그게 우리와 교전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지 않습니까.

용케 소리를 들은 편대원 중 하나가 농담으로 응수했다.

비록 농이 섞여 있다곤 해도 상식적으로는 맞는 말.

끝내 뒤끝이 사라지지 않는 차에 또 다른 편대원의 질문이 날아든다.

-편대장님. 그나저나 공중 교전을 지양한다는 것은 구축함으로 우리를 상대하겠다는 건데, 그러다가 표적기가 아닌 우리가 대공미사일을 맞기라도 하면 어쩝니까?

“그럴 일은 없어. 탐지가 되는 순간 표적기가 홍군의 통제기를 향해 신호를 보내게 되어 있으니까. 쉽게 말해서 ‘내가 표적이니 나를 맞춰라’라는 의미인 거지.

-…….

무전에선 침묵이 이어졌다.

아직 상황을 이해 못 한 눈치.

제럴드는 한숨과 함께 다시 말했다.

“사실 청군사령부에서 책정한 이 훈련의 진정한 의미는 홍군의 스텔스기 및 X-47B를 상대로 한 포착능력과 대응능력을 확인하는 것에 있다고 보면 돼. 더불어 우리 F35B가 상대진영에 속한 X-47B를 맞이하여 얼마나 대응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겠다는 의도이기도 할 테고.”

-X-47B를 향한 홍군의 대응능력 확인은 그렇다 치고 우린 또 왜 말입니까?

“그거야 해군의 고집 때문이겠지. 해병대의 F35B와 해군의 F35C가 X-47B를 상대로 한 대응에서 얼마나 차이점이 있는지를 몸소 확인하겠다는.”

-…….

“이 친구야 애초 X-47B는 해군에서 개발한 것이기에 C형의 경우는 그걸 상대로 한 데이터가 쌓였겠지만, 전혀 다른 사상으로 개발된 해병대용 B형의 경우는 맞붙어 볼 기회가 없었잖아. 하니 기왕이면 이번에 그것도 확인하겠다는 거지.”

연이은 질문에 제럴드가 웃으며 대답했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남는 걸까. 무전에서는 다시 질문이 날아든다.

-아무튼 해군 양반들 대단하네요. 그런데 표적기가 신호를 보낸다면 이후로는 스텔스 이점이 사라지는 건데, 그럼 사실상 대응능력 확인이고 뭐고 의미가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그때부터는 단순한 표적기 신세가 되어 버리는 건데요.

“대신 적이 얼마만큼 정확한 탐지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이후 해군의 야심작인 X-47B를 상대로 한 요격미사일의 최종격추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있게 되겠지.”

-그렇다 해도 페널티가 너무 큰데요? 계속해서 표적신호를 방출하고 있는 상황이면 상대가 추적을 놓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이 친구야. 해군이 바보야? 그 정도 페널티를 안고서도 자신이 있으니까 시도하는 것 아니야.”

-X-47B가 그 정도 입니까?

그 점은 제럴드로서도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대체 얼마나 성능에 자신이 있기에 스텔스기가 표적신호를 켜고도 대공 미사일을 상대하겠다는 건지.

뭐 그거야 두고 보면 알게 될 일.

그는 홍군 함대와의 거리를 다시 가늠해 보려 다시 통합 정보창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삐삐!

그때, 갑자기 그의 기체에서 요란한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

당황하는 사이 통제기로부터도 경고가 날아든다.

-홍군의 광개토대왕함에서 아군의 출격 사실을 알아챈 모양이다.

“미친, 벌써 우리를 탐지했다고?”

당황한 제럴드는 정보 창을 조작했다.

계속해서 표시되는 알람과 전술 정보들은 정말로 편대가 적의 표적탐지 및 추적전파에 걸려들었음을 표기 중.

우스운 것은 그가 앞서 대원들을 안심시켰던 것처럼 정말로 X-47B가 표적안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거다.

“저 순진한 AI 새끼. 앞으로 닥쳐올 제 운명도 모르고 아주 나를 잡아 잡수시오, 하고 있네. 그나저나 이대로 상황 종료는 아니겠죠?”

제럴드는 혹시나 싶어 무전을 날렸다.

적과의 거리를 400킬로미터나 남겨 둔 상황.

솔직히 아무리 한국의 대공방어 능력이 출중해도 그렇지, 아무것도 해 보지 않은 채 벌써 격추 판정을 받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당연히 아니지. 상대의 표적기가 격추되는 시점에서야 비로소 이번 공방이 종료된다는 것 잊었어?

더군다나 X-47B는 무인기의 특성상 기동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어지간한 대공미사일로는 격추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 격추 시도도 떨쳐 낼 가능성이 크다는 거고, 그럼 공은 다시 청군에게 넘어온다는 거지.

-현 시간부로 X-47B의 컨트롤 타워인 편대장기를 제외한 모든 F35들은 즉시 복귀한다. 방금 광개토대왕함에서 대공미사일을 발사했다는데, 아무리 표적기가 위협을 자신에게 유도한다 해도 굳이 나머지 기체들까지 만약의 경우를 감수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때, 통제기로부터 다시 명령이 떨어졌다.

당황한 제럴드가 마른침을 삼키며 되묻는다.

“그럼 저는…… 그 만약의 경우를 감수하라는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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